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38화 (138/300)

138화. 짜잔 (3)

교관 진석우의 교육 시간.

여느 때처럼 청영사 3기에 소속된 영웅들은 교육이 진행되는 강의실로 모였다.

“제임스! 승급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제임스 씨는 당연히 올라갈 줄 알았습니다.”

3급으로 승급하는 데 성공한 제임스 강 파티.

동기들은 그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레드홀 소속에다가 교육 도중에도 워낙 잘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여 준 덕분에 그들의 승급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정영욱 파티도 승급 축하드립니다!”

“이번 승급 시험이 되게 어렵다고 들었는데요.”

“우리 중에도 합격자가 꽤 나왔죠.”

청영사 3기에서 이번 승급 시즌에 3급으로 올라간 파티는 총 4개.

제임스 강 파티, 정영욱 파티, 신호연 파티.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지한 파티.

그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여성이 말했다.

“다들 그건 보셨어요?”

“그거라고 말씀하시면?”

“그……. 정령이요.”

“아, 그거야 당연히 봤죠.”

영웅일보에서 개재한 유지한 파티의 단독 인터뷰.

그로 인해 인터넷 영웅 커뮤니티가 뒤집어질 정도로 시끌벅적했으니.

이중에서 관련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그런데 자리에 모인 이들이 유지한 파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그때였다.

드르륵!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하더니.

강의실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유지한 파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

대화가 오가던 강의실에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내 문으로 입장하는 유지한을 힐끔거리는 사람들.

‘여기서도 이러네.’

유지한은 갑자기 조용해진 강의실의 분위기가 자신의 등장으로 인한 것임을 알았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겪었던 것이지만, 영 익숙해지지 않는 반응이었다.

“지한 씨. 반갑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그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건 3차 승급 시험에서 마주쳤던 제임스 강이었다.

짧은 인사였지만, 그 덕분에 묘한 긴장감이 풀리고 강의실에서 다시금 대화가 이어졌다.

유지한 파티는 비어 있던 고미나 파티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미나 씨도 안녕하세요.”

“헛! 넷! 안녕하세요.”

옆으로 다가온 유지한의 인사에 깜짝 놀라는 고미나였다.

그녀는 유지한의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승급 축하드려요오…….”

“예. 감사합니다.”

“오늘 나온 인터뷰도 봤어요! 지, 지한 씨가 정령사였다고.”

“맞아요.”

가볍게 수긍하는 유지한이었다.

이미 기사로 정보를 접했음에도 고미나는 입을 살짝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한 씨가 정령사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정령사들은 대부분 마법을 위주로 사용하시잖아요.”

“비교적 최근에 계약을 맺어서요.”

“그럼 앞으로는 포지션도 변경하시는 거예요?”

“아니요. 지금처럼 유지될 겁니다.”

고미나와 유지한 간의 대화가 이어지고.

청영사 동기들은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교육을 진행하는 교관 진석우가 강의실에 들어온 건 약 15분쯤 후였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교탁에 서서 말했다.

“오늘은 교육이 없고 짧게 발표할 내용이 몇 개 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다시피 피드백 교육을 처음 진행할 때 좋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주고받는 파티에게 가산점과 괴삼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

진석우의 입에서 가산점과 괴삼이 언급되고.

자리에 앉아서 딴생각을 하고 있던 영웅들마저 모두 정신을 차리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1차 보상을 받아 갈 파티를 발표하겠습니다.”

진석우는 손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휴대폰 화면에 적힌 글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피드백 수업에서 가장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 파티는, 레드홀의 제임스 강 파티.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

가산점과 함께 괴삼을 지급 받게 된 제임스 강 파티였다.

축하의 박수가 쏟아지는 와중에 제임스 강은 아주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거대 길드에 소속되었다고 하더라도 질 좋은 괴삼을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피드백 수업에서 다른 파티에게 가장 좋은 피드백을 제공한 파티는…….”

“…….”

“꿀잼의 유지한 파티. 축하드립니다.”

“……!”

유지한 파티가 언급되고.

강의실에 잠깐의 정적이 머물렀다.

짝짝짝.

직전의 제임스 강보다 크기가 조금 줄어든 박수 소리.

그 박수에 담겨 있는 감정은 주로 놀라움에 가까웠다.

‘대체 얼마나 평가를 잘 했길래…….’

‘난놈들이네, 진짜.’

‘정령이 도와준 건가?’

유지한 파티원들은 진석우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진석우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자로 청영사 3기 중에서 4개 파티가 3급으로 올랐더군요! 담당 교관으로서 매우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들 정말 잘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유지한 씨는……. 정령사라고 알려지셨던데요.”

“예.”

진석우가 눈가에 묘한 열기를 띠며 말했다.

“한 번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뾰롱!

그의 요청에 유지한은 주저 없이 실프를 소환했다.

이제는 숨길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정령이다.”

“이야…….”

진석우는 물론이고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영웅들은 허공에 떠오른 실프를 올려다봤다.

한국에 존재하는 정령사의 숫자는 오늘 유지한의 등장으로서 총 21명.

그만큼 정령은 볼 기회가 드문 존재였다.

드드드드—!

그 반응이 재밌었는지, 아니면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 기쁜 것인지.

실프는 강의실 전체를 돌아다니며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였다.

“우왓!”

심지어 녀석은 모르는 사람의 머리에 내려앉는 식으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실프를 주머니나 품속에만 넣어 뒀던 것에 조금 미안함을 느끼는 유지한이었다.

‘이런 제기랄……!’

‘왜 정령이 저딴 놈에게…….’

한편, 유지한이 주목받는 것에 불만이 가득한 민주용과 문경진은 속으로 분을 삭였다.

