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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08화 (108/300)

108화. 교육 (3)

영웅들이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교육을 받던 시간.

모든 청영사 3기의 전사들은 청영사 건물 내 강의실에 모였다.

가로가 긴 테이블과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는 강의실.

거기서 유지한은 비어 있던 맨 앞줄에 홀로 앉았다.

“후우…….”

교관이 강의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딱히 할 게 없었다.

앉아서 쉬고 있던 유지한은 집에서 숙성 중인 괴추괴삼청을 떠올렸다.

청을 담구고 하루가 지난 뒤에 향을 맡아 보니 제대로 숙성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며칠만 더 지나면 기다리던 영약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생으로 먹는 것보다 흡수율이 높다고 하니까.’

그 귀하다는 괴삼으로 청을 만든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그렇게 걱정하던 순간이었다.

“……?”

유지한은 뒤쪽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꼈다.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을 바라보는 영웅들이 보였다.

‘뭐지?’

그는 이내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몇 초 뒤, 다시금 뒷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

이쯤되면 착각은 아니었다.

‘그러던지 말던지.’

그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쓸모 없는 일은 신경 쓰지 않는 게 답이었으니까.

그리고 3분쯤 지났을까.

뒤에서 느껴지던 시선도 거의 사라졌을 무렵.

“지한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강의실로 들어온 고미나가 눈웃음을 지으며 유지한에게 인사했다.

유지한이 인사를 받아 주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맞다, 지한 씨. 이 근처에 마라탕 맛집 있는 거 아세요?”

“아뇨.”

“어제 점심에 파티원들이랑 먹었는데, 안에 들어가는 새우랑 고기 완자가 오동통하고 맛있더라고요!”

“그래요?”

“청영사는 내부 식당도 그렇고, 근처 일대가 완전 맛집 플레이스에요! 나중에 꼭 한 번 드셔보세요.”

유지한은 고미나와 대화를 이어 갔다.

먹는 이야기부터 교관인 진석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 등, 평범한 일상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거기서 주로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쪽은 고미나였다.

유지한은 그녀에게 맞장구치는 역할을 맡았다.

‘저 둘이 저렇게 친했나?’

‘여자를 끼고 산다는 소문은 사실일지도.’

대화가 길어짐과 동시에, 유지한의 등에 꽂히는 시선이 늘어났다.

이전보다 강렬해진 그 시선들은 주로 남성들이 보낸 것이었다.

그중에는 고미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도 있었다.

“미나 씨는 먹는 걸 되게 좋아하시나 봐요.”

“조금은요? 지한 씨는 싫어하세요?”

“저도 좋아하죠.”

“그거 잘됐네요! 그러면 혹시 나중에 저랑 같이 식사나 한 번…….”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때였다.

콰앙!

강의실 앞문이 거칠게 열리며 안쪽의 벽과 부딪혔다.

문이 부서지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그 소리에 놀란 영웅들이 모두 그쪽을 바라봤다.

“음? 놀라게 했나? 살짝 힘만 준 건데.”

문을 연 사람은 거구의 남자였다.

삐걱거리는 문을 닫은 그가 교관에게만 허락된 교탁으로 다가갔다.

‘오늘 오기로 한 교관인가.’

유지한은 그의 외견을 살폈다.

시원시원한 걸음걸이와 두꺼운 팔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흉터들.

영웅 중에는 전투 중에 생긴 흉터를 문신처럼 여기며 일부러 지우지 않는 사람도 존재하는데 그런 부류인 듯했다.

교탁에 휴대폰을 내려놓은 그가 영웅들을 보며 말했다.

“반갑다. 나는 워리어즈에 소속된 2급 전사, 윤봉팔이다.”

“윤봉팔? 윤봉팔이래.”

“어? 나 저 사람 알아.”

유지한의 기억에는 없는 영웅이었지만.

일부 영웅들은 그를 알아보는 기색이었다.

“봉팔 형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너네 요즘 얼굴 보기가 힘들더라.”

“죄송합니다!”

워리어즈의 후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봉팔에게 90도로 깍듯하게 인사했다.

흡사 어느 뒷세계 조직원들과 같은 모습.

워리어즈 길드가 내부에서 서열을 철저하게 따지는 덕분이었다.

“오늘은 너희들에게 전투에 대한 지식을 가르친다.”

“네!”

