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62화 (62/300)

62화. 박물관 (2)

서울몬스터박물관.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처음 설립 계획이 잡혀, 현재는 공사를 마치고 개장을 준비 중인 박물관의 이름이다.

그곳은 박물관 토지 선정 때부터 IUPC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폐쇄하라며 시위하는 곳이기도 하다.

몬스터와의 공생을 주장하는 세력으로서 그것들의 사체를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일은 매우 끔찍한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몬스터박물관은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개장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왔다.”

몽땅의 창고 앞에서 대기하던 유지한과 김시후는 창고 근처로 다가오는 트럭을 발견했다.

몽땅의 장사임이 가진 것보다 조금 더 큰 트럭.

여왕 괴미를 안정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박물관에서 보낸 것이었다.

“서울몬스터박물관에서 왔습니다!”

유지한은 김시후와 함께 여왕 괴미의 사체를 트럭에 싣는 일을 도왔다.

트럭 기사는 태어나 처음 보는 여왕 괴미에 눈을 떼지 못했다.

“우와! 이놈을 직접 잡으신 겁니까?”

“혼자 잡은 건 아니지만요.”

“살아있을 때 마주쳤으면 저는 아마 기절했을 것 같습니다.”

위압감마저 느껴지는 여왕의 자태.

비록 날개와 다리가 모두 떨어져 있지만, 그 몸집만으로도 평범한 괴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유지한이 거기에 매달려서 싸웠다는 이야기를 해 주자 트럭 기사는 혀를 내둘렀다.

저것이 하늘을 날고 있을 때 매달리다니.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물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 옮기기만 하는 거니까요. 어려울 거 없죠.”

그들은 트럭에 실은 여왕 괴미를 최대한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했다.

장사임은 유지한을 향해 말했다.

“제가 옆에서 잘 지켜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먼저 박물관에 가 계세요. 박물관장님이 그쪽에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항상 감사해요.”

“받는 만큼은 해야죠.”

장사임은 꿀잼에게 박물관을 소개해 주면서 여왕 괴미 납품 비용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겨가기로 되어 있었다.

마냥 공짜로 하는 일이 아닌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

박물관 측에서는 이번에 여왕 괴미를 납품하면서 유지한 파티에게 박물관에 들러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몬스터가 살아 있을 때의 생생함을 살리는 방향으로 박물관을 꾸미는 중인데, 현역 영웅들의 평가를 듣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그것을 수락한 유지한과 김시후는 택시를 타고 서울몬스터박물관에 도착했다.

“형. 검은 왜 가져 오셨어요?”

“요새 계속 쓸 일이 생기더라.”

유지한은 이전에 영웅부를 들릴 때처럼 사복을 입고 검을 챙겼다.

최근 여러 사건사고를 겪다 보니 이제는 제대로 된 무기가 없으면 조금 불안을 느낄 정도였다.

택시는 개장이 예정된 박물관 근처에서 멈췄다.

“여기는 아직도 시위 중이네.”

유지한은 사람들이 몰린 공간을 바라봤다.

토지 선정 때부터 끊임없이 항의해 왔다던 IUPC의 회원들이 여전히 커다란 팻말을 들고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다.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소리가 워낙 커서 떨어진 거리에서도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민폐 쩌네요. 진짜.”

건물의 벽을 뚫고 시위 소리가 들렸다.

음악을 틀어 놓은 카페를 비롯해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겠지.

저들이 벌이는 불법 시위로 인해 인근 상가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었다.

유지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박물관의 후문으로 이동했다.

박물관장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알고 그들을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불렀다.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서울몬스터박물관장, 김홍근.

70대 초반의 나이지만 잘 관리된 몸과 빽빽한 머리칼을 가진 그는 노신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회색 정장을 입고 절도 있는 인사를 보여 준 그가 유지한 파티의 두 사람과 악수했다.

“박물관에 여왕 괴미를 보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야말로 가격을 후하게 쳐 주셔서 감사하죠.”

여왕 괴미도 결국에는 괴미의 한 종류일 뿐,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것이지 녀석의 사체가 특별히 쓰임새가 있거나 귀중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서울몬스터박물관은 여왕 괴미 단 한 개체를 구매하는데 5천만 원을 제시했다.

