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20화 (120/300)

120화. 영화 배우 (3)

“오늘따라 사람들 시선이 많이 따가웠어요.”

“찍찍!”

민유리는 칠라와 함께 차에서 내렸을 때부터 평소보다 많은 시선을 받았다.

트레일러 영상 속에 등장했던 칠라의 외형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영상에 달린 댓글에는 영웅들과 함께 행동하는 칠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삐익—!

그때 누군가 사무실의 벨을 눌렀다.

“미나 씨?”

유리문 너머에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사람은 바로 고미나였다.

유지한은 그녀를 위해 닫힌 자동문을 열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현재 시간은 오전 10시 31분.

청영사의 교육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남아 있었다.

“저, 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예?”

“칠라랑 사진 하나만 찍고 싶어요!”

매우 흥분한 얼굴로 칠라와 사진을 찍고 싶다 말하는 고미나였다.

유지한이 민유리를 바라보자 그녀는 허락한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꺄아!”

고미나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커다란 칠라의 배에 팔을 둘렀다.

마치 커다란 곰인형을 껴안는 모양새였다.

“찍…….”

칠라는 달라붙는 인간이 조금 귀찮은 듯한 표정이었다.

김시후는 그녀의 휴대폰을 받아서 대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촬영된 사진을 확인한 고미나가 활짝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갑자기 사진은 왜 찍는 거예요?”

“어제 뷰튜브에 올라온 영상 봤어요! 그거 보니까 조만간 여러분 되게 유명해질 거 같은데, 그전에 사진 찍어서 사람들한테 자랑하려고요!”

“해, 행동력이 아주 좋으시네요.”

“후후! 이따 강의실에서 봐요!”

볼일을 마친 고미나가 사무실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녀는 정말로 칠라와의 사진 하나만을 찍기 위해서 방문했던 것이다.

멍하니 문을 바라보던 김시후가 다른 파티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거 이거……. 반응이 장난이 아니네요.”

“그러게.”

“이참에 저도 사인 하나 만들어 둬야겠어요.”

“사인?”

“유명한 영웅들 사인 보면 되게 멋있게 생겼잖아요. 전 아직 그런 거 없거든요.”

김시후는 하얀 종이와 볼펜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멋들어진 사인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다.

“칠라. 너무 싫은 표정은 짓지 마. 다 네가 좋아서 그러는 사람들이니까.”

“찍찍.”

민유리가 빗으로 칠라의 털을 빗어 주는 가운데.

유지한은 말없이 생각에 빠졌다.

‘당분간 피곤해지려나.’

김현태 파티에 있던 때만 하더라도 항상 정체를 숨기기에 급급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다가올 정도가 되다니.

어쩌면 앞으로 더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유지한은 그게 썩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

의 트레일러가 공개되고 며칠 뒤.

마침내 완성된 영화가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영화 시청에 필요한 금액은 3달러.

한국 돈으로 대략 3500원 가량을 결제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돈을 내고 보는 사람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저 오늘 사무실로 출근하다가 사인 요청받았어요!”

김시후는 오늘 출근길에 인생 첫 번째 사인을 했다.

밖에서 그의 얼굴을 알아본 시민이 사인 요청을 해 온 것이다.

“사인 연습한 보람이 있었네?”

“그러니까요.”

김시후는 나름 멋진 사인을 만든 보람이 있었다며 뿌듯하게 가슴을 두드렸다.

그에 유지한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성태 씨가 영상을 되게 잘 뽑아 주셨어.”

“생각보다 더 좋던데요? 특히 유리 누나는 화면 빨이 되게 잘 받으시던데.”

“그렇게 보였다니 다행이다.”

“찍!”

하성태가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작업했다는 영화는 출현한 본인들이 보기에도 꽤 재밌었다.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조금 과장되게 표현된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당시 그들이 겪었던 상황들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긴장감도 잘 부여한 거 같고.’

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저수지 아래에 있던 황소괴구리의 떼가 하늘로 치솟는 씬이었다.

하성태는 거기서 일부러 영상을 느리게 재생하는 듯한 효과를 넣었는데, 푸른 하늘이 괴구리로 뒤덮이는 장면은 시청자로 하여금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주인공들마저 이런 느낌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습격 받은 장면은 빠졌지만.’

독나비의 조직원들에게 습격 받았던 장면은 어쩔 수 없이 영화에서 빠졌다.

사람이 죽는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놓고 실프가 등장하는 장면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비공개로 편집만 해 둘게요!

그래도 하성태는 그 장면마저도 편집을 진행했다.

언젠가 유지한이 정령사임을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

미공개 쿠키 영상으로 인터넷에 풀겠다는 것이었다.

“슬슬 가죠.”

사무실에 앉아있던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민유리가 휴대폰에 적힌 시간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청영사에서 본부장님이 직접 오신다고 했죠?”

“예. 홍보용 자료 만든다고.”

오늘은 청영사의 교육 대신 다른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청영사 관계자들과 입교생들이 짧은 인터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는 것으로, 언론이나 미디어에 배포할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영웅 지원 사업 중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청영사였기에 이런 시간까지 따로 준비가 되었다.

사무실 임대나 장비 보조금 등, 파티가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으니 이런 일에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 주는 게 좋았다.

드르륵!

유지한이 집합 장소로 정해진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같은 청영사 3기의 동기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야, 저기 봐.”

“걔네 왔다.”

영웅들은 안으로 들어오는 유지한 파티를 보면서 수군거렸다.

영화 트레일러가 많은 조회수를 얻었을 때부터 보였던 반응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거슬리는 건 문경진과 민주용의 따가운 시선.

‘저것도 자주 보니 정겹네.’

