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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60화 (60/300)

60화. 괴미굴 (4)

지하의 축축한 습기와 전투 중 흘리는 땀이 영웅들의 옷을 적셨다.

불괴미를 쫓아다니는 유지한의 검도 점점 녀석들의 체액으로 뒤덮여 갔다.

투명하면서도 끈적한 그것이 무기에 달라붙는 건 옷이 땀에 젖는 것보다 훨씬 더 불쾌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무기가 더럽혀지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적을 퇴치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퓻!

“으아아악—!”

“아 뜨, 뜨거워!”

적어도 인천에서는 처음 발생한 불괴미.

녀석이 내뿜은 괴미산에 맞은 이들이 통증을 이겨 내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 대상은 주로 정신없이 싸우던 4급 전사들이었다.

강시욱은 공격당한 이들을 최대한 뒤쪽으로 내보냈다.

그들 중에는 치유 마법을 받고도 혼절하는 사람이 있었다.

퓻!

그리고 유지한이 미처 보지 못했던 불괴미 하나가 그에게도 괴미산을 내뿜었다.

주변이 어두운 탓에 괴미산이 내뿜어지고 나서야 녀석을 발견한 유지한이었다.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숨을 참고 자신의 눈을 보호했다.

살에 닿아서 발생하는 고통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시야가 차단되면 이후 모든 행동에 제약이 생길 테니.

치이익—

괴미의 체액과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한 물줄기가 그의 갑옷에 닿았다.

산성을 띠는 괴미산은 앵그리 야크의 가죽 표면에 둘린 마력 코팅을 살짝 녹였다.

하지만 가죽 자체가 망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호열 씨에게 고마워해야겠어.’

앵그리 야크의 가죽은 코팅을 제외하고도 불괴미의 괴미산을 몇 번이고 견뎌 낼 만큼 방어력이 뛰어났다.

게다가 가죽의 틈 사이로도 액체가 스며드는 일은 없었다.

유지한은 조금 무리해서라도 좋은 장비를 만들어 준 남호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콱!

그가 자신의 품속에서 괴미귀신의 고치 가루를 꺼냈다.

“다들 냄새 조심하세요!”

그는 용기의 뚜껑을 부숴 버릴 듯이 열어 재꼈다.

그리고는 괴미들을 향해 가루를 흩뿌렸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괴미굴의 방이 순식간에 지독한 냄새로 뒤덮였다.

“어우!”

“냄새!”

이미 그것의 냄새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유지한과 김시후 외에는 모두가 표정을 크게 찡그렸다.

어쩌면 전투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였다.

딱! 딱! 딱!

괴미들은 유지한이 뿌린 황갈색의 가루를 피해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거부감을 느끼다 못해 겁을 집어먹은 듯한 모습이었다.

‘효과 확실하네.’

주위에 흩뿌려진 가루를 경계로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유지한은 그사이 잠시 숨을 돌렸다.

강시욱은 냄새 때문에 콧바람을 길게 내뿜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킁! 이거 괴미귀신의 고치입니까?”

“맞습니다.”

“그걸 가져오실 생각을 하셨군요…….”

그는 괴미귀신의 고치를 챙겨온 유지한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개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연구소 외에 실전에서 사용하는 일은 드문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불괴미는 거의 다 처리했습니다.”

“그런 것 같군요.”

몸이 불그스름한 불괴미는 유지한이 거의 다 처리한 상황이었다.

4급 영웅 몇 명이 괴미산에 맞아서 그만 실신했지만, 아직까지는 영웅들이 승기를 잡고 있었다.

특히 강시욱 파티가 여왕괴미를 잘 막아서고 있는 덕이 컸다.

유지한은 여왕괴미에 올라탄 여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슬슬 여왕을 잡아야겠습니다.”

“다리가 상당히 단단해서 쉽게 잘리지 않습니다. 날고 있을 때는 쫓기도 힘들고요.”

강시욱 파티는 거대한 여왕괴미의 다리를 잘라 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피부 전체를 덮고 있는 외골격이 단단한 탓에 다리 하나를 채 잘라 내지도 못했다.

게다가 날개를 이용해 위로 떠 오를 때는 마법 외의 특별한 공격 수단이 없었다.

