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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201화 (201/300)

201화. 귀환

“죽었군요.”

“별것도 아닌 놈이었네.”

김시후와 임시연은 시체가 된 리우스를 내려다봤다.

이번 계획을 위해서 오랜 기간 달려왔을 남자의 죽음.

일방적으로 구타당해 죽었다는 대장도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이런 방식으로 죽을 줄 예상이나 했었을까.

생각보다는 허무한 결말이었다.

‘어쩌면 저게 내 미래였을지도 몰라.’

김시후는 저 차디찬 바닥에 눕는 게 얼마든지 이세계인이 아니라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단 한 사람, 유지한이 없었다면 말이다.

저들의 행동으로 향후 피해를 볼 사람들을 고려할 때.

유지한은 수많은 인명을 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보다 저건 어때?”

“흐음…….”

“으으음?”

김시후와 임시연.

속박에서 풀려난 두 명의 마법사는 넓은 벽과 스크롤에 새겨진 마법진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이세계에서 지구로 넘어오는 차원 마법이라는 말에 흥미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마법진을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구나, 라는 느낌? 기껏해야 마공학 기계에 쓰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주 흥미로운 설계예요! 이런 쓰임새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완전히 이해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거 같네.”

당장으로서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마법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마법인 만큼 상세한 조사가 필요했다.

유지한은 마법진을 꼼꼼하게 살피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촬영본이 있으면 이 마법진들은 다시 재현할 수 있는 거지?”

“맞아.”

“그렇다면 여기 있는 것들은 다 없애버리자.”

“엇, 그건 조금 아까운데요.”

“이곳에 내버려 두기에는 위험해.”

마법진 1개당 1명씩만 잡아도 무려 1000명 이상의 침입자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물.

연구를 위한답시고 남겨두기에는 위험성이 너무나도 컸다.

“마법 스크롤은 조금씩 잘라서 가져가죠.”

“마음대로 해.”

유지한은 남은 뒤처리를 마법사들에게 맡긴 뒤 공간 왜곡을 빠져나왔다.

김현태에 의해 무너진 전망대 앞에는 팔다리를 묶인 이세계인들이 하나 같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대장과 부대장 격이었던 리우스마저 당해버리자 희망을 잃고 무너져내린 것이었다.

“이놈들을 여기서 죽이지 말자고?”

“어차피 구속되는 즉시 사형이 구형될 거야. 가능하면 영웅부의 체면도 살려줘야지.”

사로잡은 이세계인들을 모두 영웅부로 넘긴다면.

영웅부는 언론에 사진 자료를 뿌리는 등 여러 방식으로 자신들의 성과를 알릴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영웅부의 체면을 살리는 것을 뛰어넘어 시민들에게 안정을 가져다주는 소식이 될 것이기에.

유지한은 살아남은 이세계인들을 현장에서 즉시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

“쯧. 그놈의 영웅부는 무슨…….”

김현태는 대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불만이 있는 듯한 그의 태도에 유지한이 말했다.

“너 항상 1급으로 올라가고 싶어 했잖아.”

“그건 갑자기 왜?”

“저놈들을 넘겨주는 조건을 달아 승급에 가산점을 요구해볼 수 있겠지.”

“……크흠! 뭐, 그건 꽤 나쁘지 않을지도.”

1급이라는 말에 김현태의 귀가 쫑긋거렸다.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야지.’

이번 일로 유지한 파티에도 적지 않은 보상이 주어질 터.

기껏 고생을 했으니 보상이라도 착실히 챙겨 가자는 것이 유지한의 뜻이었다.

그가 이내 몸을 돌려 민유리를 바라봤다.

그녀는 이동길과 함께 의식이 사라진 칠라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동길아. 칠라는 좀 어때?”

“숨은 잘 쉬고 있어. 회복 마법은 걸어뒀고.”

고르게 숨을 쉬며 잠을 자는 칠라.

그나마 건강에 큰 적신호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다른 이세계인들과 함께 묶여있는 제리는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괜찮을 거라고.”

“네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다 망해버린 마당에 이제 와서 거짓말을 왜 해?”

“…….”

유지한이 차원의 경계로 납치되었던 시각.

실프가 적대하지 않았던 유일한 이세계인 제리.

유지한은 실프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지만.

——그냥? 괜찮을 것 같더라고!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정령의 감이라는 걸까.’

제리는 리우스를 비롯한 아제시아의 동료들을 돕지 않고 뒤에서 방관했다.

