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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223화 (223/300)

223화. OT (2)

양지철이 진행하는 설명회는 1시간 내로 마무리되었다.

설명을 마친 그는 12시를 살짝 넘긴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당에 뷔페가 준비되어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식사를 하셔도 좋습니다.”

오늘 영웅부에 출석한 영웅들이 마음껏 식사를 할 수 있게끔 준비해둔 강당.

참여자들의 국적과 취향을 고려하여 다양한 국가의 음식들을 준비했다는 모양이었다.

그때 와타나베가 말했다.

“파전과 간장게장, 막걸리도 준비되어있나?”

“아마 막걸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면 거절한다!”

와타나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술이 함께하지 않는 식사에는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봐, 유지한.”

“예?”

“나와 함께 간장게장을 먹지 않겠나?”

“……!”

와타나베는 자신의 식사자리에 유지한을 초대했다.

와타나베의 일행들은 그가 처음 만난 영웅에게 보여주는 연이은 호의에 놀랐지만.

이후에 개인 일정이 있던 유지한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시다면 식사는 다음에 함께 하시죠.”

“그래. 앞으로 만날 기회는 많겠지.”

짧게 아쉬움을 드러낸 와타나베가 자리를 떠났다.

다른 이들도 강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1명씩 자리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김시후가 유지한에게 말했다.

“형. 저분과는 오늘 처음 만난 것 맞죠?”

“맞아.”

“그런데 엄청 친근하게 구네요?”

마치 친근한 동네 아저씨처럼 유지한을 대하는 와타나베였다.

그에 태도에 유지한마저 의문을 느낄 정도.

근처에 있던 박재경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와타나베 씨는 재미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재미있는 사람이요?”

“개그맨처럼 재밌다는 뜻은 아니고, 세상에는 존재 자체로 특별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카산드라처럼 아주 독특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이요.”

“흐음…….”

“참고로 저희 길드장 님도 그중에 하나였고요.”

과거 카산드라나 윤도하 같은 유별난 영웅들에게 커다란 호감을 드러냈었던 와타나베 요스케.

지금에 와서는 유지한도 그와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된 것이었다.

*****

강당에 마련된 식사자리에는 대부분의 영웅이 참석했다.

단지 식사를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오늘 OT에 참석한 영웅들을 알아내기 위한 의도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주리안 와이스다.”

“리암 켈리도 왔어?”

“휘유! 장난 아니네!”

“내가 초라해지는 느낌이야…….”

세계의 유명한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이란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

운 좋게 이세계로 갈 수 있게 된 영웅들은 식사는 하지 않고 주변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칠라는 그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찍찍! 왜 밥은 안 먹고 눈치만 보는 거지?”

몸집 때문에 회의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차에서 대기하던 칠라였지만.

입구가 큰 강당에는 마음껏 들어올 수 있었다.

녀석은 자신에게 모여드는 시선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말했다.

“대장!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마치 쓰레기처럼 널려있다! 찍!”

“이게 뷔페라는 거야.”

“찍! 저것들 전부 내가 먹어도 되는 건가?”

“접시에 담아서 먹어.”

“찍, 찍찍!!”

칠라는 양껏 준비된 음식으로 달려가서 푸드파이터처럼 접시에 음식을 쓸어 담았다.

“오이 골라내지 마!”

“오이는 맛이 없다! 찍!”

“그건 양이 너무 많으니까 덜어내자.”

“찍찍! 너무한다, 주인아!”

민유리는 마치 집사처럼 그런 녀석을 졸졸 따라다니며 강제로 음식을 덜어내게 했다.

그 사이 유지한은 김시후와 함께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라인업이 대단하긴 하네요.”

“미친 수준이지.”

—지한! 저쪽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꽤 강한 것 같아!

일반인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법한 영웅들.

이 자리에 없는 와타나베를 제외하고도 어지간히 대단한 영웅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실프도 멀리 떨어진 그들의 힘을 눈치챌 정도였다.

‘내가 저런 사람들과 나란히 서게 되다니.’

불과 1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광경.

새삼 감탄한 얼굴로 주변을 구경하던 유지한은 이내 접시를 들고서 음식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탕수육을 가져가기 위해 기다리던 때.

먼저 탕수육을 받고 있던 남자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역시 너도 있었군.”

“이동호 씨?”

4급 승급 면접에서 면접관과 면접자로 만나 말싸움을 벌였던 인물.

워리어즈 길드의 2급 영웅인 이동호였다.

“그쪽도 이세계로 가는 겁니까?”

“……길드장이 사라져서 말이지.”

워리어즈의 길드장 또한 다른 1급 영웅과 마찬가지로 사라져버린 상황.

이동호는 그를 되찾기 위해 이번 계획에 뛰어들었다.

