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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56화 (56/300)

56화. 괴미 (3)

“쏴 보세요.”

“지, 진짜로 쏩니다?”

유지한이 검으로 다리를 모두 잘라 놓은 괴미가 바닥에 움찔거렸다.

다리를 제외하고는 멀쩡하지만,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원영국은 녀석을 향해 자신의 총을 겨눴다.

탕! 탕! 탕!

총구에서 불꽃과 함께 총알 3발이 발사됐다.

긴장한 탓에 처음 한 발은 단단한 머리에 맞고 튕겨 나갔다.

하지만 남은 총알은 괴미의 머리와 가슴 사이에 정확히 꽂혔다.

바들바들 떨던 괴미는 곧 눈에 생기를 잃고 숨을 거뒀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시후가 박수를 쳤다.

“잘 하시는데요? 전에도 해보셨어요?”

“몬스터를 잡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토록 바라던 몬스터를 사냥하게 된 원영국이었다.

첫 경험은 누구나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것.

그는 코앞에서 보는 몬스터의 외견에 겁을 집어먹으면서도, 오늘 이곳에 오기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실전으로 갑시다.”

“네!”

그들은 보다 속도를 올려 산 이곳저곳을 수색했다.

유지한은 아낌없이 황갈색의 가루를 뿌려 댔다.

괴미 하나를 찾으면 비슷한 위치에서 적어도 3마리 이상의 괴미가 함께 발견된다.

덕분에 그들은 하루에 적어도 10마리 이상의 괴미를 사냥할 수 있었다.

“내일도 잘 부탁해요.”

“네!”

그렇게 성공적인 사냥이 계속되고.

꿀잼이 계양산에서 온 지 어느덧 5일 차.

먼저 계양산에 와 있던 원영국이 유지한과 김시후가 걸어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그의 힘찬 인사에 유지한이 씩 웃으며 말했다.

“오늘따라 목소리가 좋으시네요.”

“덕분에 좋은 경험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영웅이 아닌 이상 몬스터를 사냥하는 기회를 가질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그런 기회를 얻은 원영국은 눈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그의 2년이 조금 안 되는 군생활 전체를 돌아봐도 지금처럼 즐거운 순간은 거의 없었다.

‘하루 평균 14마리 정도 잡았나.’

유지한은 며칠간 사냥한 괴미들을 떠올렸다.

녀석들은 사냥하는 것보다 산에서 찾는 것과 사체를 옮기는 일이 더 번거로웠다.

그나마 10마리 넘도록 사냥할 수 있던 것은 미리 챙겨온 괴미귀신의 고치 가루와 짐꾼 역할을 자처한 원영국 덕분이었다.

“잠깐 몸 좀 풀고 들어갑시다.”

유지한은 가볍게 어깨를 풀며 주위를 둘러봤다.

요 며칠간 계양산을 오가며 익숙해진 얼굴들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낯선 얼굴의 영웅들이 유지한을 바라봤다.

“저놈인가?”

“맞는 거 같아.”

무언가 볼일이 있는 듯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스트레칭을 하는 유지한에게 다가왔다.

“그쪽이 꿀잼이죠?”

“맞습니다만.”

“봐봐, 맞잖아.”

그들은 찾고 있던 사람을 찾았다는 반응이었다.

한 남성이 유지한을 위아래로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서 경진이를 병신으로 만들었다면서요?”

“경진?”

“문경진. 몰라요?”

“……나이프 길드의 문경진 씨를 말하는 겁니까?”

“그게 아니면 누구겠어요.”

그들은 나이프 소속 영웅인 문경진의 지인들이었다.

다리와 손가락을 잃었다는 그의 소식을 듣고 유지한을 찾아온 것이다.

나이프 길드가 언급되자 유지한은 다소 차갑게 말했다.

“문경진 씨가 다친 것은 저희랑 하등 관련 없는 일입니다.”

“그거야 당신 생각이고. 우리 생각은 조금 다른데요?”

“당시 현장에도 없었으면서 뭘 안다고요?”

“세상에 자기가 먼저 범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 말이 저희가 아니라 문경진 씨에게도 해당한다는 걸 아셔야죠.”

