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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86화 (186/300)

186화. 만남 (2)

유지한은 경계병의 안내를 받아 청사 내부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더 넓은 건물 안쪽에서 파티원들은 카페 앞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유지한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왔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친 곳은 없어?”

“전혀. 말짱해.”

유지한은 팔을 흔들어 보이며 남호열이 만들어 준 팔찌를 과시했다.

잘 도망쳐 왔다고 알려 주는 것이었다.

“언제 도착한 거야?”

“20분 전에요.”

일행이 별 탈 없이 무사히 도착했음을 확인한 유지한은 한시름을 놓았다.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지한이 형! 죄송한데 저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래.”

갑자기 김시후가 유지한에게 개인 면담을 요청했다.

거기에 응한 유지한은 김시후를 데리고 다른 파티원들과 조금 거리를 벌렸다.

둘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 들리지 않게끔.

“그거 들으셨어요?”

“그거라면……. 김현태 파티가 여기 있다는 거?”

“……!”

유지한이 먼저 김현태 파티를 언급하자.

김시후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이미 들으셨네요.”

“바깥에서 경계 서던 사람이 말해 줬어.”

“……어떡하실 거예요? 형을 찾고 있다는데.”

“그쪽 사람들이랑 만난 거야?”

“아뇨. 여기서 처음 만난 사람들한테 제 소속과 형이 여수 원정대의 대장이라는 것만 먼저 전달했어요.”

김시후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유지한을 바라봤다.

그는 김현태 파티와 유지한과의 복잡한 관계를 알고 있는 소수의 인원 중 한 사람.

옛 동료들을 마주친다는 것이 유지한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걸 걱정하는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유지한은 담담하게 반응했다.

어차피 영웅계에서 지금처럼 눈에 띄게 활동하는 이상.

김현태 파티를 마주치는 건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다.

그저 이번 사태로 인해 만남이 앞당겨졌을 뿐.

“유지한 파티?”

그때 한 여성이 유지한에게 말을 걸어왔다.

“유지한 파티의 파티장 되세요?”

“맞습니다.”

“동시에 여수 원정대의 리더라고 하셨고요.”

“그것도 맞아요.”

“…….”

몹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유지한을 위아래로 바라보는 여성.

해남군청의 영웅부 핫라인을 통해 사전 확인을 끝냈을 텐데도.

3급에 불과한 파티가 리더를 자처하는 것이 썩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예의가 없구만.’

사람을 면전에서 이리 기분 나쁜 눈으로 바라보다니.

고흥에서 유지한에게 시비를 걸었던 사람처럼.

그다지 오래 상대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잠깐 저를 따라오세요.”

“예. 파티원들과 함께 이동하겠습니다.”

“아뇨. 유지한 씨만 따라와 주세요.”

“……?”

혼자서만 따라오라는 지시에 유지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왜죠?”

“김현태 님께서 그렇게 요청하셨습니다.”

김현태의 요청이라.

그것이 ‘요청’일지 ‘요구’일지는 모르겠지만.

김현태가 대화에서 어떤 분위기를 가져가고 싶어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그렇게는 안 되지.’

혼자서 가도 딱히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유지한은 그의 뜻을 따라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대화는 거부하죠.”

“……네?”

유지한의 대답에 여성이 순간 벙쪘다.

뒤이어 그녀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대화를 거부하겠다고요?”

“지금 서로 정보가 필요한 거 아닙니까?”

“그렇죠.”

여수에서부터 고흥을 거쳐 해남까지 진출해 온 유지한 파티.

그들이 무슨 사정으로 지역을 횡단했는지 이곳 사람들을 알 수 없을 터였다.

반대로 유지한 또한 이세계인들 때문에 고흥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 입장.

서로 정보를 원하는 처지라고 볼 수 있었다.

“저보고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필요하면 그쪽에서 먼저 찾아오라고 하세요.”

“…….”

나를 함부로 무시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선언.