그녀가 행동에 나섰다면 일이 크게 틀어질 수도 있었겠지.

그에 유지한은 말했다.

“네 선처는 고려해볼게.”

“오오? 역시 우리 자기밖에 없다니까!”

“단, 사형을 피할 수 있다는 확답은 못 해.”

“그러면 선처 대신 키스는 안 될까?”

유지한은 입술을 앞으로 쭉 내미는 제리를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놈의 입술 박치기를 왜 그리도 원하는 것인지.

“정말로 그걸 원해?”

“당연하지!”

“그래, 그럼.”

“……!”

묶여있는 제리의 앞으로 유지한이 거침없이 걸어갔다.

갑자기 과감해진 그의 행동에 제리가 흠칫 놀라는 순간.

유지한은 그녀와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눈 감아.”

“넷.”

제리가 양쪽 눈을 감아버리자.

유지한은 자신의 입술을 대신하여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 위로 포갰다.

“읍?!”

“이걸로 만족해라.”

딱!

제리의 이마에 딱밤을 날린 유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면 제리는 아주 멍한 눈빛으로 민유리에게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앗! 자기야, 잠깐만!”

*****

콰직!

유지한은 제리의 도움으로 넓은 범위에 방해 신호를 퍼트리는 도구를 파괴했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지구에서 아티팩트라고 불리는 것과 같다는 모양이었다.

“목포와 고흥, 여수에도 하나씩 숨겨져 있으니까 따로 파괴해야 할 거야.”

“이런 건 어떻게 만들었지?”

“아제시아에서 가져온 물건을 대장님이 지구에 맞게 개조한 거야.”

“아주 재능이 넘치는 양반이었구만.”

아제시아 재건을 포기하고 지구에 스며들었더라면 상당한 인재가 되었을 텐데.

그 재능이 넘치는 사람을 주먹으로 두들겨 패버린 유지한은 아쉬움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오! 휴대폰이 동작해요!”

“신호가 한 칸 밖에 안 되네.”

“그거라도 어디야.”

순식간에 휴대폰으로 빠져드는 사람들.

배터리가 완전히 떨어진 이들은 다른 사람 옆으로 붙어서 인터넷을 구경했다.

“어? 지한이 형! 저희 영화 공개됐다는데요?”

“뭐라고?”

영상을 넘겨준 지 얼마나 됐다고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말인가.

정말 미칠 듯이 빠른 작업 속도였다.

소식을 접한 유지한은 곧장 영웅 영화를 상영하는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아쉽게도 직접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다.

“쟤네 벌써 영화가 나왔대.”

“이렇게나 빨리?”

“설마……. 그때인가?”

유지한 파티처럼 영화를 촬영중이었던 김현태 파티는 탄식했다.

설마 그들이 이렇게나 빨리 영화를 공개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이 유지한보다 한발 늦었다는 사실에 김현태는 속으로 분을 삭였다.

그 덕분에 애꿎은 카메라맨만 그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전화는 아직 안 되는 것 같아요.”

“이동하다 보면 되겠지. 칠라는 옮길 수 있겠어요?”

“수레에 실었으니 문제없어요.”

“……저 사람은 어떡해?”

이동길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정영욱을 가리켰다.

그에 유지한은 조금 착잡한 마음으로 김시후를 바라봤다.

‘친구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는 정영욱이 마지막에 뱉은 말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도저히 김시후의 친구라는 사람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폭언이었다.

“……여기 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데려가야죠.”

김시후의 뜻으로 정영욱은 칠라와 함께 커다란 수레에 실렸다.

그리고 차근차근 이동할 준비를 하던 그때.

김현태가 입을 열었다.

“우린 차를 타고 이동할 거다.”

“여기서 찢어져야겠네.”

“사로잡은 이세계인 절반은 우리가 데려간다.”

“그렇게 해.”

“…….”

김현태는 가만히 유지한을 바라봤다.

해남에서 재회했을 때보다는 훨씬 더 얌전해진 분위기.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편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유지한.”

“왜.”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여전히 널 인정할 수 없어.”

“그래서? 어쩌라고.”

“향후에는 다시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군.”

“동감이야. 너무 피곤하더라.”

“흥!”

콧김을 짧게 뿜어낸 김현태는 몸을 홱 돌렸다.

황준호와 임시연은 유지한을 힐끔거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우, 우리 현태 형님한테 감사하라고!”

해남에서 온종일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던 김강우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지 버럭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유지한은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나중에 또 봐.”

