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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222화 (222/300)

222화. OT

한국에서 이세계로 갈 영웅을 뽑는다는 공고를 인터넷에 공개한 직후.

전세계의 수많은 영웅이 해당 공고에 지원했다.

한때는 사람이 너무 몰린 탓에 신청을 받는 웹사이트가 1시간가량 마비될 정도였다.

“최종 지원 인원이 3만 명을 넘겼습니다!”

“……우리 팀은 오늘부터 야근 확정이다.”

영웅부는 내부 인력을 총동원하여 최소한의 요건을 맞추지 못한 영웅들을 걸러냈다.

그 이후에는 성과와 실력 따위를 일정한 수치로 환산하여 점수를 매겼다.

필요하다면 원격으로 면접을 진행해서라도 지원자들의 태도와 수준을 검증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선발된 영웅들은 총 500명.

그 500명은 10곳의 이세계에 각각 50명씩 투입되는 것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오늘이 처음으로 모이는 날이지.’

[카를렘]

문 앞에 카를렘이라고 적힌 종이 팻말이 붙어 있는 영웅부 회의실의 문.

유지한은 파티원들과 함께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오늘 카를렘으로 가는 것이 확정된 영웅들을 대상으로 만남이 계획되어 있었다.

회사에서 신입 직원들을 위해 개최하는 OT와도 비슷한 행사였다.

“재경 씨.”

“아, 다들 오셨군요.”

20명 정도의 인원이 보이는 회의실.

주사위의 부길드장인 박재경은 몇 명의 파티원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있었다.

카를렘으로 떨어졌다는 길드장 윤도하를 찾기 위해 그들 또한 이세계로 향하는 것이었다.

‘유지한 파티로군.’

‘저 사람들도 카를렘으로 가는 건가.’

유지한과 박재경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

같은 회의실에 참석한 사람들은 김시후나 민유리에게도 시선을 던졌다.

몇 달 전의 지방 원정으로 한국은 유지한 파티라는 주제로 아주 뜨거웠지만.

쌀쌀해진 바깥 날씨처럼 그 관심은 어느 정도 식어버린 상황.

그럼에도 그들이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다른 길드의 영웅들은 빠르게 명성을 쌓아 올린 유지한 파티를 최우선 경계 대상으로 여길 정도였다.

‘유지한 파티라면 나쁘지 않지.’

‘역시 이리로 올 줄 알았어.’

‘썩 괜찮은 사람이 모이고 있구나.’

그러나 경쟁자가 아니라 오늘처럼 목적을 함께하는 동료라면.

그들만큼 믿음직한 사람도 몇 없을 터였다.

뒤이어 회의실로 들어온 이미아도 마찬가지였다.

“왔구나.”

“문 여는 거 봤어.”

김현태 파티에서 갑작스럽게 탈퇴한 이후 미아라는 이름의 1인 길드로 독립한 영웅.

혼자서도 아주 무서운 기세로 활동을 펼치는 덕분에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이전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흐음.”

빈자리에 앉은 유지한은 회의실의 영웅들을 눈으로 훑었다.

대부분이 2급 파티에서 활동 중인 20~30대의 한국인 영웅이었다.

자세한 이름이나 행적은 몰라도 뉴스나 영상 따위의 매체로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얼굴들.

‘지철 씨 말이 사실이었네.’

양지철이 지원자들을 선별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하더니.

실제로도 인상적인 성과를 올렸던 영웅들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덜컥!

닫아놓은 문이 활짝 열림과 동시에.

10명이 넘는 인원들이 한꺼번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금발, 적발 등 다양한 색의 머리칼을 보유한 해외의 영웅들이었다.

한국 국적이 아닌 영웅은 입장에 별도의 심사가 필요하다 보니 다 함께 입장하는듯했다.

“다들 안녕하세, 요?”

“잘 들리나요?”

“네. 잘 들립니다.”

영웅부는 한국어가 불가능한 영웅에게 마력을 이용한 한국어 번역기를 제공했다.

덕분에 모두가 한국어를 내뱉었는데, 조금 어색한 발음이었지만 의사소통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당신이 유지한입니까?”

“예.”