잠깐 유지한을 노려보던 여성은 몸을 홱 돌려 건물 안쪽으로 이동했다.

김시후는 그녀의 등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너무 까칠하신 거 아니에요?”

“저쪽이 원하는 대로만 맞춰 줄 수는 없지.”

이것은 일종의 정보 거래.

유지한 파티와 해남 원정대 중에서 누가 더 중요한 정보를 들고 있는지는 구태여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또 김현태가 개입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지.

유지한은 자신이 먼저 기싸움에서 지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원하신다면 파티원 분들과 함께 오셔도 좋다고 합니다.”

약 10분 후.

유지한에게 다시 찾아온 여성은 조금 전보다 더 정중하게 말을 내뱉었다.

고개를 끄덕인 유지한은 파티원들을 이끌고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사무실로 보이는 공간에 들어선 순간…….

유지한 파티는 김현태 파티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

“…….”

날카로운 눈으로 말없이 유지한을 째려보는 미남.

벽에 커다란 대검을 기대어놓은 그는 김현태 파티의 파티장인 김현태였다.

그 옆으로는 탱커 황준호와 마법사 임시연이 대기했다.

‘똑같군.’

그들의 외견은 유지한이 꿈속에서 본 가짜들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무의식이 만들어 낸 외모가 현실의 것과 완전히 똑같다니.

자신의 기억력에 새삼 감탄하는 유지한이었다.

한편, 이미아는 임시연의 옆에 서서 가만히 유지한의 얼굴을 주시했다.

‘엄청 반가워하네.’

겉으로 티를 잘 내지 못할 뿐이지.

유지한은 이미아가 반가움을 드러내는 중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저쪽이 새로 합류했다던 사람인가.’

마지막에 보이는 영웅은 김강우.

유지한이 빠진 김현태 파티에 새롭게 합류했다던 인물.

이름만 몇 번 들어봤을 뿐, 얼굴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풋!”

그런데 그는 시작부터 유지한을 향해서 기분 나쁜 웃음을 내보였다.

첫 만남, 그것도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건 어지간해서 쉽지 않은 일인데.

김강우는 그 거부감의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

‘분위기가 별로구만.’

와달라고 해서 왔더니 대화는 없고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미아를 제외하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는 느낌은 없었다.

옆에 카메라맨이 함께하는 걸 보면 이들도 영화를 촬영하려는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유지한은 말이 없는 김현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는 날 어떻게 대할 거냐?’

김현태 파티에서 비공식 파티원으로 활동했던 유지한의 과거.

옛 동료인 김현태는 과연 그를 모르는 척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아는 체를 할 것인가.

“유지한. 오랜만이다.”

결론은 후자였다.

그는 이미 유지한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힐러 이동길은 그 유명한 김현태와 유지한이 서로 친분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마찬가지로 의외의 결과에 놀란 유지한은 김현태를 마주 보며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네.”

“네가 길드를 나간 뒤에 대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

“뭐, 그렇지.”

“나와 비슷한 시기에 영웅이 된 네가 케로즈를 ‘자발적으로 떠난 것’이 아직까지도 안타깝다.”

자발적으로 떠났다라…….

김현태의 대답을 듣고서 유지한은 마음속으로 웃었다.

‘이게 네 선택인가.’

그가 자신과의 관계를 두고 대충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조금 뻔뻔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난 ‘예전보다 훨씬’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네가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어.”

지금 중요한 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유지한은 김현태에게 가볍게 받아쳤다.

—내가 있으니까 잘 지낼 수밖에 없지!

유지한의 머리 앞으로 내려오며 이야기에 끼어드는 실프.

김현태는 그 실프의 존재가 심기에 거슬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유지한은 일부러 손으로 실프의 머리를 쓰다듬는 자세를 취했다.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정령은 이 장소에서 그의 특별함을 강조해주는 존재였다.

“이쪽은 내 파티원들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김시후입니다.”

“민유리라고 해요.”

