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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274화 (274/300)

274화. 인연 (3)

“저건 와타나베와 윤도하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언급했던 영웅이군.”

“유지한 파티. 나도 이름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어. 하지만 기껏해야 영화를 통해서 명성을 얻은 파티가 아니었나?”

“맞아. 히어로(Hero)가 아니라 유명인(Celebrity)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있지.”

영화나 외부 활동 따위를 통해 먼저 명성을 얻은 영웅을 두고 준연예인 취급을 하는 사람들.

그런 부류들은 국가에 구분하지 않고 많이 존재하는 편이었다.

최근 한국에서 떠오른 파티 중 대표적으로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이 유지한 파티였다.

하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저들을 단순히 유명인으로 취급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특히 와타나베 요스케. 그 일본의 사무라이는 절대로 입에 발린 말을 하는 법이 없지.”

“윤도하가 유지한을 극찬한 것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

“실제로 원정대에 있었던 영웅들이 직접 증언했다는 내용이니만큼 확실해.”

“흐음…….”

1급 영웅인 와타나베 요스케와 윤도하의 이름값은 해외에서도 절대 낮지 않다.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와타나베의 언동은 영국에도 아주 잘 알려져 있을 정도.

특히 카를렘으로 납치당했던 영웅이자 엔젤스 가든에 직접 초대까지 받았던 윤도하가 유지한을 추켜세우는 인터뷰를 했다는 건 그 내용이 상당한 신뢰를 더해주었다.

“이 유지한이라는 남자는 지구인 중 처음으로 차원의 경계에 도달한 인물이기도 해.”

“그런 그가 지구로 돌아올 방법을 찾아냈다는 건…….”

“상당히 그럴듯한 이야기지!”

“그의 길드장이자 같은 파티의 마법사인 김시후가 차원 마법에 아주 뛰어나다고 하던데?”

“호오, 어쩌면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마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엔젤스 가든의 간부들은 유지한과 그의 파티에 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한국의 언론이나 각종 정보망을 통해 얻어낸 정보들을 최대한 공유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지?”

“뚜렷한 활동 내역은 없어. 한국에서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고 있을 거다. 카메라 앞에 나서기만 해도 상당한 주목을 끌 수 있을 텐데……. 꿀잼의 영웅들은 전체적으로 외부 활동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야.”

“꿀잼의 정보를 조사해볼 수 있겠어?”

“그렇게 물어볼 줄 알고 가져왔지.”

가장 먼저 유지한을 지목했던 남자가 꿀잼 길드의 정보가 담긴 서류를 꺼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공개된 자료가 많이 없어서 있는 대로 가져왔어. 내 추측이 절반 이상 담겨있다고 보면 돼.”

“흠, 설립 시기와 규모치곤 재정 상황이 아주 넉넉해 보이는데?”

“한국에서 등장한 이세계인들을 해치우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도 그들이고, 거기서 파생된 영화들도 전부 흥행했으니까 그 정도는 수치는 충분히 나올 테지. 이번에 카를렘에서 가져온 성과를 더한다면 그 액수의 몇십 배는 될 거다.”

“……돈으로 꼬드길 수는 없는 건가.”

“아마도.”

턱!

클라크는 읽고 있던 서류를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꿀잼에 접촉해봐. 주사위 길드를 통한다면 어렵지 않게 연락할 수 있을 거야.”

“알겠어.”

“내가 직접 그들을 맞이하겠어.”

*****

“아, 저기 오네요.”

모든 요리 도구가 미리 준비된 주방.

장사임은 투명한 유리문 너머에서 달려오고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헐레벌떡 달려와서 문을 열어 재낀 남자는 지쳤는지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말했다.

“허억, 허억……!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백종언입니다!”

“종언 씨,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네, 그럭저럭…….”

그동안 잘 지냈냐는 말에 백종언이 살짝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리사로서 몬스터 레스토랑에 들어가길 원했던 그는.

여전히 인맥을 통한 초대와 그 업계에 가득한 텃세로 인해 몬스터 레스토랑에 입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분들이 미친 듯이 빠르게 성장할 동안, 나는 제자리걸음만 했구나.’

각종 몬스터를 다루는 요리사를 꿈꿨으나 여전히 평범한 식당의 작은 주방에서 근무하는 작은 요리사 백종언.

그에 비교해 유지한과 김시후는 어떤가?

그들은 자신들의 활동으로 영화를 찍어서 반짝스타가 되었고.