기사나 다른 매체를 통해 길드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는 건 좋지만.

이렇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들이대는 걸 보면 그것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다가온 사람들이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자 지팡이를 든 김시후가 유지한의 옆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뭡니까?”

“당신은 또 뭔데요?”

“꿀잼의 길드장입니다.”

“그럼 경진이가 말한 사람은 이 사람이네.”

“말하는 싸가지 보니까 그럴 것 같았어.”

하나 같이 유지한을 바라보는 영웅들이었다.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 유지한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설마 상대가 이런 유치하고 시시한 방법으로 대응해 올 줄 몰랐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영웅들을 향해 말했다.

“문경진 씨 친구들이죠?”

“그런데요?”

“뭘 원하는지는 몰라도 이미 영웅부에서 두 길드 간 중재 절차도 진행했습니다.”

“아, 그건 모르겠고. 얼굴 알던 사람이 죽기까지 했는데 따질 건 따져야죠.”

“듣자 하니 좀 나대는 성격이라고 하던데.”

“그래 가지고 영웅 생활 오래 할 수 있겠어요?”

“…….”

적어도 니들보단 오래 했을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유지한은 그들의 행색을 살폈다.

아직 흠집이나 세월의 때가 많이 묻지 않은 신상 장비들.

그리고 계양산에 들어온 걸 보면 이들은 꿀잼과 같은 4급 파티가 맞았다.

그런 사람들의 시비를 듣고 있자니 우습기 그지없는 유지한이었다.

“문경진 씨가 저한테 가 보라고 시키덥니까?”

“…….”

“저희가 여기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스토커도 아니고.”

“아니, 스토커는 무슨……!”

“이렇게 시간 낭비할 바에야 문경진 씨 병문안이나 다녀오시죠. 괴냥이한테 다리가 잘근잘근 씹혀서 많이 아프실 텐데.”

유지한이 조금 빈정거리듯 말하자 영웅들은 팍 인상을 썼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싸우려 들거나 더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계양산에 모인 영웅부 직원들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문경진의 지인들 또한 그의 수준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때처럼 현장에서 막무가내로 덤벼온다면, 유지한은 그저 침착하게 대응할 뿐이었다.

“거기 군인 아저씨!”

“……?”

결국, 한 발자국 물러난 그들은 옆에서 유지한과 김시후를 기다리던 원영국을 불렀다.

그들은 군인 한 명이 유지한 파티와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랑 같이 다니는 거죠?”

“맞습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

“네?”

갑작스러운 제안에 크게 놀란 듯한 원영국이었다.

파티장으로 보이는 전사는 유지한과 김시후를 훑으며 말했다.

“이쪽에는 탱커도 있고, 힐러도 있고……. 이 허접한 2인 파티에 없는 것 빼고 다 있습니다.”

“영웅부에는 말해둘 테니까 이쪽으로 오시죠. 아주 좋은 구경시켜드릴게요.”

“그건…….”

“이런 경험 아무나 못 하시는 건 아시죠?”

“버프랑 치료 마법 받아 봤어요? 몸이 완전히 날아다닐걸?”

촤라랑!

일부러 그에게 보라는 듯이 마력을 뿜어내는 마법사였다.

그들은 일반인들이 좀처럼 할 수 없는 경험을 미끼를 원영국을 유혹했다.

하지만, 잠시 고민하던 원영국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거절하는 거예요?”

“기왕 저분들과 시작을 함께 했으니,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하! 이게 어떤 기회인지 몰라?”

“평생에 몇 번 겪을까 말까 한 기회를 차버리다니…….”

“당신! 후회하지 마세요.”

아무런 소득도 얻어 내지 못한 그들은 씩씩거리며 MA 안쪽으로 사라졌다.

원영국에게 다가간 유지한은 말했다.

“진짜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네.”

“저희랑 함께하는 것보다 저쪽이 훨씬 안전할 수도 있어요.”

“이미 결정했습니다.”

따져보면 별일도 아니지만…….

파티에 남아 준 그에게 조금이나마 감동하는 유지한과 김시후였다.

김시후는 가방에서 컵과 보온병을 꺼냈다.

“영국 씨. 이것 좀 마셔 봐요.”

“이게 뭐예요?”

