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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69화 (69/300)

69화. 합동 훈련 (2)

주사위의 신축 훈련소는 공용훈련소에 방문한 영웅이라면 다들 한 번쯤 봤을 기계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가장 중심에 있는 대련장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이야…….”

유지한과 김시후는 대련장의 문을 열자마자 감탄사를 냈다.

밖에서 보이는 공간보다 안에서 보이는 면적이 훨씬 더 넓은 탓이었다.

‘공간 왜곡 마법이다.’

윤도하가 이번 훈련소를 지을 때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는 대련장은 공간 왜곡 마법이 걸려 있었다.

한국에서는 레드홀이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건축 방법의 일종.

단순히 유지하는 것에도 값비싼 마석이 실시간으로 소모되며, 반드시 나라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게다가 이 방법을 통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업체도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정말 멋지네요.”

“신경 좀 많이 썼지.”

뿌듯한 표정의 윤도하는 천장에 높게 떠 있는 밝은 구체를 가리켰다.

태양을 모방해서 만든 인공 태양이었다.

그리고 내벽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들.

대련장에 있는 영웅들의 움직임과 마력을 모니터링하고 향후 분석까지 가능한 특수 카메라였다.

‘어마어마하네.’

유지한은 이 대련장을 짓는 것에 들어간 비용이 궁금했다.

하지만 구태여 물어보지 않았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금액이 들어갔을 게 분명했으니까.

“테스트 과정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이 대련장은 오늘 처음 사용하는 건데…….”

“정말이요?”

“이 대련장의 시스템 설계자분들도 이 자리에 계셔. 이번 첫 대련은 향후 대련장 개선을 위한 좋은 데이터가 될 거야.”

“영광입니다.”

윤도하는 유지한과 김시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온 주사위의 4급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중에 이 유지한 파티와 대련을 해보고 싶은 사람?”

“저요!”

“제가 해보겠습니다!”

“제게 맡겨 주십쇼!”

대련장에 따라 들어온 모든 4급 영웅들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모두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눈빛이었다.

“딱 2명만 뽑을 거야.”

“10분만 주시면 제가 혼자서 쓰러뜨려 보겠습니다!”

“에이, 10분은 너무 길다!”

“저는 한 5분만 주십쇼!”

주사위의 영웅들은 단 10분, 혹은 5분 안에 유지한 파티를 쓰러뜨리겠다고 말했다.

‘누구보고 5분이래.’

그 모습을 보며 김시후는 한쪽 눈가를 꿈틀거렸다.

거대 길드가 보여 주는 자신감에 묘하게 심기가 불편했다.

‘자신감은 좋네.’

반면 유지한은 자리에 있는 모든 영웅의 얼굴을 눈으로 훑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4급도 결국에는 5급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존재들.

그때는 이렇게 자신이 무언가라도 된 마냥, 자신감에 넘치는 게 기본이었다.

그도 한때는 저런 기분에 취해 있던 때가 있었다.

“재경아. 최근 4급 파티 서열이 어떻게 되더라?”

“4급 1, 2위 파티는 지금 현장에 나가 있는 거로 알고 있고……. 3위인 이강모 파티는 저기 있군요.”

“이강모 여기 있습니다!!”

주사위의 4급 파티 중에서도 서열 3위.

이강모 파티의 파티장 이강모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조금 전 유지한 파티를 쓰러뜨리기 위해 딱 5분만 달라고 말한 영웅이었다.

“저희는 지금 바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여유가 엿보이는 유지한의 태도.

이강모가 그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쪽이 유지한입니까?”

“예.”

“오늘 길드장님이 직접 초대하신 걸 보니 뭔가 있긴 한 모양입니다.”

“예. 저희가 좀 치죠.”

“하하! 좋은 대련 기대합니다.”

그렇게 대련의 상대가 정해지고.

대련장을 설계한 자들이 그들에게 다가와 이곳의 시스템에 관해 설명했다.

“이게 뭐예요?”