“와우!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당신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해외의 영웅들은 하나 같이 유지한을 알아보았다.

한국 방문에 앞서 한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을 단 한 번이라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한걸음에 달려와 그에게 악수를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정도 모인거 같은데.’

영웅들을 위해 마련된 50석의 자리가 거의 다 찼을 무렵.

다시 한번 문이 열리더니, 일본의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착용한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저건……!’

그러나 유지한의 눈을 사로잡은 건 독특한 장비 따위가 아니라 가장 앞에서 걸어오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하얀 꽃무늬가 그려진 검은색 기모노를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쯤 되었을까.

뒤로 짧게 묶은 꽁지머리가 인상적인 그는 옆 나라인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1급 영웅.

와타나베 요스케였다.

‘저 남자도 이세계로 간다고?’

미래를 점치는 영웅, 카산드라가 일본에 태어나줘서 감사하다고까지 말했던 인물.

들려오던 소문과 다르게 세계적으로 알려진 수준의 영웅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더니만.

알고 보니 엄청난 거물이 붙어 있었다.

—지한! 저 사람, 강해.

“알고 있어.”

—되도록 싸우는 건 피했으면 좋겠어.

와타나베의 힘을 알아본 실프는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를 적으로 삼지 말라는 경고를 해올 정도였다.

“아, 아! 다들 들리나?”

와타나베는 회의실에 처음 도착했던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번역기를 테스트했다.

그의 거칠면서도 호쾌한 목소리에 다른 영웅들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거렸다.

번역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걸 확인한 그는 자신의 등장으로 조용해진 회의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군들, 당분간 나와 함께 잘해보자!”

“아, 네!”

“가능하면 내 발목은 잡지 말고! 느하하하!”

함박웃음을 짓던 그의 시선이 이내 박재경을 향했다.

그와 눈을 마주친 박재경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윤도하와 함께 일본으로 출장을 갔던 당시에 그와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도하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윤도하를 언급하는 와타나베는 한층 진지해진 표정을 했다.

“나도 그를 찾는 일에 조금이나마 협조하마.”

“정말 감사합니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이는구나. 너무 걱정하진 마라. 그 거인이라면 분명 죽지 않고 살아있을 테니.”

와타나베는 다음으로 유지한 파티를 바라봤다.

그와 전혀 안면이 없는 김시후와 민유리는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안면이 없는 유지한은 가만히 그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와타나베가 흥미로운 얼굴로 말했다.

“네가 한국의 테러를 막아냈다는 영웅이군.”

“저 혼자 막아낸 건 아닙니다.”

팡!

유지한의 대답을 들은 와타나베는 손바닥으로 그의 등을 약하게 때렸다.

무심코 그 공격을 방어하려고 했던 유지한은 몸을 움찔했다.

‘빠르다.’

그의 공격을 눈으로 포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안전한 장소에서 방심하고 있던 탓인지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는 못했다.

방금 것이 기습 공격이었다면 벌써 1번의 공격을 허용한 셈이었다.

‘으음!’

그리고 와타나베는 자신에게 반응하려던 유지한의 움직임을 알아보았다.

활짝 웃는 얼굴이 된 그가 다시금 유지한의 등을 때리며 말했다.

“너무 겸손 떨지 않아도 돼! 나는 네가 난쟁이가 아니라 거인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 거인이라는 게 뭐죠?”

“거인은 거인이다!”

유지한을 거인이라고 불러주는 와타나베였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나쁜 의미로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그에 유지한은 조금 어색하게 웃어 보였지만.

와타나베와 함께 입장한 그의 파티원들은 속으로 흠칫 놀랐다.

‘와타나베 님께서 인정해주시다니…….’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군.’

와타나베 요스케라는 사내에게 거인으로 인정받는 영웅은 매우 드물었다.

단순히 무력이라는 척도와는 조금 다른, 그가 아주 주관적으로 정하는 기준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

그 기준에 충족되는 영웅의 수는 일본에서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숫자에 방금 유지한이 추가되었다.

“잠깐! 그 검은 뭐지?”

와타나베는 유지한의 허리춤에 걸린 검, 큐디에 관심을 드러냈다.

검집에 꽂혀있었음에도 범상치 않은 검이라는 걸 눈치챈 것이었다.