“조심해라.”

“예?”

“해외에는 소문 이상으로 미친놈들이 많아. 그리고 그중에 너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영웅부의 지휘 아래 영웅 관리가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인 한국과는 다르게.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거나 느슨한 국가에서는 영웅이 시민을 공격하는 등 생각보다 정신이 나간 사례도 적잖게 존재한다.

길드의 사정으로 장거리 출장을 여러 번 다녀왔던 이동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놈들의 경력을 크게 부풀려서 한국으로 보냈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어.”

“그건 또 처음 듣는 내용이네요.”

“얼굴이 낯선 영웅들은 경계하는 게 좋을 거다.”

문제아를 모아서 이세계로 내쫓아버린다는 소문.

어디까지 소문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그놈들은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이 자리에 잠입해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 걱정해주는 겁니까?”

“뭐? 걱정? 내가, 널?”

“예.”

“턱도 없는 소리. 밥이나 처먹어라.”

인상을 찌푸린 이동호는 들고 있던 집게를 쌓여있는 탕수육 위로 올려둔 채 떠났다.

첫인상과는 조금 달라진 그의 반응에 유지한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탕수육을 접시에 덜어서 다른 음식을 받으러 가는데.

“당신이 유지한이지?”

“……?”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붉은 머리의 남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언뜻 보면 김시후와 비슷한 나잇대처럼 어리게 보이는 얼굴.

귀에 번역기를 달고 있는 그를 보며 유지한은 잠시 접시를 내려놓았다.

이동호의 경고를 들은 탓인지 상대를 조금 경계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누구시죠?”

“날 몰라?”

“잘 모르겠는데.”

“뭐, 그래. 모를 수도 있지.”

남성은 조금 토라진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난 시안 피어스.”

“……영국의 1급 영웅?”

“이름은 들어봤나 보네?”

시안 피어스.

영국에서 활동하는 그는 거대 길드에서 자신의 약혼녀와 함께 2인 파티로 활동하는 영웅이자.

가장 최근에 1급으로 올라선 영웅 중 1명이기도 했다.

귀찮다는 이유로 공식 석상에는 얼굴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인물.

그러니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만든 영화 <아제시아>는 아주 재밌게 봤어! 액션이랑 현장감이 훌륭했다고!”

“어……. 그래. 고맙다.”

“오늘 만나면 묻고 싶었는데, 그 이세계인의 대장이라는 놈을 죽이는 영상은 없는 거야?”

“차원의 경계에서는 카메라가 동작하지 않아.”

“아아, 너무 보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동작하지 않아서 촬영하지 못한 대장의 최후.

시안은 발을 몇 번 구르면서까지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번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서 매우 유감이야.”

시안은 영화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유지한과 함께하길 원했지만.

그는 카를렘 원정대에 포함되지 못했다.

영웅부의 검토에 따라 다른 이세계로 이동하게 된 것이었다.

유지한은 문득 그의 목적지가 궁금해졌다.

“너는 어디로 가는데?”

“그루디아.”

“……!”

그루디아 원정대에 포함된 시안.

그곳은 김시후의 어머니가 태어난 고향이자.

레드홀의 길드장인 백강천이 납치된 세계이기도 했다.

“그거 알아? 그루디아는 지구와 다르게 인간의 비중이 매우 낮다고 해. 엘프나 수인처럼 이종족의 숫자가 훨씬 더 많은 셈이지.”

“알고 있어.”

“그만큼 아주 강한 놈들이 많을 거야.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다고!”

“싸움을 좋아하는 건가?”

“그래! 오직 강자들과의 싸움만이 날 즐겁게 한다!”

치이이이익!!

시안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그의 붉은 머리칼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글거리는 마그마가 따끈한 온천처럼 느껴질 만큼 불에 친숙한 육체.

시안 피어스의 고유 스킬인 [버닝 바디]였다.

강한 상대와의 싸움을 기대하는 그의 감정에 반응하여 스킬이 발동한 것이었다.

“뭐지?”

“갑자기 더워졌어.”

시안에게서 뻗어져 나오는 마력과 열기에 사람들이 조금씩 그를 돌아봤다.

그러자 시안의 하나뿐인 약혼녀가 재빠르게 달려오더니.

퍽!

시안의 종아리를 소리 나게 걷어차 버렸다.

마력까지 실린 로우킥에 균형이 무너져 땅바닥으로 쓰러지는 시안 피어스.

뒤이어 그의 약혼녀가 유지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유지한! 너도 나중에 나랑 싸워보자!”

“부끄러우니까 조용히 해.”

“날 실망시킨다면 죽여버리겠어—!!”

“…….”

시안은 약혼녀의 손에 목덜미를 붙잡혀 어디론가 질질 끌려갔다.

