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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85화 (85/300)

85화. 백발의 인간들

“유지한 파티. 현재 저희 측으로 협력 요청이 들어온 대학교가 있는데 들어보시겠어요?”

“사냥과 관련된 건가요?”

“네. 현재 괴둘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입니다.”

청영사 직원은 유지한 파티에게 괴둘기 사냥에 관해 물었다.

과거에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동물이지만, 이제는 온몸에 병균을 매달고 허공을 쏘다니는 유해동물 비둘기.

그것이 몬스터로 변해 버린 괴둘기는 유해동물 중에서도 TOP.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골칫거리들이었다.

‘비행형 몬스터라…….’

날개가 달려 있는 비행형 몬스터는 많은 영웅들이 꺼려하는 몬스터에 속한다.

사냥이 까다로운 탓에 오랜 기간 활동했음에도 비행형 몬스터를 아예 사냥하지 않는 파티도 많았다.

‘그거 좋지.’

하지만 유지한은 되레 이번 제안을 반겼다.

단지 힘들다는 이유로 피하지는 않았다.

이미 과거에 녀석들을 사냥해 본 경험도 있었으니까.

*****

괴둘기가 등장한 한강대학교.

유지한 파티는 그곳에서 사냥을 진행했다.

“그만 좀 맞아라!”

“또 피했어요!”

김시후와 민유리는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괴둘기를 사냥하는 데 애를 먹었다.

움직임이 재빠른 괴냥이들을 화살로 수없이 맞췄던 민유리조차 날개 달린 놈들을 사냥하는 건 괴냥이와는 다른 감각을 필요로 했다.

새를 사냥하려면 먼 곳에서의 기습이 가장 좋겠지만, 대학교 캠퍼스 여기저기에 숨은 괴둘기를 잡기 위해서는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눈과 날개를 잘 봐! 저 날개가 공기를 어느 방향으로 밀어내는지.”

유지한은 급하게 행동하려는 두 사람을 말리며 괴둘기의 공략법을 가르쳤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파티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유지한이 하나씩 전해 준 조언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또한 전달받은 조언을 수용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윈드 밤]

푸욱!

“구구국?!”

마법을 이용하여 위로 높게 뛰어오른 유지한이 날아다니던 괴둘기의 가슴팍에 검을 꽂아 넣었다.

날갯짓이 멈춘 녀석과 그의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김시후는 지팡이를 잡은 팔을 그쪽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정확히 지팡이의 끝이 유지한을 가리키는 순간.

[레비테이션]

직선으로 길게 뻗어나간 김시후의 마력이 유지한에게 닿았다.

원래대로라면 신체가 접촉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지만.

실처럼 가늘게 뽑아낸 마력의 연결만으로 원거리에서 마법을 적용하는 김시후였다.

덕분에 착지를 준비하던 유지한은 가볍게 땅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전보다 훨씬 잘 하시네.’

김시후는 마법으로 하늘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유지한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정령이나 특별한 스킬이 없는 어지간한 전사들은 따라 할 수 없는 기민한 몸놀림.

공격 마법을 이동기로 사용한다는 유지한의 시도는 불안했던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시후야.”

“네?”

“내가 봤던 전사들은 저렇지 않은데……. 이건 지한 씨가 특이한 거겠지?”

“그렇겠죠.”

민유리가 지금까지 현장에서 봐온 그 어떤 전사도 이런 전투를 보여 주지는 않았다.

정령 마법에 능숙해질수록 평범한 전사의 기준과는 멀어지고 있는 유지한이었다.

“구구구!”

“구구……!”

주변 다른 괴둘기들은 여전히 날고 있는 상황.

동료들의 죽음에 녀석들은 크게 동요했다.

싸워봤자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그것이 허공을 떠다니는 괴둘기들 사이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구구, 구구구!”

기어이 현장에서 도망치는 녀석들마저 나왔다.

가장 먼저 1마리가 도망치기 시작하자 이윽고 3, 4마리가 그 뒤를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가요!”

“바로 공격할게!”

민유리는 꼬리를 보이는 괴둘기를 향해 활을 겨눴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뚝!

도망치던 괴둘기들이 갑자기 허공에서 멈췄다.

제자리에서 날갯짓만 반복하던 녀석들은 몸을 돌려 유지한 파티를 바라봤다.

“……?”

괴둘기들은 다시금 유지한 파티의 주변을 맴도는 위치로 날아왔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민유리가 팽팽하게 당겼던 시위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퍼드드득!

옆에 있던 대학교 기숙사의 문에서 괴둘기 4마리가 튀어나왔다.

새로운 괴둘기를 보는 유지한은 눈살을 크게 찌푸렸다.

‘저건 돌연변이잖아.’

새로 등장한 것들의 머리 위에 달린 뭉툭한 뿔.

분명히 괴둘기의 돌연변이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난데없이 또 돌연변이가 나오다니.

“저기 사람이 있어요!”

