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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202화 (202/300)

202화. 귀환 (2)

“유지한 씨!”

“김시후 씨!”

민유리는 앞으로 몰려드는 취재진을 보며 매우 난감해했다.

일일이 대답하기에는 그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다 우리 파티 때문에 찾아온 거라고?’

입을 다물고 있는 유지한 파티에게 뭐라도 말을 해달라는 듯한 표정의 기자들.

유지한은 자신의 입술 앞으로 휴대폰이나 마이크를 들이미는 그들을 바라봤다.

“유지한 씨!”

“유지한…….”

“여러분! 잠깐만 조용히 해주세요.”

소란을 참다못한 유지한은 입술 위에 검지 손가락을 올리며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웅성거리던 기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갔다.

끝내 영웅부 앞에서 조용한 침묵이 찾아오고서야 유지한은 검지를 내렸다.

그가 이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희가 이제 막 전투를 끝내고 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달려드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현재 상황 짧게 설명해주실 분 계십니까?”

“제,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한 여성 기자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유지한은 그녀를 지목하며 말했다.

“다들 왜 여기 모여계신 겁니까?”

“원정에 나섰던 유지한 파티가 서울로 돌아온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아니, 그전에. 여러분이 왜 저희를 찾는 건데요?”

“앗! 그걸 모르시는구나. HST 스튜디오에서 유지한 파티의 이번 원정을 다룬 영웅 영화를 공개했습니다.”

기자는 유지한 파티의 영화가 재생되는 휴대폰 화면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상영 시간만 무려 4시간이 넘어가는 영화였다.

하성태가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원본 영상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빠르게 편집한 것이리라.

“그 영화가 공개된 지 불과 몇 시간 사이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전세계요?”

“네! 그것도 실시간으로요!”

유지한, 민유리, 김시후는 입술을 동그랗게 벌렸다.

갑자기 너무 많은 관심이 모여든 것 같아서 의아했는데.

전세계의 관심이 쏠릴 정도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효과 죽이네.’

미리 영상을 건네준 효과가 매우 크게 작용한 모양이었다.

원정과 관련된 정보가 거의 풀리지 않은 상황에 어느 정도 다듬어진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풀어버렸으니.

이번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은 전부 다 그걸 찾아보고 있으리라.

“질문 좀 받아주세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저희가 정신이 없어서요.”

“아…….”

“하지만 이것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 또한 영웅의 역할일 터.

유지한은 이 자리에서 가장 커다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잔당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저희는 이번 사태를 일으키는데 주축이 된 이세계인을 퇴치했습니다.”

“그 말씀은……”

“이번 원정은 우리 원정대의 승리입니다.”

“……!”

파바바바바밧—!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터져 나오는 플래시들.

가만히 카메라를 바라보던 유지한은 영웅부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정장 차림을 한 영웅부 소속 영웅들이었다.

“기자분들은 옆으로 물러나 주세요!”

“유지한 파티! 어서 오십시오.”

유지한 파티를 맞이하는 정장의 남성.

김시후가 그의 얼굴을 보고서 말했다.

“아, 혹시 4급 대련 심사에서?”

“알아보시네요. 오랜만이죠?”

“네!”

그는 유지한 파티가 4급으로 승급할 당시 대련 심사관을 맡았던 방윤식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 그가 유지한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이쪽은 해피 타임의 힐러 이동길, 나머지는 이세계인들과 IUPC의 간부입니다.”

“……대단하시군요. 저놈들은 저희가 가둬두겠습니다.”

“맨 앞에 있는 여성은 함부로 다루지 마세요.”

“그 이유는요?”

“제가 직접 선처를 요청할 사람입니다.”

유지한은 구속된 이세계인 중에서도 제리를 콕 집어 가리켰다.

그러자 제리는 그에게 한쪽 눈을 감으면서 윙크했다.

여전히 여유가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칠라에게는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펫 전용 치료실로 모시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저를 따라오시죠.”

“잠깐만요!”

“질문 하나만 더……!”

