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사고 (2)
유지한은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휴대폰 화면의 최상단에는 신호가 없다는 걸 알려 주는 아이콘이 떠올라 있었다.
통화가 터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접속 또한 불가능했다.
“시후야. 휴대폰 줘봐.”
“네?”
김시후의 휴대폰도 마찬가지로 모든 통신이 차단되어 있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터.
그런데 휴대폰 카메라로 칠라를 촬영 중인 사람들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유지한은 황급히 김시후에게 말했다.
“너 이상한 거 못 느꼈어?”
“뭐가요?”
“창문 밖에 몇 분째 계속 같은 풍경이 보이잖아!”
“아, 그랬어요?”
휴대폰을 돌려받은 김시후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에 말을 꺼낸 유지한이 더 당황했다.
‘뭔가 심하게 잘못됐다.’
느긋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열차 안.
홀로 다급해진 유지한은 김시후의 오른쪽 어깨를 붙들고서 말했다.
“지팡이 잡아.”
“지팡이는 왜요?”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오렌지 주스를 마시던 김시후는 의자 옆에 내려놓았던 지팡이를 잡았다.
그리고는 유지한을 바라보며 눈을 껌벅거렸다.
“그……. 타인의 마법을 파훼할 때 쓰는 걸 뭐라고 부르지?”
“디스펠이요?”
“지금 당장 이 열차의 칸 전체에 디스펠을 걸어.”
“왜요?”
“하라면 해! 이건 파티장으로서의 명령이야.”
“…….”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명령이었지만.
김시후는 그의 뜻에 따라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팡!
지팡이에서 시작된 마력이 시전자인 김시후의 자리부터 닫혀있는 벽에 이르기까지 공간 전체에 고르게 퍼져 나갔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주변 모든 이들이 대화를 멈추거나 몸을 움츠렸다.
“어라?”
갑자기 조용해진 열차 안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김시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한 번 더!”
유지한이 신호하자 김시후는 지팡이에 직전보다 더 많은 마력을 불어 넣었다.
파앙—!
다시 한번 퍼져 나가는 그의 마력은 피부를 타고 느껴질 정도로 강도가 셌다.
그리고 약 5초 후, 같은 칸에 탑승한 모든 영웅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헉!”
“뭐야!”
“……우리 지금 뭐 하고 있었던 거지?”
“나, 나도 모르겠어.”
평온하던 열차 안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윤도하와 백강천이 실종된 것마저 잊고 있던 영웅들이 본래의 목적을 떠올린 것이었다.
유지한은 정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신 계열 마법인가?”
“역시 열차에 뭐가 있었던 모양인데.”
“대체 어떻게 이런 마법을…….”
조금 전 유지한의 물음에 아주 태연하게 대답했던 김시후는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음에도 작은 위화감조차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누워서 졸고 있던 칠라도 퍼뜩 정신을 차리고 민유리의 곁으로 돌아온 가운데.
앞 좌석에 있던 정영욱이 김시후에게 말했다.
“방금 그거 네가 한 거지?”
“어, 맞아.”
“…….”
정영욱은 조금 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이어 박재경이 김시후에게 다가왔다.
“시후 씨! 고마워요. 그런데 마법을 어떻게 알아차린 거죠?”
“지한이 형이 먼저 저한테 말해 줬어요.”
“지한 씨가요……?”
박재경은 퍽 놀란 표정으로 유지한을 바라봤다.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한 마법을 홀로 알아차리다니.
‘역시 범상치 않은 사람이야.’
윤도하가 관심을 보일 때부터 평범한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보면 볼수록 유지한은 실로 놀라운 능력을 보유한 정령사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시간을 낭비했을지 계산할 수조차 없었다.
“재경 씨. 열차가 계속 같은 곳을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저도 봤습니다.”
유지한과 박재경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봤다.
열차가 빙빙 돌고 있는 느낌은 전혀 없고 쭉 직진하고 있는데도 같은 풍경만 반복되고 있었다.
제대로 된 목적지로 가고 있긴 한 것인지 의문이었다.
“운전실로 가보죠.”
“각 파티의 마법사들은 앞쪽으로 나와 주세요.”
