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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17화 (117/300)

117화. 괴구리 (6)

유지한은 제압한 저격수에게 묻고 싶은 것들을 모두 물었다.

아쉽게도 그중에 정말 쓸모 있는 정보는 몇 개 되지 않았다.

확실한 건 독나비라는 그들의 조직에서 릭시스 오르야를 구출해낸 일로 크게 분노한 관계자가 있다는 것.

“윤진태 파티 저수지에 도착했습니다.”

“오인수 파티 안으로 더 진입하겠습니다!”

저격수와 질답을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영웅부에서 보낸 지원이 도착했다.

주로 3급 몬스터의 제압을 위해서 도착한 3급 파티들이었다.

사태를 인식한 영웅부에서 MA의 등급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영웅부에 소속된 영웅들은 유지한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 사람이 말씀하신 습격자들입니까?”

“예.”

철컥!

고개 숙인 저격수의 손에 단단한 마력 수갑이 채워졌다.

유지한과의 통화에서 미리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에 따로 조사하는 과정은 생략되었다.

“이쪽의 시체도 저희가 챙겨가겠습니다.”

죽은 전사의 시체는 지퍼가 달린 가방에 담겼다.

시체에서도 가능한 정보를 뽑아낸 뒤에 소각한다는 모양이었다.

주변 정리를 끝낸 영웅부의 영웅이 말했다.

“길드에 나중에 따로 연락이 갈 겁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저희 쪽 담당자에게 자세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영웅이 사람을 죽인 일인만큼 추가적인 설명이나 해명이 요구되었다.

살짝 귀찮은 일이 될 수는 있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이 촬영한 영상까지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조금씩 멀어지는 저격수를 바라보던 유지한은 이내 파티원들에게 걸어갔다.

“크게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형은 볼에 상처 났잖아요.”

“이 정도는 침 바르면 나아.”

유지한이 고개를 돌려 민유리를 바라봤다.

“유리 씨께는 죄송합니다. 이런 일에 말려들게 해서.”

“아니예요.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저 사람들이 잘못한 거겠죠.”

오늘 암살자들이 찾아온 전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 민유리였다.

그러나 그녀는 파티장인 유지한을 믿었다.

이번 일에 유지한이나 김시후의 잘못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방금 잡혀간 놈도 확 그냥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아니, 그래도…….”

“그 새끼가 형을 저격한 제일 나쁜 놈이잖아요.”

“그건 맞지.”

“생각해 보니까 더 화나네? 지금이라도 가서 몰래 죽여 버릴까요? 저 요새 암살 마법 되게 잘 써요.”

김시후는 지팡이를 붕붕 휘두르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에 유지한은 헛웃음을 흘렸다.

*****

영웅부는 최근 한국 지역 각지에서 발견되는 하얀 머리의 인간들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 부산을 비롯한 수도권부터 영웅부의 힘이 약해지는 여러 지방 지역까지.

하얀 머리의 인간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몬스터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세력으로 추정되는 그들 때문에 발생한 피해자만 무려 100명을 넘기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하얀 머리의 인간들 중 70%는 영웅과의 전투에 의해 죽었고, 나머지 30%는 영웅부에서 구금 중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멀쩡히 붙잡은 이들도 협조적이지 않을 뿐더러, 몸상태도 그리 좋지 못했다.

혼자 내버려두면 자해는 기본이고 어떤 약에라도 취한 것처럼 홀로 떠들기도 하며, 심지어 자살에 이르는 최악의 경우도 드물게 일어났다.

“여기에 대해서 무언가 아는 게 없으십니까?”

작은 책상과 의자 2개만이 놓여 있는 좁은 방 안.

천장에 걸린 밝은 조명 하나가 책상을 비추는 가운데.

영웅부 직원 양지철의 물음에 어느 남성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까지 영웅부에서 붙잡은 하얀 머리의 인간들이 대부분 IUPC의 소속이었다는 증거가 적어도 1개 이상 발견되었습니다. 오직 그것만이 서로 다른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이었죠.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저와 같은 소속이었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IUPC는 어디까지나 평화를 추구하는 단체. 저희가 같은 인간을 공격한다는 건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되고, 벌어질 수도 없는 일이죠.”

“IUPC에서 회원들에게 공격을 부추기는 거 아닙니까?”

