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86화 (86/300)

86화. 피드백

“끝난 거죠?”

“네. 오늘 인터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중년의 여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남자가 이내 등을 돌렸다.

남자는 영웅 일보 소속의 기자 이완.

‘욕을 많이 들어서 귀가 아플 지경이네…….’

이완은 조금 전에 진행한 인터뷰를 떠올렸다.

인터뷰 대상이었던 건물주는 최근 발생한 MA 안쪽의 건물을 소유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영웅들과 영웅부를 향해 욕을 한바가지로 쏟아 냈다.

이유는 집값의 하락 때문이었다.

몬스터가 발생한 장소는 법에 의해 상세 위치가 낱낱이 공개되고 역사에 적히게 되는데, 그러면 소문이 퍼져서 어쩔 수 없이 집값이 단기간 떨어지게 된다.

MA 발생이 늘어남에 따라 영웅들의 활동 도중 부서진 건물을 보상받는 것에도 예전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추세.

이완은 최근 그것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건물주들을 인터뷰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영웅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게 아닌가.”

그가 인터뷰한 건물주들은 대체로 태도가 비슷했다.

영웅 덕분에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입은 피해만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완은 그것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아예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는커녕 화를 내다니.

‘분위기가 좋지 않아.’

영웅부는 최근 전례 없을 정도로 신규 인력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었다.

기존 인력만으로는 늘어나는 업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업자가 많은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영웅부의 일자리라면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나라의 안보에 위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기에.

“칼럼을 하나 쓸까…….”

이완은 자신의 메모지를 열어서 칼럼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었다.

이미 메모지에 적혀 있는 것들은 주로 영웅과 몬스터에 관련된 단어들.

영웅과 관련된 요소 전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영웅일보에 개인의 생각이 담긴 칼럼을 작성하고 있는데, 꽤 참신한 주제로 적힌 내용도 많아서 그의 칼럼을 기다리는 구독자들도 몇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청영사가 발표됐었지.”

영웅일보에 신규 등록된 기사를 훑던 이완은 청영사와 관련된 소식을 접했다.

그는 최근 다른 일에 몰두해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뽑혔으려나.”

이완은 청영사 홈페이지로 가서 이번 3기에 선발된 파티 명단을 받았다.

4급 파티를 뽑는 청영사의 특성상 이완이 인터뷰했던 파티가 이곳에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명단을 바라보던 때였다.

“음?”

길드명이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명단의 끝자락.

묘하게 익숙한 길드의 이름이 보였다.

“꿀잼의 유지한 파티? 이 사람들이 청영사에 들어갔다고?!”

첫 인터뷰에서부터 눈여겨본 파티.

그들이 청영사에 합격해 있었다.

게다가 합격한 파티 대다수가 이름 있는 길드의 소속인 것과 달리, 유지한 파티 홀로 전혀 유명세가 없는 길드의 소속이었다.

‘어쩐지 실력이 좋더라니…….’

친절한 모습을 보여 줬던 그들의 합격 소식에 이완은 씩 하고 웃었다.

인터뷰 당시 이빌립과의 전투를 촬영했던 영상 원본은 아직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만약에 유지한 파티가 청영사를 성공적으로 졸업한다면 그 영상은 향후 흥미로운 자료가 될 수도 있을 터.

“기대해도 좋겠어.”

이완은 실수로 영상이 삭제되지 않도록 백업해 둘 필요성을 느꼈다.

그만큼 유지한 파티에 기대를 거는 것이었다.

‘케로즈는 아직도 답변이 없네.’

이완은 휴대폰의 메시지함을 열었다.

얼마 전, 그는 케로즈에 김현태 파티를 취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케로즈는 잠시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을 남긴 채 지금까지 묵묵부답이었다.

‘다른 언론사랑은 인터뷰를 하면서…….’

MA에 들어갈 때마다 활약상이 올라오는 김현태 파티.

그들은 어제 오후에도 다른 언론사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완은 5일도 넘게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이완은 취재에 앞서 물어볼 질문을 미리 정리하여 케로즈에 전달했다.

그 질문 중에는 김현태 파티의 숨겨진 파티원에 대한 것이 섞여 있었다.

