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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68화 (68/300)

68화. 합동훈련

프란 페이저가 가져온 초록색 보석은 평범한 보석이 아니라 정령을 성장시킬 수 있는 마결정이었다.

크기는 오픈 마켓에서 구했던 마결정이나 윤도하가 선물로 준 것보다 무려 2배는 컸다.

게다가 햇빛과 조명에 반사되어 화려하게 반짝이는 저 빛깔!

무언가 수집하길 좋아하는 드워프의 보물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 듯했다.

유지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반대쪽 손에 들고 있는 상자도 같은 거야?”

“조금 작지만 같은 겁니다.”

왼쪽 손에 들린 상자에는 파란색 마결정이 보관되어 있었다.

먼저 본 초록색 마결정보다는 크기가 작았다.

‘저 보관 상자는 마력 차단까지 되는 모양인데…….’

마결정을 살피던 유지한이 프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프란이라고 했나?”

“네! 프란 페이저입니다.”

“너 대체 그거 어디서 났어?”

“이건 본래 제가 있던 세계, 카를렘에서 가져온 겁니다!”

“카를렘 출신이구나.”

“카를렘을 알고 계십니까?”

“인터넷 자료 정도는 찾아봤지.”

프란 페이저는 카를렘(Caarlem)이라는 세계에서 넘어온 드워프였다.

유지한은 그 이름을 몇 번 정도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뭣 좀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요.”

“거기서는 이런 보석이 흔해?”

“이건 광산의 광부였던 제 아버지가 제10번째 생일에 선물해 주신 보석입니다. 일하시던 도중에 몰래 빼돌린 물건이라 카를렘에서도 그렇게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광산에서 나오는 물건이었나.”

“카를렘에서는 그랬습니다.”

적어도 카를렘에서는 광산에서 마결정이 채굴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구의 광산에서 마결정이 나올 일은 없었다.

프란은 유지한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이게 뭔지 알고 계십니까?”

“어느 정도는. 개인적인 이유로 필요한 물건이라서.”

“잘됐네요! 여기 받으시죠!”

프란은 두 개의 보석을 유지한에게 내밀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앞으로 뻗던 유지한은 잠시 멈칫했다.

실프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물건이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저건 돈을 주고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보석은 아니었다.

“이게 너한테 꽤 중요한 물건처럼 보이는데…….”

“제 보물 중 하나입니다!”

“그래. 네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자 보물.”

유지한은 하늘보호소에 소속된 프란의 아버지가 지구에 있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이 마결정은 그런 아버지가 주신 선물.

사연이 담긴 물건을 받는다는 게 조금 꺼림칙했다.

“네 보물을 정말로 나한테 줘도 되겠어?”

“물론입니다. 오히려 제 동생을 구해 준 분에게 이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충분하다 못해 너무 차고 넘쳐.”

“그럼 가져가 주십시오!”

프란은 마결정을 자꾸만 앞으로 들이밀었다.

유지한은 내심 좋으면서도 마지못한 척 보석을 받았다.

두근두근.

크기만 봐도 아주 때깔 좋은 마결정들!

그것들이 손에 들어오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실프가 난리를 치겠군.’

그렇지 않아도 필요를 느끼던 순간에 이렇게 손에 넣을 줄이야.

유지한은 실프를 소환했을 때의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제 친구가 두 분에게 과자를 대접하고 싶대요!”

이후 유지한과 김시후는 식당에서 다과를 대접받았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아이가 직접 만들었다는 과자는 무척 달고 맛있었다.

“진짜 몬스터를 잡아 보셨어요?”

“형들도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잘 싸워요?”

“검을 직접 만져 보고 싶어요!”

두 사람은 영웅에게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질문 세례에 시달렸다.

인간 출신의 영웅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는 건 처음인지 주로 영웅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그리고 약 30분 후.

볼일을 마친 두 사람이 보호소를 떠나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꼭 여러분과 같은 영웅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프란이 김시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늘보호소의 맏형을 담당하는 그는 어느 영웅 학원에 재학 중인 예비 영웅이었다.

그래서 영웅이 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무슨 소리 하더라도 너무 기죽지 말고. 힘내라.”

“네!”

