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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233화 (233/300)

233화. 카븜 (2)

유지한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날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함께 이동하자.”

“우리는 카븜의 강한 전사들! 밤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다!”

“그렇다! 두렵지 않다!”

“우리의 밤은 너희의 낮보다 훨씬 아름답다!”

카븜의 전사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카븜으로 돌아가려는 분위기였다.

말조차 데려오지 않은 걸 보면 걷거나 뛰어서 무식하게 이동할 셈인 듯했다.

그에 유지한은 바닥에 쓰러진 괴생명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놈들 가져가기 싫은가 봐.”

“아니다! 가져가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아침에 출발하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쉬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군.”

“그렇다. 쉬고 가는 것도 좋겠다.”

작은 협박에 굴복하여 바로 꼬리를 내리는 카븜의 전사들.

김시후는 조금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방패를 내린 칠라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찍, 찍찍! 카븜의 전사들은 아주 재밌는 인간들이군!”

“흐음, 그건 칭찬인가?”

“물론이다! 찍!”

“그렇다! 카븜의 전사들은 아주 재밌다!”

칭찬이라는 말에 그들은 밝게 웃어 보였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걸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마침 식사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함께 먹지.”

“음! 밥은 거부하지 않는다.”

“밥은 우리의 희망이다.”

유지한 파티는 그들을 자신들의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여분의 식량이 마차에 넉넉하게 실려 있었기에 인원수를 감당하기에는 충분했다.

“이건 뭐지?”

“루요크라는 동물의 고기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고기군.”

“아, 나는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알로가 준비해준 식량으로 유지한 파티가 지구의 카레와 비슷한 음식을 준비했을 때.

투타를 포함한 카븜의 전사들은 대다수의 음식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 고기가 맞나?”

맛있는 냄새가 풍겨서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리는 사람은 있었지만.

유지한이 먼저 카레를 먹기 전까지는 단 1명도 숟가락을 잡지 않았다.

음식에 몰래 독을 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으음! 맛이 좋군!”

“훌륭하고 안정적인 맛이다!”

“다른 지역에는 이런 음식들이 더 있는 건가?”

“많지.”

“카븜을 떠나간 동료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군.”

그래도 이후에는 꽤 마음에 들었는지 다들 그릇에 묻은 카레까지 싹싹 핥아 먹는 모습이었다.

“더 줄까?”

“그래도 되나?”

“한 그릇 더 부탁하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요리를 담당했던 이미아도 만족하는 모양새.

유지한은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는 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폐쇄적이라더니, 정말로 외부의 음식은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이야.’

루요크라는 고기는 레론과 마즈에서 지구의 돼지나 소고기만큼이나 꽤 대중적인 고기다.

고기의 단면을 보면 루요크만이 가진 독특한 결이 뚜렷하게 보이기에 알아보는 것도 매우 쉬웠다.

그런데도 모르는 걸 보면 카븜이라는 세력의 소문들이 모두 사실인 듯했다.

자신들의 문물을 외부에 퍼트리는 것도 그리 선호하는 편이 아니고.

외부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느린 것이었다.

그래도 수출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몇몇 상단과는 거래를 튼 것이지만 말이다.

“네가 투타라고 했나?”

“그렇다.”

일행의 리더는 투타라는 이름의 남자.

유지한은 매우 탄탄해 보이는 그의 근육을 바라보며 말했다.

“몇 살이냐?”

“올해로 18살이다.”

“……20살도 안 됐다고?”

“성인까지는 앞으로 3살이 남았군.”

카를렘에서 성인의 기준은 21살.

투타는 아직 성인조차 되지 못한 미성년자였다.

하지만 유지한은 그가 나이를 속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18살 몸이 이래?’

지구의 영웅들 사이에서도 보기 드물게 탄탄하고 두꺼운 몸.

카븜의 전사들은 대부분 그와 비슷한 몸을 보유하고 있었다.

레론에서 마주쳤던 경비병이나 용병들과 비교해도 빼어난 신체조건이었다.

식사를 거의 마친 투타는 눈으로 유지한과 이미아를 훑으며 말했다.

“너희는 상당히 강하더군.”

“약하지는 않은 편이지.”

“나의 냉철한 눈으로 봤을 때, 우리와 동급이라고 봐도 좋다.”