한국에 침입한 이세계인을 퇴치하여 수많은 국민이 그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이세계 진출에 참여했을뿐더러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에도 성공하여 부정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겨우 2명뿐이었던 파티이자 길드가.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만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뤄낸 것이었다.

‘부끄럽다!’

백종언에게 처음으로 몬스터를, 그것도 돌연변이를 요리하게 해줬던 사람들!

친구였던 장사임의 회사가 그들에게 인수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백종언은 솔직히 자신도 그들의 유명세에 합세하고 싶었다.

과거에 있었던 단 한 번의 알량한 인연을 이용해서라도, 좀처럼 멈춰 서지 않는 그 흐름에 올라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워서 도저히 그러지 못했다.

“흠흠! 그래서 오늘 다룰 재료는 어떤 건가요?”

“이거요.”

퉁!

이미아는 손바닥으로 거대 문어의 다리 살점을 두드렸다.

“크오오!! 그게 바로 이세계의 문어……!”

“전설 속에나 나오는 크라켄 같았어요.”

지구에서 문어가 몬스터로 변한 몬토퍼스(Montopus) 따위가 아니라 무려 이세계의 문어라니!

당장이라도 예리한 식칼로 말캉거리는 살을 잘라보고 싶다.

그을음이 올라올 때까지 뜨거운 열로 달궈보고 싶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요리사의 마음이 문어 다리처럼 꿈틀거렸다.

“문어빵.”

“네?”

“가능해요?”

“그거야 물론입니다! 미리 전해 듣고 재료도 다 가져왔어요.”

촤르르르륵!

백종언은 가방 속에 든 물건들을 신속하게 주방에 늘어놓았다.

문어빵 전용 팬과 가다랑어포, 그 외의 각종 소스와 재료들…….

넉넉하게 준비된 재료들을 보며 이미아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문어빵 외에 다른 음식들도 준비했습니다.”

“맛있겠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귀한 보물을 다루듯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어를 꺼내는 백종언.

이미아는 그 옆에서 가만히 요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시후는 열정적으로 요리를 펼치는 백종언을 두고 말했다.

“종언 씨는 여전히 기운이 넘치시네요.”

“저 친구가 몬스터를 요리 재료로서 다루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그럴 겁니다.”

“혹시 저희가 제공했던 몬치킨 이후로 처음인가요?”

“개인적으로 몬스터를 구했다면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탁! 탁! 탁! 탁!

칼질 소리가 아주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주방.

유지한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울이는 백종언을 계속 주시했다.

‘아주 침착해.’

처음 만져보는 식재료이니만큼 당황할 법도 하거늘.

백종언은 문어의 일부를 잘라내고, 맛을 보고, 느낀 점을 메모하며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어떤 요리를 만들어낼지 골라내는 분위기였다.

그 행동만 놓고 보자면 몬스터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근무하는 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마치 싸우는 것 같군.’

균일한 간격으로 썰리는 채소들과 4구의 가스레인지 위에 동시에 올려진 4개의 팬.

피튀기는 전장에서 영웅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것처럼.

백종언은 주방이라는 전장에서 아주 치열하게 싸우는 것만 같았다.

“맛있는 냄새 난다.”

“그러게요.”

준비된 재료들이 서로 얽히면서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가 모두의 코로 맡아질 즈음.

이미아는 손등으로 입에서 흘러내리려는 침을 닦고 있었다.

“문어빵 나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문어빵이 완성됐을 때.

이미아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맨손으로 문어빵을 집었다.

“허억! 그거 엄청 뜨거운데!”

방금 나온 문어빵을 한입에 먹어버리다니!

백종언은 기겁했지만, 이미아는 입에서 허연 김을 내뿜으며 맛을 음미했다.

그녀의 점막은 고작 음식의 열기에 다칠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맛이써.”

“괜찮나요?”

“너무 맛이써.”

겉이 적당히 그을렸으면서도 안은 따뜻하고 촉촉한 반죽.

혀를 즐겁게 하는 문어빵 소스와 은은하게 퍼지는 가다랑어포의 향.

무엇보다 아주 탱탱하고 쫄깃함이 느껴지는 거대 문어의 다리살!

짝짝짝!

음식의 맛은 이미아가 손뼉을 칠 정도의 합격이었다.

“와, 진짜 맛있다.”

“일본에서 먹은 것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소스는 시판 소스에요?”

“1개 외에는 전부 직접 만든 겁니다. 질리실까 봐 여러 개 만들어왔어요.”

미리 주문을 받아놓은 백종언이 준비한 여러 요리들.

