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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30화 (130/300)

130화. 3급 (10)

유지한 파티는 영웅부 서울 지부에 도착했다.

이전에 방문했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분위기.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이동하자 4급 승급 시 대기하던 곳과 동일한 장소에 도착했다.

전달받은 시간보다 더 일찍 도착한 덕분인지 대기실에 사람은 별로 없었다.

“유지한 씨?”

“제임스 강……. 이셨죠?”

“맞습니다.”

그들보다 일찍 도착한 파티 중에는 같은 청영사 동기이자 레드홀 소속인 제임스 강 파티가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3차 시험을 통과한 그들.

역시 레드홀에서도 기대받는 파티다웠다.

“오, 안녕하세요!”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김시후는 제임스 강 파티의 한 전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 전사는 어제 치러진 3차 시험에서 김시후와 잠시나마 함께했던 사람이었다.

그들의 인사를 지켜보던 제임스 강은 유지한을 향해 말했다.

“어제 지한 씨의 대련을 봤습니다. 그 미끄러운 얼음판에서 움직이던 장면은 꽤 인상적이더군요.”

“감사합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그때 2명의 마법사들이 탱커와 육탄전을 벌인 건 마력이 떨어져서 그런 거죠?”

“예.”

“그렇게 싸운 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

“제가 제안했습니다.”

유지한의 대답에 제임스 강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어제 대련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을 눈앞의 인물이 설계한 것이었다니.

청영사 내부에서 돌고 있는 소문은 그 또한 알고 있었지만.

유지한 파티가 이번 승급 면접까지 올라온 것이 요행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지한 씨. 음료수 드실래요?”

“저는 콜라로.”

유지한 파티가 의자에 앉아서 대기하는 사이.

점차 대기실로 들어오는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두 어제 3차 시험을 통과한 파티의 영웅들이었다.

“승급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곧 면접의 시간이 다가왔다.

가장 먼저 이름을 불린 파티는 대기실을 찾아온 직원을 따라 면접장으로 이동했다.

면접을 치르는 순서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유지한은 가만히 앉아서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앞 순서인 파티가 대기실을 떠나고 몇 분 후.

“벌써 끝났나 보다.”

“빠르네요.”

면접을 끝낸 영웅들이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니, 뭐 저딴 사람이 있어?!”

그중에 파티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그의 파티원도 다들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작은 소란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음에도 그들의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저 사람들 왜 저래?’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이번 면접이 어렵나보네.’

대체 면접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영웅들은 그들을 보며 눈만 껌벅거렸다.

이어서 다른 파티의 면접이 계속 진행되고.

대기실로 복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와, 존나 어이없어.”

무척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큭……!”

이를 꽉 다문 채 분해하는 사람들까지.

면접을 끝낸 사람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나빠 보였다.

이상한 건 거대 길드에 소속된 파티는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짐을 챙겨 대기실을 떠나는 이들을 보며 김시후가 속삭였다.

“오늘 면접, 장난 아닌가 본데요.”

“음.”

차례를 기다리는 유지한은 마른 입술을 할짝거렸다.

아무리 어렵다고 한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

마음을 편하게 먹고 면접을 치를 생각이었다.

“유지한 파티. 입장하겠습니다.”

마침내 차례가 되어 유지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파티원들과 함께 직원을 따라 이동하자 도착한 곳은 커다란 문 앞.

똑똑.

직원은 문을 노크하고 안으로 열어 재꼈다.

면접장 안에서 창문을 등지고 앉아 있는 4인의 면접관들.

가장 먼저 입장한 유지한은 3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양지철과 눈을 마주쳤다.

“큭.”

면접관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남자가 유지한을 보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순간 묘한 감정이 든 유지한은 그의 앞쪽 책상에 놓여있는 종이 명패를 바라봤다.

[나이프 - 지강석]

“……!”

명패에 적힌 그의 소속을 보고 유지한은 흠칫했다.