“응.”

이미아의 짤막한 인사와 함께 김현태 파티가 점점 멀어져갔다.

유지한이 마지막으로 그들과 헤어질 때는 억울하고 격한 심정이었는데.

지금은 떠나가는 그들을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앓던 이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두 번은 못 해 먹겠다.’

7년씩이나 호흡을 맞춰왔다고 해도.

다시금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김현태와는 함께하기 힘들 것 같았다.

“지한 씨! 저희도 출발해요.”

“예. 갑시다.”

유지한 파티는 임민수와 제리를 비롯한 이세계인들까지 실린 수레 2대를 끌며 땅끝에서부터 위로 올라갔다.

빙 돌아가지 않고 잘 다듬어진 길을 이용하자 수레를 끌고 있음에도 이동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이미 이동한 모양이군.’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해남군청에 도착.

그 근처에는 한바탕 전투를 치른 흔적이 보였다.

자리에 남아있던 이들이 몬스터를 뚫어내며 이동한 것이었다.

“곳곳에 퍼져 있는 이세계인들은 어떡하죠?”

“그건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을 겁니다.”

대장을 비롯한 엘리트 집단이 무너지고 커다란 계획들이 어그러진 이상.

살아남은 이세계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몇 개 없었다.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한국 사회로 숨어드는 정도가 최선이리라.

*****

쾅! 쾅!

쿠르르릉!

“죽어라!”

“으하하하!”

원정대와 IUPC의 격돌.

아직 이세계인들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IUPC 회원들은 영웅들을 공격하기에 바빴다.

자신들이 서울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세뇌된 것이었다.

“지들이 이미 패배한 것도 모르고……!”

그에 맞서는 원정대원들은 차를 타고 이동해온 김현태 파티 덕분에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이대로 소모전을 계속하면 결과는 당연하게도 원정대의 승리였다.

그런데 전투가 한창이던 그때.

하늘 위로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몬스터들이 있었다.

“뭐야!”

“비행형 몬스터가 아직도 남아있었어?”

흠칫 놀란 원정대원들은 공격을 준비했지만, 이내 주변의 제지로 그만두었다.

모든 새들의 몸에 테이밍이 된 펫의 표식이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새를 보내주네…….”

그 위에 탑승한 다름 아닌 유지한 파티였다.

유지한이 양지철과의 통화에 성공한 즉시 빠른 이동을 위한 전용 차량을 부탁했더니.

양지철은 한술 더 떠서 긴급 구조 따위에 투입되는 테이머를 보내왔다.

등에 태우기 힘든 칠라는 새들이 발톱으로 붙잡은 그물망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저기, 영웅부로 가는 겁니까?”

“맞습니다!”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영웅부 서울지부.

양지철을 비롯한 위기대응팀이 머무는 장소였다.

“내려가겠습니다!”

그리고 약 2시간가량의 비행을 거쳤을 무렵.

유지한의 시야에 높은 건물이 가득한 서울의 풍경이 비쳤다.

영웅부에 가까워지자 테이머는 천천히 고도를 낮췄다.

“사람이 되게 많네요?”

민유리는 영웅부 건물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노트북이나 커다란 카메라 따위를 들고 있는 그들 대부분은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들인듯했다.

원정과 관련된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게 영웅부인 만큼 언론에서 몰려드는 건 당연한 일.

“내려온다!”

“이 멍청아, 빨리 찍어!”

“저게 칠라인가?”

“마이크 준비됐지?”

그들은 하나같이 영웅부 앞으로 내려오는 새들을 올려다봤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한 유지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들이 한 명씩 땅으로 내려올 때.

“여러분! 드디어 꿀잼의 유지한 파티가 영웅부에 도착했습니다!”

파바바바바밧!

그들을 둥글게 에워싼 카메라로부터.

밝은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유지한 씨! 이 사태는 정말로 이세계인들이 일으킨 게 확실한 건가요?!”

“민유리 씨! 이번에 공개된 영화가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데…….”

“김시후 씨!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족에 관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한 말씀 부탁드리겠…….”

“유지한 씨! IUPC에서 조종한다는 몬스터가…….”

“유지한 씨! 주사위의 박재경 씨와는 무슨 관계…….”

“김시후…….”

…….

…….

…….

수많은 이들의 외침이 뒤섞이고 뒤섞여.

차마 다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이 만들어졌다.

‘뭔데…….’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으로 그 중심에 서게 된 유지한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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