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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220화 (220/300)

220화. 모임 (2)

눈이 휘둥그레진 유지한이 물었다.

“저희 어머니를 알고 계세요?”

“기주는 내 고등학교 친구였어요.”

“아…….”

“어머, 세상에! 진짜 기주 아들이 맞구나!”

은퇴한 영웅이자 정령사인 문정희.

그녀는 유지한의 어머니와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에서 공부를 했던 친구였다.

그것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꾸준하게 연락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친한 친구.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그때 본 아기는 역시 지한 씨였어! 설마 이렇게나 훌륭하게 자랐을 줄이야…….”

문정희는 친구의 아들임이 확실해진 유지한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유지한을 만났던 건 그의 나이 2살이었던 때.

MA에서 시신조차 찾아내지 못한 그의 부모님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이었다.

“내가 너무너무 미안해요.”

“예?”

“항상 죽은 친구의 아들을 챙겨줘야지, 찾아가야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는데, 매번 핑계만 대면서 찾아가질 못했어요. 선배 영웅으로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유지한은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정희에게 손사래를 쳤다.

이제 와서 그녀에게 사과받을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기주가 살아있었다면 지한 씨를 대단히 자랑스러워했을 거예요.”

“……사실 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흐릿합니다. 너무 어린 시절의 일이라서.”

사진을 보지 않는 이상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아버지와 어머니.

유지한이 기억하는 가장 먼 과거는 고모의 옆에 바짝 붙어 다니던 때의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모님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더라도.

생전의 부모님을 기억하는 사람들만큼 슬픈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아! 저 옛날에 기주랑 찍은 사진 가지고 있어요. 보여줄까요?”

문정희는 자신의 휴대폰에서 사진첩을 열었다.

그녀의 휴대폰 속에 저장된 오래전 과거의 사진.

거기에는 박기주와 함께 찍은 사진 또한 저장되어 있었다.

‘엄청 젊다.’

나이가 많아봤자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박기주와 문정희가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시기상으로 보아 아직 유지한이 태어나기 전에 찍힌 사진이었다.

“지한 씨 사진도 있어요.”

“오.”

사진첩에는 하얀 아기 옷을 입은 유지한의 사진도 있었다.

유지한은 정말로 문정희를 만난 적이 있던 것이었다.

문정희는 사진과 현실의 그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지금 보니 눈매가 똑같네!”

“……그런데 이건 뭘까요?”

그때 유지한이 사진 속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목에 별 모양의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지한은 무심코 손을 자신의 목으로 가져갔지만.

지금 그의 목에는 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몽고반점이 아닐까요?”

문정희는 동양인 아기들의 몸에 흔히 존재한다는 몽고반점을 의심했다.

보통은 엉덩이나 등 따위에 생기는 것이지만 가끔은 팔이나 가슴 부근에도 존재한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유지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몽고반점이 저렇게 반듯하게 생기던가?’

안쪽이 검푸른색으로 채워진 육각성, 영어로는 헥사그램(Hexagram)처럼 생긴 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고 말하기에 그 점은 자로 대고 그린 것처럼 너무 반듯했다.

그리고 더 이상한 점이라면…….

‘왜 나는 저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유지한의 고모인 한서인은 유지한 일가의 사진첩을 집에 가지고 있었다.

사진첩은 전체의 절반조차 채워지지 않았지만, 유지한은 그것을 몇 번 펼쳐봤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저 별 모양의 점은 그 앨범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것이었다.

“……보다 보니 조금 이상하긴 하네. 이만큼 눈에 들어오면 물어봤을 법도 한데.”

문정희 또한 옛날의 자신이 직접 촬영했을 사진을 보고 기시감을 느꼈다.

지금 봐도 특이하게 생긴 점인데도 불구하고.

어린 유지한을 만났을 때는 저것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만난 김에 내가 가진 사진은 전부 보내줄게요.”

“아, 감사합니다.”

“잘 자라줘서 내가 더 감사하죠.”

문정희는 사진첩에 있던 박기주의 사진을 모두 유지한에게 전송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유지한의 연락처를 넘겨받게 되었는데.

잠시 우물쭈물하던 그녀가 유지한에게 말했다.

“정말 미안한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어떤 거요?”

“잠깐이라도 좋으니 내 딸이랑 통화를 해줬으면…….”

“선배님의 따님이랑요?”

“아니, 사실은 걔가 지한 씨 팬이라서…….”

문정희는 자신의 딸이 우연히 유지한 파티의 첫 영화를 접하고 유지한의 팬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정령사 모임에 그가 참석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밥을 먹다 사레가 걸릴 정도로 딸이 놀랐다고 했다.

“어렵지 않죠.”

유지한은 그녀의 요청을 가볍게 받아들였다.

그 직후 곧장 문정희의 딸과 영상 통화로 진행하는 단독 팬 미팅이 진행되었다.

—흑흑! 너무 기뻐요!

2만 명이 넘게 가입한 공식 팬카페.

그곳에서도 우수회원이라는 그녀는 유지한과 대화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머니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참 눈물이 많은 모녀였다.

“어머니 정말 훌륭하신 분입니다. 앞으로도 어머니 말씀 잘 들으시고요.”

—네, 네! 감사합니다! 엄마도 고마워요!

시간 관계상 영상 통화는 2분 만에 짧게 종료되었다.

딸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어 어깨가 올라간 문정희는 유지한에게 감사를 표했다.

“선배님. 혹시 저희 아버지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나요?”

“음……. 몇 번 만나보긴 했지만, 굉장히 신사적인 분이었다는 것만 기억이 나네요.”

“그렇군요.”

