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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82화 (82/300)

82화. 가족

청영사 입교식은 약 두 시간을 넘도록 진행됐다.

“강석태 파티입니다.”

“그림자의 김윤정 파티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리에 참석한 영웅들은 서로 간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나같이 상위 등급으로의 승급이 기대되는 쟁쟁한 파티들.

현장에서는 다른 길드의 파티끼리도 협력하는 때도 있으니, 아는 얼굴을 만들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여기는 조용하네.’

그러나 유지한 파티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최소 중견급인 이름있는 길드와는 달리, 꿀잼은 아무런 인지도도 없는 소규모 길드.

그런 곳에 소속된 파티에게 다가오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김시후의 동창인 정영욱은 서로 가볍게 인사만 나누는 것으로 끝났고.

멀리서 유지한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는 문경진과 민유리를 힐끔거리는 민주용만이 썩 필요 없는 관심을 줄 뿐이었다.

‘어쩔 수 없겠지.’

입교식에서 30개나 되는 파티 모두와 친해지기는 힘든 일이다.

따라서 그나마 친목을 나누려는 파티를 잘 골라내야 하는데.

보통 잘난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법이었으니까.

굳이 별거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하지는 않을 터였다.

‘면접 성적 발표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백강천이 돌발적으로 발표한 면접 점수 상위 TOP 10.

놀랍게도 유지한 파티는 거기에 들어갔다.

발표 뒤에 이어진 따가운 시선들에는 의심과 시샘 등, 부정적인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걸 눈치챈 유지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행동했지만.

주변에서 은근히 견제하는 것까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기…….”

“예?”

누군가 유지한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전까지 다른 파티와 대화를 나누던 여성들이었다.

“이쪽이 유지한 파티인가요?”

“맞습니다만…….”

“저는 레이디스의 고미나입니다.”

유지한은 레이디스 길드 소속의 고미나라는 이름의 여성과 인사를 나누었다.

긴 머리칼을 가진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래도 이쪽에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은 있었구나 싶었다.

“저기요, 저기요…….”

“예.”

“저희가 이 친구 쓰다듬어 봐도 될까요?”

고미나 파티의 파티장 고미나는 소심한 손짓으로 칠라를 가리켰다.

그러자 민유리가 반응했다.

“칠라를요?”

“이름이 칠라에요?”

“네.”

“혹시 친칠라인가요?”

“맞아요.”

“어머!”

고미나 파티원들이 하나 같이 고개를 돌려 칠라를 바라봤다.

여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칠라는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만져 봐도 돼요?”

“저, 저는 안아 보고 싶어요!”

“네. 너무 거칠게 하지는 말아 주세요.”

“당연하죠!”

주인인 민유리가 허락하자 고미나 파티는 조심스럽게 칠라에게 다가갔다.

칠라는 코앞까지 다가온 영웅들에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녀들의 손이 털에 닿은 순간.

“꺄악—! 진짜 부드러워!”

“이것 좀 봐. 털이 보들보들해.”

“세상에 이런 털뭉치가 있었다니!”

“흑, 어떡해. 너무 귀여워……!”

오로지 여성으로만 구성된 고미나 파티원들은 크게 흥분한 반응을 보였다.

칠라를 만지고, 쓰다듬고, 껴안으며 밝게 웃는 그녀들.

칠라는 귀찮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녀들의 행동을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 주었다.

민유리에게 슬쩍 다가간 유지한이 말했다.

“이러다 칠라가 파티의 마스코트가 되겠는데요.”

“흐흠! 우리 칠라가 아주 귀엽긴 해요.”

칠라가 고평가받자 민유리는 조금 우쭐해 했다.

녀석이 무섭게 생긴 몬스터였다면 같이 다니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아동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이 귀여운 칠라의 외견은 어린아이들조차 좋아할 만한 것이었다.

‘파티가 유명해지면 나중에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도 될지도…….’

열띤 반응을 보이는 고미나 파티를 보며 칠라를 이용한 사업을 구상하는 유지한이었다.

