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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54화 (154/300)

154화. 동물원 (3)

“털 속에 숨으면 못 찾을 줄 알았냐?”

유지한은 늑대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남자를 강제로 떼어 냈다.

하얀 머리의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이내 늑대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근력이 평균 이상이긴 해도 유지한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별 걸 다 만들어 놨네.’

늑대의 등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손잡이와 발걸이, 그리고 허리를 고정시키는 벨트까지 부착되어 있었다.

흔들리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한 장치 같았다.

유지한에게 목덜미를 붙잡힌 남자는 계속해서 버둥거렸다.

“이거 놔! 놓으라고!”

“뭐? 때려 달라고?”

“……!”

퍽!

유지한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남자의 턱을 후려쳐서 기절시켰다.

그러자 땅으로 내려앉은 늑대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었다.

“중지! 공격 중지!”

“저 위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그 정령사가 올라간 것 같은데.”

“검 들고서 하늘을 날아다니더라.”

유지한의 존재를 눈치챈 영웅들은 공격을 중단했다.

기절한 남자를 챙긴 유지한은 늑대의 등에서 미끄러지듯이 내려와 말했다.

“이 사람이 늑대를 조종하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수상하더라니…….”

“앞으로는 사람이 붙어 있는 지도 체크해야겠군요.”

“아마도 몬스터에게 달라붙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IUPC에서 몬스터를 조종하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대강의 사정을 파악한 영웅들은 얌전해진 늑대를 살짝 경계하며 올려다봤다.

“아우?”

험한 인상에서 순한 멍멍이가 되어 버린 늑대.

잠시 녀석을 살펴보던 유지한은 박재경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쪽에 등장한 거구의 늑대는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히이이익!”

다른 늑대의 등에도 사람 한 명이 올라타 있었다.

마찬가지로 사정을 파악한 박재경은 그를 붙잡아 기절한 남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왔다.

“찍! 찍찍!”

“아우, 아우우!”

유지한 덕분에 살아남은 늑대와 칠라가 서로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박재경은 그 늑대를 구경하며 말했다.

“저 친구는 상당히 온순하네요. 동물원에서 길러져서 그런 건지.”

강아지처럼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늑대는 생각 이상으로 얌전한 편이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인간들을 앞에 두고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길들이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몬스터가 되기 전에는 오랫동안 사람 손을 탔던 늑대니까요. 그리고 조금 전에 보여 준 전투력을 생각한다면 시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해요.”

멋모르는 아마추어가 조종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전투력을 보여 준 몬스터.

녀석의 테이밍이 가능하다면 적지 않은 전력이 될 터였다.

박재경은 유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주사위에서 저 늑대를 데려가고 싶습니다.”

“……저한테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한 씨 덕분에 살아남은 개체니까요. 대금은 원정이 끝나면 보내드리죠.”

“동물원의 늑대가 제 소유물은 아닌데요.”

“동물원과는 저희가 알아서 협의하겠습니다.”

“그렇다면야. 재경 씨가 원하시는 대로 하시죠.”

생각지도 못했던 돈을 준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

정영욱 파티는 사슴 사육장에서 몬스터로 변한 괴슴을 잡아냈다.

괴슴 사이에 돌연변이 한 놈이 포함되어 살짝 애를 먹었지만.

끝내 돌연변이까지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남은 놈들은 없나?”

“끝인가 봐요.”

“여러분도 고생하셨습니다.”

“구,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지어 사육장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3급 파티 여럿이 함께 참여한 전투에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낸 정영욱 파티.

주변에서 함께하는 선배 영웅들도 그것을 인정하는 바였다.

“영욱이네 파티는 3급에 올라와서도 되게 잘 하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다 알아봤다니깐. 아주 크게 될 영웅들이야.”

“하하, 감사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

정영욱은 그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다만 그걸 인정해 주는 사람에 따라 그 기쁨은 달라지곤 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의 인정을 받는 것이 큰 기쁨이고.

나와 비슷한 수준인 사람의 인정을 받는 건 적당한 기쁨.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인정받는 건 소소한 기쁨.

그런 점에서 먼저 3급으로 올라간 선배 영웅들이 인정해 주는 건.

기분이 썩 괜찮아지는 일이었다.

“어? 저게 뭐지?”

그때 그들의 앞쪽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박재경을 비롯한 2급 파티의 무리였다.

거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몸집이 아주 커다란 늑대!

처음 보는 몬스터의 등장에 영웅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시후가 왜 저기에…….’

정영욱은 그들 사이에서 김시후와 유지한을 발견했다.

왜 3급 파티가 저기에 껴 있는 걸까.

의문을 가지기도 잠시, 정영욱은 김시후가 주사위 길드의 2급 마법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포착했다.

문제는 그 마법사가 평소 정영욱에게 엄한 태도를 보여 주는 마법사라는 것이었다.

‘왜 김시후한테 저렇게 웃어 주는 거야?’

정영욱에게는 단 한 번도 친절하게 대해 준 적 없었던 마법사가.

김시후의 옆에서 활짝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체 왜?’

빠드득!

정영욱은 조금씩 멀어져 가는 김시후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역시 저 반쪽짜리 엘프는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는 녀석이었다.

*****

“아까 내 마법을 빗나가게 한 게 너였지?”

“[파이어 로켓] 말씀하시는 건가요?”

김시후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을 보며 잔뜩 긴장했다.

그는 공중으로 뛰어오른 유지한을 엄호하기 위해 김시후가 튕겨 냈던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였다.

김시후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함부로 튕겨 내서 죄송합니다! 지한이 형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아니, 널 탓하려는 게 아니고. 마법을 튕겨 내는 타이밍이 아주 적절하던데?”

