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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74화 (74/300)

74화. 학교 (3)

유지한은 몬스터의 방해를 뚫어 내고 학교 2층 복도를 내달렸다.

2학년 6반, 2학년 7반, 2학년 8반…….

그리고 도착한 복도 끝자락의 2학년 11반.

“이런.”

참상을 목격한 그가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교사가 말한 학생으로 추정되는 것이, 11반 교실 바닥에서 피를 왈칵 쏟아 내고 있었다.

옆에서 그 피를 맛있게 핥아 먹는 괴냥이들이 보였다.

“냐옹?”

“냐아아옹—!”

괴냥이들의 목을 베어 버린 유지한은 서둘러 계단으로 이동했다.

김시후는 사람들을 데리고 3학년 교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을 터.

[3-12]

3층에서 처음 마주친 교실은 3학년 12반이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생존자가 있었다.

“저리 가! 저리 가!!”

부웅—

교실에 있는 남학생은 감귤 괴네를 향해 대걸레를 크게 휘둘렀다.

그것이 실제로 괴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괴네는 그 행동에 쉽사리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쾅!

유지한은 교실 문을 부술 듯이 열어 재꼈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날리며 괴네를 노려봤다.

‘여기다!’

서걱!

그가 돌진하며 휘두른 검이 정확히 감귤 괴네의 5번째 마디 사이를 깊숙하게 베며 지나갔다.

반쪽이 난 괴네의 몸이 바닥에서 연신 꿈틀거렸다.

“으…….”

긴장이 풀린 남학생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그의 왼쪽 다리는 감귤 괴네의 독에 당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용케 대걸레를 휘두른 것이다.

“잘했다.”

남학생을 짧게 칭찬한 유지한은 그의 몸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교실을 빠져나와 중앙으로 달렸다.

“형!”

김시후가 유지한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는 3학년 4반 앞에서 다가오는 몬스터를 견제하고 있었다.

‘3층은 여기까진가.’

나머지 교실에는 학생이나 교사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남은 생존자가 없다는 걸 파악한 그가 김시후와 합류했다.

“반대쪽에 사람 없었지?”

“없었어요.”

유지한은 힐끗 중앙 계단을 바라봤다.

조금 전보다 몬스터가 늘어난 모양새였다.

그것은 건물 양 끝에 계단도 마찬가지.

저층의 몬스터들이 인간들을 쫓아 위로 올라온 것이다.

‘계단으로는 못 가겠군.’

겁을 집어먹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부상자까지 데리고 계단을 뚫어내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유지한은 몬스터가 없는 3학년 4반 내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로 뛰어내리자.”

“네!”

두 사람은 생존자들을 데리고 교실의 유리창 앞으로 모였다.

하지만 3층에서 뛰어내린다는 말에 사람들이 질색했다.

“여기서 뛰어내린다고요?”

“저, 저는 고소 공포증이!”

“아니면 저기로 가실래요?”

유지한은 교실의 복도쪽 창문에 달라붙은 괴네를 가리켰다.

“…….”

“…….”

말이 없어진 사람들은 고개를 힘껏 내저었다.

“갑니다!”

“엄마!!”

그들은 서로 손을 붙잡고 창문을 힘껏 뛰어내렸다.

고소 공포증인 여학생은 눈을 질끈 감았다.

[레비테이션]

걱정과는 다르게 그들은 낙하산이라도 펼친 듯 허공에서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떨어지는 바닥에는 몬스터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

“나부터 내려보내!”

“알았어요!”

김시후는 내려오던 중간에 유지한에게 사용한 레비테이션을 취소했다.

휘리릭—!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밑으로 내려간 유지한은 검을 들고 팽이처럼 원을 돌았다.

검에 다치거나 상처 입은 몬스터가 뒤로 물러나고, 착륙 지점의 안전이 확보되었다.

이내 그는 땅으로 내려온 사람들을 데리고 학교 정문으로 이동했다.

어느새 학교에 도착한 영웅 몇 명이 그곳에서 주변의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금 안에서 나오신 거 맞아요?!”

“예. 이분들은 학교의 생존자입니다.”

“혹시 다른 영웅은 못 보셨나요?”