유지한의 아버지와는 큰 접점이 없는 문정희였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지인인 만큼 아버지의 이야기까지 기대할 수는 없을 터.

다만 그녀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이 말했다.

“아! 기주가 저한테 말해줬던 건데, 남편에게는 아주 절친한 친구가 있다고 들었어요.”

“절친한 친구요?”

“매주 1번씩은 만나는 사이라고 했어요. 기주와도 꽤 친한 것 같았고.”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사람이 혈연관계도 아닌 지인을 매주 1번씩이나 만날 정도라면 보통 친한 인물은 아닐 터.

하지만 유지한의 기억 속에 그런 인물은 없었다.

그만큼 친한 사람이었다면 유지한에게 몇 번 찾아왔을 법도 한데 말이다.

*****

다시금 재개된 정령사 모임에서는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흘러나왔다.

시간대를 나누어서 몇 시간 동안 길게 진행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임이었다.

정령사들이 전부 정령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만큼.

유지한으로서는 허투루 빼놓을 정보가 없었다.

‘왜 도하 씨가 초대해줬는지 알겠군.’

단순히 정령사끼리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었다면 지루했을 텐데.

이 모임의 정령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곳에 초대해준 윤도하에게 감사를 느끼는 유지한이었다.

—짜식들아! 이제부터 내가 짱이다!

“신입이 판을 뒤집었다!”

—새로운 강자의 탄생인가.

—오늘부터 바람 정령 1짱은 실프 님이시다!

“실프! 실프! 실프!”

실프는 정령들 사이에서 대체 무슨 짓을 벌였는지.

같은 바람 속성의 정령 중에서 매우 높은 인물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었다.

—우히!

정령들의 헹가래를 받는 실프를 보며 유지한이 황당해하는데.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령사들은 말했다.

“역시 보통 정령이 아니었군요.”

“벌써 서열을 정리할 줄이야…….”

“놀라운 기록입니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로는 같은 속성의 정령들이 한데 모이면 서열을 정리한다는 모양이었다.

오늘 신입으로 들어온 실프는 단 하루 만에 가장 꼭대기 서열에 올라간 셈이었다.

“서열을 뭘로 정하는 건데요?”

“마력입니다.”

직접 부딪히며 싸우기보다는 일정량의 마력을 이용하여 서로 간의 서열을 정한다는 정령들.

그에 유지한은 최근에 실프가 흡수 중인 드리미움의 마력을 떠올렸다.

아마도 서열 정리에도 그것이 영향을 끼쳤으리라.

“유지한 씨께서는 도하 님이 카를렘에 계실 거라고 하셨죠.”

“카를렘…….”

“흐음…….”

이세계의 이름이 언급되자 정령사들은 침음을 흘렸다.

이종족들이 말로 전달한 이야기 외에는 제대로 밝혀진 게 없는 미지의 세계.

“저는 조만간 영웅부의 계획에 따라 카를렘으로 이동할 계획입니다.”

“정말입니까?”

정령사 모임에서도 이세계에 흥미를 드러내는 사람은 많았지만.

자신이 직접 이세계로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잘 알지 못하는 것만큼 두려운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유지한은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세계의 정령들과 만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건 좀 흥미롭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어느새 어엿한 정령사 모임의 멤버로 인정받은 유지한이었다.

*****

—세상이 좁긴 좁은 모양이구나.

정령사 모임이 끝나고 유지한은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임에서 어머니의 친구를 만났다는 소식에 그녀는 꽤 놀란 눈치였다.

—오빠의 친구가 궁금하다고?

“한번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유지한은 고모에게 아버지의 교류가 많았다는 친구에 관해 물었다.

아버지의 동생인 그녀라면 무언가 알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그녀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을 뿐.

그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못했다.

—시간 날 때 알아보마.

“천천히 하셔도 돼요.”

간단한 안부 인사와 함께 마무리된 통화.

지나가는 택시에 탑승한 유지한은 이내 집으로 향했다.

중년의 택시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에는 라디오가 재생되고 있었다.

—최근 영웅부가 이세계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운데요!

—영웅부는 국적과 소속에 연연하지 않고 전세계의 모든 영웅에게 지원을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두근두근! 과연 누가 이세계행 티켓을 얻게 될까요?

—오늘은 그 티켓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영웅들을 뽑아봤습니다!

라디오의 주제는 얼마 전 발표된 영웅부의 이세계 진출.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보유한 라디오 DJ는 이세계로 갈 만한 파티나 영웅들의 이름을 1개씩 나열했다.

—유지한 파티!

“…….”

—원정대의 스타를 빼놓을 수 없겠죠!

초반에 이름이 언급된 유지한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운전 중인 택시 기사도 그의 얼굴을 알아본 것인지 옆을 조금씩 힐끔거리고 있었다.

—독일의 주리안 와이스.

—미국의 리암 켈리.

—일본의 와타나베 요스케!

—중국의 리우잉도 참여 의사를 드러낸 가운데…….

…….

…….

김현태 파티나 길드장을 잃은 거대 길드의 영웅들.

혹은 소셜 미디어 따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세계 진출에 흥미를 내비친 해외의 영웅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이름은 하나같이 이름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저 사람들이 전부 한국에 모인다는 건가.’

평소에는 3명 이상 모이기도 힘든 거물들이 한국으로 모인다.

그들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이세계로 가는 걸 원한다는 것.

‘폭풍이 불겠군.’

유지한은 휴대폰으로 남호열이 매일 밤 보고해주는 장비 제작 현황을 살폈다.

조만간 한국에 불어닥칠 커다란 폭풍.

그 폭풍에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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