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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01화 (101/300)

101화. 소문

유지한 파티가 백화점에서 사냥한 안괴꽃과 괴무는 몽땅에서 가져갔다.

장사임은 김시후와의 통화에서 그것들의 판매 계획을 알렸다.

—안괴꽃은 해외의 백혈병연구소에 납품할 예정입니다. 그쪽에서 요새 대량으로 매입중이더라고요.

안괴꽃은 식자재보다는 주로 약재로 사용되는 편이다.

특히 백혈병에 큰 특효가 있어 수요가 크기 때문에, 판매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개당 단가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

“단풍괴무와 소괴무는요?”

—확정은 아니지만, 괴무를 취급하는 가구 제작 업체가 있어서 그쪽으로 넘길 것 같습니다.

괴무로 만들어진 가구는 상당한 고급 가구로 여겨진다.

식탁부터 의자, 거실장, 침대 등 기존의 가구를 괴무로 만드는 건 어느 새인가부터 유행하게 되었다.

적지 않은 수의 부자들은 집에 있는 바둑판마저 괴무로 만들 정도로 몬스터 가구 수집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시장에 나오면 불티나게 팔리는 품목 중에 하나였다.

—잎은 아직 구매처를 찾는 중인데……. 찾아내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끊은 김시후가 유지한을 바라봤다.

“사임 씨가 7천만 원 정도 나올 거 같대요.”

“나쁘지 않네.”

안괴꽃만 있었다면 절반도 안되는 금액이 나왔을 터.

옥상에서 사냥한 괴무가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당시 함께 사냥한 영웅들이 대부분 바바리안에게 사망했기 때문에 괴무의 소유권은 꿀잼에게 있는 상황이었다.

“단풍괴무의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가 봐요.”

“사임 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단풍괴무에게 불 마법을 써서 가치가 떨어지는 걸 걱정했던 김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몽땅과의 반복되는 거래를 통해 장사임에게 큰 신뢰감을 가지게 된 두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가 중간에 돈을 떼먹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영웅부에서 올 때가 됐는데.”

현장에 있던 바바리안의 시체는 영웅부에서 챙겨갔다.

아직 바바리안의 등장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처분을 위해서 오늘 영웅부의 관계자가 직접 사무실로 찾아온다고 했었다.

“찍찍.”

“가만히 좀 있어 봐.”

민유리는 사무실 한 켠에서 커다란 빗으로 칠라의 등과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칠라는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고 귀를 쫑긋거렸다.

잠시 그걸 지켜보던 김시후가 말했다.

“칠라 방패 조금 구겨지지 않았어요?”

“구겨졌어. 당장 못 쓸 건 아닌데 수리는 맡겨야 할걸.”

유지한은 손으로 방패를 구기려고 했던 바바리안을 떠올렸다.

하여간 무식한 놈들.

그리 비싼 방패는 아니라지만 수리비가 나가게 생겼다.

‘더 좋은 장비로 맞춰야 하나.’

유지한은 현재 파티원들의 장비를 떠올렸다.

유지한 자신과 김시후, 칠라는 남호열이 만들어 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고, 민유리는 기존에 입고 있던 장비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그가 판단하기에 4급 파티가 사용하기에는 적당한 수준의 장비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위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파티원 모두가 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해도 모자를 판이었다.

‘벌써부터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김현태 파티가 제대로 된 장비를 고민하던 시점은 3급으로 승급한 뒤부터였다.

3급으로 책정된 몬스터들은 대부분 마력으로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당장 백화점의 단풍괴무만 해도 나뭇가지를 도구처럼 사용하거나 단풍잎을 수없이 던져 대지 않았던가.

따라서 3급부터는 버는 돈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쓰는 돈도 크게 늘어나곤 한다.

“…….”

유지한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백화점에서 바바리안과 마주쳤던 것은 그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장비가 버텨 주지 못한다면 전투 지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

*****

영웅부에서 꿀잼의 사무실로 사람이 찾아온 건 오전 11시가 되기 전쯤이었다.

“어? 지철 씨!”

“하하. 또 뵙습니다.”

사무실로 들어온 사람은 영웅부의 양지철이었다.

이전부터 김시후나 유지한과 몇 번의 교류가 있다 보니 그가 찾아가기로 선택된 것이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 양지철은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김시후에게 건넸다.

