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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26화 (126/300)

126화. 3급 (6)

2차 승급 시험의 모니터링실.

커다란 벽 한쪽에 자리한 수많은 모니터가 던전 안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영웅들을 비췄다.

땅 속 아래에 던전을 생성하던 당시 내부에 관찰용 카메라를 설치해둔 것이다.

“이희철 파티에 부상자 1명 발생했습니다!”

“13번 카메라 화면이 흐릿해요! 조정 좀 해 주세요!”

“이유진 파티 진입로에 설치된 함정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저쪽 담당자 누구야!”

“앗, 5번 카메라 꺼졌습니다!”

한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 영웅부의 직원들은 모니터링실을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새로운 방식의 시험을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한 덕분에 모두가 바쁘기 그지없었다.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가 터지면 담당자들은 탄식을 토하기도 했다.

“흐음…….”

한편, 양지철은 모니터링실에서 영웅들이 던전을 공략하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번 던전에서 각 파티는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 들어간 상태.

서로 마주칠 일은 없는 덕분에 서로간의 충돌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탈출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어이쿠.”

그때 양지철이 보고 있던 모니터 속 영웅들이 함정에 걸렸다.

평평하던 땅이 푹 하고 꺼지면서 깊은 구덩이에 떨어진 것이다.

구덩이에 떨어진 파티는 빠져나오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구덩이 전체에 미끄러운 윤활유 같은 것이 발려져 있어서 탈출이 여간 쉽지 않았다.

“아주 잘 만들었어.”

저 미끌거리는 구덩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양지철이었다.

영웅들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훌륭한 함정으로 탄생한 것에 흡족해했다.

“어이쿠! 저런.”

“저 함정에 걸려버렸네.”

모니터에 비친 파티들은 대부분 함정에 빠져서 크고 작은 차질을 겪고 있었다.

2차 시험 시작 후 가장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갔던 파티는 강력한 끈끈이에 연속으로 얻어맞은 뒤 패닉에 빠졌고.

괴성까지 지르며 자신만만하게 달려가던 한 파티는 이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분위기가 처음과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유지한 파티는 어디 있지?’

양지철은 수많은 화면 사이에서 유지한 파티를 찾아다녔다.

아무래도 자신이 또 그들의 승급을 부추긴 만큼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찾기가 너무 힘들었던 탓에, 결국 벽에 걸린 모니터가 아니라 노트북을 이용해서 그들을 직접 검색해야만 했다.

“어?”

이윽고 노트북 화면에 유지한 파티의 카메라가 떠오르고.

양지철은 화면 속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렇게 멀쩡하지?’

파티장인 유지한이 가장 앞장서서 이동 중인 유지한 파티.

그들의 외견은 처음 던전에 들어왔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러 함정에 빠졌던 고생한 다른 파티와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멀쩡한 것이다.

‘이동 속도도 괜찮고.’

수치상으로 표기되는 유지한 파티의 던전 진행도는 약 34%.

진행도로 순위를 나열했을 때는 대략 중상위권에 위치한 정도.

이대로만 진행되면 충분히 합격권 안에 들었다.

‘이동 경로를 살펴볼까.’

던전에 입장한 파티는 파티장의 휴대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서 현 위치에 중심으로 간략한 지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던전을 제작한 영웅부는 던전의 전체 지도를 확인할 수 있을뿐더러.

각 파티가 이동한 경로와 던전의 시작부터 끝으로 이어지는 최단 경로 또한 볼 수 있었다.

사실상 던전의 답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

현재까지 유지한 파티가 이동한 경로를 화면에 띄운 양지철은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최단 경로는 하얀색 선으로 표시되고, 파티의 이동 경로는 그 위에 붉은색 선으로 따로 표시되어 총 2개의 선이 화면에 보여야 하는데.

유지한 파티의 이동 경로에는 선이 딱 1개만 존재하고 하얀색 선이 출발지점부터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오류는 아니다.’

양지철은 천천히 붉게 물들어가는 하얀색 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것은 시스템 오류 따위가 아니라 선 2개가 겹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던전의 끝으로 이어지는 최단 경로와 유지한 파티의 이동 경로가 무서우리만큼 비슷하다는 것.