“어허! 피곤하신 분들 붙잡지 맙시다!”

옆에서 기자들을 막아서는 사이.

칠라는 치료실로 옮겨지고, 유지한 파티는 방윤식을 따라 영웅부 건물로 진입했다.

처음부터 외부인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선 덕분에 문이 닫힌 뒤에는 매우 조용해졌다.

“오셨군요!”

안에서는 양지철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 앞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그는 유지한의 양손을 꽉 붙잡았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예. 이번에는 고생 좀 했네요.”

“일단 다들 치료실로 가시죠! 이야기는 그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치료실이요? 체력이 떨어진 것 외에 큰 상처는 없습니다만.”

“여러분의 건강 상태를 보고하라는 특별 지시 사항이 내려왔습니다.”

“누가 그런 지시를…….”

“여러 높은 분들께서 여러분께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영웅부 및 정부 고위층에서는 유지한 파티를 주시하고 있었다.

영화를 통한 인지도 상승부터 실제로 이번 원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이었던 만큼.

이들의 몸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여기는 것이었다.

‘특별 대접인가.’

뭐든 간에 신경을 써주는 행동이었기에.

유지한은 썩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이쪽입니다. 들어가시죠.”

양지철을 따라 이동하여 도착한 치료실.

그런데…….

“왔군.”

“헉!”

치료실에는 휠체어에 탑승한 남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장선 양지철은 그를 알아보고서 자리에 멈춰 섰다.

“장관님!”

다름 아닌 그가 건강 문제로 요양에 들어갔던 영웅부 장관 조두진이었기 때문이었다.

외부활동을 모두 중단한 그가 영웅부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거지는 3달 만의 일.

비서가 휠체어를 앞으로 밀자 조두진의 몸이 유지한과 가까워졌다.

“자네가 유지한이군.”

“맞습니다.”

“…….”

조두진은 유지한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유지한 또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교과서랑 뉴스에서만 봤었는데.’

커다란 몸의 골격과 휠체어에 타고 있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날카로운 기세.

중년에 가깝게 나이가 들었음에도 눈빛에 담긴 힘은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

그가 퇴역 영웅이자 현재 영웅부의 수장이라는 것에 무심코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였다.

“자네들의 영화도 조금 봤고, 밑에서 올라온 보고도 전해 들었어. 영웅부의 장관으로서 그 노고에 정말 감사하네.”

“예. 하지만 상황이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가 사라졌다는 건 사실 아닌가?”

“그건 그렇죠.”

“그 중심에는 자네들이 있었고.”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조두진은 입가에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

뛰어난 후배 영웅들을 만나 기뻐하는 것이었다.

“쿨럭! 쿨럭!”

“장관님.”

“아아, 괜찮네.”

조두진의 입에서 거친 기침이 튀어나오자 비서가 손수건을 건넸다.

아직 그의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

오로지 유지한 파티를 만나기 위해 외출을 감행한 그였다.

목을 가다듬은 그가 다시 유지한을 향해 말했다.

“이번 원정에 참여한 영웅들에게는 그에 마땅한 보상이 주어질 거야.”

“알겠습니다.”

“자네들에게 반드시 최고의 보상을 약속하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후! 아주 좋은 자세야.”

유지한은 기분 좋게 씩 웃어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웅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직접 좋은 보상을 약속해준다는데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받고 싶은 건 없나?”

“저희야 가능한 많은 돈을 받으면…….”

“어허, 돈이야 당연히 지급될 거고! 평소에 갖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물건이 있었다면 한번 말해보게. 아티팩트나 귀한 영약들을 요구해도 좋아.”

“정말입니까?”

“그럼, 내가 자네한테 거짓말을 하겠나?”

매우 구하기 힘든 물건을 요구해도 덥석 넘겨줄 것 같은 분위기.

양지철은 대답을 기다리는 조두진을 보며 경악했다.

조두진이 장관이라는 자리에 오른 이래.

개인에게 이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을 건네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몇 개까지 요청해도 됩니까?”