유지한은 그 모습을 조금 어이가 없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

차원 이동 혹은 이세계 전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차원 이동 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차원 이동 그 자체였다.

이종족들과 침입자들의 수는 늘어나도 그들이 지구로 넘어오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니 연구에는 큰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아제시아에서 넘어온 인간들의 등장으로 수수께끼로만 남아 있던 차원 이동은 실현이 가능해졌다.

그 이후에 추가적인 문제들이 여럿 생겨나는 가운데.

걱정거리로 남아 있던 건 각 세계 간 시간의 흐름이었다.

특정 세계의 시간이 지구보다 더 빠르거나 느리게 흐른다면 문제가 커진다.

요컨대 이세계에서의 1년이 지구에서는 10년이라면.

이세계로 다녀오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엣헴! 우리 덕분에 그 걱정이 사라졌다는 말씀이지!”

영웅부의 연구소.

몸에 흰색 가운을 두른 제리는 우쭐거리는 자세를 취했다.

아뎀은 그 옆에서 머그컵에 든 보리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래, 그래. 잘했다.”

“그러니까 키스해줘!”

“싫은데.”

“에잇!”

유지한을 향해서 달려드는 제리.

유지한은 그런 그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세게 밀어냈다.

접근에 실패한 제리는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도와줬으면 보답을 줘야 할 거 아니야!”

“구속에서 풀려난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아.”

몇 달 전까지 영웅부 구금소에 갇혀있던 제리와 아뎀.

두 사람은 한국에 평생 협조한다는 계약을 맺고 외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도움을 준 덕분에 차원 이동에 얽힌 여러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비록 두 사람이 24시간 내내 위치추적기를 달고 살며 마력을 억제하는 팔찌까지 착용하긴 했어도.

연구원이라는 처지는 감옥 같은 공간에 갇혀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신세였다.

“난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

아뎀은 실제로 지금의 생활에 크게 만족했다.

위의 명령으로 우유 따위의 약물을 생산했었던 어두운 과거보단 훨씬 더 보람찬 생활이었다.

최근에는 연구 결과에 따른 보상금도 지급된 덕분에 여가 생활도 누리고 있었다.

“저런 게 훌륭한 자세지. 너도 아뎀을 본받아라.”

“난 돈은 됐으니까 자기를 많이 만나고 싶은데!”

“그래서 와줬잖아.”

유지한은 제리와 아뎀의 관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연구소에 방문하고 있었다.

그나마 믿음직한 카지미르에게 두 사람의 관리를 요청하긴 했어도.

그들을 살려낸 건 그의 선택이었던 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유지한. 넌 참 피곤하겠군. 어쩌다 운 나쁘게 이런 여자한테 걸려서는.”

“거, 뱀파이어 아저씨! 맞기 싫으면 조용히 합시다!”

“날 때리면 평생 유지한은 만날 수 없을 거다.”

“크윽! 치사하다!”

—우히히!

“웃지마!”

마력이 없어도 매우 준수한 전투력을 보유한 제리.

그런 그녀를 단 몇 마디의 대화로 눌러버리는 카지미르였다.

실프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며 실실 웃고 있었다.

“그래서 유지한. 준비는 잘 돼 가고 있나?”

“순조롭지.”

“후회 없도록 준비하는 게 좋을 거다.”

카를렘으로의 이동은 생각보다 긴 여행이 될 수도 있을 터.

아직 복귀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 만큼 많은 준비가 요구되었다.

“전화기 개발이나 서둘러줘.”

이세계에서도 지구와의 연락이 가능한 기능의 개발.

전화기 역할을 하는 아티팩트는 이세계로 가져갈 수 있도록 이미 제작되어 있었다.

“드리미움까지 받았으니 어떻게든 될 테지.”

다른 세계 간 통신의 가능성은 꿈의 금속인 드리미움을 통해 발견된 것.

남호열이 드리미움에서 긁어낸 파편들은 별도의 마력 처리를 통해 아주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서로 반응하는 성질을 얻을 수 있었는데.

차원의 경계와 지구 사이에서도 반응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남은 과제는 그것을 음성을 주고받는 수준으로 만들어놓는 것뿐.

“생각해보니까 너희는 전부 멸망한 세계의 출신이구나.”

“……왜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십니까.”

제리와 아뎀, 그리고 카지미르.

세 사람은 모두 멸망 직전의 세계에서 지구로 넘어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카를렘으로 떠나기 전에 보고 싶은 게 있어.”

“어떤 거지?”

유지한은 조금 가라앉은 눈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가 가진 멸망의 기억들.”

서로 다른 세계가 멸망하는, 혹은 멸망하기 직전의 풍경들.

그는 샘플링을 통해 그들의 기억을 확인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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