그들은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얼굴에 매우 불쾌하다고 쓰여 있었다.

유지한은 그것들을 무시하고 빈 자리로 이동했다.

‘영화에서는 더 잘생겼던 거 같은데.’

‘전부 다 화면빨이지, 뭐.’

‘실물이 더 낫나?’

영화 속에 나온 모습과 현실의 그들을 비교하는 사람들.

마치 티비 속 연예인을 바라보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개봉된 가 하루만에 일일 조회수 랭킹 5위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일본이나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100위권 안에 들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간이 되어 청영사 본부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그는 사전에 정해진 순서대로 파티를 호출했다.

그렇게 7개 파티가 먼저 불려나갔을 무렵.

“유지한 파티! 이쪽으로 오세요.”

8번째로 유지한 파티의 차례가 되었다.

그들은 본부장을 따라 바로 옆에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촬영을 위해 카메라와 삼각대가 여럿 설치된 곳이었다.

카메라 앞에 선 본부장이 유지한을 향해 말했다.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저희도 반갑습니다.”

“! 그 화제의 주인공들이죠?”

“하하…….”

시작부터 영화의 제목이 언급되자 유지한은 멋쩍게 웃었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던 대화의 흐름이었다.

“바로 어제 개봉된 영화, 저도 재밌게 봤어요.”

“감사합니다.”

“청영사의 본부장으로서 여러분 같은 훌륭한 영웅들과 함께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유지한 파티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텐션을 높인 본부장과 질답을 진행했다.

“어쩌다가 영화를 찍게 된 거예요?”

“하성태 감독님과 연이 있는 진석우 교관님의 추천으로…….”

“낚싯대로 괴구리를 낚는다는 게 굉장히 재밌었는데요. 어떻게 시작된 아이디어인가요?”

“제가 예전에 다른 길드에 있을 때…….”

앞서 본부장이 만났던 다른 파티들에게는 무난하고 평범한 질문들이 나왔지만.

유지한 파티에게는 반응이 좋은 영화 덕분에 영화와 관련된 질문이 많은 편이었다.

“많은 분들이 영화가 재밌었다고 벌써 차기작을 기대하고 계세요. 혹시 차기작은 예정되어 있나요?”

“어……. 당장 계획해 둔 건 전혀 없습니다. 영화를 찍는 일 자체가 정말 우연찮게 벌어진 일이라서요.”

유지한은 차기작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다만, 하성태는 뷰튜브에 올린 영상의 반응이 좋았을 때부터 유지한 파티에게 차기작을 언급했다.

아예 영화를 시리즈로 계획해서 만들어 보자는 의견까지도 나올 정도였다.

유지한은 거기에 확답을 주지 않았으나,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시후 씨는 왜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시는 거죠?”

“아, 그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특별한 효과가 있는 장비라던지.”

김시후는 순간 대답을 망설였다.

지극히 평범한 비니 모자 속에 감춰진 건 다름 아닌 그의 종족.

파티의 이름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 지금.

자신의 종족을 공개하는 건 과연 옳은 선택일까.

“……제가 이런 모자를 좋아해서요. 모자를 벗는 것보다 쓰고 있는 게 훨씬 더 편할 정도로요.”

결국 김시후는 종족을 감췄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어서 다른 질문을 던지던 본부장이 말했다.

“제가 여러분께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떤 거죠?”

“조만간 청영사를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할 건데, 거기에 해당 영화의 장면을 일부 삽입하고 싶습니다! 물론 사용 대가는 정당하게 지불하겠습니다.”

“……!”

청영사는 매 분기마다 지원 사업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한다.

1년간 총 4개의 공식 영상을 만드는 셈이다.

그런데 거기에 특정 파티의 얼굴을 넣는다는 것은…….

그 시점에 청영사를 대표하는 파티가 된다는 뜻과도 같았다.

‘이게 이렇게 이어지네?’

영화 촬영이 이런 식으로도 파티에 도움이 될 줄이야.

동료들과 짧게 의논을 한 유지한이 말했다.

“하성태 감독님과 협의만 된다면 저희도 동의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오전 6시 30분.

침대에 누워 있던 원영국이 눈을 떴다.

머리 맡에 둔 휴대폰으로 현재 시간을 확인한 그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이놈의 습관은…….’

바로 얼마 전까지 군대에 있었던 원영국이었다.

1년이 넘도록 일찍 깨는 습관을 들였더니 이제는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전역을 했음에도 군인 티를 제대로 벗지 못한 것이다.

‘어제는 생활관에서 자는 꿈을 꾸더니.’

자고 일어나면 다시금 군대에 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을 하게 되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이제 민간인인 그는 다시금 잠에 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잠이 안온다.”

그런데 이미 활짝 깨어난 뇌가 잠을 거부했다.

상체를 튕기듯이 일으킨 그가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아무 의미 없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만지작거리다가.

실수로 사진첩을 누르고 말았다.

“오.”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은 전역날 군대 선후임들과 찍은 사진.

그 위로는 계양산에서 괴미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유지한 파티와 함께 괴미를 사냥하고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계양산의 사건 이후 유지한 파티의 팬카페까지 만들었던 원영국이었다.

“아직 회원은 적지만…….”

뷰튜브에 영상이 공개된 이후 팬카페의 회원은 아주 조금 늘었다.

그래봤자 카페에서 제대로 활동하는 건 원영국 혼자뿐이었다.

“잠깐 들어가 볼까.”

원영국은 휴대폰으로 자신이 만든 팬카페에 접속했다.

어제보다 회원이 더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엥?”

그런데 팬카페에 접속한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분명 10명조차 되지 않았던 팬카페의 회원이…….

[회원수 : 134]

무려 1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