4번째 면접관은 다름 아닌 나이프 길드 소속의 영웅!

그중에서도 면접관으로 참여할 정도라면 아마 2급 이상의 영웅일 터였다.

‘하필이면 나이프 길드가.’

사실상 나이프와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꿀잼.

분쟁의 원인이 된 문경진과는 청영사에서 동기가 되었음에도 관계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몇 차례의 사건을 통해 더 나빠졌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이프의 영웅이 면접관으로 들어오다니…….

‘그런데 저 얼굴, 묘하게 낯이 익은데.’

유지한은 준비된 의자로 걸어가면서 과거의 기억을 곱씹었다.

김현태 파티에서 활동할 때는 현장에서 매번 2급 이상의 영웅과 마주쳤던 그였다.

어쩌면 과거에 마주친 적이 있을지도.

“안녕하세요. 꿀잼에서 온 유지한 파티입니다.”

“반갑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세요.”

유지한 파티의 세 사람은 의자에 앉았다.

칠라가 민유리의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에야 나이프의 명패를 발견한 김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면접자라는 처지에서 불만을 토할 수는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 유지한 파티의 면접을…….”

양지철이 면접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

“엣취—!!”

갑자기 지강석이 큰소리로 기침을 했다.

소리가 어찌나 우렁찼는지 옆에서 말을 하던 양지철이 입을 다물 정도였다.

다시금 그의 기침이 이어지자, 양지철은 한숨을 쉬며 책상에 놓인 휴지를 그에게 건넸다.

“어휴! 미안합니다.”

“감기라도 걸리셨나 봐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지강석이 유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수준 낮은 영웅을 보면 기침하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

“…….”

“…….”

그가 툭하고 뱉은 말에 양지철을 포함한 다른 면접관들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 이 면접장 안에 존재하는 영웅은 지강석을 제외하면 오직 면접자들뿐.

그렇다면 ‘질 떨어지는 영웅’이라는 건 유지한 파티의 누군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으하핫! 농담입니다, 농담.”

그런데 그때였다.

“엣취!!”

유지한이 지강석과 비슷할 정도로 커다란 기침 소리를 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유지한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흠흠, 그 알레르기가 저한테도 옮았나 봅니다.”

유지한은 그렇게 말하며 지강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면접의 결과와는 별개로 절대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

그것이 예전 이동호와의 면접에서 교훈을 얻은 유지한의 다짐이었다.

‘저 새끼가 미쳤나…….’

태연한 그의 태도에 어이없어하는 지강석이었다.

나이프와 꿀잼,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에 데자뷰를 느낀 양지철은 조금 아찔해졌다.

그가 황급히 책상 위의 리모콘을 잡으며 말했다.

“크흠! 우선은 영상부터 확인해 볼까요?”

띡!

리모콘을 조종하자 벽에 준비된 모니터에 화면이 떠올랐다.

이번 3급 승급에서는 영웅부에서 준비한 몇 가지 시험이 치러진 만큼.

면접에서 그 시험의 과정을 함께 시청하게끔 되어 있었다.

“먼저 1차 시험입니다.”

개량형 결계를 넘어가는 1차 시험.

모니터에 결계를 앞둔 유지한 파티의 모습이 비쳤다.

숨겨져 있던 카메라가 현장에서 영웅들을 촬영한 덕분이었다.

“호오…….”

“진입이 아주 안정적이네요.”

김시후가 먼저 결계로 입장하는 장면.

거침없이 결계로 들어간 김시후가 안에서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댔다.

그 모습에 면접관들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지럽지는 않던가요?”

“네.”

이어지는 민유리와 칠라의 입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바로 직전에 면접을 진행한 파티에서는 바닥에 음식을 토하는 장면이 비쳤는데.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돋보이는 면도 있었다.

—지직.

그리고 마지막인 유지한의 입장에서는.

육안으로도 보일 만큼 결계의 저항감이 작았다.