“들어보고 결정하겠네. 내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여러 개를 가져갈 수도 있다는 거군요.”

“너무 과한 요구가 아니라면.”

과하다는 것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씀씀이가 커 보이는 조두진 장관이라면 적정선까지는 너그럽게 봐줄 것 같았다.

“이건 형이 결정하시는 거로 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민유리와 김시후는 유지한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겼다.

그가 뭘 요구하든 불만을 가지지 않을 셈이었다.

‘평소에 갖고 싶었던 거라…….’

유지한은 조두진의 양해를 구한 뒤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갑자기 이런 제안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짧게나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영웅부가 보유한 물건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지.’

한국에서 가장 좋은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는 건 거대 길드일 테지만.

영웅부에서 보관 중인 아티팩트 또한 그에 못지않을 만큼 훌륭할 터였다.

왜냐하면 매년 할당받는 국가 예산으로 세계의 경매 시장에 참여하여 아티팩트나 영약 따위의 물건들을 구매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구매한 물건들은 향후 더 비싼 값으로 되팔 때도 있고.

영웅부 소속 영웅들에게 지급하거나 대여라는 형식으로 민간 영웅들에게 빌려줄 때도 있었다.

‘역시 아티팩트를 달라고 할까?’

아티팩트 중에서도 고가로 취급되는 건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신체 능력이 크게 상승하는 종류다.

대부분의 영웅들이 선호하고 아무리 못해도 최소 억 단위에 달하는 아티팩트들.

장관의 지시라면 그것들을 받아갈 수도 있겠지.

앞으로 다른 아티팩트를 제작할 남호열에게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었다.

‘영약도 괜찮을 거 같은데.’

단 한 번의 섭취만으로 상당한 효과를 체감했던 괴삼.

청영사에서 받았던 6년근 괴삼보다도 좋다고 알려지는 영약을 요청한다면.

지금보다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아니야.’

이런저런 물건들을 후보에 올려두고 고려하던 유지한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귀한 아티팩트나 영약들은 어차피 돈과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물건들.

그에 비교해 이번 조두진의 제안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법한 기회였다.

만약에 다시금 이세계인들이 한국을 위협하는 사태가 찾아오고.

거기서 활약하는 것이 또 유지한 파티가 된다고 한들 지금 같은 제안은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생각하자.’

돈으로는 구하기 힘든 것.

영웅부의 장관이라고 하더라도 넘겨주기가 망설여질 정도의 물건.

그러면서도 사실 영웅부의 창고에서 사라져도 상관은 없는 것.

“정했습니다.”

“말해보게.”

“드리미움(Dreamium)을 받고 싶습니다.”

“……!!”

꿈의 금속이라고도 불리우는 드리미움.

그 어떤 방법으로도 가공이 불가능하여 영웅부에서도 20년 넘게 보관 중인 물건.

마음을 정한 유지한은 한국에 단 1개만 존재한다는 그것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조두진과 그의 휠체어를 잡은 비서마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지한의 옆에 있던 민유리, 김시후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입을 떡 벌렸다.

“지한 씨!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닌지.”

“장관님께서 거부하셔도 이해하겠습니다.”

상대가 거부할 것을 미리 감안한 요청.

조두진은 유지한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걸 원하는 이유가 있나?”

“제가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인가?”

“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뱉은 즉답.

요청할 수 있는 물건 중에서도 가장 귀한 걸 요청하는 만큼.

자신감을 보여주어야 넘겨받을 수 있으리라.

‘엄청난 무기가 탄생할지도…….’

만약 새로운 장비에 드리미움을 사용할 수 있다면.

최상급 아티팩트조차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껏 그런 말을 했던 사람들은 죄다 포기했었어.”

“활용하지 못한다면 다시 반납하는 조건이라도 좋습니다.”

반납이라는 조건까지 내걸자 조두진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침묵했다.

한 2분쯤 그러고 있었을까.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청을 받아들이지.”

“감사합니다.”

허락을 따낸 유지한은 슬며시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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