김시후는 프란의 한쪽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같은 이종족으로서 이미 영웅 학원을 졸업한 그는, 프란이 현재 받고 있을 대우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배 영웅이었다.

내친김에 연락처도 교환했으니 그에게는 언젠가 도움이 필요해지면 연락하라는 말도 남겼다.

유지한은 마지막으로 정은영에게 말했다.

“저희의 활동이 보호소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꼭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정은영은 앞으로 두 사람이 보여줄 활약을 기대하며 싱긋 웃었다.

*****

유지한과 김시후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소득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왔다.

김시후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유지한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마결정 지금 사용하실 거예요?”

“미룰 것도 없지.”

짐을 내려놓은 유지한은 곧바로 호주머니에서 마결정이 들어있는 상자를 꺼내 들었다.

총 2개의 상자가 탁자 위에 놓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을 해야겠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보면 알아.”

유지한은 실프를 소환했다.

뾰롱!

실프는 허공에 소환되자마자 유지한은 품속으로 향했다.

최근에 녀석이 소환될 때마다 유지한이 주머니나 품속에 넣은 덕분에, 자신이 다른 이들의 눈에 띄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지한은 품속에 숨은 녀석을 손으로 잡아다 꺼내며 말했다.

“사무실에서는 계속 나와 있어도 돼.”

빙그르르—

다시 허공에 떠오른 실프는 제자리에서 몇 바퀴를 돌았다.

그게 진짜냐고 묻는 것이었다.

“진짜야.”

유지한이 말로 안심시켜 준 뒤에야 실프는 그의 머리보다 높은 위쪽에서 둥둥 떠다녔다.

둘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던 김시후는 생각했다.

‘이제 소통은 거의 문제가 없구나.’

지금의 실프는 에르나 하스가 계약자였을 때와 비교해 봐도 사람 말을 알아듣거나 이해하는 능력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것은 김시후가 전에도 몇 번 느꼈던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었다.

이것이 이전 계약자가 존재하는 덕분인지.

아니면 유지한이 특별한 계약자인 덕분인지는 몰랐다.

김시후는 그저 실프가 계속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에 다행이라고 느낄 뿐이었다.

“실프. 이거 봐라.”

유지한이 상자 1개의 덮개를 열었다.

동시에 실프는 초록빛을 환하게 뿜어내며 상자 속 마결정에 달려들었다.

“안 돼.”

하지만 유지한은 날아오는 실프를 손바닥으로 가로막았다.

어떻게든 손바닥을 비집고 나가려는 실프였으나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건 역부족이었다.

드르르륵!

실프는 결국 사무실의 천장 쪽으로 올라가며 빠르게 진동했다.

먹음직스러운 마결정을 내어주지 않는 유지한에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너 인마, 전에 주사위 길드에 가서도 이렇게 행동했었지. 그때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드르륵!

드르륵!

유지한이 뭐라고 말하건 계속 투덜거리듯 진동하는 실프였다.

실프를 올려다보던 유지한은 눈을 아주 가늘게 뜨며 말했다.

“계속 그러면 이거 안 줄 거야.”

유지한은 초록색 마결정을 손에 쥐고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실프는 진동을 멈췄다.

“눈높이.”

눈높이라는 명령어에 실프는 유지한의 눈높이로 내려왔다.

그의 눈보다 더 높거나 낮지도 않은, 아주 정확한 높이였다.

“이건…….”

김시후는 그제야 유지한의 의도를 눈치챘다.

그는 마결정을 미끼로 실프에게 가르침을 주려는 것이었다.

마치 간식을 미끼로 강아지를 훈련하듯이 말이다.

“시계방향으로 돌아.”

빙그르르—

실프는 그의 명령대로 정말 시계방향으로 회전했다.

“점프 3번 실시.”

폴짝! 폴짝! 폴짝!

심지어 허공에서 점프하는 모습까지!

정령을 제 마음대로 다루는 유지한을 보며 김시후는 입을 쩍하고 벌렸다.

그가 기억하는 한 이전 계약자인 에르나 하스는 실프를 이렇게까지 험하게 다룬 적은 없었다.

그녀는 정령을 인생의 동반자, 혹은 소중한 친구처럼 여겼으니까.