박재경을 필두로 자리에서 일어난 영웅들은 앞쪽 칸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앞 칸에 타고 있던 이들은 문을 넘어온 그들을 반겼다.
“재경 님이다!”
“안녕하세요!”
“팝콘 좀 드실래요?”
늘어지게 앉아서 과자를 먹거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사람들.
앞서 마법에 빠져있던 영웅들과 완벽하게 같은 상황이었다.
그에 박재경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다들 정신 차려요!”
팡! 팡! 팡!
김시후를 비롯한 마법사들은 열차 전체에 마력을 흩뿌렸다.
그러자 다른 칸에 있던 영웅들도 하나씩 제정신을 되찾았다.
그들은 그렇게 한 칸씩 앞으로 전진하면서 열차 내부를 감싸고 있던 마법을 깨부쉈다.
“기관사님! 문 열어 주세요!”
쿵! 쿵!
가장 앞칸에 도달한 박재경은 운전실로 이어지는 문을 두드렸다.
몇 번이나 두드렸음에도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척은 없었다.
“뭐지?”
“안에 사람 있는 거 맞죠?”
“출발 전에 만나서 인사도 했었어요.”
“잠깐 다들 비켜 보세요.”
쾅!
운전실까지 오는 도중에 합류한 레드홀의 정기준은 닫혀있는 문을 발로 뻥 차버렸다.
강력한 힘에 의해 안쪽으로 구겨진 문은 잠금장치가 부서지며 활짝 열렸다.
“아무도 없어요?”
그런데 열차를 조종하는 기관사는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운전석 창문에 비치는 건 뒤 칸의 창문으로 본 것과 거의 똑같은 풍경이었다.
“기계가 다 꺼져 있는 것 같습니다.”
“……!”
열차 운전에 사용되는 모니터나 여러 장치들에는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박재경은 시험 삼아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 보며 그것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열차는 계속 달리고 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음…….”
“…….”
패닉에 빠진 이들이 다음 행동을 고민하던 때.
뒤에서 대기하던 유지한은 의견을 내놓았다.
“일단 열차에서 빠져나가죠.”
“어떻게요?”
“창문 하나 깨부수고요.”
“그건…….”
빠르게 달리는 열차에서 빠져나가자는 의견.
몇몇 영웅들이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밖에 좋은 의견을 내놓는 사람은 없었다.
“제가 먼저 나가겠습니다.”
방패를 꺼내 든 정기준은 넓은 창문 위로 방패를 휘둘렀다.
쩌적!
열차의 마력으로 보호되는 창문 전체에 균열이 생겨났다.
그리고 정기준이 그걸 뜯어내던 순간이었다.
슈욱!
깨진 창문의 틈 사이로 무언가가 날아 들어왔다.
정기준은 팔을 감싸는 갑옷으로 그것을 튕겨 냈다.
“이건 뭐야.”
갑옷에 튕겨 나간 건 작고 동그란 형태의 물체.
마치 식물의 씨앗처럼 보이는 물건이었다.
그걸 알아본 유지한이 외쳤다.
“괴아지풀입니다!”
몬스터로 변한 강아지풀의 씨앗이었다.
쩌적! 쩌저적!
곧 열차에 달린 창문 전체가 충격을 받은 듯 균열이 생겨났다.
대기하던 영웅들이 각자 무기를 들어 올렸다.
슉! 슉! 슉! 슉! 슉!
깨진 창문을 뚫어내면서 안으로 침입하는 수많은 씨앗들!
박재경은 검으로 씨앗 하나를 쳐내며 말했다.
“각 파티의 탱커들은 모두 창문 앞으로! 마법사와 원거리 딜러는 자세를 낮춰!”
지시에 따라 탱커들은 방패를 세워 공격을 막고.
자세를 낮춘 원거리 딜러들은 창문 밖으로 공격을 쏟아 냈다.
그런데…….
“어?”
“저게 뭐야.”
조금씩 드러나는 창문 밖에는 바닥에 초록색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난 초원이 있었다.
창문을 통해서 보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그 초원 위에 뿌리를 박고 자라난 괴아지풀의 떼가 열차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자신 있는 인원은 따라오세요!”