“엇, 감사합니다.”

“충돌 후의 각도까지 계산했던 건가?”

“네. 혹시라도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요.”

두 사람은 이후 마법과 마력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평소 새로운 마법 연구에 관심을 두는 마법사와 김시후는 서로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었다.

“길드에 너 같은 후배가 있으면 마법 연구도 종종 함께했을 텐데.”

“저 대신이라기에는 뭣하지만, 주사위에는 정영욱이라고 제 친구가 있어요! 영욱이도 상당히 괜찮은 마법사라 도움이 되실걸요.”

“아……. 그 친구는 조금 그래.”

정영욱을 언급하자 마법사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에 김시후가 물었다.

“왜요?”

“그놈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더라고.”

“네?”

“나는 거리에서 흡연하는 길빵충과 말도 섞기 싫어.”

“그, 그렇군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정영욱이 싫어졌다는 마법사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사가 반영된 것이기에 김시후는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한편, 유지한은 잠깐 앞으로 나와서 박재경과 이야기를 나눴다.

“붙잡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늑대와 함께 서울로 올려보낼 겁니다.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죠. 연구실로 보내 버리는 것도 고민 중이고요.”

“……생체 실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자세한 내용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윤도하의 실종과 얽혀 있을 뿐더러 나라를 어지럽히는 이들에게 죽음은 너무 가벼운 형벌이라고 생각하는 박재경이었다.

그녀에게는 합법적인 선에서 죽음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 줄 자신이 있었다.

“부길드장 님! 코뿔소 쪽은 정리 완료했다고 합니다.”

“기린이랑 코끼리는요?”

“둘 다 완전히 사라졌다는 모양입니다. 독수리도 마찬가지고요.”

“음…….”

여러 동물들이 거주하는 동물원에서 일부 사육장은 텅 비어 있었다.

특히나 강한 몬스터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동물이 거기에 많이 해당했다.

‘전부 IUPC가 데려갔나 본데.’

유지한은 IUPC의 회원들이 다른 동물들을 데려갔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 열차 사고가 벌어지자마자 이런 일이 생긴 걸 보면 사전에 동물원 근처에서 습격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열차가 공간 왜곡에 빠진 것부터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까지 모두 계획된 행동인 것이다.

“납치당한 사람들은 여기 없는 걸까요?”

“아직 몇 곳 더 남았습니다.”

다른 파티들도 동물원을 샅샅이 수색 중인 상황.

박재경은 손으로 커다란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물속에 사는 생물들이 모여 있는 아쿠아리움이었다.

‘여긴 그나마 멀쩡하네.’

유지한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쿠아리움 내부는 멀끔했다.

수족관이 깨지지도 않았고, 물고기가 몬스터로 변하지도 않았다.

육지에서 걸어 다닐 수 없는 동물들은 내버려 둔 모양이었다.

“까아악!”

“구국, 구구구!”

그런데 어째서인지 아쿠아리움 내부에는 돌연변이 괴마귀를 비롯한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커다란 수족관 안까지 침입한 녀석들은 한국에서 구하기도 힘든 희귀 물고기들을 쏙쏙 골라 잡아먹었다.

고개만 돌려도 먹거리가 가득한 아쿠아리움은 새들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갑니다!”

인간이 조종하는 몬스터가 있는 한편, 몬스터로 변해 버린 뒤 제 맘대로 날뛰는 부류들.

어느 쪽이든 사람들에게는 위협이 되는 놈들이었다.

서걱!

유지한 파티는 주변의 몬스터를 사냥해 나갔다.

아쿠아리움의 천장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기에 날개 달린 몬스터를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괴마귀의 날개를 화살로 쏴서 떨어뜨린 민유리가 말했다.

“이쪽에도 사람은 안 보이는데요.”

새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라면 납치당한 인간들이 있을 법도 했지만.

아쿠아리움 내부를 빙 돌며 샅샅이 찾아봤음에도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웅!

유지한의 곁에서 맴돌던 실프가 갑자기 막혀 있는 벽으로 돌진했다.

툭. 툭. 툭.

실프는 동그란 몸으로 벽을 두드려댔다.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밖에서 격전이 벌어지던 도중에도 보여 주지 않았던 행동이었다.

‘저기 뭐가 있군.’

유지한은 재빨리 실프가 두드리는 벽에 손을 가져갔다.

가볍게 두들겨보니 벽 안쪽이 비어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콰드드득!

천천히 벽을 뜯어내니 그 속의 커다란 공간이 드러났다.

“이런 장소가 있었네요.”

“지도에도 없던 곳인데.”

[라이트]

김시후는 주변을 밝히는 빛을 띄웠다.

어둠이 걷힌 바닥에는 회색 먼지가 가득했다.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을 뿐더러 내부적으로도 잘 사용되지 않는 공간 같았다.

“엇!”

“저건…….”

안으로 계속 진입하자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커다란 갈색 물체가 나왔다.

나뭇가지와 지푸라기, 동물의 털 따위가 한데 뭉쳐 있는 새의 둥지였다.

“찾았다.”

하얀색의 알들이 가득한 그 둥지 속에는 8명의 사람들이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김시후는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움찔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영웅입니다! 다들 안심하세요.”

“……!”

그의 말에 사람들은 크게 안도했다.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는 여성도 있었다.

그 모습이 여러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기는 가운데.

유지한은 실프를 보며 말했다.

“네가 요새 열일 하는구나.”

우웅!

날이 갈수록 계약자에게 여러 도움을 제공하는 실프는 칭찬을 받고 기쁜 듯이 몸을 굴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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