“수상하단 말이지.”

케로즈는 왜인지 답변을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잘나가는 길드가 뭘 그리도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일까.

기자로서 그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

유지한 파티는 청영사 본부로 들어왔다.

어제 한강대 MA에서 생포한 하얀 머리의 남자는 영웅부로 인계된 상황.

‘한강대에서 괴둘기가 더는 늘어나지 않는다.’

한강대는 괴둘기를 조종하던 남자가 붙잡힌 이후 신기하게도 모든 괴둘기의 공격이 멈췄다.

그것을 두고 유지한은 몬스터의 공격 자체를 그 남자가 발생시킨 것이라고 추측했다.

현장에서 남아있는 잔당들만 사냥하면 대학교는 빠르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강의실은 저쪽인가?”

“맞는 거 같아요.”

한편, 오늘은 청영사에서 입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이 하나 예정되어 있었다.

사무실에 모여 있던 유지한 파티는 아직은 낯선 청영사 건물의 내부 지도를 살피면서 이동하고 있었다.

“……어? 유지한 파티?”

유지한 파티가 강의실로 가는 길.

그들은 청영사 동기인 고미나 파티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미나 씨.”

“안녕하세요!”

파티장 고미나를 비롯한 고미나 파티원들은 유지한 파티의 주변을 힐끔거렸다.

그 행동이 뭘 뜻하는지 알고 있는 유지한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칠라가 없어요.”

“엇, 왜요?”

“강의실에 들어가는 크기가 아니라서요.”

“아, 너무 아쉽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귀여운 동물이 존재하는 건지!”

“나중에 한 번만 더 안아 봐도 돼요?”

“네. 그래도 괜찮아요.”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결코 나쁜 사람이 없다.

칠라의 테이머인 민유리가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어제 목욕시킨 영상이라도 보실래요?”

“헉! 보여 주세요.”

고미나 파티원들은 휴대폰을 든 민유리 쪽으로 달라붙어서 칠라의 목욕을 감상했다.

샤워기로 인해 칠라의 털이 젖는 장면에서 꺄 소리를 지르는 여성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캐릭터 상품 만들면 잘 팔릴 거 같지?”

“네. 확실히”

“인형 만들어서 팔아 보는 거 어때?”

“제가 인형 제작 업체 알아볼까요? 샘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저렴할 텐데.”

유지한과 김시후는 그런 여성들 옆에서 칠라를 이용한 사업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몇 분 후 그들은 강의실에 도착했다.

좌석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점점 같은 청영사 3기 입교생들이 들어와 빈자리를 채웠다.

“흥!”

강의실에 들어온 민주용은 민유리와 나란히 앉아 있는 유지한을 보고 작게 콧소리를 냈다.

그에 유지한과 민유리는 서로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꿀잼은 앞으로 민주용의 나이스 길드와는 척을 졌다는 게 맞을 것이었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문경진이 들어왔다.

“…….”

문경진은 눈을 아주 가늘게 뜨고 유지한과 김시후를 힐끔거렸다.

그리고는 유지한 파티와 완전히 떨어진 반대편에 앉았다.

유지한은 직접 말로 하지 않아도 그가 자신을 아주 불편하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들 피곤하게 사네.’

당분간 청영사 동기로서 마주칠 기회가 많을 텐데.

앞으로도 저들의 태도가 딱히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윽고 교육 시간이 다가오자 누군가 문으로 들어와 인사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 저건…….”

“지, 진석우?!”

“맞습니다. 알아보는 분이 계시네요.”

“당연하죠! 모를 리가요!”

2급 영웅 중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보유한 영웅 진석우.

그는 레드홀 소속으로서 청영사 1기에서 활동한 선배 영웅임과 동시에, 키도 훤칠하고 상당한 미남으로 배우 활동도 같이 이어 가는 유명 연예인이었다.

“어떡해……!”

“저 너무 팬이에요!”

진석우에게 팬심을 드러내는 영웅들이 등장했다.

주로 여성 영웅들이 그런 모습을 보였다.

그에 진석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청영사 측의 요청으로 1년 동안 제가 여러분의 담당 교관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와아!”