“허…….”

여러 갈림길을 마주쳤음에도 오로지 최적의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유지한 파티.

이동하는 속도만 놓고 보면 최후방에 있는 파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그들은 던전에서 누구보다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역시 저 사람들은 뭔가 달라.’

남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저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그렇게 확신하는 양지철이었다.

*****

피슉!

평범한 돌벽에 조그마한 구멍이 생겨남과 동시에.

그 안에서 무언가가 유지한의 다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재빨리 발을 뒤로 뺀 유지한은 날아온 물체를 살폈다.

바닥에 쩍하고 달라붙은 그것은 접착성이 매우 강력한 초록색 끈끈이였다.

‘끈끈이만 3번째군.’

함정을 마주친 횟수만 벌써 11번째.

바닥이나 벽, 천장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함정들은 대부분 영웅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것들이었다.

“찍찍!”

곧이어 유지한의 바로 뒤에 있던 칠라가 날카로운 울음 소리를 내며 앞으로 걸어왔다.

그게 무슨 행동인지 알고 있는 유지한은 자리에 멈춰섰다.

감각이 예민한 칠라가 주변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찍…….”

귀를 연신 쫑긋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칠라는 벽과 바닥이 이어지는 구석으로 다가갔다.

퍽!

몸을 비틀은 칠라가 꼬리를 이용하여 바닥을 때렸다.

그러자 철컹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커다란 사각 철창이 치솟아 올랐다.

이내 천장에 매달린 철창은 족히 10명은 들어갈 법한 감옥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김시후는 신기한 표정으로 철창에 손을 가져갔다.

“우와, 되게 단단하고 마법도 걸려있네요.”

“마법이 걸려있다고?”

“이 안에 들어가면 마력의 흐름이 조금씩 꼬이게 돼 있어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머리가 어지러울걸요.”

어디까지나 안전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공간이니만큼 물리적인 공격이 날아오지는 않았지만.

하나라도 당한다면 못해도 몇 분은 제자리에 멈춰서야 하는 함정들이었다.

민유리가 손으로 철창을 두드리며 말했다

“나름 여러 준비를 해둔 거 같은데……. 이렇게 편하게 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게 되는 걸 어쩌겠습니까.”

던전을 만든 이들이 고심하여 설계한 함정들.

그러나 유지한 파티는 아직 단 한 번의 함정에도 빠지지 않았다.

유지한의 고유 스킬과 작은 위화감조차 놓치지 않는 칠라의 예민한 감각 덕분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요?”

“잘은 몰라도 절반은 넘게 온 거 같습니다만.”

유지한은 휴대폰을 꺼내 던전의 지도를 살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던전을 탈출할 확률>

<53%>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샘플링은 더 높은 확률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가 길을 잘못 들어온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닐 겁니다.”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았을 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샘플링의 확률이 높아지는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

‘시험 시간은 넉넉해.’

2차 시험에 주어진 시간은 총 4시간이었다.

던전에 들어간 파티가 4시간 내에 던전을 탈출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탈락 처리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흐른 시간은 약 1시간.

시험이 종료되기까지는 3시간이나 남아있었다.

“형! 저 기념 사진 한장만 찍어주면 안 돼요?”

“사진 정도야 뭐.”

“머리 위에 저 철창이 나오게끔 찍어주세요.”

김시후는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유지한을 바라봤다.

던전에 막 들어왔을 때는 마음이 조급해 보이더니.

지금은 사진을 찍는 여유까지 생긴 그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곳에 와 보겠어요.”

“……일리 있어.”

잠깐 고민하던 유지한은 파티원들에게 다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이럴 때가 아니면 던전에 와 볼 일이 없었으니까.

“자, 다들 브이.”

돌벽에 휴대폰을 걸쳐두고 평화롭게 단체 사진을 찍는 유지한 파티.

마치 관광지에 온 관광객들 같은 그 모습은 감시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고 있었는데…….

같은 시각 모니터로 그들을 지켜보던 양지철은 헛웃음을 흘렸다.

“저쪽이야.”