게다가 마지막으로 기숙사를 빠져나온 커다란 괴둘기 위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머리칼이 아주 하얀 남성.

유지한 파티는 썩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표정을 바짝 굳혔다.

‘저번의 그 남자랑 똑같아.’

이제는 하얀 머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이 몬스터들을 조종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유지한이 돌연변이에 올라탄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거기! 당장 밑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킥!”

남자는 유지한의 날선 경고를 듣고도 비웃음을 날렸다.

정상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

유지한은 말없이 검을 들어 올렸다.

“구구, 구구구!”

그때 돌연변이 괴둘기들이 앞쪽으로 날개를 크게 펄럭였다.

그로 인해 작은 돌풍이 일며 날개에 박혀있던 깃털이 마치 화살처럼 앞으로 날아왔다.

“흩어져!”

“……!”

유지한 파티는 각자 몸을 던지며 깃털을 피했다.

날아온 깃털이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에 박히는 걸 본 김시후가 침음을 흘렸다.

저 커다란 깃털 하나하나에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텅! 텅! 텅! 텅! 텅!

유지한은 피할 수 없는 깃털을 검으로 튕겨 냈다.

아스팔트 바닥 위로 쌓여가는 회색과 남색의 깃털들.

단단한 깃촉이 검을 때릴 때마다 공기를 울리는 진동이 울려 퍼졌다.

“찍찍!”

김시후와 민유리를 보호하는 칠라도 날아오는 깃털을 연신 손으로 쳐냈다.

하지만 녀석의 손아귀는 충격을 버티다 못해 피부가 조금씩 찢어지고 있는 상태.

공격을 그리 오랫동안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공격에 질서가 있다.’

유지한은 깃털을 쳐내면서 백발의 남자가 올라탄 돌연변이 괴둘기를 주시했다.

몬스터들은 모두가 각기 다른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본래 떼거리로 달려드는 일이 많은 탓에 공격이 난잡하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지금의 괴둘기들은 조금 달랐다.

돌연변이가 깃털을 마구 날리면서도 다른 괴둘기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전혀 없었고.

사람들이 도망칠 수 없도록 퇴로를 막아서기도 했다.

‘저 남자만을 노린다.’

유지한이 검을 꽉 하고 쥐었다.

이것이 몬스터를 조종해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저 남자가 죽거나 기절했을 때 괴둘기도 정상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았다.

“저기 있다!”

“가자!”

주변에 있던 다른 파티들은 유지한 파티가 싸우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 괴둘기에 올라탄 남성은 혀를 차며 오른팔을 작게 흔들었다.

“구구구!”

“구구구구!”

괴둘기들이 다가오는 영웅들을 위협하는 것처럼 목청을 높여 한껏 울어 댔다.

돌연변이에 올라탄 하얀 머리의 남자는 조용히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이었다.

‘어딜 가려고!’

유지한은 현장에서 멀어지는 그를 눈에 불을 켜고 주시했다.

그리고는 다른 파티가 바로 가까이로 합류하자마자, 혼자서 앞으로 냅다 뛰어들었다.

절대로 저 남자가 도망치게 두지 않을 셈이었다.

“앗!”

“위험해요!”

영웅들은 무리에서 홀로 빠져나가는 유지한에게 경고했지만.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구구구구!”

괴둘기들이 유지한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뒤에 있던 민유리와 김시후는 그에게 달려드는 적들을 최대한 쳐냈다.

그리고…….

[헤이스트]

[윈드 밤]

버프를 두른 유지한이 이동기를 사용하여 위로 힘껏 뛰어올랐다.

높게 떠오른 그의 몸이 한 괴둘기의 몸통 위로 떨어졌다.

탁!

그는 괴둘기의 두툼한 몸을 밟으며 한번 더 위로 점프했다.

탁! 탁! 탁!

각기 다른 괴둘기를 한번씩 밟고 앞으로 전진하는 유지한이었다.

괴둘기를 발판으로 삼는 그의 몸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머물렀다.

<—내가 저 괴둘기를 밟고 점프할 수 있을 확률>

<80%>

<—내가 저 괴둘기를 밟고 점프할 수 있을 확률>

<30%>

주변의 모든 괴둘기에게 샘플링을 사용하고.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밟았다.

이윽고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이 사라졌을 때.

[윈드 밤]

[윈드 밤]

마력을 힘껏 쥐어짜낸 유지한이 등 뒤에 윈드 밤을 중첩으로 심었다.

그리고 그것이 한꺼번에 터져 버리며, 사람 한명쯤은 가뿐히 날려 버리고도 남는 바람이 발생했다.

“미친!”

“저게 말이 돼?”

다른 영웅들은 마치 날아다니는 것 같은 유지한을 보며 경악했다.

그것은 하얀 머리의 남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재빨리 다른 위치로 날아가려던 그였지만…….

[윈드 밤]

도중에 날아가는 방향을 꺾은 유지한은 돌연변이 괴둘기 위에 올라탔다.