“억측입니다.”

“시위 중에도 사건 사고가 많이 벌어진다던데.”

“뭐,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회원이 일으키는 것으로 그 외의 모든 회원들은 법과 정당한 절차에 따르며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주 문제가 되는 회원의 경우 법적인 처벌 외에도 단체 내규에 의해 추가적인 처벌을 내리기도 하고요.”

맞은 편의 남자를 바라보던 양지철이 팔짱을 꼈다.

지금 취조중인 사람은 IUPC에서도 부장급 인사라고 알려지는 임민수.

‘분명 뭔가를 알고 있을 거 같단 말이지…….’

임민수는 IUPC에서도 외부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는 사람 중 하나.

단체 내부에서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면 반드시 알고 있는 인물일 터였다.

하지만 그는 계속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솔직히 말하죠. 저희가 영웅부와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이념 자체가 서로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까요. 그렇지만 크리처와 함께 인간들을 공격한다는 오해를 받는 건 실로 유감스럽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하얀 머리의 인간들은 모두 IUPC 소속으로…….”

“저희는 단체 가입에 별다른 조건을 달아 두지 않습니다. 어린 아이와 젊은 성인들을 포함해 나이 드신 어르신까지 모두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있죠. 그리고 말씀하신 범죄자들은 가입한 회원 중 지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

“차라리 그들의 종교를 의심하는 게 어떻습니까? 혹시 모르죠. 어느 사이비 종교 따위가 나올지도.”

IUPC에서 조직적으로 일으킨 범죄가 아니냐.

아니다. 우리는 전혀 관련이 없다.

양지철과 임민수의 대화는 그렇게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이제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조사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저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런 수고쯤은 얼마든지 들일 수 있습니다.”

싱긋 웃어 보인 임민수는 양지철과 함께 방을 나섰다.

그리고 임민수가 완전히 사무실을 떠난 뒤.

다시 양지철이 돌아온 사무실 바닥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렸다.

쿠구구구구!

놀랍게도 멀쩡한 바닥을 뚫으며 땅에서 치솟는 남자.

그는 주사위의 길드장인 윤도하였다.

자기 정령을 쓰다듬는 그에게 양지철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도하님. 수고하셨습니다.”

“그쪽이 더 수고 많았어요.”

윤도하는 팔을 쭉 뻗어서 기지개를 폈다.

땅속에 숨은 채로 대화를 엿듣느라 피곤해진 참이었다.

“어떻습니까?”

“역시 구린내가 납니다. 그것도 아주 더러운 구린내가.”

윤도하는 손으로 코를 매만졌다.

그는 땅에 숨어있는 동안 임민수를 계속 주시했다.

양지철과 대화중인 그의 맥박이나, 움직임, 평소 습관들까지.

작은 요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며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거짓말의 낌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짓말에 아주 능통한 새끼에요. 연기를 했으면 아마 실력파 연기자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없습니다.”

“다른 관계자를 불러들일 수는 없어요? 가능하면 더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으로.”

“임원 중 대다수가 해외에 나가 있다고 하고, 어디까지나 요청에 의한 조사라 대상을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쯧! 예전에는 잘 만나 주더니 이젠 피하는 건가.”

“당장은 IUPC 감시 인력을 늘리고 구금 중인 이들에게서 정보를 더 캐내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키겠습니다.”

IUPC의 행동대장이나 다름없는 사람을 불러다 조사했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따라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양지철이었다.

윤도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양지철 씨는 여기저기서 하는 일이 굉장히 많으시네.”

“윗분들이 저를 워낙 좋아하셔서 말이죠.”

“장관님은 요새도 몸이 나쁘신가요?”

“네. 외부활동을 최대한 줄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웅부 또한 국가의 행정조직답게 대통령이 임명하는 영웅부 장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최근 건강이 나빠진 관계로 요양에 들었다.

“결계는 어떻게 된 거예요? 물리력을 가진 결계. 연구소에서 아직 개발중이었잖아?”

“그건…….”

인간의 접근조차 막아 내는 물리적인 방벽.

2세대 결계라고 취급되는 그것이 외부에 유출됐다는 소식은 윤도하에게도 들어왔다.

“역시 스파이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양지철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에 정보를 빼돌리는 첩자가 심어져 있다는 건 영웅부도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었다.