촬영을 마친 유지한 파티는 앞으로 계속 전진했다.

이후에도 끈끈이를 비롯한 여러가지 함정이 이어졌지만.

유지한과 칠라가 나서서 함정을 파훼하여 한 자리에 발이 묶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시험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50분 후.

샘플링이 알려주는 탈출 확률이 70% 이상으로 올라갔을 무렵.

두두두두…….

유지한은 이 던전 전체가 진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파티원들 또한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민유리는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운 칠라를 보며 말했다.

“뭔가 이상해요……!”

시간이 갈수록 진동의 세기가 더 커져 갔다.

그리고 온몸이 떨리다 못해 시야까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황이 되서야.

그들은 앞쪽에서 다가오는 물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돌?!”

“돌이 굴러와요!”

“찍! 찍!”

앞에서 굴러오는 것은 다름아닌 커다란 돌덩어리!

통로 전체를 틀어막는 크기의 둥근 돌이 그들을 향해 굴러오고 있었다.

‘너무 크고 빨라!’

빠르게 좁혀지는 그것과의 거리에 김시후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도망쳐요!”

민유리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소리쳤다.

거기에 반응한 칠라와 김시후는 그녀를 따라 달렸지만.

그들은 다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다.

파티장인 유지한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한 씨!”

“돌을 부수겠습니다.”

“……?!”

“다들 충격에 대비해!”

도망치기는 커녕 돌덩어리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검을 빼드는 유지한.

어느새 주머니에 실프를 소환한 그의 검에 초록빛 오러가 서렸다.

*****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모니터링실.

그래도 시험을 시작한 때보다는 긴박감이 훨씬 줄어든 그때였다.

쾅!!

갑자기 양지철이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

갑작스런 소음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주목됐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큰 목소리로 외쳤다.

“대식아! 당장 62번부터 65번 카메라까지 화면에 띄워!”

“네, 넷!”

그의 지시를 들은 직원은 벽면에 있는 모니터에 각기 다른 화면을 띄웠다.

유지한 파티에게 거대한 돌덩이가 굴러가는 장면을 여러 각도로 보여 주는 것이었다.

“헉!”

“뭐야 저게……!”

“미친! 저기 담당자 대체 어떤 새끼야!”

던전에 준비된 함정 중에 저렇게나 위험한 건 없었다.

뒤이어 스피커까지 연결되자 돌이 굴러오는 소음과 진동이 모니터링실까지 닿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모두가 입을 벌린 가운데.

민유리는 굴러오는 돌덩이를 향해서 마력 화살을 쏘아 냈다.

[형태 변화 - 사각형]

연속으로 발사되는 화살들은 이내 얇고 넓은 사각형으로 변하여 두꺼운 벽처럼 겹쳐졌다.

캉! 캉! 캉! 캉! 캉! 캉!

그 사각형들은 굴러오는 돌과 부딪히며 하나씩 깨져 나갔지만.

돌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공헌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앞까지 도달한 돌을 향해.

유지한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쩍!

몬스터를 베는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소리가 들리고.

순간적으로 커다란 돌에 얇은 실선이 생기더니.

이내 그것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졌다.

콰아앙!

쪼개진 돌이 양쪽으로 퍼지면서 주변을 덮쳤다.

벽이나 바닥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위력이었다.

공간 왜곡 마법을 사용했다고 한들, 잘못해서 던전이 부서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을 터.

[실드]

그때 김시후는 충격에 대비하여 바닥에 손을 대고 실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주위로 빠르게 뻗어 나간 그의 마력은 던전의 바닥은 물론이고 벽과 천장을 뒤덮으며 주변의 피해를 줄였다.

그 과정에서 튀어 오르는 파편들은 칠라가 방패로 쳐내고 있었다.

“오!”

“이야…….”

“잘한다!”

아주 효과적인 대처에 직원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고.

카메라를 덮는 먼지구름이 일어난 직후.

화면에는 일행 모두가 무사한 모습이 잡혔다.

“어휴.”

다친 곳 하나 없는 유지한이 다른 파티원들을 챙기는 장면을 보고서야 한시름을 놓는 양지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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