하지만 모두가 감탄하는 와중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

“양지철! 그 정령사를 어떻게든 한국에 붙잡아 둬.”

영웅부 회의에서는 당일 등장한 정령사에 관한 이야기로 한창이었다.

양지철은 여러 임원들이 모인 그 자리에 참고인으로 불려 나왔다.

바람의 정령사로 발표된 꿀잼의 유지한과 가장 접점이 많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지의 정보원에 의하면 벌써 중국과 미국에서 벌써 접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

“더러운 도둑놈들 같으니……!”

소규모 길드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령사.

그 소식은 단 몇 시간 만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심지어 그의 소속이 아주 작은 규모의 길드라는 것이 전해지자.

비교적 만만해 보이는 그와 접촉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서는 벌써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당분간 출국 금지라도 요청해서 한국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아니, 그건 안 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령사의 발을 강제로라도 한국에 묶어 두려는 임원들.

당연하게도 양지철은 즉각 반발했다.

“저희 쪽에서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유지한 씨의 반감을 살 겁니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유지한 씨는 소속 길드의 지분을 10% 이상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실상 길드의 임원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 와중에 굳이 다른 나라로 떠날 필요가 있겠습니까?”

“미국이나 중국에서 돈으로 밀어붙이면 우리는 방도가 없어.”

“제가 봐온 지한 씨는 돈에 크게 휘둘릴 사람은 아닙니다.”

“세상에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어딨어?! 2급 영웅도 종종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판에…….”

돈을 기준으로 영웅을 바라보는 임원들.

임원 전체가 그와 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었지만.

양지철은 그들의 마음을 달래기에 애썼다.

“제가 유지한 씨에게 한국에서 활동해 달라고 잘 부탁해 보겠습니다.”

“그 영웅이 한국을 떠나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때 제가 책임져야 할 게 있으면 책임지겠습니다.”

유지한이 한국을 떠나면 엉뚱하게도 양지철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임원들.

그렇게 새로운 정령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회의가 마무리되고.

회의실을 빠져나온 양지철은 긴 한숨을 내뱉었다.

‘꼰대들 같으니라고.’

그나마 유했던 영웅부 장관이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운 뒤.

최근 들어 업무에 잦은 간섭이 심해진 임원들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는 건물 1층으로 내려갔다.

곧 유지한이 영웅부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지철 씨!”

“아, 지한 씨 벌써 오셨어요.”

“……지철 씨? 어디 몸이라도 안 좋아요? 며칠 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되셨네.”

“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들어가시죠.”

양지철은 유지한을 건물 안쪽으로 안내했다.

이제는 꿀잼의 담당자가 되어 버린 양지철이었다.

“전에 윤도하님이 정령사를 찾았다고 언급을 하긴 했었어요. 그런데 설마 그게 진짜로 지한 씨였을 줄이야…….”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한테 죄송할 건 없죠.”

그들이 걸어서 도착한 곳은 영웅부의 연구실.

유지한은 카지미르가 있는지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쪽은 영웅부에서 정령을 담당하는 직원입니다.”

“반가워요.”

“오늘은 간단한 테스트만 하고 정령사로 등록하는 작업 도와드릴게요.”

유지한은 연구원의 설명을 들으며 이마와 목, 팔 같은 부위에 전선으로 이어지는 하얀색 패드를 덕지덕지 붙였다.

“시작하겠습니다.”

뾰롱!

안내에 따라 실프가 소환되자.

유지한이 몸에 붙인 패드와 연결된 기계를 타고 모니터에 여러 데이터가 떠올랐다.

“컥! 소환 속도가 정말 빠르네요! 정령과 계약한 시기가 언제라고 했죠?”

“3달이 조금 안 됐어요.”

“오오…….”

이어서 유지한은 실프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간단하게 마법을 사용하는 등의 시범을 보였다.

그럴 때마다 정령을 담당하는 연구원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옆에서 그의 표정을 살피던 양지철이 말했다.

“왜 그래요?”

“유, 유지한 씨와 실프의 동조율과 친화력이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높아요!”

“그렇게 놀랄 정도예요?”

“이 수치라면 2년 차……. 아니, 3년 차 정령사와 비교하더라도 더 높은 수준입니다.”

어느 날 연구원이 대학교에서 정령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푹 빠져 버린 뒤.

해외를 포함하여 평생을 봐온 사례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데이터였다.

*****

“강석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길드 나이프의 본사.

길드장인 문경구는 자신의 파티원인 지강석을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같잖은 놈이 이렇게 주목을 받게 두다니…….”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유지한 파티를 언급하며 으르렁거리는 문경구.

그는 파티원인 지강석을 승급 면접관으로 꽂아 넣으며 녀석들의 승급을 막아 내라고 지시했었다.

하지만 유지한 파티는 생각보다 더 화려하게 3급 데뷔에 성공했고.

심지어 지강석은 하루 동안 연락 없이 잠수를 타다가 길드에 출근했다.

쾅!

문경구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말했다.

“아무리 상대가 정령사라고 해도 네가 고작 4급 따위에게 밀려? 이게 씨발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잠수 탔던 건 문제 삼지 않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 왜 봐준 거야?”

문경구는 지강석이 유지한을 봐줬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패배를 믿을 수 없었기에.

그러나 지강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봐주지 않았어.”

“뭐?”

“첫 번째 공격까지는 몰라도, 그 뒤로는 전혀 봐주지 않았다고.”

“……!”

그의 말에 문경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안하지만 그런 놈과 싸웠던 경진이가 운이 너무 나빴다.”

“……유지한이라는 영웅이 그 정도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의 문경구였다.

하지만 유지한과의 대련에서 홧김에 아티팩트까지 내보였던 지강석은.

그에게 얻어맞았던 가슴팍을 문지르며 말했다.

“걘 진짜배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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