김시후와 민유리는 김현태 파티와 인사를 나눴다.

서로가 완전히 초면인 입장이지만.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김시후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저 사람이 형과 7년을 함께했던 마법사구나!’

특히 그는 마법사 임시연에게 눈길이 갔다.

언젠가 유지한에게는 그녀와 자신의 능력치를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던 적도 있었다.

그만큼 임시연은 신경이 쓰이는 마법사였다.

‘가까이서 보니까 만만하네?’

김시후는 자신이 임시연에게 전혀 꿀릴 것이 없어 보였다.

보통 백강천 같은 아주 뛰어난 마법사를 만나면 조금이라도 압도당한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임시연에게는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겪어 온 그의 성장은 그의 자신감을 더 받쳐 주고 있었다.

‘얜 뭐야. ……어디서 이쁜 건 알아가지고.’

김시후의 시선을 느낀 임시연은 새침한 얼굴을 했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소개도 끝났으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잠깐!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

“……?”

“왜 네가 여수 원정대의 리더를 맡게 된 거지?”

“레드홀의 부길드장인 정기준 씨의 요청이었어.”

“대체 왜? 하필이면 너한테…….”

김현태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은근히 유지한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절대로 착각이 아니었다.

‘또야?’

‘여기 사람들은 하나 같이 왜 이래?’

김시후와 민유리가 데자뷰를 느끼고 눈살을 찌푸리는 가운데.

유지한이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나한테 할 질문이 아니다. 현태야.”

“……?!”

유지한의 답변에 김현태는 경악한 얼굴을 했다.

파티에서 매번 고분고분하게 명령에 따랐었던 그 유지한이!

그를 향해서 마치 선생이 학생을 훈계하듯 말투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따로 떨어지긴 했지만, 난 박재경 씨와 더불어 여수 원정대의 대장이 맞아. 이 자리에서 그걸 의심하는 발언은 피해 줬으면 좋겠는데.”

“너……!”

할 말을 마친 유지한은 김현태 파티의 반응을 살폈다.

그가 지금껏 단 한 번도 김현태에게 이렇게 반박한 적이 없었던 탓인지.

다들 부쩍 놀라는 분위기였다.

‘재밌네.’

유지한은 지금 저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

“나는 어디까지나 정보를 나누고 교환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어. 등급으로 무시하거나 밀어내지 말고 너희와 대등한 입장으로 봐주길 바란다.”

이어지는 유지한의 태연한 대답에 결국 김강우가 먼저 폭발했다.

“이봐, 유지한 씨! 지금 우리 앞에서 태도가 너무 건방지지 않나?”

“건방지다?”

“겨우 3급 주제에 레드홀과 주사위의 연합을 대표한다는데, 어이가 없어서라도 물어볼 수는 있잖아!”

“내가 대장이라는 게 그렇게 불만이면 정기준 씨에게 가서 따지시던가.”

“……!”

아무리 김현태 파티라도 무려 레드홀의 부길드장이나 되는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입술을 다문 김강우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유지한을 노려봤다.

‘원정대에서 내 위치가 그리 중요해?’

대장이라는 자리는 권력 놀이나 하고 싶어서 넘겨받은 게 아니었다.

유지한은 그것이 주변에서 이렇게 신경을 쓸 정도의 일인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김현태. 하나 묻자. 너 정보를 교환할 생각이 있긴 해?”

“있어.”

“그러면 왜 대화를 이딴 식으로 진행해?”

“……이딴 식이라고?”

“지금 원정대에게 중요한 건 지위 따위가 아니라 정보야. 그런데 왜 중요한 정보를 가져온 내게 의미 없이 시비를 걸어? 아마추어도 아니고.”

꽈아악!

아마추어라는 단어를 접한 김현태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가 이내 분노가 가득 담긴 시선으로 유지한을 바라봤지만.

‘어쩌라고.’

김현태 파티를 떠난 지 오래인 유지한은.

그저 귓구멍을 후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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