“사실 나는 말로 하는 설명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 나는 원래 뭐든 몸으로 부딪히는 성격이라고. 마음 같아서는 바로 현장이라도 나가 보고 싶지만, 청영사 측에서 전사들을 위해서도 이런 강의를 진행해 달라고 하네? 그래서 여기로 모은 거다.”

“넷!”

“사실상 우리 길드 후배들을 위해서 거의 재능기부 온 거니까, 다른 애들은 운 좋은 줄 알고.”

“영광입니다!”

윤봉팔의 말이 끝날 때마다 워리어즈에 소속된 후배들이 힘차게 반응했다.

그 반응에 흐뭇하게 웃어 보인 그가 전자 칠판의 터치펜을 잡았다.

“오늘의 주제다.”

툭, 툭툭.

터치펜이 칠판 위를 지나갈 때마다 하얀색 글씨가 적혔다.

곧 완성된 것은 하나의 문장이었다.

[몬스터와의 전투,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몬스터를 사냥해 왔다. 여기 모인 영웅들이 사냥한 몬스터를 다 합쳐도 아마 내가 잡은 만큼은 되지 않을 거야.”

“훌륭하십니다!”

“몬스터와 싸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여기서 아는 사람 손 들어 봐.”

어느 영웅이 머뭇거리며 손을 들어올렸다.

“거기 너. 말해 봐.”

“몬스터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특성?”

“무리를 지어 다니는지, 단독으로 다니는지, 약점은 무엇인지 등…….”

“흠.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하는 편인가?”

“네!”

대답을 들은 윤봉팔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몬스터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사냥을 진행한다. 아주 듣기 좋은 말이지. 전부 다 그렇게 배웠을 거야.”

“그렇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게 틀렸다면?”

“네?”

상당히 교과서적인 대답.

하지만 그게 틀렸다는 윤봉팔의 선언에 모두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손을 들었던 영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틀렸다뇨?”

“말 그대로다. 몬스터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아.”

“그게 무슨…….”

“물론 독이나 특수한 공격을 사용하는 적이 있긴 하지. 그러나 대부분의 전투에서 중요한 건 개인의 힘이다. 단순히 내가 가진 힘이 적보다 강하면 돼! 거기에 더해 내 무기가 적의 피부를 뚫을 만큼 날카로우면 되고, 내 갑옷이 적의 공격을 막아 낼 만큼 단단하면 돼. ”

“…….”

“특정 몬스터를 공략하는 방법이니 뭐니, 머리 굴려서 쉬운 길을 찾으려고 했던 대부분의 새끼들은 셋 중 하나다.”

윤봉팔은 손가락을 하나씩 펴 보이며 말했다.

“다 나보다 아래에 있거나, 이미 은퇴했거나, 혹은 죽었거나.”

약한 자가 죽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단순하고도 무식한 힘의 논리!

윤봉팔은 오로지 스스로의 힘을 믿는 영웅이었다.

“적과 싸우기에 앞서 알아 둬야 할 건 한 두 가지에 불과해. 편법에 기대지 말고 그저 자신을 믿고 힘을 길러라. 영웅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맞습니다!”

조금 황당하기까지 한 윤봉팔의 말.

하지만 그는 거대 길드에 소속된 2급 영웅.

청영사의 교관으로 초빙될 만큼 인정받는 소수의 영웅 중 하나였다.

자기 말대로 지금처럼 자신감을 가질 만한 힘을 가진 것이다.

“몬스터가 아닌 침입자라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죽인 침입자만 약 22명.”

“오오…….”

꽈악!

윤봉팔은 팔을 들고 주먹을 꽉 쥐며 자신의 근육을 과시했다.

같은 영웅이 봐도 훌륭한 그의 근육은 영웅의 신체에 마력과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수인이나 드워프 등 하나 같이 위험하다고 소문난 녀석들이었지만, 모두 날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졌지. 그런데 난 이종족에 대해 아직도 잘 몰라. 그것들이 무슨 능력을 사용하는지, 약점은 무엇인지조차 모르지. 기껏해야 아는 건 수인 중에 신체 일부를 동물처럼 바꿀 수 있는 부류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뿐.”

윤봉팔이 말을 이어 나가던 그때였다.

앞쪽 좌석에 가만히 앉아 있던 유지한이 입을 열었다.

“상대를 파악하면 전투가 더 편해지지 않겠습니까.”

“내 말 못 들었나? 그런 노력을 할 시간에 자신의 힘을 기르라는 거다. 육체적인 능력이 아니라 좋은 장비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볼 수 있겠고…….”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힘을 기르는 것 이상으로 말이죠.”

