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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04화 (104/300)

104화. 소문 (4)

청년영웅사관학교는 입교생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시설을 제공한다.

최신 기계들을 모아 놓은 훈련소를 비롯해 쉽게 보기 힘든 고급 서적을 모아 놓은 도서관이나, 낮부터 저녁까지 자녀들을 맡겨 놓을 수 있는 어린이집 등, 어느 대형 길드 못지않게 훌륭한 시설들이 준비된 편이었다.

그중에서도 입교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간은 바로 식당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청영사의 밥이 매우 맛있다고 소문 났기 때문이었다.

“이쪽 요리사가 청와대에도 있었대요.”

“그래?”

“음식 솜씨가 진짜 기가 막힌다는데.”

유지한 파티가 처음으로 청영사 식당을 가는 길.

소문을 들었던 김시후는 꽤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칠라. 남의 음식에 손대면 안 돼.”

“찍.”

민유리의 옆에는 칠라도 함께 있었다.

연락을 돌려본 결과 식당에 칠라의 입장을 허락 받은 덕분이었다.

필요하다면 칠라가 먹을 수 있는 전용 음식까지 만들어서 제공해 준다고 한다.

덕분에 유지한 파티는 청영사가 정말 세심한 부분까지도 신경 써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칠리새우, 유산슬, 멘보샤……. 오늘 메뉴는 중화요리인가 봐요.”

“맛있겠네.”

그들은 식당 입구 앞쪽에 걸린 메뉴를 보면서 안으로 걸었다.

벌써부터 풍겨 오는 향신료의 향이 모두의 코를 자극했다.

자연스럽게 입가에 침이 고일 정도로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였다.

“음?”

유지한은 대기열 바로 앞쪽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그들은 청영사 3기에 함께 합격한 다른 파티였다.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러 온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유지한은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했다.

유지한 파티는 아직까지 정영욱 파티나 고미나 파티를 제외하면 청영사 동기 중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본 곳이 없었다.

잘하면 동기들과 1년 가까이 얼굴을 보면서 지내게 될 텐데,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얼마 전에 피드백 영상을 봤으니 얼굴은 알고 있을 터였다.

“…….”

“어……. 네.”

그런데 인사를 받은 영웅들은 유지한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대충 대답하며 고개를 살짝 까딱거렸다.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마냥, 경직된 모습이었다.

“식사하시러 오셨나 봐요.”

“그럼 여길 왜 왔겠어요?”

“……그건 그렇죠.”

“미안한데, 이제 음식 받아야 돼서요.”

다소 차가운 응대였다.

유지한은 순간 그들에게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이내 짧은 대화를 끝낸 그가 앞쪽에 길게 늘어선 대기열을 바라봤다.

‘뭐야.’

이제 음식을 받아야 된다는 말과는 다르게 앞으로 5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유지한이 찜찜한 얼굴로 파티원들에게 돌아온 뒤.

상황을 지켜보던 민유리가 조용히 말했다.

“말투가 조금 까칠하네요.”

“그러게요. 오늘 기분이 안 좋은가.”

“저쪽 사람들 조금 전까지 웃고 있지 않았어요?”

“…….”

유지한은 나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일단 밥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차례를 기다린 끝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을 하나씩 식판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파티원들과 함께 비어 있는 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받아.”

“찍찍!”

따로 지급받은 칠라의 음식은 민유리가 칠라의 손에 쥐여 주었다.

커다란 고기 완자였는데, 힘차게 대답하는걸 보니 꽤 마음에 든 모양새였다.

‘맛있네.’

혀를 강하게 자극하는 붉은 양념들.

식판에 담긴 음식들은 하나같이 전문 중화식당에서 사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맛이 났다.

그렇게 만족하며 음식을 먹고 있는데, 똑같이 식판을 든 고미나 파티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지한 씨!”

“아, 미나 씨.”

“저희 여기 앉아도 돼요?”

“물론이죠.”

고미나 파티는 유지한 파티를 마주보는 방향으로 앉았다.

“여기 음식 되게 맛있어요!”

“저희도 그거 듣고 왔어요. 실제로도 맛있네요.”

“맨날 뭐 먹을지 고르는 게 최대 고민이었는데, 여기 오면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고미나 파티는 이미 몇 번이나 이 식당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고미나는 평소 입맛이 은근히 까다롭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재방문을 결정할 정도면 맛이 보증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파두부도 맛있어요?”

“네. 먹을 만해요.”

“아, 그것도 받아올걸…….”

유지한 파티는 고미나 파티와 잡담을 이어 갔다.

대화 내용은 별거 없었다.

영웅이 아니라 일반적인 회사원들이 나누는 내용과도 비슷했다.

그런데 그러던 중이었다.

밥을 절반쯤 먹은 고미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지한 씨.”

“말씀하세요.”

“요새 청영사 입교생들 사이에서 조금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어요.”

“소문이요?”

“…….”

잠시 우물쭈물하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한 씨와 관련된 내용인데요…….”

“저랑요?”

“유지한 파티가 과거에 다른 파티를 이유 없이 공격했다는 내용이에요.”

“예?”

밥숟갈을 들고 있던 유지한 파티원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난생 처음 듣는 소문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때 갑자기 유지한의 뇌리에 스치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혹시 공격받았다는 파티가 문경진 파티인가요?”

“네, 맞아요.”

“켁……!”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시후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내 젓가락을 소리 나게 내려놓은 김시후가 말했다.

“그 반대에요! 문경진이라는 놈이 자리 주장을 하면서 먼저 저희를 공격했다고요.”

“그래요? 어쩐지 조금 이상하더라.”

