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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41화 (141/300)

141화. 대장장이 (2)

“공식적인 계약서는 내일쯤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네!”

유지한과 남호열이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남호열의 영입이 확정되었다.

“잠시만요! 와이프한테 전화 좀 할게요.”

이제는 꿀잼의 소속이 된 남호열.

손등으로 붉어진 눈가를 쓱 훑은 그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기쁜 소식을 아내에게 가장 먼저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통화 중인 그와 조금 거리를 둔 유지한은 김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이건 나보다 네 결정이 필요한 사안인데……. 내가 결정하고 통보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에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길드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면 뭐든지 환영이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어차피 조만간 형이 저희 길드 부길드장 맡으실 건데, 이 정도 권한은 있어야죠.”

“내가?”

부길드장. 회사로 따지면 부사장이나 다름없는 자리.

자신이 그걸 맡는다는 소식을 접한 유지한은 금시초문인 표정이었다.

그에 김시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 지분을 그렇게나 받으셔 놓고 안 맡으시려고 했어요?”

“아니, 딱히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이라.”

“당장은 길드에 인원이 적어서 직책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거고, 속으로는 이미 다 정해 뒀어요.”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유지한은 김시후의 미래 계획을 일부 전해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파티의 리더인 유지한이 무언가 결정하는 일이 많긴 해도.

김시후는 역시 하나의 길드를 대표하는 길드장이었다.

멋으로 달고 있는 직함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호열 씨, 통화 끝나셨어요?”

“네네……. 와이프가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 전해 달라고…….”

“감사를 받기에는 조금 이르죠.”

유지한은 고개를 돌려가며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예전보다 훨씬 많이 비어 있는 진열대가 눈에 띄었다.

남호열이 기존에 만들어둔 장비들이 하나둘씩 팔려 간 덕분이었다.

“상황을 보니까 이 공방은 빨리 접고 오픈 마켓에서 빠져나오는 게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공방을 닫고 오픈 마켓을 떠나자는 말에 남호열은 곧바로 동의했다.

주변 대장장이들이 원색적인 비난을 해 오는 현 상황에서 더는 이곳에 남은 미련이 없었다.

“근처에 공방으로 사용할 괜찮은 매물이 있는지 알아보죠.”

“마침 제 친구 중에 공인중개사가 있습니다! 여기 들어올 때도 그 친구를 통해서 들어왔어요.”

“잘됐네요. 바로 연락하셔서 이 공방과 비슷한 매물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남호열은 공인중개사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고 간략한 사정을 전해 들은 친구는 갑작스러운 요청에 조금 놀라면서도 프로답게 남호열의 요청을 검토했다.

그리고…….

—그런 조건이라면 마침 괜찮은 매물이 있어.

“정말로?”

—오픈 마켓 밖에서 취미로 공방을 열었다가 몇 달 만에 처참하게 망해 버린 건물주가 있거든. 거기가 제작 환경까지 다 갖춰진 곳이니까 네가 당장 들어가기에도 무리가 없을 거야.

때마침 운 좋게도 아주 괜찮은 매물이 시중에 나와 있었다.

설명만 들어봐도 딱 남호열에게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짝!

유지한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시간 길게 끌 것도 없죠. 바로 보러 갑시다.”

유지한 파티는 남호열과 함께 망해 버렸다는 공방으로 이동했다.

오픈 마켓과는 거리가 조금 떨어진 주소.

남호열의 친구가 소개해 준 그곳은 깨끗하고, 위치도 나쁘지 않고, 임대료도 꽤 적정한 수준이었다.

‘장사를 하기에는 썩 좋진 않네.’

다만 위치가 위치인 만큼 영웅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는데.

그것은 되레 길드의 전용 공방을 차리기에는 딱 좋은 조건이기도 했다.

민유리는 그 공방의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문만 더 큰 거로 교체하면 칠라도 충분히 안에 들어올 수 있겠어요.”

“찍!”

“호열 씨는 어떠세요?”

“이 정도면 저한테는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계약하죠.”

“지, 지금 바로요?”

“문제 있습니까?”

“없습니다!”

매물 확인과 동시에 빠르게 임대 계약이 이뤄졌다.

*****

빈 공방을 보유한 건물주는 그곳에 유지한 파티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근히 기뻐하는 눈치였다.

