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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02화 (102/300)

102화. 소문 (2)

갑자기 이런 건 왜 보낸 걸까.

김현태는 황준호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뉴스를 읽어내렸다.

[청년영웅사관학교 3기에 입교한 파티를 소개합니다…….]

[1. 레드홀 - 제임스 강 파티]

[2. 주사위…….]

[……]

[……]

“레드홀도 있고, 주사위도 있고……. 우리 길드에서도 들어간 후배가 있었나.”

소수의 4급 파티만을 모집하는 청영사였다.

김현태 파티가 4급에 머무를 때는 이런 지원 사업이 없었기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시기가 잘 맞물렸다면 당연히 합격했을 거라는 게 김현태의 생각이었다.

“그럭저럭 하는 놈들이었지.”

김현태의 기억에 청영사에 들어간 케로즈의 파티는 기본 정도는 하는 후배들이었다.

김현태는 나머지 목록을 대충 넘기고서 황준호에게 답장을 보냈다.

[김현태 : 청영사가 뭐 어쨌다고.]

[황준호 : 마지막에 꿀잼이라는 길드 봤어?]

[김현태 : 아니.]

[황준호 : 그거 유지한이 들어간 길드래.]

“……?!”

답장을 본 김현태가 표정을 와락 찌푸렸다.

이내 그가 합격자 목록을 꼼꼼히 살폈는데, 실제로 꿀잼이라고 적힌 부분에는 유지한 파티라는 파티명이 적혀 있었다.

[김현태 : 그 유지한이 확실해?]

[황준호 : 매니지먼트 부서 통해서 확인한 정보.]

“하!”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김현태는 곧장 인터넷에 접속해서 꿀잼에 대해 조사했다.

“주제에 승급은 한 모양인데.”

검사 결과에는 그들이 4급으로 승급 후에 진행한 인터뷰가 있었다.

김현태는 그걸 보며 코웃음을 쳤다.

파티에서 추방된 뒤에 뭘 하나 했더니만, 곧바로 다른 길드로 이적해서 활동 중인 모양이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2급 파티에서 몇년을 활동했으니 4급 정도는 오를 수 있겠지.

“좋다고 실실 쪼개기는.”

인터뷰 기사에 박제된 사진 속 유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같은 파티에 있을 때는 현장에서 복면이나 가면을 쓴 탓에 웃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쯧! 청영사도 수준이 떨어졌나. 이딴 새끼나 뽑고.”

그는 혀를 차며 고개를 좌우를 저었다.

지원 사업의 경쟁률이 치열하면 뭐하나.

막상 합격한 영웅 중에 하자가 있는데.

‘저 얼굴, 거슬리네.’

유지한이 떠난 뒤의 김현태 파티는 새로운 파티원인 김강우의 합류 이후 과도기를 겪고 있었다.

파티원들의 연계가 이전처럼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든지.

몬스터 사냥에 걸리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났다든지…….

김현태는 그것을 아직 호흡을 맞춰 가는 단계라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파티를 나간 놈은 저렇게 웃고 있다니.

“……마음에 안 들어.”

김현태는 휴대폰을 조작하여 매니지먼트 부서에 연락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야. 우리 길드에 올해 청영사 들어간 애들 있지? 걔네 당장 나한테 오라고 해봐.”

*****

청영사의 훈련소.

개인 훈련실에 도착한 유지한 파티는 훈련을 시작했다.

[윈드 애로우]

민유리와 거리를 두고 선 김시후는 윈드 애로우를 소환했다.

그가 한 번에 소환 가능한 9발의 화살들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시작할게요!”

“응!”

김시후의 반대편에 있는 민유리는 자기 쪽으로 날아오는 윈드 애로우를 눈으로 훑으며, 활 시위에 3발의 마력 화살을 매겼다.

[멀티 샷]

피슝!

그녀가 손을 놓음과 동시에 화살이 1발당 정확히 3갈래로 나뉘었다.

합해서 총 9발의 화살이 앞으로 쏘아졌다.

모두 다른 모양의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들은 각기 다른 윈드 애로우를 목표물로 삼고 있었다.

파바바바박—!

빠르게 충돌한 9쌍의 화살들은 모두 형체가 크게 일그러졌다.

다만 민유리의 마력 화살 중 일부는 윈드 애로우를 뚫어내고도 앞으로 더 나아갔다.

몬스터의 소재를 엮어 만든 활의 도움으로 화살에 물리적인 힘이 더해진 덕분이었다.

“멋지네.”

“찍찍.”

유지한은 칠라와 가만히 두 사람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 김시후의 마력 제어가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유지한이었지만.

원거리 딜러인 민유리가 화살을 다루는 솜씨 또한 매우 예사롭지 않았다.

‘공격이 거의 빗나가질 않아.’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민유리가 현장에서 자잘한 실수 따위를 범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날아다니는 공격 마법을 화살로 맞춰서 격추시킬 정도라는 건 처음 알았다.

마력 화살을 활에서 쏘아 낸 다음에도 너무 먼 거리만 아니라면 쏘아 낸 화살을 제어하는 게 가능하다는 민유리.

유지한은 속으로 그녀에 대한 평가를 조금 더 높였다.

‘마법사가 되어도 좋았겠네.’

마력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고 제어하는 건 김시후를 비롯한 마법사 타입 영웅들에게 요구되는 재능 중 하나다.

그리고 민유리는 이미 쏜 화살의 형태를 가공하는 일에도 능숙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 일련의 가공 과정은 형태 변화라는 스킬로 다듬어졌다고 한다.

선대 영웅들이 정의하고 만들어 낸 스킬을 익히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마법사들이 고유마법을 만드는 것처럼 스킬을 만든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마법사가 아니라 궁수를 선택했다는 게 아쉬울 정도의 재능이었다.