유지한으로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만한 가격이었다.

‘불괴미까지 처분하면 9천 정도 되려나.’

돈이 아니라 경험을 위해 선택한 4급 MA치고는 대단히 높은 수익이었다.

유지한은 정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IUPC는 여전히 시끄럽더라고요.”

“저번에는 박물관 정문을 깨 버리더군요. 나쁜 자식들.”

얼마 전 박물관은 어지간해서는 깨지지 않는 마력 코팅처리가 된 강화 유리문으로 정문을 새로 교체해야만 했다.

IUPC에서 돌을 던져서 기존의 유리문을 깨 버린 탓이었다.

따라서 김홍근은 그들에게 아주 좋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경찰도 불러 봤지만, IUPC는 법이라는 것이 잘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물건 금방 올 텐데 확인하시고 들어가시죠.”

그들은 여왕 괴미를 기다리며 박물관 후문 쪽에서 잡담을 나눴다.

주로 IUPC를 탓하는 내용이었다.

유지한과 김시후도 그들에게 시달린 적이 있었기에 김홍근이 그들을 욕할 때 크게 공감했다.

“저기 오는군요.”

약 15분 후 여왕 괴미가 후문 근처에 도착했다.

그것을 발견한 IUPC 회원들은 정문에서 후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김홍근이 미리 준비해 둔 인력들은 그들이 트럭으로 다가오는 것을 저지했다.

“얼마나 어렵게 구한 건데! 저걸 건드린다면 이번만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저희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왕 괴미를 실은 트럭이 지하로 들어가자, 김홍근은 유지한 파티를 박물관의 지하로 안내했다.

크기가 큰 몬스터들은 지하를 통해 박물관으로 들여오고 있었다.

“호오……!”

마침내 코앞에서 여왕 괴미를 마주한 김홍근이 눈을 빛냈다.

날개는 조금 찢어졌고, 다리는 전부 몸에서 떨어져 있지만, 그것들의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는 사체.

영웅들이 공격한 상처 부위를 살펴보던 그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상처도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복구가 가능할 것 같고……. 예상한 것보다 상태가 좋습니다! 이거 정말로 보존 가치가 높은 귀한 자료군요.”

“그런가요?”

“네! 박물관에 몬스터 박제사 분들을 모셔 뒀으니 바로 작업에 들어가도 되겠습니다.”

몬스터 박제 작업은 내장을 모두 긁어내고 그 안을 솜 따위로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작업을 끝내고 건조시킨 뒤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몬스터 박제가 완성된다.

“이거 저희가 금액을 더 쳐드려야 할 것 같군요.”

“굳이 주신다면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

“하하! 섭섭지 않게 챙겨드리겠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 빙긋 웃었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물건 확인은 끝났으니 이제 들어가시죠.”

유지한과 김시후는 김홍근의 안내를 따라 박물관 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목에서도 안쪽에 전시된 몬스터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전에 사냥한 괴아리나 괴들레도 거기에 섞여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김시후가 말했다.

“주로 5급 몬스터가 많네요.”

“3급 이상의 몬스터는 사체에도 미약한 독이나 마력이 남아 있는 일이 많죠.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에 해를 끼치는 것들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3급 이상의 몬스터는 보통 특별한 능력을 한 가지씩 보유하고 있다.

불괴미가 괴미산을 내뿜는 것처럼, 독이나 마력을 가지고 있어 4급 이하의 몬스터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들은 박물관에 전시할 수 없었다.

“여기가 괴미들을 전시할 공간입니다.”

바닥에 입자가 굵은 모래와 나무 모형으로 꾸며진 넓은 전시대.

천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할로겐램프가 공간을 은은하게 비춰 주는 그곳은 괴미의 박제가 놓일 공간이었다.

“저 비석에는 몬스터를 제공해 주신 길드와 파티의 이름도 들어갑니다.”

“신기하네요.”

여왕 괴미를 납품한 유지한 파티의 이름은 영구적으로 비석에 새겨질 예정이었다.