덕분에 빠르게 계약이 완료되고, 남호열은 국가에 인정받은 특수 이사 업체를 불러서 보유 중인 모든 자재들과 장비를 새로운 공방으로 옮겼다.

기존에 있던 오픈 마켓의 공방은 조만간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오…….”

졸지에 새로운 공방의 주인이 된 남호열은 멍한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지한과 김시후의 지시에 따라 부동산 계약부터 공방을 새로 이전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하루도 채 걸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덕분이었다.

남호열은 이전 공방에서 챙겨온 망치 따위의 도구들을 하나씩 살피며 말했다.

“요 몇 시간 사이에 정말 많은 게 바뀌어 버렸네요. 어쩌면 제 인생까지도…….”

“후회되세요?”

“후회라뇨! 오히려 여러분과 함께하게 돼서 기쁩니다.”

조금 더 쾌적하고 넓어진 공방.

앞으로는 꿀잼의 전속 대장장이로서 이들만을 위한 장비를 제작하면 되는 입장이었다.

월급도 따박따박 지급될 예정이니 이전처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장비 제작과 관련이 없는 고민들을 할 필요가 일체 사라져 버렸다.

오로지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며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리도 대강 되었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바깥은 이미 어둑어둑해진 시간.

민유리와 김시후를 먼저 집으로 보낸 유지한은 남호열과 함께 새로운 장비 제작을 위한 대화를 나눴다.

“이건 이번 장비 제작에 들일 예산과 저희의 요구사항입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촤륵!

책상 위에 여러 장의 종이가 나열되었다.

팔짱을 낀 남호열은 종이에 적힌 요구사항을 하나씩 훑었다.

“모든 장비에 기본적으로 중독 내성을 부여하고, 무기에는 경량화 마법과…….”

“산성 저항도 필요해요. 아시다시피 3급 이상으로 가면 장비를 녹이는 놈들도 종종 있어서.”

“여기 적혀 있는 게 유리 씨가 지금 사용 중인 활의 소재인가요?”

“예. 활대에는 단풍괴무와 대괴무, 소프트 카우의 뿔을 겹쳐서 사용했고, 활시위에는…….”

“이것보다 조금 더 탄력이 강한 걸 원하시는 거죠?”

“맞습니다.”

팔짱을 푼 남호열이 볼펜을 들고 흰 종이에 메모를 적었다.

사사삭!

사사삭!

종이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이는 그의 볼펜.

사용자의 요구를 기반으로 그에 어울릴 만한 재료를 나열하는 것이었다.

어떤 재료들을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들을 조합하기에 따라 장비의 효과는 천차만별로 변한다.

그리고 조합식에 따른 장비의 성능은 남호열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시뮬레이션 되고 있었다.

“이러면 딱 요청하신 대로 만들어질 겁니다.”

“흐음…….”

“하지만 여기서 몇 가지만 더하자면…….”

남호열은 유지한 파티의 요청 사항에 대장장이로서의 의견을 덧붙였다.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조금 더 나은 장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 의견을 집중해서 듣던 유지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니! 호열 씨가 말씀하신 방향이 확실히 더 낫네요.”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여기 적힌 재료를 아직 제가 직접 다뤄 본 적이 없어서…….”

“영상이나 관련 자료는 다 찾아보신 거잖아요?”

“네.”

이전에 다뤄보지 않은 재료의 장단점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그였다.

단지 지금까지는 필요한 것 외의 재료를 구매할 여유가 없어서 직접 다뤄 볼 기회가 없었을 뿐.

그리고 요청 사항도 거의 정리가 되었을 무렵.

유지한은 책상을 정리하는 남호열에게 종이뭉치를 건넸다.

“이건 제 선물입니다.”

“이게 뭐죠?”

“아티팩트의 제작과 관련된 최신 논문입니다.”

“아티팩트요?”

“예. 시간이 걸려도 좋습니다. 당장 결과를 원하는 게 아니니까 아티팩트에 대해서는 천천히 공부해주세요.”

남호열은 출력된 논문을 받아들며 말했다.

“노력하겠습니다.”

*****

유지한 파티가 청영사 활동과 더불어 시범 삼아 3급 MA에 들락거리는 사이.

남호열은 그들의 주문한 장비 제작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쇼!”

제작 중간에 마력의 개입이 필요해지는 순간에는 김시후를 공방으로 호출했다.

원래는 마력이 담긴 마석을 사용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대체해도 되지만.