“후!”

연속으로 이동기를 사용한 그는 전신에서 얼얼함을 느꼈다.

한숨을 돌린 그가 바람에 휘날린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하얀 머리의 남자를 바라봤다.

“당장 땅으로 내려가.”

“너 이 자식……!”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순순히 당해 줄 것 같아!”

“구구국?!”

두 사람이 올라탄 돌연변이 괴둘기의 몸이 움찔했다.

남자는 괴둘기를 조종해서 유지한을 떨어뜨리려는 셈이었다.

“정지.”

“……!”

그때 유지한이 검을 역수로 쥐고 검끝을 괴둘기의 몸을 향해 두었다.

금방이라도 살을 뚫어내고 박힐듯한 날카로운 검날.

그에 남자는 창백한 표정이 되었다.

“하, 하지 마!”

“지금부터 모든 괴둘기를 땅으로 내려.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죽는다.”

유지한이 그를 협박한 뒤.

곧 괴둘기들이 하나씩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유지한과 하얀 머리의 남자가 올라탄 돌연변이도 마찬가지였다.

땅에서 대기하던 파티들이 얌전해진 괴둘기를 경계하는 순간.

유지한은 함께 내려온 남자의 멱살을 낚아채고 괴둘기의 등에서 내렸다.

대강의 사정을 이해한 김시후는 남자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팍, 씨!”

“히익!”

위협당한 남자가 몸을 잔뜩 움추렸다.

그러자 괴둘기들도 그에 영향을 받았는지 몸을 움찔거렸다.

유지한은 그를 보며 물었다.

“몬스터를 어떻게 조종한 거냐?”

“…….”

남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전에 발견된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

그러자 김시후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대답 안 해? 팍 씨!”

“히이익!”

털썩!

바닥에 넘어진 남자는 몸을 움츠린 채 덜덜 떨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위협을 가하는 순간에는 겁먹은 자세를 보이되, 질문에 답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이걸 죽여야 하나.’

유지한은 그의 처분을 고민했다.

정황상 이 남자 때문에 죽어 나간 민간인과 영웅들이 1명 이상은 존재할 터.

죽은 이들의 유가족에게 이 남자를 데려간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남자를 죽이려 들겠지.

“쯧! 일단 영웅부로 넘기자.”

“알겠어요.”

MA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영웅부 관계자들은 유지한의 연락을 받고 생활관 앞으로 달려왔다.

“헉!”

“살아 있는 괴둘기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돌연변이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광경.

영웅부 관계자들은 하얀 머리의 남자가 괴둘기를 조종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포악하다고 알려진 몬스터가 말 잘듣는 애완동물처럼 따르는 장면이라니.

돌연변이를 포함한 여럿이 오직 한 사람을 따르고 있으니, 테이머로 분류되는 영웅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웠다.

“심각한 사안이군요.”

“바로 본부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이 남자를 제압하신 분! 잠깐 여쭙고 싶은 게…….”

*****

영웅부에서 열린 긴급 회의.

바쁜 와중에 열린 회의에는 5명 안팎의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다뤄지는 사안은 영웅부 전체에 충격을 줄 만한 것이었다.

“한강대에서도 몬스터를 조종하는 인간이 잡혔다고?”

“네.”

충격적인 소식에 서로 수군거리는 임원들.

그 사이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저번에도 여러 번 비슷한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현장에 있던 영웅들의 단순 증언일 뿐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나?”

“맞습니다. 잠시 화면을 봐주시죠.”

띡!

빔 프로젝터의 화면에 영상이 떠오른다.

한강대에서 잡혔다는 하얀 머리 남자의 영상이었다.

—아, 앉아.

—일어서.

—날아.

—한 바퀴 돌아.

남자가 명령할 때마다 그 명령을 착실히 따르는 괴둘기였다.

촬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생생한 증거 자료에 임원들은 벌린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했다.

“여, 영웅부에 등록되지 않은 테이머는 아닌가?”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활동하는 미인증 영웅.

그것을 의심하는 발언이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현장의 증언에 따르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평범한 인간이 몬스터를 조종했다는 건가?!”

“허허…….”

정말로 몬스터를 조종하는 인간이 등장하다니.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이 몰려 피곤한 와중에, 영웅부 관계자들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현장에 있던 파티들을 당분간 입단속 시킬 수 있겠나?”

“이미 요청은 해 뒀으나,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들도 있으니 보안이 유지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저 남자를 제압한 건 누구지?”

“유지한. 4급의 유지한 파티라고 들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임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자 발표자는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에 괴아리의 돌연변이를 처치하는 일에 큰 역할을 했던 파티입니다.”

“호오? 그래?”

“그것참 유망한 파티군.”

이름이 아니라 성과를 전해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임원들.

언젠가 꿀잼과 유지한 파티를 수도 없이 언급하게 될 그들이, 처음으로 유지한이라는 이름을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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