투타는 유지한 파티를 본인들과 동급의 전사로 인정했다.

자존심이 센 카븜의 전사가 먼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상대에게 큰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았다.

“특히 그쪽의 여자.”

“나?”

“주먹 힘이 상당히 좋았다. 아주 화끈하더군.”

투타는 특히 이미아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격투에 집중하는 그녀의 전투 스타일이 상당히 마음에 든 것이었다.

“원한다면 내 여자가 되어도 좋다! 너라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거절할래.”

“안타깝군.”

“나보다 약한 사람은 싫어해.”

“여자치곤 기세가 좋은 인물이야.”

빠른 거절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투타였다.

그때 유지한이 말했다.

“이 사람은 어떤데?”

“넷?”

갑자기 그에게 지목당한 민유리는 숟가락을 입에 넣은 채로 멈췄다.

“멀리서 이상한 걸 던지던 전사로군.”

“……이상한 거?”

“확실히 강하기는 했지만, 우리의 취향은 아니다.”

카븜의 전사들은 후방에서 공격을 가하는 원거리 딜러에게는 흥미가 없었다.

이미아처럼 조금 더 저돌적이고 거친 성격을 선호하는 듯했다.

‘어쩌면 내 예상이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다른 세력의 인간들과 비교해보면 유독 야생적인 인간들.

유지한은 투타를 보며 이전에 몇 번 마주쳤었던 바바리안 종족을 떠올렸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이종족일지도 몰라.’

바바리안.

유독 커다랗고 단단한 몸집 외에는 인간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신체 구조가 비슷한 이종족.

카븜은 어쩌면 인간이 아니라 바바리안들이 모여 사는 세력일 수도 있었다.

단지 카를렘에서는 따로 바바리안을 부르는 호칭이 없을 뿐.

“너는 정말로 인간인가?”

“찍찍! 나, 나는 아마도 인간이다!”

“특이한 복장을 하고 다니는군.”

“이건 내 자존심이다! 찍!”

카븜의 전사들로부터 칠라가 인간인 척을 하며 변명을 이어갈 때.

김시후가 한곳에 몰아둔 괴생명체를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나저나 저것들은 뭐예요?”

“저거 말인가?”

“혼돈이다.”

“혼돈?”

“대략 1년 전부터 갑자기 나타났던 녀석들이지.”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외형.

그 괴생명체들은 불과 1년 사이에 카를렘에 새롭게 등장한 생명체였다.

생김새가 조금도 고르지 않고 개체마다 차이가 많이 나는 탓에.

놈들에게는 고유한 이름을 대신하여 혼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 카븜에서는 주기적으로 전사들을 파견하여 혼돈을 해치운다.”

“오늘도 그러던 참에 너희를 만났다.”

유독 카븜에서 많이 발생하는 혼돈을 소탕하던 도중 유지한 파티를 만난 투타 일행.

그들은 반드시 사냥의 성과를 가지고 카븜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포상으로 봉급을 받고 전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외부에서 듣기로는 카븜의 왕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잘 알고 있군! 우리의 왕은 몹시 대단하다!”

“그 누구도 왕에게는 범접할 수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왕에게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매우 독선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왕.

세간의 평가와는 다르게 아랫사람들에게는 크게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때로는 그가 뱉는 말 한마디에 카를렘의 정세가 결정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고도 알려진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려나.’

유지한은 소문으로 전해 들은 카븜의 왕에 대해 떠올렸다.

아마도 1급 영웅과 비견될 정도로 상당한 힘을 보유한 사람이겠지.

한 번쯤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카븜에 폐쇄적인 기조를 유지 중인 그가 외부인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기에.

이 세계에서 그를 접할 기회는 아마 없을 것 같다고, 유지한은 생각했다.

*****

다음날.

아침이 되어 날이 밝자 유지한 파티는 야영지를 정리했다.

투타 일행은 벌써 출발할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마차에 타기에는 인원이 조금 많네.”

마차의 탑승 인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투타 일행까지 태울 수는 없었다.

그러자 투타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마차? 흥, 그런 건 처음부터 탈 생각도 없었다.”

“우리 마차가 조금 빠른데. 괜찮겠어?”

“훗! 마차가 빨라 봤자 마차일 뿐이지.”