“사무실 이전 겸 방문 선물입니다.”

“아니, 이건 또 뭐예요?”

“몸에 좋은 몬스터를 갈아 넣은 몬스터 에너지바입니다! 예전에 드린 몬스터 즙을 만든 회사에서 출시한 제품이에요.”

“가, 감사합니다…….”

당시 먹었던 몬스터 즙의 끔찍한 맛을 기억하고 있는 김시후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참 별걸 다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선물을 건넨 양지철은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새 사무실은 넓고 쾌적하네요.”

“전에 있던 곳이 너무 작긴 했죠.”

“그쪽도 아담하고 좋던데요. 모름지기 훌륭한 길드는 다 그런 곳에서 시작하는 법이죠.”

양지철은 유지한 파티의 사무실에 처음 방문할 때부터 그들을 아주 좋게 보고 있었다.

4급 승급 면접에서 생각지도 못한 트러블이 있었지만, 결국 승급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침입자까지 막아 냈으니 그 안목이 맞았다고 볼 수 있으리라.

잠깐의 구경을 끝낸 양지철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책상에 올려놓은 뒤, 한층 진지해진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

“유지한 파티에서 퇴치한 바바리안의 조사가 끝났습니다.”

“어떻던가요?”

“연구소에서 확인한 바로는 지한 씨 일행이 녀석들과 마주친 당시, 지구로 침입 후 2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백화점에서 처음 등장한 게 맞겠네요.”

“현재 백화점 내부를 샅샅이 수색중입니다.”

영웅부는 바바리안의 지구 침입 경로를 추적하고 있었다.

침입 경로를 찾는 건 대부분 허탕을 치는 일이 많았지만.

위의 명령으로 이번 건에는 더 꼼꼼하게 수색중이라는 소식이었다.

“하필이면 결계가 엮여 있어서…….”

한국에서 결계는 오로지 결계를 총괄하는 영웅부의 허락 하에만 펼칠 수 있다.

아무리 큰 길드더라도 허락 없이는 결계에 손을 댈 수 없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등장한 건 결계속의 결계.

그것도 인간의 물리적인 접근을 차단하는 종류로, 아직 영웅부에서도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결계였다.

“저희한테 그런 걸 말씀하셔도 되는 건가요?”

“이미 눈으로 보셨는데, 어쩔 수 없죠.”

결계 개발은 아주 극비리에 다뤄지는 정보다.

그런데 연구 중인 그것이 외부에서 펼쳐졌다는 건, 내부의 누군가가 정보를 빼돌렸다는 뜻과 같았다.

이미 탈취당한 결계를 다시 회수할 수는 없지만.

내부에 스파이가 존재할 가능성 때문에 결계를 개발하던 인력들은 한 명씩 조사를 받고 있었다.

“하여튼 저희 쪽 상황은 그렇습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나마 여러분 덕분에 살았습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겁니다.”

양지철은 유지한 파티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담긴 인사였다.

‘나도 성과를 올린 셈이 되었지.’

유지한 파티의 승급을 부추긴 것은 양지철이었다.

그들이 4급으로 오른 덕분에 4급 MA인 백화점에 입장할 수 있었고, 침입자로 인한 피해가 크게 줄어들었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유지한 파티의 성과는 곧 양지철의 성과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침입자를 사냥한 일에 대해 영웅부에서 보상을 드리려고 합니다.”

“어떤 거요?”

“현금으로 2억을 지급해드리겠습니다.”

“2억이요?”

“세후 2억입니다. 대신 바바리안의 시체는 저희 쪽에서 가져가는 조건이 달립니다만.”

“오…….”

유지한은 작게 감탄사를 냈다.

국가 기관에서 이만 한 돈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사실은 이것도 모자른 금액이죠. 무려 바바리안을 10명이나 넘게 처리한 거잖아요! 성과를 보면 최소 3억, 아니 5억은 드리고 싶은데……. 보상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4급 파티에게 그만큼이나 줄 수는 없다고 해서.”

“등급에 따라서 또 보상이 나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않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양지철은 크게 미안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수익을 올리게 된 꿀잼의 입장에서는 그리 불만이 없었다.

“그리고 이건 바바리안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입니다.”

드르륵!

양지철은 끌고 온 캐리어의 지퍼를 열었다.

