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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72화 (172/300)

172화. 습격 (6)

“제리. 몸은 좀 어떻지?”

“멀쩡해졌죠! 보세요.”

누군가의 물음에 제리는 상처가 아문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마법사들이 회복 마법을 퍼붓는 것으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된 것이었다.

빠른 회복의 부작용으로 상처 부위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이 남고 몸에 피로가 더해졌지만.

그 정도는 그녀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단독행동은 절대 금지다.”

“에에엥?! 그럴 수가!”

“넌 우리의 귀중한 전력이라는 걸 잊지 마라. 또 다치게 되면 곤란해.”

“너무하다, 너무해! 흐아앙!”

제리는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손을 눈가에 올린 채 우는 시늉을 했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이 인상을 확 쓰는 걸 발견하고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손을 내렸다.

“알았어요! 안 하면 되잖아.”

“알았으면 됐다.”

“이제 우리에게 설명해 줘야 할 게 있을 텐데?”

“돌아왔을 때 다 말하지 않았어요?”

“……재밌었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치료받으러 갔잖아.”

“아하.”

제리는 여수 공항에서 벌어졌던 일을 동료들에게 상세히 풀어놓았다.

박재경을 비롯한 윤도하 파티가 공항을 습격했다는 것과.

그 외에 추적당하지 않는 영웅들이 여수로 다수 진입했다는 것까지.

“그 박재경이 온 건가.”

“잘못하다가는 계획이 어그러질 수도 있겠어.”

“제리가 다친 것도 이해가 되는군.”

단신으로 윤도하 파티를 상대했다고 한다면.

제리가 다친 것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박재경하고 싸우다가 다친 거 아닌데.”

“뭐? 그럼 대체 뭘 하다가 그런 거야?”

“우리 자기랑 싸우다가 다친 건데요?”

“자기?”

“……?!”

이야기를 전해 듣던 남성 중 하나는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제리 같이 머리에 나사가 하나 빠져 있는 여성이.

영웅을 저렇게 친근한 어감으로 부르다니?

“자기라는 게 누구지?”

“정령사 유지한.”

“……아. 그 새로운 정령사를 말하는 거였나.”

“하지만 그래 봤자 3급에 초보 정령사잖아? 네가 당할 정도였다고?”

“우리 자기는 숫자 따위로는 평가할 수 없지롱!”

“…….”

“혹시 마주치더라도 죽이지 말고 생포해 줘요.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털썩.

제리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유지한의 생포를 요청했다.

난생처음 보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이들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저 제어가 힘든 천방지축이 타인에게 먼저 무릎을 꿇을 줄이야!

그 모습에 고심하던 누군가가 말했다.

“생포하면 뭘 어쩔 건데?”

“목에 목줄을 매달아서 평생 내 곁에 머물게 할 거야.”

“……목줄이라고?”

“기왕이면 커다란 방울이 달린 목줄이 좋겠지? 크히힛……!”

무언가에 크게 홀려 있는 듯한 제리의 눈빛.

상기된 표정으로 입안에 고인 침까지 꿀꺽 삼키는 그녀를 보며.

이세계인들은 유지한이라는 영웅이 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했다.

*****

유지한은 눈을 뜨자마자 간질거리는 귀를 매만졌다.

“지한 씨, 여기요.”

“감사합니다.”

민유리가 건넨 물병을 잡아서 한 모금 들이켠 뒤.

허공에 떠 있는 실프를 올려다봤다.

녀석은 변함없이 구체 주변으로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조만간 입을 열어 주려나?’

실프와 말이 통하게 된다면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전 계약자인 에르나 하스와 관련된 이야기라든지.

평소 자신이 받는 대우에 만족하고 있는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계약으로 평생을 함께하게 된 입장.

조금 더 정령과의 관계가 가까워지길 바라는 유지한이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로브가 벗겨진 이세계인들이 묶여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그 앞에는 박재경이 대기하고 있었다.

“끝나셨나요?”

“예.”

“결과는요?”

“꽤 쓸만한 정보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유지한은 양팔을 잃어버린 남자를 지목하며 말했다.

“저 사람, 최소 5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을 죽인 살인범입니다.”

“……50명? 50명이라고요?”

“예. 그 옆의 이세계인들도 전부 10명 이상을 죽였고요.”

두 사람의 대화에서 불안함을 감지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유지한은 매우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니아는 네가 이렇게 타락하길 바라지 않았을 거야.”

“너, 너……! 대체 그 이름은 어디서?!”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죽은 딸의 이름!

그것이 유지한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남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을 공격한 영웅이 가족을 언급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네가 다니아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왜? 신기한가?”

“대답해!!”

철컹! 철컹! 철컹!

남자는 다리가 속박된 채 몸부림쳤다.

함부로 딸의 이름을 부른 유지한에게 미칠 듯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푹!

박재경은 그런 그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커어억……!”

“케팔 님!”

주위에 함께 묶인 이세계인들이 경악하는 때.

박재경은 낮게 읊조렸다.

“네놈들은 살 가치가 없어.”

힘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고개.

아제시아의 인간 중에서도 엘리트에 해당되는 인물은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으아아악!! 이 개새끼야!”

“죽어서도 네놈들을 증오하겠어……!”

“맘대로 해라.”

스걱!

이세계인들은 격렬한 저항 끝에 똑같은 최후를 맞이했다.

유지한은 처형식을 끝마친 박재경을 데리고 대화를 나눴다.

“여수에 숨겨진 은신처들은 대부분 파악했습니다.”

“정말로요?”

“예. 그뿐만 아니라 목포와 해남, 고흥과 관련된 정보들도 알아냈습니다. 대부분은 위치 정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목숨을 잃은 남성의 기억 속에는 상당히 중요한 정보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이세계인들과 IUPC의 은신처는 이제 유지한의 머릿속에 다 들어가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건……. 정말로 굉장하군요.”