“…….”

교탁에 선 윤봉팔이 맨 앞에 앉은 유지한을 내려다봤다.

그가 아무리 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한들…….

사람이 여럿 모이면 저렇게 정론을 주장하는 부류가 있기 마련이었다.

“꼭 못하는 애들이 나서서 그런 말들을 하더라.”

“그런가요?”

유지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평소 상대의 취약점을 노리는 전투를 선호하는 그였다.

그것은 특별하게 뛰어난 능력 따위가 없었던 그가 김현태 파티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 갈 수 있던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순수한 힘을 강조하는 윤봉팔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향인 것이다.

“쯧…….”

유지한의 태연한 행동에 윤봉팔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정면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유지한의 눈동자.

마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눈빛 하나만은 좋군.’

누가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영웅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고작 4급 주제에 말이다.

“이름이 뭐지?”

“유지한입니다.”

“……!”

그의 이름을 들은 윤봉팔은 순간 한쪽 눈을 꿈틀거렸다.

——이번 청영사 3기에 아주 건방진 놈이 하나 있어. 유지한이라고.

같은 길드에 소속된 영웅이자 친분이 있는 영웅 이동호가 교관으로 나서는 윤봉팔에게 해 준 말이었다.

그런데 설마 그 이름이 여기서 나올 줄이야.

“유지한이라고 했나?”

“예.”

“그래……. 이름을 기억해 두지.”

윤봉팔은 속으로 유지한의 이름을 되뇌였다.

최소한 청영사에서 교관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저놈의 이름을 까먹지 않을 것이었다.

*****

전사들에게 계속해서 힘을 강조하던 윤봉팔은 쉬는 시간에 잠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자기 자리에 짐을 내려놓은 그가 의자에 털썩하고 앉았다.

‘역시 이런 건 나랑 안 맞아.’

청영사의 요청으로 이론 교육을 먼저 진행하긴 하지만.

자고로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서는 몸으로 직접 겪어 봐야 하는 법.

그는 청영사로부터 요청받은 이론 교육 시간이 모두 채워지면, 그 즉시 전사들을 데리고 곧바로 현장으로 나갈 계획이었다.

겨우 훈련소에서 진행하는 훈련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무조건 현장에서 굴려야 뭐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봉팔 씨. 교육 어땠어요?”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던 진석우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첫 교육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윤봉팔을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뭐, 평소 제 스타일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생들이 잘 따라오던가요?”

“못 따라오면 어쩌겠습니까. 자기들이 최대한 나한테 맞춰야지.”

“크, 워리어즈답게 화끈하시네요.”

워리어즈에 소속된 영웅들은 대체로 행동이 남자답게 시원시원한 편이다.

그리고 윤봉팔은 그런 길드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영웅이었다.

“그런데 조금 거슬리는 놈이 하나 있더군요. 코앞에서 저와는 의견이 완전히 다르다고 얘기하는데, 아주 건방지기까지 했어요.”

“교관으로써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흠…….”

“아 참, 그리고 조금 전에 청영사 본부에서 저희 쪽으로 내린 지시 사항이 있습니다.”

“으, 또 뭡니까?”

윤봉팔은 조금 지겹다는 얼굴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성격에 맞지 않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또 뭘 시킨다는 말인가.

“봉팔 씨가 맡은 영웅들과 관련된 내용이에요. 별 건 아니고, 내일부터 교육에서 1명 빠질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게 누구죠?”

“꿀잼 길드의 유지한이라는 영웅입니다.”

“어? 그놈이요?”

“알고 계세요?”

“제가 방금 건방지다고 말한 놈입니다.”

“호오…….”

진석우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유지한이 첫 인상을 강하게 남긴 모양이었다.

‘하긴, 바바리안을 해치울 정도였으니.’

그들이 다른 영웅의 주목을 받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마 유지한의 다른 파티원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겠지.

“대체 그 놈은 왜 빠지는 겁니까? 조만간 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굴려 보려고 했습니다만.”

“청영사 외부에서 별도의 요청이 있었다는군요.”

“특별 대우 같은 겁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위에서도 거부하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대체 어디서 보낸 요청이길래…….”

“전해 듣기로는 주사위의 윤도하님이 직접 요청하신 거라고.”

“……그 악동(惡童)이요?!”

윤봉팔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은 길드에 소속된 것도 아닌 그런 거물이, 어째서 겨우 4급 영웅 따위에게 관심을 가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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