장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김시후가 얼마든지 자신을 불러도 좋다고 말한 덕분이었다.

“호열 씨. 거기 말고 이쪽에 마력을 사용하는 게 더 낫겠는데요?”

“……!”

“제가 하는 거 잘 보세요.”

마력을 제어하고 다루는 솜씨가 보통의 수준을 뛰어넘는 김시후.

뭐든지 요청한 대로 정확하게 따라 주던 그는 이따금 마력 사용에 대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우와!”

남호열이 실시간으로 김시후의 조언을 따라가면 장비에 이전보다 훨씬 더 깔끔한 마력 처리가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그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깡! 깡! 깡! 깡!

망치로 단단한 몬스터의 뼈를 두드리고.

가위로 가죽 따위를 자르고 엮어서 갑옷의 토대를 만든다.

이전에 하던 것과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과정.

하지만 그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일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진짜 대장장이가 된 기분이야.’

지금처럼 부담 없고 편한 환경에서 장비를 만들었던 순간은 없었다.

남호열이 오픈 마켓에서 공방을 처음 열었던 시기를 포함하더라도 그랬다.

장비를 판매하는 상인이 아니라 비로소 한 명의 대장장이가 된 기분!

그는 그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즐겁다!’

뜨거운 가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지어졌다.

일을 하는 도중에 즐겁다고 느껴 본 적이 대체 얼마 만이던가?

대장장이로서 정체되어 있던 실력도 매 순간 성장하는 기분이었다.

몸은 예전보다 더 힘들지 모르겠으나, 남호열은 그 모든 과정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실력이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성장 또한 이뤄지는 것이었다.

“음?”

그리고 그러한 성장 때문이었을까.

때때로 아주 이상한 감각이 남호열의 손끝에 머물렀다.

내리쬐는 햇볕처럼 따뜻하고도, 남극의 빙하를 만지는 것처럼 차가운 느낌.

야릇하고도 황홀한 그 감각이 다가올 때면 저도 모르게 본능에 따라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곤 했다.

그리고…….

반짝!

그가 제작하던 장비 중 일부가 전에 없던 빛을 반짝였다.

*****

김시후는 남호열이 제작한 활을 얼굴 높이로 들어 올렸다.

“흐, 흐으음…….”

활대를 잡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초근접 거리에서 활을 살펴보는 김시후.

손끝에 마력을 담은 그가 활시위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그의 마력은 얇은 활시위에 녹아들 듯 스며들었다.

“어때?”

조금 긴장한 듯한 민유리의 물음.

이내 활을 책상 위로 천천히 내려놓은 김시후가 말했다.

“틀림없는 아티팩트에요.”

“이야…….”

“미쳤다…….”

유지한과 민유리가 입을 쩍 벌린 채 책상에 올려진 활을 내려다봤다.

남호열이 며칠간 공을 들여 제작한 장비 중에서도 민유리가 사용할 예정이었던 활.

그 활은 평범한 무기가 아니라 아티팩트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유지한의 검마저도.

“호열 씨……!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티팩트를 2개씩이나 만들어 낸 당사자인 남호열은 양손을 좌우로 빠르게 흔들었다.

그가 설명할 수 있는 거라곤 자신의 느낌에 따라 무기들을 완성한 순간.

무기 전체에서 밝은 빛이 점멸했다는 것뿐이었다.

“활에서 거미줄을 뽑아낼 수 있다니.”

“그냥 거미줄이 아니라 3급 몬스터가 주력 무기로 사용하는 거미줄이에요.”

아티팩트로 인정받은 활에는 활시위를 제작할 때 사용된 몬스터의 거미줄을 뽑아내는 스킬이 부여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마력이 담긴 재료에 깃들어 있는 잠재력을 대장장이 남호열이 이끌어낸 것이었다.

장비의 주인이 될 민유리라면 자신의 화살에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터.

“이 검에도 발열 스킬이 달렸고요.”

칼날을 아주 뜨겁게 달굴 수 있는 발열 스킬이 부여된 검.

테스트 결과 단 5초 만에 공기 중에서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칼날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순간적인 공격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이었다.

유지한은 남호열을 바라보며 말했다.

“꿈을 이루신 소감은 어떻습니까?”

“아직 얼떨떨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의도했던 결과물도 아니고, 사용 횟수도 한정되어 있어서 아쉬워요.”