쾅!
정기준은 창문 한 짝을 통째로 날려 버리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런 그의 뒤를 유지한을 비롯한 몇몇 영웅들이 따랐다.
쿵!
[도발]
정기준이 초원 위에서 스킬을 사용하자 열차를 둘러싼 수많은 괴아지풀의 머리가 그쪽으로 향했다.
1명의 탱커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는 믿기 힘든 광역 도발이었다.
이내 대다수의 공격이 정기준에게만 집중되고, 그를 따라 나온 영웅들은 반격을 이어 갔다.
‘수가 꽤 많군.’
방패를 땅에 단단하게 고정해둔 정기준은 차분하게 주변 상황을 살폈다.
괴아지풀은 뿌리가 땅에 박혀 있어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3급 몬스터.
그에 반해 선발대로 열차에 탑승한 영웅들은 대다수가 2급 영웅들이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조금 놀랐을 뿐이지 녀석들을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저건…….’
그런데 정기준을 따라 나온 사람 중에서 유독 빠르게 뛰어다니는 영웅이 있었다.
‘백강천 님이 살아계신다는 정보를 전해 준 정령사였지.’
최근 3급에 올랐다던 유지한 파티의 리더, 유지한이었다.
어쩌면 오늘 선발대가 구성될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 준 영웅.
[루어 오브 브리즈]
서걱!
유지한은 마법으로 줄기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멈춰 세운 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씨앗을 피하며 근접 거리에서 괴아지풀의 머리를 잘라냈다.
적의 약점을 정확하게 노린 훌륭한 공격이었다.
“……?!”
흔치 않게 마법을 사용하는 전사인 유지한의 전투를 구경하던 때.
정기준은 놀라운 정보를 알아냈다.
‘저 사람, 내 도발에 걸려들지 않은 몬스터만 잡고 있다.’
다른 영웅들은 정기준의 도발에 걸려든 몬스터를 사냥했지만.
유지한은 그렇지 않은 몬스터만 쏙쏙 골라서 사냥했다.
그 덕분에 알게 모르게 지금의 전투가 훨씬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센스가 아주 좋은데.’
정기준은 흥미로운 눈으로 유지한을 바라보았다.
그가 신인에게 관심을 갖는 건 정말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
“다른 칸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에게 열차를 나가라고 전해 주세요.”
“네!”
주변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열차에서 탈출한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명령을 전달받은 누군가가 뒤 칸으로 달려갔다.
열차에서 대기하던 다른 사람들은 깨부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풀냄새가 나.”
“진짜 초원이구나.”
“신기한 마법이네.”
“대체 어떻게 한 걸까요?”
“정지한 열차 안에서 속도감을 구현했다는 게 정말 놀라운…….”
영웅들은 밖에서 열차를 관찰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기다란 열차가 초원 위에 완전히 멈춰 있는데도.
열차 안에 있으면 열차가 앞으로 달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느껴진 덕분이었다.
“이, 이런 건 정말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찍찍.”
열차에서 계속 웅크리고 있던 남호열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바깥을 구경했다.
실프는 좁은 열차에서 넓은 초원으로 나온 게 기쁜 것인지 허공을 쏘다녔다.
그때 칠라의 옆으로 다가온 김시후가 말했다.
“여긴 공간이 크게 왜곡되어 있어요.”
공간 왜곡.
이전에 승급 시험에서 들어갔었던 던전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눈으로 바라보는 크기보다 내부가 훨씬 더 넓게 구성된 공간이었다.
열차에 탑승한 인원은 모두 그곳에 갇혀버렸다.
“선로의 중간에 왜곡된 공간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게 저절로 생기기도 해?”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요! 이건 분명 누군가가 의도한 거예요.”
마음을 편히 놓게 만드는 정신 계열의 마법.
멈춘 상태에서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열차.
거기에 거대한 초원으로 구성된 공간 왜곡 마법까지.
복잡한 마법들이 서로 정교하게 연계되어 있는 이 상황은 그야말로 누군가가 설계하고 의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민유리는 칸마다 하나씩 창문이 깨져 나가는 열차를 바라봤다.