*****

입교식이 끝나고 며칠 뒤, 김시후는 기존에 임대한 사무실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청영사에 합격했으니 곧 청영사의 사무실을 대여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관계자에게 듣자 하니 청영사가 진행되는 건 1년뿐이었지만, 사무실 임대는 졸업 시 최대 1년까지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운이 좋다면 최대 2년까지는 사무실을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리조트가 어디라고 했죠?”

“제가 차량 네비에 찍어드릴게요.”

그리고 민유리의 합류 환영 파티가 있는 날.

저녁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모인 세 사람은 예약해 둔 리조트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의 간섭이 적은 개별 바비큐장이 딸린 공간.

미리 칠라의 입장 허가를 받고 예약해 둔 것이었다.

“저랑 시후는 오늘 여기서 자고 가려는데, 유리 씨는 불편하시면 미리 가셔도 괜찮아요.”

“기왕 왔으니 저도 자고 갈게요.”

“칠라는요?”

“차에 다 준비해 뒀어요. 아마 여기가 집만큼 편할걸요?”

개조된 민유리의 차량에는 온도 및 습도 조절은 물론이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준비된 것들도 많았다.

칠라를 위한 민유리의 정성이 어린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도로를 달려 이동한 지 30분.

그들은 목적지인 리조트에 도착했다.

“고기는 제가 굽겠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바비큐장에 온 유지한은 챙겨온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칠라가 매우 좋아한다는 통삼겹살과 양갈비 따위의 고기들.

그리고 통통한 새우 등의 해산물, 각종 채소까지 많은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청영사의 입교식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파티원들에게 먹는 것이라도 잘 먹이기 위해서 유지한이 직접 준비한 것들이었다.

“형. 이건 그냥 제가 구울게요.

“안 돼. 요리사가 아닌 이상 고기 굽는 건 양보 못 해.”

고기 굽는 일에는 묘한 자신감을 가진 유지한이었다.

치이익—

뜨거운 숯이 들어간 그릴 위에 통삼겹살이 올려졌다.

표면이 지글지글 끓으며 맛있게 익어 가는 삼겹살.

숯불 향이 입혀지는 고기는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었다.

“…….”

첫 고기는 덩치가 큰 칠라를 위한 것이었다.

유지한은 고기를 구우면서 칠라를 힐끔거렸다.

진한 고기 냄새가 바비큐장을 감싸는 상황.

그런데 칠라의 시선은 고기가 아니라 유지한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쟤는 나만 쳐다보네.’

어째서인지 항상 유지한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는 칠라였다.

생각해 보면 그가 민유리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이런 녀석의 행동 덕분이었다.

유지한은 그것이 고맙기도 하면서도 녀석이 왜 자신에게 큰 관심을 갖는 건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칠라와 가장 가까운 민유리조차 그 이유를 모르니 당장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형! 이것 좀 보세요.”

“뭔데?”

김시후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유지한에게 내밀었다.

고기를 굽던 유지한은 화면에 떠오른 글자를 읽었다.

“유지한 파티 팬카페?”

김시후가 보던 화면은 다름 아닌 유지한 파티의 팬카페였다.

3급이나 2급 파티도 아니고 아직 팬카페가 생길 정도는 아닐 텐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카페 대표 매니저가 원영국이라는 이름이에요.”

“아, 설마.”

“그때 그분이요.”

유지한은 계양산에서 만났던 군인, 원영국을 떠올렸다.

분명 그가 팬카페를 만들 거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유지한은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었었지만.

그는 진짜로 팬카페를 만들어 버렸다.

“카페 회원 수가 2명이야.

“만든 지 일주일도 안 됐으니까요.”

인기 파티의 팬카페의 경우 3만 명이 넘어가는 회원 수를 자랑했다.

그에 비교하면 생긴 지 며칠 된 유지한 파티의 팬카페는 무척 초라했다.

“유령카페가 될 수도 있을걸.”

“앞으로 커질 수도 있고요.”

“그건 그렇지.”

