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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88화 (88/300)

88화. 탱커

유지한 파티는 청영사 건물 내에 있는 지원팀에 방문했다.

청영사 입교생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장비 제작 지원에 관한 내용은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입교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혜택은 단연코 활동지원금과 더불어 장비 제작 지원 제도.

그들은 청영사와 연계된 공방에서 최소 30%부터 최대 4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원하는 장비를 구매하는 게 가능하다.

공방은 영웅들이 많이 찾는 곳들과 계약을 맺었으며, 심지어 청영사와 연계된 협력 공방이 아니더라도 장비 구매 비용에 최대 25%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길드로서는 청영사 혜택 중 사무실 제공과 더불어 가장 선호할 만한 것이었다.

“파티당 최대 지원 금액이 10억.”

“와우.”

1개 파티에 지원해 주는 장비 제작 지원 금액이 최대 10억 원.

전체 30개 파티로 보면 300억 원의 지원금이다.

그다지 복잡한 조건 없이 지원해 주는 걸 생각해 보면 상당한 금액이라고 볼 수 있었다.

“지원금 받을 공방을 선택하려고 하는데요.”

“말씀하세요.”

“칼방이라는 공방에 맡기려고 합니다. 대표자는 남호열이라는 이름으로…….”

“잠시만요.”

낯선 공방의 이름이 나오자 직원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영사 협력 공방은 이용하시지 않는 건가요?”

“네. 평소 거래하던 업체가 있어서요.”

“그래도 이름이 알려진 곳을 이용하시는 게 좋으실 텐데……. 혹시 원하시면 제가 좋은 공방을 소개해드릴 수 있습니다. 마침 4급 파티를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공방이 있어서.”

“아니요. 저희는 여기로 하겠습니다.”

공방을 소개해 주겠다는 말에 유지한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청영사와 연계된 공방을 이용하지 않고 몇 번이나 신세를 졌던 남호열에게 장비 제작을 맡길 생각이었다.

협력 공방이 아닌 곳에 맡기면 할인율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돈을 제외하더라도 몇 번이나 인연을 맺은 대장장이와 거래를 계속 이어 가려고 했다.

‘이 파티, 조금 걱정되네.’

지원팀의 직원은 속으로 유지한 파티를 걱정했다.

전장에 나서는 영웅에게 장비는 자신의 또 다른 목숨과도 같은 것.

그런데 영웅 중에는 실력 없는 대장장이에게 호객을 당해서 질 나쁜 장비를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반면 청영사 협력 공방은 청영사에서 몇 번이나 검증을 거쳐 깐깐하게 선별해낸 것들이었다.

그래서 길드 내에서 장비를 제작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다수가 협력 공방을 이용하는데…….

이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공방을 이용하겠다고 말하고 있었으니.

“한번 지원금을 받기로 한 공방은 바꿀 수 없는 거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후우…….”

*****

유지한 파티는 길드 사무실로 돌아왔다.

비어 있는 의자에 앉은 민유리가 말했다.

“방금 직원분, 되게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어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다른 공방을 이용하겠다고 했으니까.”

유지한은 한숨까지 내쉬던 직원의 우려를 이해했다.

하지만 그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공방에서 뭘 구매하시려고요?”

“칠라의 장비요.”

“칠라 거요?”

칠라의 장비를 구매하겠다.

유지한의 대답을 들은 민유리는 눈을 크게 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의견이었다.

‘칠라의 가죽이 질기긴 하지만…….’

유지한은 고개를 돌려 칠라를 바라봤다.

괴냥이의 발톱이나 이빨에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는 녀석.

그의 판단으로 칠라에게 등급을 매긴다면 약 3급 정도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칠라가 4급 수준을 넘어가면 상처를 입는 것 같더라고요.”

“그랬죠…….”

탱커로서 단단한 모습을 보여 준 칠라였으나, 돌연변이의 공격에는 조금씩 상처를 입기도 했다.

수준 높은 테이머들의 펫은 마력과 스킬을 다루기도 하는데 칠라는 아직 그렇지 못했다.