“보나마나 이 소문을 퍼트린 것도 그놈이겠죠. 영웅부에서 중재할 때도 끝까지 우리 탓만 하더니! 사람이 뭐 이리 뻔뻔하지?”

김시후는 연신 씩씩거렸다.

그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이 식당에서 문경진의 얼굴을 찾는 것처럼.

‘그 소문 때문이었나.’

유지한은 생각했다.

아까 말을 걸었던 파티가 매우 차가운 반응을 보였던 것도 이것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아마 지금은 다른 입교생들도 유지한 파티에게 비슷한 태도를 보일 것 같았다.

‘어째 조금 얌전하다 싶었지.’

잠깐 마주쳤을 때는 조용히 넘어가는 듯 했지만.

문경진은 여전히 유지한을 향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몸으로 부딪혀 왔다면, 이번에는 여론전으로 시비를 걸었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서 그가 의도하는 바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했다.

청영사에서 유지한 파티의 평가를 끌어내리거나, 혹은 왕따를 만드려는 걸 수도 있겠지.

“형. 가만히 계실 거예요?”

“일단은.”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당장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었다.

‘진짜 유치하네.’

유지한은 피식하고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린 학생 때나 먹힐 법한 유치한 방법들.

과거 문경진의 학창 생활이 어땠을지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였다.

*****

“경진 씨. 그게 진짜에요?”

“진짜라니까요?”

“에이, 말도 안 돼.”

청영사 건물 내부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

문경진은 같은 청영사 동기인 다른 파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푸하하!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제가 괴아리의 목을 붙잡고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주로 그가 이끌어가는 대화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매우 화목했다.

청영사에 합격했던 당시부터 매우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이미 동기 여럿과 안면을 터둔 상황.

나이프 길드의 문경진이라는 영웅은 친절하고도 호감적인 인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아야야…….”

“괜찮으세요?”

“하, 조금 통증이 있네요.”

표정을 크게 찡그린 문경진이 자신의 왼쪽 다리를 만지작거렸다.

진짜 다리가 아닌 마력으로 동작하는 의족.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다리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만요.”

문경진은 품속에서 하얀색 알약을 꺼내 먹었다.

“그건 뭐예요?”

“강력한 진통제입니다. 먹으면 몇 시간 동안은 통증이 없어요.”

“아휴, 힘드시겠어요.”

“저희 동기 중에 범인이 있다면서요?”

“유지한 파티라고 했나?”

“맞아요. 설마 걔네가 청영사에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문경진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짐짓 분한 얼굴을 했다.

그러자 다들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영사에서 범죄자들을 합격시킬 줄이야.”

“그 범죄자가 다른 영웅들의 기회를 훔쳐간 셈이죠.”

“청영사에 탈락한 지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저희가 같은 입교생으로서 항의를 해보는 건 어떤가요?”

대화의 주제가 문경진을 공격했던 유지한 파티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주로 그들에게 마땅한 처벌을 줘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유지한 파티를 악독한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피드백 영상 보니까 잘하긴 하던데…….”

옥상 정원에서 3급 몬스터인 괴무를 해치우던 유지한 파티의 영상.

그걸 지켜봤던 입장으로서는 그들의 실력을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영상대로라면 청영사에 너끈히 합격하고도 남을 정도였으니까.

그때 문경진이 말했다.

“그거 편집한 거예요.”

“네에?”

“영상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중간에 뚝뚝 끊기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자기들이 못한 부분은 편집으로 다 잘라냈다는 거죠. 최대한 좋은 것만 보여 줄 수 있도록.”

“어쩐지! 어떻게 그렇게 잘 싸우나 했네.”

“진짜 치사하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우리도 실력 좋은 편집자를 알아봐야겠어요!”

“푸하하하!”

이후의 대화는 유지한 파티를 비웃는 쪽으로 전개되었다.

서로 괜찮은 영상 편집자가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계획대로.’

조금 전에 먹은 알약은 그냥 비타민에 불과하지만.

진통제로 속은 모두가 유지한 파티를 욕하고 있었다.

대화에서 자신이 원하는 흐름을 만들어 낸 문경진은 계속 아픈 척 연기를 이어 갔다.

*****

검은색 승합차 안쪽.

뒷 자석에 앉은 진석우는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량에서 다음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흠…….”

귀에 무선 이어폰을 낀 진석우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것은 유지한 파티의 피드백 영상.

청영사 교육 시간에 재생했던 편집된 영상과는 다르게, 메일로 받았던 원본 영상이었다.

‘자꾸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바바리안을 만나고도 전혀 물러나지 않는 유지한 파티.

도망치지 않고 침입자들과 맞서 싸우는 걸 선택한 그들의 모습은, 사람들이 흔히들 떠올리는 영웅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흐으음…….’

진석우는 영상의 재생 시간대를 계속 옮겨가며 유지한 파티의 영상을 시청했다.

이미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던 영상이었음에도, 그는 자꾸만 이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손을 대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이 영상은 시청자가 굳이 영웅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무척 두근거릴 만한 영상이었다.

단순한 교육 자료를 넘어선 상품가치가 느껴졌다.

톡톡톡.

진석우는 한쪽 손가락으로 차량 좌석을 두드렸다.

그리고 약 5분 후.

한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양손으로 잡았다.

‘……한 번 말이나 해보자.’

최근 떠오르는 영웅 관련 사업 중에는 영웅의 활약을 마치 영화처럼 만들어서 선보이는 것이 있었다.

진석우는 그 업계에서 활동하는 지인에게 유지한 파티를 소개시켜 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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