마음먹고 하늘을 날 때는 김시후조차 마법으로 녀석을 쫓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가 녀석을 떨어뜨리겠습니다.”

“……그게 가능하겠어요?”

“예.”

아주 위험성이 큰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미 자리의 누구보다 많은 괴미를 해치운 유지한의 활약을 본 강시욱이었다.

그에게는 충분히 믿고 맡길 만한 실력이 있었다.

“그리고 저 위에 있는 여성은 적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

몬스터처럼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강시욱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에게 올라탄 저것을 인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뭣들하고 있어! 공격해!”

여성은 뒤로 물러난 괴미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딱! 딱! 딱!

괴미들은 어느덧 괴미귀신의 고치가 단순한 위협용이라는 걸 눈치챘다.

천적이 등장한 줄 알았으나 속았다는 걸 알게 된 녀석들이 크게 분노했다.

“갑니다!”

뾰롱!

[헤이스트]

주머니 속에 실프를 소환한 유지한은 벽을 향해 날렵하게 점프했다.

그리고는 발로 벽을 박차며 더 높게 뛰어올라 여왕괴미의 등에 착지를 시도했다.

퍼드득!

그러나 여왕괴미는 날개를 퍼득거리며 그보다 높은 곳으로 떠올랐다.

“아하하! 어딜 올라타려고!”

여왕에게 올라탄 여성은 유지한을 비웃고 있었다.

착지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

그때, 유지한이 자신의 양발 밑에 윈드 밤을 사용했다.

[윈드 밤]

후우웅—!

원래라면 아래로 떨어져야 할 그의 몸이 위쪽으로 떠올랐다.

짧은 순간이나마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황한 여왕이 다시 다른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윈드 밤을 연속 사용하는 유지한은 끝내 여왕의 등을 발로 밟을 수 있었다.

딱! 딱! 딱!

감히 존귀한 여왕의 몸에 인간 따위가 올라타다니!

기분이 나빠진 여왕괴미가 턱에서 소리를 내며 비행 속도를 높였다.

퍼드드득—!

날개를 활짝 펼친 녀석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방안을 쏘다녔다.

빠르게 하강하고, 다시 상승하고, 허공에서 몇 바퀴를 빙빙 돌기도 하고…….

자신의 등에서 인간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큭!”

하지만 유지한은 양손으로 녀석의 몸을 잡고 버텼다.

위험한 롤러코스터를 안전벨트 없이 타는 듯한 느낌!

그런 와중에도 최근에 강화된 그의 균형감각은 그가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왼쪽 날개로 천천히 다가간 그가, 왼팔로 검을 쥐었다.

촤악!

유지한이 검을 휘두르자 날개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투명한 날개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릴 때까지 검을 휘저었다.

찢긴 구멍 사이로 공기가 슝슝 통하는 날개는 커다란 여왕괴미의 몸을 위로 떠올릴 만큼의 힘을 얻지 못했다.

결국, 여왕의 몸이 서서히 땅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덮쳐!”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강시욱 파티는 여왕이 떨어지는 위치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녀석의 다리가 땅에 닿자마자 가장 먼저 바닥에 닿은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콰직!

그러다 결국 오러가 실린 강시욱의 검이 여왕의 다리에 박혔다.

한번 상처를 낸 뒤에는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다.

여왕괴미의 다리는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딱! 딱!

날지도, 걷지도 못하게 된 여왕괴미.

다른 괴미들은 자신들의 여왕을 보호하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여왕을 둘러싼 다른 영웅들의 방어선을 뚫어 내지 못했다.

“그만 죽어라!”

파바박!

여왕괴미에게 영웅들이 공격이 쏟아졌다.

괴미굴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괴미는, 그렇게 마지막 숨결을 토하고 생을 마감했다.

“아, 아……!”

다른 영웅들이 자리에 남은 괴미들을 사냥하는 사이.

유지한과 강시욱 파티는 여왕괴미에 타고 있던 여성에게 다가갔다.

“오지 마! 오지 마아—!”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엉덩이를 바닥에 질질 끌며 뒤로 도망쳐보지만, 그 뒤에 있는 건 이미 목숨이 끊어진 여왕괴미의 사체였다.

불쌍한 척 덜덜 떠는 그녀의 행동에 강시욱은 표정을 확 찌푸리며 말했다.