“제가 몬스터 박물관을 처음 계획했을 때부터…….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영웅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의도가 잘 전해졌으면 좋겠군요.”

“여러분 같은 분들이 계시니 꼭 가능할 겁니다.”

김홍근은 괴미 전시대와 비슷한, 아직 비어 있는 다른 전시대로 이동했다.

“여기는 괴냥이가 들어갈 공간입니다.”

“괴냥이라면 지금도 물량이 많은 거로 알고 있는데요.”

“음, 그게…….”

괴냥이라면 비교적 상태가 멀쩡한 것도 시중에 많았다.

하지만 아직 전시를 준비 중인 이유는…….

“괴냥이는 보통 비슷한 얼룩을 가진 녀석들이 많습니다. 그쪽은 이미 박제를 해 둔 것이 있는데, 저희는 현재 얼룩이 아예 없는 민무늬 괴냥이를 찾는 중입니다.”

죄다 비슷한 형태의 괴냥이를 전시하면 전시대의 멋이 살지 않는다.

따라서 박물관에서는 민무늬 개체를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은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혹시 나중에 민무늬 괴냥이를 발견하시면 저희 쪽으로 연락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괴냥이라면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있긴 한데.”

“네?”

“잠시만요.”

유지한은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마침 그의 연락처에는 괴냥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영웅이 한 명 존재했다.

*****

서울의 어느 유명한 카페.

눈송이 길드의 민유리는 그곳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문하신 상품 나왔습니다.”

카페의 직원이 디저트가 한가득 담긴 커다란 쟁반을 들고 그녀의 탁자로 걸어왔다.

당근 케이크, 휘핑크림이 올라간 파르페, 티라미수, 초콜릿 크레이프, 셔벗 등…….

총 10개도 넘는 디저트들이 오직 남녀 2명이 앉아있는 탁자 위에 놓였다.

탁자가 디저트로 가득 찰 정도가 되자, 민유리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많은 건 다 못 먹어요.”

“유리 씨를 불렀으니 예의상 시킨 겁니다.”

그녀의 앞에서 부드럽게 미소 짓는 남자는 나이스 길드의 민주용.

나이스 길드장의 아들이자 저번 4급 교류회에서도 그녀와 마주쳤던 인물이었다.

‘부담스럽게…….’

민유리는 화려한 디저트들을 눈으로만 구경하며 일회용 컵에 담긴 녹차를 홀짝였다.

민주용이 꼭 직접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카페로 온 건데.

괜히 나온 건가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라는 건 뭔가요?”

“나이스 길드에서 눈송이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

민유리가 저번에 나이스 길드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이야기였다.

자신을 어떻게든 영입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숨을 내쉰 그녀가 컵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너무 쉽게 거절하지 마시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 주십시오. 이거 정말 흔치 않은 좋은 기회입니다.”

민주용은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스는 유리 씨 같은 고급 인재를 원합니다. 너무 쉽게 빼지 마시고 거대 길드로 향하는 이 특급 열차에 올라타시죠. 정말 아쉽지 않게 챙겨드리겠습니다.”

“아니…….”

민유리가 최대한 좋게 좋게 말하는데도 민주용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덕분에 조금씩 피곤해지는 민유리였다.

그렇다고 너무 강한 자세로 나갈 수는 없었다.

다른 길드와 척을 지게 되면 향후 불편해질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특히 혼자 활동하는 1인 길드라면 더욱 그랬다.

지이잉—

그때 민유리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때다 싶었던 그녀가 말했다.

“전화 좀 받을게요.”

“네.”

민주용이 디저트를 흡입하는 사이, 민유리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접니다.

“지한 씨!”

민주용에게 시달리는 덕분일까.

그녀는 유지한의 전화가 유독 반갑게 느껴졌다.

“어쩐 일이에요?”

—제가 지금 개장 준비 중인 서울몬스터박물관에 와 있는데요…….

“어, 진짜요? 저는 거기 말로만 들어봤는데.”

민유리는 민주용에게 보여 주지 않던 작은 웃음까지 섞어 가며 통화를 이어 갔다.

‘……저번에 그놈인가?’

케이크를 먹던 민주용은 아주 떫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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