안쪽에는 바바리안이 들고 있던 도끼나 옷 따위가 들어 있었다.

“회수를 원치 않으시면 저희 쪽에서 폐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볼게요.”

유지한은 열린 캐리어를 뒤적거렸다.

손에 잡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바닥에 두었다.

“음…….”

딱히 쓸 만한 물건은 없나.

애초에 튼튼한 육체만을 믿고 행동하는 녀석들에게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도끼는 만듬새도 조악하고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 판매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바바리안이 사용한 무기’라는 것으로 특이한 수집가들에게 판매할 수는 있겠으나, 그리 비싼 가격을 받지는 못할 터.

“이건…….”

그런데 캐리어 안쪽에는 부서진 도끼가 있었다.

모양새가 다른 도끼와 조금 차이가 있는 것이, 유지한이 기억하기로는 대장격인 바바리안이 들고 있던 도끼였다.

거인의 손에 쥐어짜졌기 때문에 부서진 듯했다.

‘뭐지?’

유지한은 그 도끼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만요.”

도끼의 손잡이를 들어서 조사에 나섰다.

다만 그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단단한 손잡이일 뿐, 특별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유지한은 이어서 금이 간 도끼날 부위를 집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웅!

도끼를 잡은 손을 타고 특이한 마력이 느껴졌다.

어째 조금 익숙한 그것은…….

‘마결정이다!’

도끼날의 틈새에서 다름 아닌 마결정의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유지한은 오픈마켓에서 단검 아티팩트를 얻었던 날의 데자뷰를 느꼈다.

입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킨 그가 양지철을 향해 말했다.

“도끼는 여기 있는 것들이 전부인가요?”

“부러지거나 크게 상한 것 외에는 빠짐없이 챙겨왔습니다.”

“일단 캐리어에 있는 물건은 저희가 다 갖겠습니다. 부러졌다는 것들까지 빠짐없이 저희 쪽으로 전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장 바바리안의 도끼날 속에는 마결정이 있다.

그러니 다른 도끼도 조사할 가치가 충분했다.

‘싹수 있는 놈들이었군.’

보상금에 이어서 마결정까지 제공하다니!

바바리안들도 마냥 양심이 없는 놈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

케로즈의 본사에는 김현태 파티원들마다 할당된 개인실이 존재한다.

본인의 허락 외에는 절대 출입이 불가한 독립된 휴식 공간.

“더 세게 주물러 봐요.”

“네!”

케로즈의 간판스타 김현태는 자신의 개인실에서 누운 채로 출장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단단한 영웅의 육체를 제대로 마사지하려면 마사지사 또한 마력을 가진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만큼 무척 고가에 속하는 마사지를 길드의 복지 중 하나로 제공받고 있는 그였다.

‘절대 실수하면 안 돼.’

무척 까다로운 고객이라고 알려진 김현태.

케로즈에 방문한 마사지사는 회사에 들어와서 오늘 처음으로 김현태를 마주한 사람이었다.

‘대단하긴 하다.’

그는 김현태의 몸을 만질 때마다 돌덩이같이 단단한 근육과 요동치는 마력을 느꼈다.

손에 마력을 힘껏 담지 않으면 몸에 미약한 자극조차 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말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거 같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이 1급 영웅이 되는 거겠지.’

마사지사는 등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마사지를 지속했다.

VIP로 꼽히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수고했어요.”

“다음에도 이용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사지를 끝낸 마사지사가 자리를 떠나고.

늘어지게 누워 있던 김현태는 몸을 일으켰다.

“흠.”

그가 전신 거울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했다.

진한 눈썹과 촘촘한 속눈썹. 잡티하나 없는 피부와 쭉 뻗은 콧날을 가진 잘생긴 얼굴.

오랜 활동의 결과물로 얻어진 단단한 근육들은 같은 남자들조차 감탄할 만한 조각품과도 같았다.

“완벽해.”

스스로에게 빠져들 만큼 만족스러운 몸이었다.

우웅—

포즈를 취해 보면서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의 휴대폰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같은 파티의 탱커인 황준호가 보낸 것이었다.

[황준호 : 현태야. 너 이거 봤어?]

메시지에는 인터넷 주소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김현태는 그 주소를 클릭했다.

“……청영사?”

올해 청영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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