‘주인을 잘못 만난 건가.’

마결정을 받기 위해 공중에서 혼자 열심히 서커스를 하는 실프.

김시후는 녀석의 처지에 동정을 느꼈다.

그래도 넓은 관점으로 보면 정령의 협조적인 태도가 파티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했다.

게다가 묘하게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렇기에 유지한의 옆에서 실프의 묘기를 감상하기만 하는 김시후였다.

*****

며칠 뒤.

유지한과 김시후는 공용 훈련소나 MA가 아닌, 주사위의 본사에 방문했다.

“몇 달은 걸릴 것 같던 공사가 벌써 끝났네요.”

“다른 영웅도 아니고 윤도하가 도왔으니까…….”

높게 설치돼 있던 건물의 가림벽은 이미 철거한 뒤였다.

지하의 훈련소를 증축하는 작업이 벌써 끝나 버린 것이었다.

‘역시 대단하네.’

땅의 정령은 공사 현장에서 언제나 환영받는 존재다.

특히나 윤도하의 무무는 전세계에서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정령.

사실 건물 공사쯤은 무무 혼자서도 가능했을 터.

다만 건축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어서 건설사를 고용한 것이었다.

“두 분 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윤도하의 파티원이자 지난번 방문에도 길 안내를 맡았던 박재경.

그녀가 1층 로비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직급으로 따지면 절대로 길 안내 따위를 맡을 사람은 아니었지만, 윤도하가 별도로 내린 지시인 모양이었다.

‘다른 길드 훈련소에 오는 건 거의 처음이네.’

오늘 두 사람이 이곳에 온 이유.

윤도하가 주사위의 훈련소로 유지한 파티를 초대한 덕분이었다.

“아직 제대로 공개도 안 된 훈련소에 저희가 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최근에 지어진 주사위의 훈련소는 아직 언론에 사진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유지한 파티는 그런 공간에 초대받은 것이었다.

박재경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길드장님께서 직접 초대하신 거니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길드장이 직접 건넨 초대.

길드의 누구도 그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따라오세요.”

박재경은 두 사람을 지하로 데려갔다.

훈련 중의 충격을 막기 위해 겹겹이 마력 코팅이 된 자동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새로운 주사위의 훈련소가 처음으로 외부인에게 공개되었다.

“오…….”

유지한은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훈련소에는 이미 훈련에 열중하는 주사위의 영웅들이 많이 보였다.

‘음?’

그런데 그는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깨끗하고 넓긴 하지만, 구조가 조금 익숙한 덕분이었다.

“공용 훈련소랑 묘하게 비슷하네요.”

“맞아요. 실제로 공용 훈련소를 관리하는 분에게 도움을 받았거든요.”

“그렇군요.”

훈련에 사용되는 기계들은 모두 새로 구매한 듯 깨끗했다.

하지만 기계 모델 자체는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들이 많았다.

유지한은 그것에서 약간이나마 윤도하의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여!”

이미 훈련소에 와 있던 윤도하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유지한과 김시후는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오는 거 기다리고 있었어.”

“저희를요?”

훈련소에 초대해 준 건 좋지만…….

1급 영웅인 그가 직접 기다리고 있었다니.

“오늘 우리 길드의 4급 애들이랑 한판 붙어 볼래?”

“예?”

그는 유지한 파티에게 대련을 제안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제안에 유지한이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

윤도하의 뒤쪽에 있던 사람들은 가볍게 빈정거리듯 말했다.

“에이, 길드장님! 손님들 기죽이지 말자니까요?”

“같은 등급이면 저희가 어떻게 지겠습니까.”

시작하기도 전에 승리를 확신하는 주사위 소속 영웅들이었다.

길드장 윤도하가 앞에 있기 때문인지 모두 자신감이 아주 대단했다.

유지한은 그런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련은 좋습니다만, 정말 괜찮을까요?”

“뭐가?”

“여기서 저희가 이기면 저쪽 분들 체면이 안 설 텐데…….”

“으하학! 당연히 괜찮지! 자기 실력 문제인데 어쩌겠어?”

유지한의 말에 윤도하는 폭소했다.

반면 주사위의 영웅들은 대부분 표정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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