괴냥이만 사냥하던 때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맨몸으로 다닌다면 언젠가 큰 상처를 입을지도 몰랐다.

“움직임이 느려지는 걸 고려하더라도 단단한 장비를 입혀야겠어요.”

탱커의 역할은 파티원을 지키는 일.

따라서 탱커로서 활동하는 영웅들은 대부분 무겁고 단단한 장비를 착용한다.

유지한은 칠라의 장점 중 하나인 유연한 기동성을 조금 포기해서라도 녀석의 방어력을 높일 생각이었다.

“칠라한테 장비를 입혀 본 적이 있어요?”

“아뇨. 평범한 옷 정도는 입혀 본 적 있지만…….”

민유리는 아직 칠라에게 제대로 된 장비를 입혀 본 적이 없었다.

“본래 탱커에게 장비는 필수품이죠. 이번 기회에 입혀 봅시다.”

“장비 때문에 갑갑한 걸 참아 줄지 모르겠네요.”

유지한 파티가 칠라의 장비를 고민하는 사이.

칠라는 자꾸 자기 이름이 언급되자 넓적한 귀를 연신 쫑긋거렸다.

*****

“어서 오세요, 칼방입니다!”

자신의 공방 안쪽에 있던 남호열은 새로운 손님을 맞이했다.

힘찬 목소리를 내뱉는 그의 입가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최근 공방의 이용객이 조금씩 늘어나는 덕분이었다.

“이거 날 좀 세워 주세요.”

“맡겨 주십쇼!”

남호열은 어느 영웅이 건네는 검을 받아들었다.

이가 빠진 검의 날을 세워 달라는 요청이었다.

아직은 장비 제작보다 수선을 맡기는 영웅들이 훨씬 많았지만.

일거리가 늘어난 덕분에 당장 이번 달 월세가 고민이던 단계에서는 탈출할 수 있었다.

‘유지한 파티 덕분일까.’

이곳에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유지한 파티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방문한 후부터였다.

손님들은 주로 작은 길드에 소속된 영웅들로, 우연찮게 유지한 파티의 인터뷰를 보고 찾아왔다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다음에도 와주시려나?’

남호열은 최근 유지한 파티의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다.

언론 기사를 통해 그들이 청영사에 들어간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청영사에는 이미 많은 협력 공방이 존재한다.

청영사의 영웅들은 대부분 그곳을 이용한다고 알려지는데…….

유지한 파티는 협력공방을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이곳을 찾아올 것인가.

‘직접 연락을 해보는 건 부담되겠지.’

남호열이 유지한과 김시후의 장비를 제작하기는 했지만.

그는 그들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나누는 사이까지는 아니었다.

딱 장비를 만드는 대장장이와 영웅의 관계.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연락을 거는 게 과연 올바른 결정일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호열 씨!”

“헛! 어서 오세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찾아온다더니!

때마침 유지한 파티가 열려있는 공방의 문으로 들어왔다.

남호열은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남호열은 수선 의뢰를 받은 검을 안쪽으로 치워 두고 다시 유지한 파티에게 돌아왔다.

김시후는 가게 안쪽에 쌓인 장비들을 슬쩍 보며 말했다.

“저건 뭐예요?”

“수선을 맡긴 분들이 계셔서요.”

“최근에는 손님이 많이 오나요?”

“입에 풀칠은 할 정도예요. 다 여러분 덕분이죠.”

“아뇨. 저희가 뭘 했다고.”

남호열은 쑥스럽게 웃는 김시후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쪽은 새로 합류한 민유리 씨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게 뭐죠?!”

공방에 들어온 건 익숙한 남자 2명과 처음 보는 여자 영웅 1명.

그리고 입구가 좁은 탓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제 펫이에요.”

“오! 저만큼 큰 펫을 직접 보는 건 처음입니다.”

“사실은 오늘 저 친구 장비를 만들려고 왔거든요.”

“펫 장비 제작을 하시겠다고요?”