“다른 영웅이라뇨?”

“몸집이 큰 회색 쥐랑 같이 학교로 들어가시는 여자 영웅이 있었는데…….”

*****

세움중학교에 도착한 민유리는 곧장 입구가 부서진 건물로 입장했다.

‘누가 올라간 흔적이 있다.’

계단에 죽어 있는 몬스터는 먼저 위로 올라간 영웅이 있다는 증거.

고민하던 그녀는 위쪽이 아닌 지하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교내 식당에도 식사를 준비하기 위한 인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찍!”

칠라가 민유리에게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막아섰다.

그 사이 그녀는 마력을 기다란 화살 모양으로 엮어내어 적들에게 쏘아 냈다.

괴냥이와 달리 한 번에 사냥하기는 힘든 적이었지만.

죽지 않는다면 화살을 연속해서 쏘아 낼 뿐이었다.

쉬지 않고 계속 공격하다보면 언젠가는 죽는다.

남들보다 타고난 마력이 많은 민유리가 경험으로 터득한 지혜 중 하나였다.

[B1]

도착한 지하 1층 식당가는 천장 조명이 꺼져 있었다.

누군가 들어왔다면 불이 켜져 있는 게 정상일 텐데.

민유리는 확인차 닫혀 있는 식당의 미닫이문을 밀었다.

끼이익—

식당의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몬스터의 습격을 경계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

조명이 없어서 매우 어두운 식당가.

어째서인지 식당 내부는 몬스터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화살을 시위에 걸쳐 놓은 그녀는 께름칙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전쟁터와도 다름없는 바깥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앗.”

칠라와 함께 넓은 식당 내부를 둘러보던 그때.

민유리는 갑자기 소리가 들린 쪽으로 활을 겨누었다.

“누구야!”

“사, 사람입니다!”

어둠 속 남자는 무척 당황한 음성이었다.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한 민유리가 활을 바닥으로 내렸다.

“식당 관계자세요?”

“……네. 맞습니다.”

“지금 학교에 몬스터가 나왔어요! 빨리 저랑 같이 나가요.”

“…….”

어둠 속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저기요?”

“당신 옆에 있는 귀여운 생물은 뭔가요?”

“아, 저는 테이머로 분류되는 영웅이고 이쪽은 제 펫입니다.”

“당신은 크리처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다소 뜬금없는 없는 말에 민유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리처는 몬스터를 뜻하는 단어로 알고 있는데.

“그게 지금 중요한 질문인가요?”

“네.”

“몬스터를 말씀하시는 거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몬스터로 분류되는 칠라와 함께 영웅으로서 활동하는 민유리.

칠라라는 존재가 있는 한, 그녀는 몬스터와의 공생에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물론 인간을 해치는 녀석들을 용서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하나 더. 당신도 우유를 받은 회원이에요?”

“우유? 회원? 그게 무슨 소리죠?”

“……우유도 없이 크리처와 함께 다닌다고?”

“무슨 말 하시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것보다 일단 저랑 여기서 나가자고요!”

“말도 안 돼.”

화악—

그 순간, 식당의 모든 조명이 켜졌다.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자 민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

조금 전까지 대화하던 남자를 바라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상당히 젊어 보이는 얼굴과 달리 하얗게 센 머리카락.

운동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굵은 핏줄이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손등과 목.

분명 생김새는 한국인인데, 전체적인 외형은 그가 마치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남자는 칠라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했다.

두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민유리는 바닥으로 내린 활을 꽉 잡았다.

“여기서 나가자니까요!”

“말도 안 돼——!!”

그는 갑자기 난데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민유리는 활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활을 겨눈 것은 소리 지른 남자가 아니라 식당의 안쪽이었다.

“쉬이이—”

“쉬이이—!”

커다란 은색의 밥솥과 각종 조리기구가 있는 주방.

그곳에서 갑자기 괴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하얀 머리의 남자는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민유리는 그를 보며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높게 뛰어오른 그의 점프력이 평범한 인간의 것을 훨씬 상회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가 이동한 곳은 몬스터가 몰려오는 주방 쪽.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민유리는 이 뒤에 벌어질 끔찍한 장면을 예상했다.

“……?”