“어째 우리가 악역이 된 느낌이군요.”

“…….”

유지한은 말없이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아직도 그의 주변을 비춰주던 김시후의 마법이 여성을 비췄다.

여왕괴미와 함께였을때는 신나게 소리치던 그녀가, 지금은 유지한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어떻게 괴미들을 조종한 겁니까?”

“…….”

“당신은 왜 괴미에게 공격받지 않았죠?”

“…….”

유지한은 괴미의 체액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검을 그녀에게 겨눴다.

하지만 그녀는 흠칫 놀라면서도 끝내 입을 열지는 않았다.

“달리 할 말은 없습니까?”

“……살려 주세요.”

“그거 말고.”

“살려 주세요!”

마치 기계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툭.

유지한은 검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긴 할 거야.”

“살려……!”

퍽!

유지한이 아래에서 위로 휘두른 주먹이 여성의 턱에 꽂혔다.

교과서에 실릴 만큼 깔끔한 어퍼컷.

적당한 힘을 실은 덕분에 한 번에 기절해 버리는 그녀였다.

‘거짓말은 안 했다.’

친절하게도 그는 요청을 들어준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죽이지는 않았으니까.

*****

상황이 정리된 이후.

공략대는 다시 괴미굴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다.

“이쪽입니다.”

모든 길 안내는 유지한이 맡게 되었다.

문경진의 지인들은 조금 전의 전투에서 유지한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공략대는 약 30분 만에 처음 들어왔던 입구와 다른 구멍을 통해 굴을 빠져나왔다.

“입구로 가보죠.”

그들은 MA 입구가 위치한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괴미굴 안에서 여왕괴미는 퇴치했지만 아까 마주친 괴미들이 산에 숨어 있는 전부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래에서 그만큼이나 소란이 벌어졌으니 바깥에서도 무언가 일이 벌어졌을 터.

그리고 예상대로 MA 입구에는 괴미의 사체가 쌓여 있었다.

“부상자가 많네요.”

김시후가 주위에서 뛰어다니는 의료진들을 바라보았다.

중상을 입은 환자를 향해 치유 마법을 사용 중인 영웅들도 보였다.

만만치 않은 양의 괴미가 이곳을 덮쳤다는 것 알 수 있었다.

위용—

요란한 소리를 울리는 구급차는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이미 이곳에서 다른 환자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것이었다.

‘진짜 생존자가 있었나.’

유지한은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것에 실린 것을 발견했다.

공략대가 마주친 여성처럼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괴미굴 안에서 진짜로 생환한 등산객으로 보였다.

“지한 씨! 시후 씨!”

강시욱이 기절한 여성을 영웅부에 인계하는 사이.

자리에 남아 있던 말년병장 원영국이 유지한에게 달려왔다.

김시후는 그에게 물었다.

“여기서 싸우셨어요?”

“네! 괴미가 양쪽으로 공격해 왔습니다.”

산 밖으로 이어지는 땅굴을 파낸 괴미들은 달아나지 않고 안쪽의 녀석들과 함께 MA 입구를 덮쳤다.

자리에 남아 있던 영웅과 군인들은 그것과 맞서 싸워 승리한 것이었다.

“이것 좀 보세요!”

원영국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괴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공간이었다.

그는 자랑스럽게 주먹으로 심장 부근을 몇 번 두드리며 말했다.

“저거 다 제가 잡았습니다.”

“워…….”

“웬만한 영웅 뺨치시네요.”

원영국은 현장에 파견된 군인 중에 가장 많은 숫자의 괴미를 잡아냈다.

다른 군인이 사냥한 개체를 모두 합해야 그가 혼자서 사냥한 것에 비슷해질 정도였다.

“영웅부에서 어떻게든 포상휴가 만들어 주겠답니다! 남은 휴가까지 합치면 부대로 돌아가자마자 밖으로 나갈 것 같습니다.”

“그거 잘됐네요.”

“잘 가르쳐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원영국은 유지한과 김시후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전역한 뒤에도 응원하겠습니다. 제가 팬카페도 만들겠습니다!”

“하하……. 그래요.”

고작 2명뿐인 길드에 팬카페라니.

등급에 걸맞지 않은 과분한 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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