박재경은 적의 정보를 쏙쏙 알아내는 유지한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가진 능력에 조금 소름이 돋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경과로 보아 그의 손에 누군가의 마력이 들어간다면.

그 누군가의 비밀이라는 것이 전부 파헤쳐지는 셈이었으니까.

“시청으로 돌아가서 다시 핫라인을 사용하시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후발대에게 정보를 전달해 줘야 합니다.”

그들을 데리고 정영욱 파티와 합류를 약속했던 장소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도착한 장소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왜 안 오지?”

“조금 더 기다려 보죠.”

약속한 장소에 제때 도착하지 않은 정영욱 파티.

그 주변을 수색하던 일행은 같은 장소에 잠시 몸을 숨긴 채 대기했다.

그러나 다시 15분이 지난 뒤에도 정영욱 파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유지한은 결국 정영욱 파티와 헤어졌던 거북선 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동하던 도중에 길가에서 격렬한 전투의 흔적을 발견했다.

여기저기 떨어진 붉은 핏자국과 몬스터의 사체들.

현장에 남은 잔존 마력을 조사하던 김시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틀림없는 영욱이의 마력이에요.”

이곳에서 전투를 치른 건 정영욱 파티였다.

사라져버린 정영욱의 행방을 두고 김시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일단 이동하자.”

결국 유지한은 행방이 묘연해진 정영욱 파티를 무시하고 시청으로 이동했다.

다시금 핫라인을 통해 영웅부에 전화를 걸자 24시간 대기 중이던 관계자가 연락을 받았다.

그는 샘플링을 통해 알아낸 정보들을 전해 듣고 놀란 목소리였다.

—이, 이거 정말 확실한 정보입니까?

“조사해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정보의 진위성이 의심받았지만.

리더인 박재경과 유지한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 근처에 약 4천 명의 IUPC 회원들이 모인 공간이 있습니다.”

—4천, 이라고요?

“1명당 적어도 2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방으로 퍼진 IUPC 중에서도 최대 규모죠.”

이미 각성을 끝마친 4천 명의 회원들.

양산된 몬스터를 전달받아서 훈련을 거듭한 그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4천 명이 조종할 몬스터의 수만 대략 1만.

그 많은 병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놈들은 내일쯤 우회 경로를 통해 서울까지 치고 올라갈 생각입니다.”

—그런……!

“다른 지역은 몰라도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막아 내야 합니다.”

유지한은 IUPC가 여수를 떠나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정대가 뿔뿔이 흩어진 지금 시청에 모인 영웅들의 숫자는 10명 남짓.

1만에 달하는 병력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고 생각되는 숫자였지만.

유지한은 박재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준비는 됐습니다.”

수많은 적을 상대로도 전혀 물러섬이 없는 박재경.

그녀의 힘을 알고 있는 유지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깊고 깊은 지하 속, 대형 체육관을 방불케 하는 넓은 공간.

여수에서 각성한 IUPC 회원들은 외부인이 절대로 눈치채지 못할 법한 그곳에 모여 있었다.

“메이!”

위잉!

어느 여성의 부름에 그녀의 몸집보다 큰 말벌 하나가 날아왔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미동조차 하지 않는 메이라는 이름의 말벌을 쓰다듬었다.

같은 장소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인간들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결전의 날까지 남은 건 단 하루!”

“날개를 펴고 날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한없이 불쌍해 보이는 몬스터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해 온 이 세상!

그런 세상에 저항하고자 가입한 IUPC라는 단체 생활은.

지금처럼 몬스터들을 이용하여 세상을 공격하는 행위로 이어졌다.

“이 신성한 저항 운동은 후대에 이르도록 널리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는 내일! 다시 태어난다!”

“와아아—!!”

공격을 하루 앞둔 그들은 마음이 한껏 들떠 있었다.

본인들을 레지스탕스로 규정한 그들에게 이 세상은 그저 못된 악(惡)일 뿐.

같은 인간을 죽이는 행위조차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으로 받아들였다.

“마셔! 마셔! 마셔!”

“쭉쭉쭉!”

그들은 IUPC에서 제공한 고급 양주를 입안에 퍼부으며 광란의 파티를 즐겼다.

그런데 파티가 계속 진행되던 도중이었다.

쾅!

굳게 닫혀 있던 입구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모든 대화를 멈춘 회원들의 시선이 동시에 입구로 향했다.

콰앙!

두께가 자그마치 1m에 달하는 철문이 반파되고.

뚫린 입구를 통해 유지한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찍찍……!”

방패를 들고 입구로 넘어온 칠라가 코를 킁킁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쪽에서 짙은 술 냄새가 퍼져 나온 탓이었다.

뒤이어 장비를 갖춘 영웅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IUPC 회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적이다.”

“적의 습격이다!”

“저놈들이 여길 어떻게…….”

시끄러운 파티가 벌어지던 공간에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IUPC 회원들은 자신의 담당 몬스터를 앞세워 영웅들을 경계했다.

“고작 너희만으로 우리를 상대하겠다고?”

“오만한 것들!”

입구로 넘어온 영웅들을 보고 코웃음을 치는 사람들.

그때 검을 든 박재경이 앞으로 나섰다.

퐁!

뒤이어 그녀의 머리에 주황색 호박이 씌워졌다.

우스꽝스러운 얼굴 모양으로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호박.

그녀의 고유 스킬인 잭 오 랜턴(Jack O' Lantern)의 발현이었다.

‘이걸 코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유지한은 박재경의 후방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지금부터 10분에 10분을 더해 딱 20분 동안만.

오랜 서포터의 역할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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