“형태 변화를 응용하면 재밌는 게 나올 것도 같네요.”

“아직은 조금…….”

현 시점에서 민유리가 멀리 날아간 마력 화살의 모양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화살을 작은 직사각형이나 구불구불한 원처럼 간단한 도형으로 바꾸는 정도였다.

백화점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안괴꽃의 약점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런데 화살을 거대한 대포알이나 적들을 사로잡는 그물 따위의 형태로 바꿀 수 있다면?

상상력을 동원한 다양한 공격과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었다.

“앞으로 더 노력할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자신에게 다짐하듯 외치는 민유리의 말에 유지한이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 1시간 쯤 후.

민유리가 칠라의 배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는 사이, 유지한은 숨을 고르는 김시후에게 다가갔다.

“다음은 내 차례지?”

“네! 제안은 고민해 보셨어요?”

“음.”

유지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프와의 계약 후 정령사가 된 그는 마법 운용이 점차 안정적으로 변해 가는 상황.

지금까지 김시후는 유지한에게 맞춰 간단한 마법 정도만 가르쳤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커다란 제안을 했다.

바로 유지한에게 마법사가 되라는 것이었다.

‘정령 마법사라…….’

정령 마법사는 평범한 마법사와는 많이 다르다.

널리 알려진 공용 마법보다는 정령을 활용한 고유마법을 만드는 데 노력을 쏟고, 정령의 힘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는 유형이었다.

유명 정령사인 윤도하를 포함하여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정령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정령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부류였다.

‘솔직히 지한이 형이 마법사가 되면 좋겠어.’

유지한이 마법사가 되면 파티에서 한 명뿐인 전사가 사라진다.

그러나 김시후는 그가 지금처럼 전위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지 적을 공격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마법사가 된다는 건 아닌 거 같아.”

“정령 마법사는 평범한 마법사와 근본이 달라요. 제가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

“이미 결정은 내렸어.”

하지만 유지한은 김시후의 제안을 거절했다.

김시후는 그런 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조금 걱정했다.

‘쉽지 않을 텐데.’

유지한 이전에도 정령과 계약한 전사의 사례는 존재하지만, 그들이 평범한 정령사 이상으로 자신의 이름을 떨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군가 닦아 놓은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터.

하지만 그가 괜히 고집을 부리거나 이유 없이 제안을 거절한 건 아니었다.

“앞으로는 버프 위주로 배우려고.”

“버프요?”

김시후는 버프를 배우겠다는 유지한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그가 배웠던 신속의 마법 헤이스트처럼 타인에게 사용하면 효과가 반감되는 버프를 직접 자신에게 사용한다는 것.

썩 나쁘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아주 훌륭한 결정으로 보기에도 어려웠다.

세상에는 어지간한 버프 이상으로 쓸 만한 마법들이 많았으니까.

정령사라는 특별한 조건을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아쉬움이 있었다.

“바바리안과 싸울 때 네가 나한테 사용해 준 마법 기억해?”

“어렴풋이 기억은 나는데……. 설마?!”

“지금 생각하는 게 맞을걸.”

유지한은 바바리안과의 전투 당시 김시후가 사용한 마법을 떠올렸다.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

인생 처음으로 어떤 일이든지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날.

그는 도저히 그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게 반감된 효과라니.’

김시후가 그때 사용했던 마법은 분명 버프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버프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사용하면 효과가 반감되는데도, 유지한은 그 반감된 성능의 버프만으로도 바바리안들을 쉽게 무찌른 것이다.

그런데 그 마법을 직접 본인이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저 혼자서도 쓰지 못하는 마법을 제가 알려드릴 수 있을까요……?”

김시후는 무척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당시 뭔가를 했다는 감각만 남아 있을 뿐, 사용 방법을 전혀 모르는 마법이기 때문이었다.

“너라면 언젠가 그 마법들을 이해할 수 있겠지.”

김시후가 바바리안을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대단한 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당장은 불가능해도, 유지한은 언젠가 김시후가 그 마법을 재현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나한테 알려 줘.”

“어떻게든 알아낼게요.”

마지막에 대답하는 김시후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이었다.

*****

4시간 동안 이어진 훈련을 끝내고 훈련소를 나서는 길.

유지한 파티는 훈련소 입구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유지한 선배님.”

“……?”

그런데 그때 유지한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조금 낯설면서도 익숙한 얼굴들.

청영사 3기에 합격한 동기이자, 유지한보다 케로즈에 더 늦게 들어간 후배 영웅들이었다.

“어어……. 오랜만인가?”

유지한은 그들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합격 후 얼굴을 알아보긴 했었지만, 제대로 인사를 나눈 적은 없는 탓이었다.

“너무 늦게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배태준 파티의 배태준입니다.”

“반가워. 나는 유지한이고 이쪽은 내 파티원들.”

“처음 뵙겠습니다.”

배태준 파티는 유지한 파티원들에게 먼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전에 마주쳤던 케로즈의 후배들은 상대를 조금 무시하는 기색이 있었는데, 이들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도 잘 부탁해.”

“참, 케로즈 내부에도 지한 선배가 청영사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퍼졌더군요.”

“아, 그래?”

이야기가 벌써 거기까지 들어갔구나.

소식을 전해 들은 유지한은 조금 복잡한 기분이었다.

‘박중섭 길드장이나 김현태도 알고 있겠지.’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유지한은 이게 썩 나쁜 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케로즈에서 추방되고도 나름 잘 지낸다는 걸 알린 셈이었으니까.

“그런데 선배님. 혹시 지금 시간 되십니까?”

“시간? 무슨 일인데?”

“청영사 동기이자 후배 영웅으로서, 선배님께 한 수 가르침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배태준은 유지한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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