그런데 김시후가 정신없이 문어를 집어먹던 그때였다.

두근!

가슴 안쪽에서 느껴진 커다란 심장박동에.

김시후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두근! 두근! 두근!

세찬 드럼처럼 요동치는 심장.

주변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커진 그 드럼 소리는 점차 주위로 번져갔다.

유지한과 이미아에게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이건 설마……!’

괴삼을 처음 섭취하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와 동일한 현상.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오는 순간일까.

유지한은 같은 현상을 체험 중인 파티원들과 찡그린 얼굴로 눈빛을 교환했다.

꾸득! 꾸드득! 꾸드득!

파도처럼 꿀렁거리는 피부와 함께 몸 안쪽에서 팔뼈와 다리뼈가 새롭게 자리를 맞춰갔다.

전보다 단단하고 완성도 높은 신체로의 변화!

유지하는 숨을 최대한 길게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몸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여, 여러분?”

“괜찮으신 거 맞죠……?”

괜스레 겁을 집어먹은 장사임과 백종언은 자리에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혹여 문어에 독이라도 들어있던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 초간의 요란한 현상이 끝나고.

감고 있던 눈을 뜬 유지한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박.”

“……!”

“맛도, 효과도 기대 이상으로 아주 뛰어납니다!”

“어휴! 십년감수 했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백종언.

김시후는 눈에 띄게 늘어난 자신의 마력을 검토하며 손뼉을 쳤다.

“유리 누나 몫도 따로 챙겨놔야겠어요!”

“이건……. 정말 요리를 맡긴 보람이 있었어.”

맛을 위해 부탁한 요리가 오래간만의 깨달음으로 이어지자 이미아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식사에서 유지한은 가만히 서 있는 백종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같이 드시죠.”

“그, 그래도 될까요?”

“예. 그리고 요리할 때 간은 맘껏 보셔도 돼요.”

문어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간을 보며 요리를 진행한 백종언이었다.

드디어 떨어진 허락에 그는 자기가 만들어낸 요리를 하나하나 맛보면서 울먹였다.

“정말이지 감동적인 맛이다……!”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맛있음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몬스터 요리.

‘일반인에게는 큰 변화가 없나.’

마력이 없는 백종언과 장사임의 몸에는 영웅들과 같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울먹이는 백종언을 보며 유지한은 몬치킨을 요리해서 먹던 순간을 떠올렸다.

참 그때와 달라진 게 없는 사람이었다.

“종언 씨.”

“네!”

“저희가 조만간 저희 길드원들을 전담할 요리사 한 분을 구하려고 하는데.”

“……헛!”

“사무실을 옮기기 전까지는 출근이 비규칙적일 거예요. 하지만 몬스터 요리는 맘껏 할 수 있겠죠. 나중에는 저희 이름으로 식당을 낼 수도 있겠고요. 혹시 관심 있어요?”

“다, 당연하죠!”

“그럼 환영합니다.”

“……!”

얼떨떨한 표정의 백종언은 유지한이 내민 컵에 같은 컵을 부딪혔다.

김시후와 이미아와 사전에 상의했던 대로.

그가 꿀잼의 요리사로서 고용되는 순간이었다.

“잘 부탁해요. 요리사 아저씨.”

“아, 네!”

이미아는 새로 고용된 요리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흡족해했다.

그리고 준비된 음식을 거의 다 먹어갈 즈음.

유지한은 윤도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시죠?”

—지한! 너 엔젤스 가든과 만나보고 싶댔지?

“예.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요?”

—마침 그쪽에서 우리 쪽에 먼저 연락을 취해 왔어.

“……먼저 연락을요?”

—대놓고 나한테 너희랑 연결해줄 수 있냐고 묻던데.

유지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볼일이 있는 건 이쪽인데 상대방이 먼저 연락을 걸어왔다니.

“무슨 일로요?”

—시안 피어스의 행방이 묘한 건 알고 있어?

“예.”

카를렘 원정대와 마찬가지로 차원 전화기를 챙겨간 그루디아 원정대.

허나 그들과의 통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저쪽에서 당장 급한 건 시안 피어스의 생사를 확인하는 거야.

“음, 그러면 저희에게 그 조사를 도와달라?”

—아마도. 엔젤스 가든의 길드장도 너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걸? 캬! 내가 돌아와서 열심히 인터뷰한 보람이 있었다니까.

“하하…….”

—그래서 어쩔래?

“좋죠. 저희랑 연결해주세요.”

먼저 바라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겠지.

유지한은 야들야들한 문어구이를 베어 물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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