“우리가 속도를 맞춰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들은 달리기에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자기들이 마차의 속도에 맞춰 평소보다 느리게 달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영지를 떠나서 카븜으로 출발하기 시작한 직후.

“허어억!”

“너무 빠르다!”

“무슨 마차가 저렇게 빠른 거냐?!”

각종 마법을 이용한 마차가 최고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하자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고 헉헉댔다.

투타는 리더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이를 깍 깨물고 달렸지만 마차를 앞지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 조금만 천천히 가라!”

“가야 하는 방향이 따로 있다!”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

그에 유지한은 조금씩 속도를 줄이면서 마차가 그들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게끔 했다.

“이 정도면 됐어?”

“이, 이거면 되겠군.”

“우리가 겨우 말 2마리에게 지다니!”

“너무 굴욕적이야…….”

달리기로 패배한 투타 일행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차를 끄는 말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밀려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으로 강화해서 그래.”

“그런가? 마법이었군.”

“그 요상한 마법이 아니라면 우리가 이긴다.”

“그렇다! 우리가 이긴다!”

그나마 마법으로 마차를 강화했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전체적인 마법사의 수가 적은 편이니만큼 카븜에서는 마법이란 걸 아주 특별하고 신기한 힘으로 여겼다.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순수한 힘으로 부딪혔을 때 지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저기가 카븜인가?”

“카븜이다!”

유지한은 눈에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왔다.

카븜이라는 세력 중에서도 레론과 가장 가까운 지역.

따로 도시라는 형태로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그곳을 투타는 11구역이라고 불렀다.

“외부인에게 접근이 허락된 건 11, 12, 13구역뿐이다.”

“총 3곳이라고 했었지.”

“너희가 말한 동료들은 아마 그 셋 중에 있을 거다.”

먼저 카븜으로 향했던 3팀은 3개의 지역 중 한 곳에 머물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투타는 유지한 파티가 원하거든 그들을 찾는 일을 도와주겠다는 입장이었다.

“도와준다면야 우리는 좋지.”

“그러면 그 빚이라는 건 없어지는 건가?”

“그건 무리야. 빚하고는 별개지.”

“크윽.”

그들은 빠르게 이동한 끝에 11구역에 다다랐다.

2차례의 휴식을 취하며 달려왔던 카븜의 전사들은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찍찍! 마셔라!”

“오! 고맙다.”

“크으으! 물맛이 좋구나!”

투타는 칠라가 건네준 물을 마신 뒤에 말했다.

“우리는 이번 성과를 보고하기 위해 전사의 쉼터에 다녀오겠다.”

“그래. 나중에 네가 알려줬던 여관으로 와.”

투타 일행과 헤어진 유지한은 그들이 추천해준 여관에 방을 잡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외부의 상단이 모여있다는 장소로 이동해서 이곳에 도착했을 3팀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이틀 전에 사라졌다고요?”

“카븜의 전사들을 따라가는 것 같던데…….”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어요.”

11구역에 있던 3팀은 이틀 전 카븜의 전사들을 따라 어디론가 이동한 모양이었다.

그 뒤로는 얼굴을 본 상인들이 없다고 한다.

결국 일행을 발견하지 못한 유지한 파티는 숙소로 돌아왔다.

“요, 요거 상단에서 오신 분들이세요?!”

그때 한 여성이 그들이 머무는 여관으로 걸어들어왔다.

상당히 큰 몸집과 여기저기 잡혀 있는 근육들.

카븜의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요거 상단 맞아요.”

“저, 저! 원래 요거 상단과 거래를 하기로 했던 사람입니다!”

“아, 그래요?”

그녀는 요거 상단에 카븜의 물건들을 납품하기로 했던 사람이었다.

민유리가 밝게 웃으며 그녀를 반겨줬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큰일 났어요!”

“예?”

“무슨 일이에요?”

“먼저 이곳에 방문했던 분들이 전사들에게 잡혀갔다고요!”

“그게 무슨…….”

카븜에 도착했던 3팀이 카븜의 전사들에게 잡혀갔다는 소식.

그에 모두가 표정을 찌푸리던 찰나.

콰앙!

여관의 입구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거칠게 들이닥쳤다.

기다란 창이나 검 따위를 든 사람 중에는 바짝 굳은 얼굴의 투타도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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