펫 장비는 전문으로 제작하는 공방이 따로 있다.

남호열은 아직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렵나요?”

“어……. 잠깐만 확인해 보겠습니다.”

남호열은 공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우와!”

그는 거구의 친칠라를 바로 앞에서 마주하고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주변에서 장사하던 다른 사람들은 신기한지 칠라를 보며 사진을 찍어 대기도 했다.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남호열은 칠라의 주위를 돌며 머리 속으로 가상의 장비를 떠올렸다.

아직 인간의 장비를 만들어 본 경험밖에 없지만.

그는 순식간에 맞춤 장비를 장착한 칠라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결과, 만드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섰다.

“탱커로 활동하는 친구에요.”

“갑옷을 만들면 되나요?”

“예.”

유지한 파티가 요구하는 것은 펫 전용 갑옷과 방패였다.

갑옷과 방패를 두르고 몬스터들을 막아서는 친칠라.

유지한이 칠라에게 바라는 모습이었다.

“제작비용은 3억 정도. 가능할까요?”

“이 정도 크기의 갑옷이라……. 3억이면 가능은 합니다.”

유지한과 김시후의 장비를 합친 가격은 2억 4천.

거구인 칠라를 위해서 그보다 많은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몸집이 큰 만큼 제작 비용이 더 들어가겠지만.

괴미를 박물관 납품한 것부터, 괴네와 괴둘기를 처분한 금액과 청영사의 지원까지 있는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잠시 치수를 좀 잴게요.”

“칠라. 앉아.”

남호열은 몸을 숙인 칠라의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손이 안 닿네…….”

“도와드릴게요.”

어지간한 성인 2명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큰 몸통.

거기에 네 발로 달리기까지 하는 녀석의 특성까지.

인간을 위한 장비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설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잘 완성된다면 인간보다도 든든한 탱커가 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남호열이 줄자로 칠라의 머리 크기를 재던 때.

유지한은 그를 보며 말했다.

“호열 씨.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는 뭐가 필요할까요?”

“갑자기요?”

“그냥 여쭤보는 거예요.”

“일반적으로는 값비싼 소재와 솜씨 좋은 마법사, 그리고 뛰어난 장인이 필요하죠.”

아티팩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갖춰져야 할 전제 조건이 많다.

장비의 형상을 이루는 재료 외에 아티팩트의 효과를 결정하는 특수한 소재는 필수로 들어간다.

소재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선별하는 건 필수다.

그리고 그 소재가 장비에 잘 녹아들게 하기 위해 마법 처리가 필요한데, 거기에는 마법사가 한 명 필요하다.

삐끗하는 순간 억대의 재료가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아주 섬세한 마력 제어가 가능한 마법사여야만 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만드는 사람이지.’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뛰어난 장인.

소재에 대한 완벽한 이해, 그리고 마법사의 마력이 장비에 녹아 들어갔을 때 그 미묘한 변화를 잡아내어 소재의 효과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언제쯤 만들 수 있겠어요?”

“언제쯤이요? ……제가 만들 수는 있을까요?”

칠라의 치수를 정리하던 남호열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전에 말했듯, 아티팩트 제작은 그에게 꿈으로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지한의 태도는 진지했다.

“저희가 소재와 마법사까지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면요?”

“시행착오가 따라오기 때문에 비싼 소재가 몇 번이고 날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음.”

“비용도 문제고 시간도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여유가 넘쳐나지 않는 이상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죠. 게다가 시도를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유지한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진지한 모습에 남호열은 그를 보며 말했다.

“나중에 저희가 도와드리면 조금씩 해볼 생각은 있어요?”

“에? 진심이세요?”

“당연히 진심입니다.”

유지한이 고개를 돌려 칠라를 바라봤다.

그는 가능하다면 칠라의 전신을 아티팩트로 휘감아 마갑(魔甲) 친칠라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남호열 씨를 꿀잼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좋겠지.’

실력은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대장장이.

유지한은 그를 길드로 끌어들일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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