유지한이 직접 큐디를 뽑아서 날을 보여주자 그는 놀랍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름답군.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고, 아주 괜찮은 검이야.”

“실제로 그렇습니다.”

“아티팩트인가? 제작자가 누구지?”

“남호열. 저희 전속 대장장이입니다.”

“남호열, 남호열…….”

검의 가치를 알아보고 눈을 빛내는 와타나베.

장비 수집에 관심이 많은 그는 실력 있는 대장장이들을 좋아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꼭 기억해두마.”

그리고 같은 시각.

공방에서 망치를 휘두르던 남호열은 오싹함을 느꼈다.

*****

카를렘으로 향하는 마지막 영웅들까지 회의실에 합류한 이후 모든 빈자리가 채워졌다.

사람이 꽉 찬 회의실에는 한동안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수준 높은 영웅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는 드문 만큼 서로 간의 교류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았다.

“요시키! 회의가 끝나면 술집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기왕이면 간장게장과 한국의 전통 막걸리를 먹어보고 싶군.”

술고래라고 알려진 와타나베가 유지한의 옆자리에서 입맛을 다시는 가운데.

영웅부의 양지철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출발 전까지 카를렘 원정대를 담당하게 된 양지철이라고 합니다. 회의가 끝나기 전 명함을 나눠드릴 테니 앞으로 이세계와 관련된 모든 문의는 저에게 해주시면 됩니다.”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그는 영웅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가 자신의 담당 직원임을 알고 있던 유지한은 손뼉을 치며 작게 미소지었다.

이전에는 영웅부 차관의 눈에 들어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더니만.

지금의 양지철은 장관의 눈에도 들어온 덕분에 영웅부의 중요한 행사마다 빠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와타나베 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야! 양지초르라고 했나?”

“네. 거두절미하고, 지금부터 여러분께 영웅부의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띡!

양지철이 리모콘을 동작하자 미리 준비되어 있던 빔프로젝터의 화면에 영상이 떠올랐다.

간략한 그림 설명과 일정이 적혀있는 문서였다.

“앞으로 7일 뒤 차원의 경계라는 특수한 장소를 통해 여러분은 카를렘으로 이동하실 겁니다.”

“그 경계라는 곳은 안전한 건가?”

“안전 확인은 10번 이상 진행했습니다. 어떠한 위험이나 건강 따위의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양지철은 이세계로 가는 계획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 모두가 유지한이 영웅부에 전달해준 내용이었다.

다만 실제로 이세계로 가는 실험은 아직 진행하지 못했으니.

차원 이동이 이뤄진 뒤의 일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질문하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지구로 돌아오는 방법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겁니까?”

이세계 진출의 최대 문제점.

바로 이세계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방법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최종 인원으로 선발되고도 끝내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확실한 방법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음…….”

사실상 지구로의 복귀 일정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여행.

양지철의 대답에 불안감이 퍼지려던 그때, 유지한이 말했다.

“이세계로 가는 방법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오는 방법도 존재할 테죠.”

아주 단순명료한 대답이었다.

따지고 보면 막연한 기대감에 가까운 발언이었지만.

회의실의 가장 연장자인 와타나베도 그와 비슷한 생각인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침입자들은 허구한 날 지구로 넘어오는데 우리라고 못 할 건 없겠지.”

“동감입니다. 평생을 이세계에서 썩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요.”

“나도 동감이다. 느하하하! 너 태도가 마음에 드는구나!”

팡! 팡! 팡!

기분이 좋아진 와타나베의 손바닥으로 등짝을 두들겨 맞는 유지한.

실프는 그런 와타나베에게 소리쳤다.

—야! 내 계약자 좀 그만 건드려!

“넌 바람의 정령이었나?”

—그렇다!

“내가 정말로 아프게 때렸으면 네 계약자는 진작에 쓰러졌을 거다!”

실프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와타나베.

본의 아니게 거물급 영웅의 마음에 들어버린 유지한이었다.

‘와타나베 님의 기분이 오늘따라 좋아 보이시네.’

‘조금 질투가 나는군.’

와타나베의 파티원들은 그 모습을 무척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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