“연예계에 제 이름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여러분을 대할 때는 오로지 선배 영웅으로만 대하겠습니다. 그러니 다들 교육에 진지하게 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짝짝짝!

진석우의 소개에 박수 셰레가 이어졌다.

미소 짓던 그는 손을 들어 올려 영웅들을 진정시켰다.

“청영사는 이미 영웅 학원을 졸업하고 현역에서 훌륭하게 활동 중인 여러분에게 실전과 과제 위주의 교육을 진행할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이냐.”

“…….”

“사실 미리 말씀을 드리지 않았는데, 지금 이 자리에는 MA에서의 활동을 카메라로 촬영한 파티가 있습니다.”

진석우가 자리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주시했다.

지금 그가 말하는 당사자들이었다.

“영웅은 직접 싸우는 것만큼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에 따라 한 파티의 명암이 갈릴 수도 있죠. 따라서 오늘 여러분들은 다른 파티가 촬영한 전투 영상을 보고 짧게 피드백을 작성할 겁니다.”

청영사는 이번 3기 합격생들에게 서로 간 피드백을 주고받는 걸 요구했다.

피드백을 받는 파티, 그리고 하는 파티도 개별 평가가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다른 파티의 일이라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피드백은 각 파티당 1건씩 작성해 주셔야 하며, 모든 영상이 끝나면 1시간을 드릴 테니 그 시간 내로 교관 전용 메일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1시간이요?”

“조금만 더 주시면 안 되나요?”

“다른 도움 없이 여러분의 평소 이해도를 알아보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러니 영상을 보며 느낀바 그대로를 적어 주세요. 몇 차례의 교육에서 좋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파티에게는 가산점을, 그리고 가장 좋은 피드백을 주고받는 파티에게는 각각 6년근 괴삼을 하나씩 지급하겠습니다.”

“오!”

“6년근 괴삼?!”

인삼이 몬스터로 변한 괴삼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6년근 괴삼!

넘칠 듯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나도 부족하여 경매장에 올라갈 때마다 뜨거운 입찰 경쟁이 벌어지는 그 영약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절대 놓칠 수 없어.’

‘당연히 우리 파티가 받겠군.’

‘괴삼은 내꺼다!’

모두가 영약을 탐내는 가운데.

“지금부터 첫 번째 영상 재생하겠습니다.”

전등이 꺼지고, 천장에 설치된 빔프로젝터의 전원이 켜졌다.

잠시 후 화면에 떠오른 것은 MA 내부의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었다.

—흠흠!

—그럼 지금부터 워리어즈의 김명수 파티.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간단한 파티 소개 이후 화면은 결계 안쪽으로 이어졌다.

배경은 평범한 길가. 등장하는 몬스터는 4급의 괴냥이.

길고양이가 몬스터로 변해버린 공간이었다.

—저기 있다.

—여기 좀 도와줘!

—이야압!

마법사 1명에 전사 4명으로 이루어진 김명수 파티.

전사 위주로 구성된 그들은 길가를 돌아다니며 괴냥이를 발견하는 족족 검으로 썰어 냈다.

힘을 중시하는 워리어즈답게 마법보다는 강력한 힘으로 찍어 누르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내가 저렇게 말했나?”

“조금 창피하네.”

김명수 파티가 자신들의 모습에 부끄럼을 느끼는 사이.

다른 파티들은 그들의 전투를 예의 주시했다.

—으라차!

서걱!

“잘하네.”

“힘이 되게 좋다.”

영웅들은 김명수 파티의 영상에 대체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검이 괴냥이의 몸통을 반으로 잘라 낼 때는 감탄사가 터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쉬운 게 너무 많이 보이는데.’

유지한은 속으로 혀를 차며 휴대폰 메모 앱으로 혹평을 적어 내렸다.

그의 기준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한다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빈틈이나 허점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기도 했다.

타다다다닷—

심지어 옆자리에 앉은 민유리는 영상과 휴대폰을 번갈아보며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휴대폰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뭘 적고 있는지는 몰라도 적으로 괴냥이가 등장한 이상 그녀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을 터.

‘이래도 되나?’

너무 적나라한 피드백을 작성하면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조금 걱정은 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런 생각으로 유지한은 솔직한 피드백을 적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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