하지만 그는 괴네에게 공격받지 않았다.

되레 몬스터들이 그를 따르는 모습이었다.

마치 민유리를 따르는 칠라처럼.

쨍그랑!

주방의 반대쪽, 식당 입구의 유리가 깨지며 몬스터가 쳐들어왔다.

어느새 위층의 놈들이 계단을 내려온 것이었다.

“칠라!”

칠라와 민유리는 식당의 중앙에서 다가오는 몬스터를 경계했다.

수는 많지만 하나하나 따져 보면 무난하게 사냥할 수 있을 놈들이었다.

“찍!”

칠라가 입구 쪽으로 다가오는 괴냥이에게 잽을 날렸다.

친칠라의 강력한 주먹을 얻어맞은 괴냥이가 문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입구를 향하려던 찰나.

“어딜 도망가!!”

몬스터와 함께 있는 남자는 검지 손가락으로 민유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옆에 있던 몬스터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민유리는 어쩔 수 없이 뒤에서 공격해 오는 놈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푝! 푝! 푝!

그녀가 쏘아 낸 마력 화살이 괴네의 마디에 꽂혔다.

집중해서 쏜 화살에 녀석은 바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뒤에 또 다른 개체가 그녀를 향해 기어왔다.

사냥 속도보다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태워 줘.”

“찍!”

민유리는 칠라의 등에 업혔다.

복슬복슬한 털뭉치가 그녀의 피부에 닿아 기분 좋은 느낌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즐길 새도 없이, 적들이 그들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칠라는 괴네를 피해 다니며 식당을 뛰어다녔다.

“왜 이런 곳에 괴네가……!”

몬스터 중에 가장 수가 많은 것은 괴네였다.

바닥은 물론이고 수많은 다리로 벽과 천장에 붙어 있는 놈들도 있었다.

위생이 요구되는 식당가가 점점 징그러운 괴네의 터전이 되어 갔다.

‘위험한데.’

괴네의 독은 민유리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특히 저 감귤 괴네의 마비독!

저것은 아무리 가죽이 두꺼운 칠라라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글 아이]

[멀티 샷]

[멀티 샷]

……

…….

마력 화살을 여러 발 엮어 낸 민유리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아끼지 않고,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스킬까지 있는 대로 퍼부었다.

그녀가 활시위를 놓을 때마다 화살이 최소 3발씩 날아가 몬스터들을 맞췄다.

“찍—!”

“칠라!”

그때 천장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괴네가 칠라의 옆구리를 긁었다.

재빨리 괴네를 잡아낸 민유리가 황급히 칠라의 상처를 살폈다.

‘독은 아니야.’

다행히 마비 증세는 없었다.

하지만 상처를 입을 만큼 상황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저 자식이!”

분노한 민유리가 이 사태의 주범으로 추측되는 의문의 남자를 활로 겨누었다.

사람에게 직접 활을 겨누는 건 몇 년 만이었으나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정황상 괴네가 등장한 원인은 바로 그에게 있었으니까.

퉁!

활시위를 놓자 화살이 남자에게 날아갔다.

그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중상을 입을 정도의 힘이 담긴 공격이었다.

쉬이익—

그런데 뜬금없이 바닥에 있던 괴네가 위로 튀어 올라 화살을 몸으로 막아 냈다.

‘역시 저 사람 때문이야!’

몬스터가 몸을 날려서 사람을 지켜 내다니.

민유리는 계속해서 몬스터가 아닌 남자에게 화살을 쐈다.

주변의 괴네는 그럴 때마다 남자의 몸을 뒤덮듯이 감싸 돌았다.

그리고 다른 몬스터들이 칠라와 점점 더 거리를 좁히던 때…….

콰과과광—!

갑자기 입구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소음이 들렸다.

식당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형체가 망가진 입구를 향했다.

“……지한 씨?”

무너진 입구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유지한이었다.

머리칼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낸 그가 날카로운 눈으로 민유리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팔을 뻗어 하얀 머리의 남자를 가리켰다.

“…….”

몬스터에게 둘러싸였으나 공격이 아니라 보호를 받는 인간.

그것만으로 단박에 상황을 이해한 유지한이 말했다.

“일로와,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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