모니터를 주시하던 면접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건?!”

“저게 어떻게 된 거죠?”

“지금 결계를 넘어간 게 맞아요?”

곧바로 영상이 정지되고.

양지철을 포함한 모든 면접관들이 유지한을 바라봤다.

“1차 시험에서 마법을 쓰셨습니까?”

“아니요.”

“그럼 대체 어떻게…….”

그때 지강석이 말했다.

“유지한 씨! 몸을 보호하는 아티팩트를 사용한 게 아닙니까?”

이전에 면접을 진행한 영웅 중에는 아티팩트로 몸을 보호한 사례가 있었다.

지강석을 그것을 의심하는 것이다.

“저는 보유중인 아티팩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계의 반발력을 줄인 방법이 뭡니까?”

“마력으로 몸을 보호했습니다.”

“단지 마력으로요? 평범한 전사의 마력으로 저런 게 가능할 리 없습니다.”

“잘만 되던데요?”

“…….”

짧게 돌아온 대답에 지강석은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든 유지한을 붙잡고 늘어지고 싶었지만.

실제 영상으로 보이는 건 충분히 합격점을 넘고도 남았으니까.

어쩌면 1차 시험만큼은 유지한이 전체 영웅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라 볼 수 있었다.

“다음은 2차 시험입니다.”

공간 왜곡으로 만들어진 던전을 돌파하는 2차 시험.

던전에 입장한 유지한 파티가 모니터에 비쳤다.

모니터 하단에는 그들이 움직이는 경로와 탈출까지의 최단 경로가 함께 표시되었다.

양지철이 모니터링실에서 확인하던 바로 그 기능이었다.

지지직—

빠른 배속으로 재생되는 영상.

끈끈이, 그물, 구덩이 등 던전에 숨겨진 함정들이 등장하고.

유지한 파티는 그 모든 함정을 성공적으로 피해 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저걸 다 피해?”

“와우.”

“사진도 찍으셨네요.”

“아하하…….”

단체로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김시후는 멋쩍게 웃었다.

그런데 지강석은 눈을 좁히며 말했다.

“잠깐! 저 아래에 하얀 선은 던전 탈출까지의 최단 경로를 나타내는 게 아니었나요?”

“최단 경로가 맞습니다.”

“그런데 왜 유지한 파티의 이동 경로와 최단 경로가 거의 같아 보이는 거죠?”

“그만큼 유지한 파티가 길을 잘 골랐다는 거겠죠?”

지강석이 유지한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혹시 유지한 파티는 던전의 전체 지도를 미리 전달받은 게 아닙니까?”

유지한 파티가 던전의 정보를 미리 가지고 있었다는 추측.

그것은 즉, 영웅부 내부자와의 거래를 의심하는 발언이었다.

양지철은 그에 고개를 내저었다.

“절대로 그럴 일은 없습니다.”

“흐음…….”

“지강석 면접관님. 너무 추측성이 짙은 발언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면접관이 같은 면접관에게 지적받는 광경이란, 참으로 우스운 장면이었다.

유지한은 자신을 노려보는 지강석을 마주 보며 생각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네.’

아무래도 문경진에게 무슨 부탁이라도 받고 온 모양인데…….

그가 어떤 방해 공작을 펼치든 승급 시험에서 유지한 파티가 고점을 받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들 충격에 대비해!

곧 유지한 파티가 던전에서 거대한 돌덩어리를 마주친 장면이 화면에 비쳤다.

화면 속 유지한은 잠깐 뒤로 물러나는 듯했지만.

이내 오러가 담긴 검으로 커다란 돌을 통째로 베어냈다.

그러자 지강석이 눈을 꿈틀거렸다.

‘4급 주제에 오러를 사용한다고?’

영웅들이 대부분 그렇듯 지강석 또한 3급에 오른 뒤에야 오러를 처음 발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고작 4급 영웅이 오러를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다니?

그가 아주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유지한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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