“센서입니다. 이 센서를 장비와 무기에 여러 개 달아 주시면 됩니다.”

어디에나 부착할 수 있는 검고 납작한 센서.

벽에 설치된 카메라는 카메라에 비치는 장면과 그 센서로 들어오는 정보를 취합하여 누가 누구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혔는지 체크하는 기능이 있었다.

“싸우다가 부서지면 어떡하죠?”

“어지간한 힘으로는 부서지지 않을 겁니다.”

“지금 가진 무기로 싸워도 되는 건가요?”

“네. 솜씨 좋은 치유계 영웅들이 여럿 대기 중이니 너무 큰 상처만 아니면 문제없습니다.”

심장이나 목, 머리처럼 너무나도 취약한 약점을 직접 공격하는 행위는 금지.

하지만 그 외에는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영웅의 치유력이라면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을 테니까.

“너무 위험해질 것 같으면 대련은 바로 중단시킬 테니까 그리 알아.”

“알겠습니다.”

대련은 어디까지나 대련일 뿐.

목숨을 걸고 하는 전투가 아닌 만큼 안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유지한은 목검을 이용한 대련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

대련 시작 전 주어진 30분의 준비 시간.

유지한과 김시후는 몸을 풀며 대련장을 둘러보았다.

“준비 잘 돼가?”

“예.”

윤도하가 유지한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유지한을 위아래로 훑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도 얼마 안 됐을 텐데……. 지한 씨는 전보다 기운이 좀 강해진 것 같아.”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구나.”

“운이 조금 좋았죠.”

“대충 짐작은 가네.”

윤도하는 유지한이 마결정을 얻은 것을 알아보았다.

정말이지 우연히 얻게 된 물건.

유지한은 운이 좋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대련에는 정령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럴 것 같았어. 하지만 정령 없이 이길 수 있을까? 제 자랑 같지만, 우리 애들은 같은 등급의 영웅 중에서도 꽤 강해.”

주사위의 영웅들이 강하다는 것은 단순한 허세나 거짓말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엄별하여 채용한 그들은 모두 쟁쟁한 실력자들.

새로 뽑은 5급 영웅들조차 다른 소규모 길드의 4급 파티와 비교될 정도였다.

대련 시작 전부터 승리를 확신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라서요.”

“호오…….”

윤도하는 썩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래야 초대한 맛이 있지.’

상대인 이강모가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고 한다면.

유지한은 담담하게 승리를 논하는 모습이었다.

태도만 놓고 보자면 유지한 쪽이 더 경험이 많은 자의 태도에 가까웠다.

“기대할게.”

주어진 30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고.

유지한 파티와 이강모 파티가 각각 대련장에 섰다.

‘이번이 첫 파티전이군.’

주사위의 새로운 훈련소에서 열리는 첫 번째 공식 대련.

그와 동시에 유지한 파티에게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파티전이었다.

상대는 유지한 파티와 비슷한 전사 1명과 마법사 1명의 조합.

전사인 이강모는 일부러 같은 파티의 마법사를 데려와 유지한 파티처럼 조합을 맞췄다.

“센서 확인하겠습니다.”

대련장의 관리자가 무기 모양의 모형을 유지한의 팔 쪽으로 가져갔다.

삐익!

[0:1]

대련장의 스피커에서 소리가 울리며 커다란 모니터에 표시되던 숫자가 바뀌었다.

유효 타격을 중점으로 두는 대련의 특성상, 숫자가 높은 쪽이 승리하게 되는 구조였다.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관리자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다들 자리로.”

다시 0점으로 되돌아간 점수판.

유지한 파티와 이강모 파티가 거리를 두고 서로를 노려봤다.

자리의 모두가 두 진영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

윤도하의 신호와 함께 대련이 시작됐다.

[파이어볼]

이강모 파티의 마법사는 대련 시작과 동시에 커다란 불덩어리를 날려왔다.

개수는 총 5개.

‘불마법 위주의 마법사인가.’