사람이 없거나 활동이 잘 이뤄지지 않는 팬카페는 보통 유령카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유지한 파티의 팬카페도 그런 유령카페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청영사에 지원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것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 유지한이었다.

“고기 먹자!”

“찍!”

유지한은 칠라에게 구워진 통삼겹살을 건네주었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칠라는 자르지도 않은 통삼겹살을 그대로 들고 먹었다.

녀석은 몬스터가 된 후 초식보다 육식을 선호한다는 모양이었다.

김시후는 기다란 꼬챙이에 꽂힌 새우를 민유리에게 건넸다.

“유리 누나도 드세요.”

“땡큐. 잘 먹을게.”

해가 저물고 달이 고개를 내밀은 저녁.

은은한 달빛 아래의 바비큐장에서 유지한 파티의 식사가 이어졌다.

민유리는 껍질을 깐 새우를 한입 베어 물었다.

“와……. 진짜 맛있네요!”

이빨을 밀어낼 듯 탱탱하고 실한 새우의 살결.

하얗고도 붉은 그 살결은 민유리의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져 내렸다.

설탕을 뿌리지 않았는데도 느껴지는 해산물의 단맛이란!

그 누가 먹더라도 탄성이 나오는 것이었다.

“형! 이 고기도 너무 맛있어요.”

검게 타지 않고 속까지 고르게 익은 두꺼운 돼지 목살.

지방과 고기의 비율이 적절한 고기는 전혀 질기지도 않고 강한 감칠맛을 가지고 있었다.

숯불로 구운 덕분에 은은한 숯 향까지 입혀진 돼지 목살은 분명 10명 중 9명은 호불호 없이 좋아할 만했다.

신나게 고기를 흡입하던 김시후가 말했다.

“이거 대체 어디서 사셨어요?”

“마트에서 샀는데?”

“농장 가서 직접 잡아 오신 줄…….”

“오버하긴.”

유지한은 씩 웃으며 그릴에 새로운 고기를 올렸다.

아직 더 구워 줄 고기나 채소가 많이 남아 있었다.

“찌, 찍!”

“푸흐흐! 얘 좀 봐.”

칠라는 통째로 구운 새송이버섯을 먹으려다가 혀가 데였다.

그걸 보고 참지 못한 민유리가 활짝 미소 지었다.

김시후와 유지한은 그녀를 따라 웃었다.

‘좋네.’

동료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것이었다.

김현태 파티에 있던 유지한은 이런 소소한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어쩌다가 한번 파티 회식에 참여할 때도 파티장인 김현태의 취향에 맞는 호화스러운 식사를 했으니.

지금 같이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나저나 시후야. 너 조만간 아버지 오신다고 하지 않았어?”

“엇, 네.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곧이지?”

“맞아요.”

김시후의 아버지, 교토몬스터연구소의 김건오.

그는 자신의 아내였던 에르나 하스의 기일에 맞춰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유지한 파티도 그때에 맞춰 휴식을 가질 계획이었다.

“아버지가 한국에 오면 형과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

“네. 그리고 유리 누나도요.”

“나도?”

민유리가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나는 왜?”

“정확히는 칠라를 만나 보고 싶다고…….”

“아하.”

“잘 길들여진 몬스터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렇구나. 알겠어.”

“그러면 볼 때 다 같이 보면 되겠네.”

“날짜는 따로 말씀드릴게요!”

미형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성격이 매우 깐깐하다고 알려지는 엘프.

그런 엘프와 결혼한 남자라…….

유지한은 그가 어떤 인물일지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까 나도 잊은 게 있었구나.”

유지한이 민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리 씨.”

“네?”

유지한은 주변에 외부인이 없는 걸 확인하고 실프를 소환했다.

뾰롱!

갑자기 허공에 등장한 초록색 빛덩이.

그걸 본 민유리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이건……?”

“저는 사실 정령사입니다.”

“저, 정령사라고요?!”

툭.

화들짝 놀란 민유리가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칠라는 흙투성이가 된 고기를 아까운 듯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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