“그것만 해도 너무 대단한데요.”

망가지거나 쓰임새를 다하기 전까지 반영구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장비들.

거기에 부여된 스킬들은 어림잡아 6번까지만 사용 가능한 것들이었다.

테스트로 사용한 횟수를 제외하면 최대 사용 횟수는 5번 정도.

아쉽다면 아쉬운 결과이지만, 엄연히 아티팩트로 분류되는 물건이 탄생한 것은 틀림없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놀라운 결과물이었다.

“그래도 뭐랄까, 뭔가……. 조금 감을 잡은 것도 같아요.”

“……!”

저건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감을 잡았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박수를 치며 축하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소식이었다.

‘반드시 이 사람을 잡아야 한다.’

유지한은 자신이 선물했던 논문을 내려다봤다.

새하얗던 종이는 검은색 볼펜으로 적힌 메모로 가득하고 여기저기 잔뜩 구겨져 있었다.

오픈 마켓을 뛰쳐나와 길드에 합류하자마자 엄청난 장인이 되어 버린 남호열!

이제는 그가 아니라 길드가 훨씬 더 아쉬운 입장에 놓였다.

“아무래도 계약서를 조정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네?”

“계약 조건을 지금보다 훨씬 더 좋게 맞춰드릴게요.”

“그건…….”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계시죠?”

유지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른 입술을 핥았다.

자체적으로 아티팩트를 만들어 내는 장인의 숫자가 전세계에 400명도 안 되는 판에.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한국의 장인을 쉽게 놓쳐 버릴 수는 없었다.

과거의 인연을 강조해서라도,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그에게 모든 조건을 맞춰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호열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

“저는 어차피 이곳, 꿀잼에 뼈를 묻을 테니까요.”

“오우…….”

그러면 우리야 땡큐지.

“제가 반드시 여러분의 모든 장비를 아티팩트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쿵쿵!

남호열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아주 야심 찬 선언을 내뱉었다.

그에 유지한은 기대하는 얼굴로 칠라를 바라봤다.

“찍?”

온몸에 아티팩트를 휘감은 마갑(魔甲) 친칠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조만간 정말로 이루어질지도 몰랐다.

*****

전라남도 여수에서도 깊은 지하에 위치한 IUPC의 비밀 거점.

그곳에 모인 연맹의 회원들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대다수가 머리카락을 다른 색으로 물들인 상태였다.

매우 진한 분홍색이나 붉은색처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시도하지 않는 색깔도 많았다.

거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그들이 가진 머리카락의 뿌리는 죄다 하얀색이라는 것.

“남해로 내려간 팀은 준비가 거의 끝난 모양이야.”

“진도와 해남, 고흥에서도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포 쪽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서울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일반 직원들은 남아서 경찰과 언론에 대응 중이고, 각성자들은 은밀히 다 아래로 내려오는 중입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분홍 머리의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이 해외 쪽 상황 듣고 연락 주신다니까 기다려 보자.”

“네.”

콰앙!

그때 대화 중인 그들의 앞쪽.

단단하고도 커다란 철창에 갇혀 있던 몬스터 하나가 철창을 세게 두드렸다.

“아, 깜짝이야!”

그에 여성은 잔뜩 인상을 쓰고, 어디선가 한 남자가 다급히 달려와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야! 연맹에서 시간을 대체 얼마나 줬는데 크리처 하나를 제대로 못 다뤄?”

“…….”

“넌 내가 20분 뒤에 검사할 거야. 아이들 먹이가 되기 싫으면 잘 좀 하자?”

“네, 넷!”

철창을 사이에 두고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몬스터와 남자가 함께 멀어져 갔다.

쯧쯧 혀를 차던 여성은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몬스터 조종에 미숙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 사람당 최소 10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너끈히 조종하고 있었다.

흡사 수십 명의 테이머가 모인 듯한 장면이었다.

“1조! 이쪽으로 오렴!”

파라라락!

여성이 짧게 명령하자 허공을 날아다니던 거대한 새 5마리가 그녀 앞에 내려앉았다.

명령에 따르는 모두가 돌연변이로 변이된 특수한 개체들.

인간의 머리통을 씹어먹을 수 있을 만큼 크고 강한 부리를 가진 놈들이었지만.

그녀는 무척 사랑스러운 눈길로 검은 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키히힛……!”

즐거운 축제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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