유지한은 곧바로 상대측 마법사의 주특기가 불계열의 마법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의 파이어볼은 그만큼 시전 속도가 빠르면서도 형태가 안정적이었다.

[워터 스네이크]

김시후의 손짓과 함께 불에 대항하는 물마법이 허공에 떠올랐다.

앞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한 뱀 모양의 물은 파이어볼을 하나씩 먹어치웠다.

“으랴!”

마법사의 지원을 받는 이강모가 유지한을 향해 달려왔다.

채앵!

두 개의 검이 서로 부딪혔다.

이강모의 검은 딱 봐도 이름난 장인의 공방의 물건.

그렇지만 남호열이 제작한 검은 그것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장비의 차이만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캉!

검을 내려치는 이강모가 유지한에게 말했다.

“좋은 곳에서 만든 검을 쓰시나 본데!”

“그 말을 들으면 꽤 좋아할 사람이 있겠어, 요!”

“……!”

챙! 챙! 챙!

몇 합만으로 상대의 수준을 파악한 유지한.

그는 점차 공격 속도를 높였다.

<—상대의 허리를 공격하면 유효 타격으로 들어갈 확률>

<42%>

몬스터가 아닌 인간과의 전투는 훨씬 더 빠르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지한은 당장의 전투에 집중하면서도 짧은 순간에 자신이 취할 수 있는 행동 중에서 가능성이 큰 몇 가지를 추려서 확률을 살폈다.

그리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확률은 대체로 유지한이 직감적으로 생각했던 행동과 일치하는 편이었다.

‘팔뚝이 좋겠군.’

말하자면 전투에서 확률을 알아보는 건.

이미 선택을 내린 유지한에게 강력한 확신을 부여하는 것.

삐이익!

잠시 후, 스피커의 득점음이 울려 퍼지며 모니터의 숫자가 변했다.

[1:0]

가장 먼저 득점을 따낸 것은 유지한이었다.

팔뚝을 살짝 베인 이강모는 이를 악물었다.

설마 자신이 선취점을 내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방심했다.’

커다란 상처는 아니었지만, 이강모는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진 그가 이내 자세를 다잡았다.

상대인 유지한은 이강모를 뚫어버릴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점수를 얻었음에도 들뜬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저 그런 초심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생각보다 잘 하는데……!’

인정할 건 인정하고 들어가야 했다.

유지한 파티의 실력은 생각과는 달리 절대로 얕볼 것이 아니었다.

그들보다 더 크고 좋은 길드에 소속되어 있다는 건, 그저 서로의 배경이 다른 것에 불과했다.

“이강모! 대체 뭐 하고 있어!”

“들어가! 제대로 공격하라고!”

“잊지 마! 길드장님이 보고 계신다!”

주사위의 길드장과 부길드장이 직관하는 중에 창피를 당하다니!

대련을 구경하는 영웅들은 이강모를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워터 애로우]

슈슈슉!

한편 김시후의 워터 애로우는 상대측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파이어 월]

곧바로 불의 벽을 세워서 대응하는 마법사였다.

마법 공격이 지나가는 경로에 상극의 속성 마법을 설치하여 방어한다.

공격 마법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대응이었다.

슈웅—

그러나 화살이 벽에 닿기 직전.

워터 애로우는 불길을 앞에 두고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옆으로 빠졌다.

파이어 월을 가뿐히 뛰어넘은 그것이 다시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당황한 그가 급하게 다른 마법을 펼쳐보지만.

이미 2개의 화살은 그의 어깨를 스친 뒤였다.

삑! 삑!

[3:0]

“저게 뭐야…….”

“화살 마법이 저렇게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강모야! 뒤에 마법사 커버 좀 해 줘!”

분명 충돌해서 사라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두 개의 마법!

하지만 워터 애로우는 파이어 월을 덩그러니 남겨 두고 상대를 공격했다.

김시후의 역량이 돋보이는 뛰어난 마력 제어였다.

‘에이, 설마.’

‘정말로 지는 건 아니겠지?’

대련을 구경하는 영웅들의 마음에 서서히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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