“저 열차는 영웅부에서 준비해 준 거죠?”
“그럴 겁니다.”
“그쪽도 참, 여러모로 문제가 많네요.”
마법이 숨겨져 있던 열차를 준비해 준 것은 영웅부.
민유리는 그 열차를 두고 영웅부를 의심했다.
김시후는 화창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공간 왜곡 마법은 구조상 반드시 어딘가에 출구가 있어요. 거길 통해서 나가면 될 텐데……. 문제는 저희가 그걸 찾아내야 한다는 거죠.”
열차에 탑승해있던 인원이 전부 다 빠져나왔을 무렵.
박재경과 정기준은 사람들을 한곳으로 불러 모았다.
“현재 시각 1시 20분. 용산에서 출발 후 약 5시간 정도 흘렀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
하지만 왜곡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은 열차가 어디까지 이동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부터 출구를 찾기 위해서 흩어지겠습니다.”
“아티팩트를 나눠 드릴 테니 반드시 출구를 찾은 경우에만 사용해 주세요.”
“지원팀에 속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오시면 보호해드리겠습니다.”
레드홀은 각 파티의 파티장들에게 폭죽처럼 생긴 일회용 아티팩트를 나눠 줬다.
사용 시 하늘 높게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면서 주변에 현 위치를 공유하는 신호탄이었다.
원래는 어두운 저녁에 사용하기 위해서 가져왔던 것인데, 때마침 도움이 될만한 물건이었다.
아티팩트를 지급받은 파티들은 서로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유지한 파티도 마찬가지였다.
“칠라! 호열 씨 좀 업어줘.”
“찍!”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업혀 계세요.”
주사위와 레드홀에서는 대장장이를 비롯한 지원팀을 철저하게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남호열은 유지한 파티와 함께 움직이는 것을 선택했다.
“형. 어디로 갈 거예요?”
“글쎄…….”
“저번 승급 시험에서 길 엄청 잘 찾으셨잖아요.”
공간 왜곡이 적용된 던전을 빠져나가는 시험을 치르던 때.
유지한은 영웅부에서 계산한 최단 경로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올바른 길만을 찾아서 이동했다.
걷는 속도로 가장 먼저 던전을 빠져나올 수 있던 것은 모두 그 덕분이었다.
“맞아. 지한 씨가 어떻게 하신 건지는 몰라도 진짜 정확했어.”
“그야말로 인간 네비게이션! 저는 이번에도 형만 믿을래요.”
“찍찍!”
김시후는 물론이고 민유리까지 묘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그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유지한은 마른 입술을 할짝였다.
‘샘플링은 봉인했는데 말이지.’
습관처럼 확률을 알아보는 유지한에게 뇌가 터져 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던 니로치.
그 때문에 앞으로 고유 스킬을 직접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유지한이었다.
하지만 그는 적당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고민에 빠졌다.
지금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만 더 걸어 보자.’
유지한은 속에서 올라오는 유혹을 이겨 내고 아무도 향하지 않는 방향으로 걸었다.
어쩌면 출구가 금방 발견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피잉!
유지한의 눈앞에 하얗게 빛나는 실 같은 물체가 떠올랐다.
꼬물거리는 실을 보고 놀란 그가 걸음을 멈추자 그의 파티원들도 함께 자리에 멈춰섰다.
“지한 씨?”
“왜 그래요?”
“……?”
함께 걷던 모든 이들이 갑자기 멈춰선 유지한을 바라봤지만.
다들 공중에 떠오른 실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모양새였다.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부웅!
허공을 날아다니던 실프는 기다란 실이 시작되는 곳 위에서 몸을 빙그르르 굴려 댔다.
이내 또다시 아주 익숙한 감각이 유지한의 전신을 감쌌다.
‘그래……. 슬슬 느낌이 온다.’
기다란 실은 현 위치로부터 다른 장소로 향하는 경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리에 멈춰 있던 그는 몸을 돌려 실이 이어지는 방향으로 걸었다.
“형? 그쪽으로 가시려고요?”
“내가 길을 알아.”
그의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이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