보안팀은 그 스파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었다.

“요즘 영웅부 이미지가 말이 아니던데.”

“……저희 업보라고 봐야겠죠.”

한동안 이어진 평화에 영웅부가 너무 취해 있었다는 걸.

양지철은 그곳의 직원으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뭐, 칙칙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조금 기쁜 소식이 있어요.”

“네?”

“실은 내가 한국에서 새로운 정령사를 찾았거든요. 아직 비밀이긴 한데. 이게 계속 입이 근질거려서.”

윤도하는 입가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었다.

말은 꺼냈으나 쉽게는 알려 주지 않을 모양새였다.

그때 양지철은 자신이 정령사 후보로 꼽았던 영웅들을 떠올렸다.

“혹시 해피 타임 길드의 장성욱 씨인가요?”

“아니요.”

“워리어즈의 김애나 씨?”

“노노.”

“그것도 아니라면…….”

골똘히 생각하던 양지철이 말했다.

“꿀잼의 유지한 씨?”

*****

“에취!”

재채기를 한 유지한이 손등으로 코를 비볐다.

아무래도 코에 먼지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형. 다음이 저희 차례예요.”

청영사의 교육 시간.

진석우의 수업에 참여중인 그들은 괴구리 사냥 이후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청괴구리의 점프력은 아주 대단했습니다. 자꾸만 폴짝폴짝 뛰는 바람에 공격을 맞추기가 어려웠고…….”

앞서 발표를 진행하는 파티는 습지에서 청괴구리를 사냥한 파티였다.

그밖에 동기들의 발표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괴구리를 사냥한 과정에서 느낀 바를 풀어내는 것이다.

“다음은 유지한 파티.”

“예.”

유지한은 강의실의 앞쪽으로 나왔다.

다른 영웅들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낚시로 괴구리를 사냥하는 방법을 저 사람이 퍼뜨렸댔지.’

‘정말 웃기지도 않는 사람이야.’

괴구리를 사냥하는 새로운 방법을 유지한이 퍼트렸다는 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알려진 상황.

그 정보를 입수한 영웅들은 유지한에게 묘한 관심을 가졌다.

“저희 파티는 광명시의 생태 공원에서 금괴구리를 사냥했습니다.”

“광명시의 생태 공원?”

“황소괴구리가 나온 곳 말인가요?”

“맞습니다. 이중에서도 피해를 입었다던 파티가 있었죠?”

청영사 동기 중에도 생태 공원에서 황소괴구리에게 공격당한 파티가 있었다.

그들이 팔이나 다리에 두른 붕대는 녀석에게 입은 상처 때문이었다.

그때 문경진이 손을 들며 말했다.

“낚시를 이용한 사냥법을 그쪽이 퍼트렸다면서요?”

“예.”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

유지한을 쏘아보는 문경진은 말투가 다소 시비조였다.

뒤이어 민주용도 손을 들며 말했다.

“다른 영웅들도 생각을 해 주셔야지. 장비까지 갖춰서 물에 잠수했던 사람도 많았을 텐데.”

“제가 아는 파티 중에 실제로 피해를 본 파티가 있었답니다. 평소 사냥하던 괴구리의 절반도 잡지 못했대요.”

“지금 보면 유지한 씨는 자기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괴구리 사냥터가 낚시터로 변해 버린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어요.”

“그게 다 여기 계신 유지한 씨 때문이죠.”

두 사람은 마치 합을 맞춘 듯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

그때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유지한이 말했다.

“정리하자면, 제 행동이 이기적이라고요.”

“그렇죠.”

즉각 튀어나온 대답에 유지한은 코웃음을 쳤다.

하여간 유치한 놈들이었다.

“예. 그러면 저는 그냥 이기적으로 살겠습니다.”

“뭐라고요?”

“괴물들 잡는데 다른 영웅들 사정까지 챙겨 줄 여유는 없습니다. 그게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도 아니고. 만약에 제 방식이 아니꼬우면 더 좋은 방법 사용하시면 됩니다.”

“…….”

“그런데 제가 정보를 퍼트린 이후 다른 영웅들도 죄다 낚시대를 챙겨 오는 걸 보면……. 뭐가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인지는 뻔하지 않나?”

유지한의 대답에 문경진과 민주용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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