“몸에 좋은 거요. 아마도.”

그가 컵에 쪼르르 따르는 것은 럭키 위스커와 화이트 엄브렐라를 우려낸 물.

파티에 남아준 그를 위한 작은 보답 같은 것이었다.

원영국은 컵에 담긴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어때요?”

“짜고 씁니다.”

“역시…….”

물을 마신 그의 감상평은 두 사람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일반인이 마신다고 해서 특별히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

한 곳에 몰려 있던 길고양이가 죄다 괴냥이로 변해 버린 길가.

“냐오옹—”

하얀 털을 가진 괴냥이 한 마리가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담벼락 위를 유유히 걸어 다녔다.

MA로 선언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그곳은 몬스터들의 놀이터였다.

아무리 시끄럽게 울어도 짜증을 부리는 사람이 없고, 배가 고프면 편의점이나 인근의 집을 털어서 나오는 음식들을 먹는다.

길고양이로 핍박받던 삶과 비교하면 아주 풍족한 삶!

찻길에서 무서운 자동차를 피해 다니던 때보다는 훨씬 낫다고 볼 수 있었다.

파바박!

하지만 평화롭던 괴냥이의 삶은 머리에 화살을 맞는 것으로 끝났다.

담벼락 아래로 쓰러지는 녀석의 눈에 비친 것은 한 명의 여성과 자신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거대한 무언가였다.

“후우…….”

마력 화살을 쏘아 낸 민유리는 쓰러진 괴냥이에게 다가갔다.

떨림이 멎었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괴냥이의 사체.

마력이 흩어지고 커다란 구멍이 남은 미간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익숙한 움직임으로 몬스터용 지혈제를 꺼냈다.

미간의 구멍에 그것을 흘려 넣자 녀석의 출혈은 순식간에 멈췄다.

“칠라.”

커다란 보따리를 등에 짊어진 칠라가 앞으로 나왔다.

녀석이 괴냥이의 사체를 자기 머리 위로 집어 던지자 그것이 보따리로 쏙 들어갔다.

농구공이라도 던지는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러자 민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렇게 경박스럽게 넣지 말라고 했잖아.”

“찍!”

괴냥이를 다루는 게 너무 능숙해진 탓에 사체를 챙기는 요령까지 생겨 버린 칠라였다.

한숨을 내쉰 민유리는 직접 다른 괴냥이의 사체를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보따리에 챙기려는 찰나.

“…….”

그녀는 붉은 혀가 밖으로 빠져나온 괴냥이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잠시 후, 속에서 허무한 감정이 올라왔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언제나처럼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일.

이렇게 괴냥이를 잡아 봤자 소연이가 깨어날 단서를 잡을 수 있을까.

처음에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고, 강한 복수심을 가지고 괴냥이를 죽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몇 년씩이나 반복해 온 상황.

몇천, 어쩌면 1만도 넘어가는 괴냥이를 죽인 탓에 마음속에 있던 복수심마저 이제는 흐릿해졌다.

‘돈은 필요 없어.’

반복된 사냥으로 집안의 생활비와 동생의 병원비를 충당할 비용은 충분히 벌고도 남았다.

자신에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민소연이 입원한 병원에는 몇 년 치 입원비를 미리 맡겨둘 정도였다.

“하…….”

민유리는 잡고 있던 괴냥이의 사체를 놓았다.

그러자 그것이 힘없이 바닥으로 늘어졌다.

‘정말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그녀의 온몸에 무기력증 같은 것이 천천히 퍼졌다.

몇 주 전만 해도 이런 생각에 빠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MA에서 유지한과 김시후를 만난 이후에 다른 고민을 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괴냥이를 더 잡아야 하는데.”

차라리 그들이 없었더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텐데.

여느 때처럼 동생의 원수를 죽이면서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러나 그녀는 유지한이 했던 몇 마디의 말에 영향을 받아 버렸다.

이제는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알지 못할 만큼, 머리가 복잡해지는 그녀였다.

“…….”

칠라는 그런 민유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테이머인 그녀는 녀석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찍?”

칠라는 물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의미가 함축된 문장은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멍하니 자신의 파트너를 바라보던 민유리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다른 괴냥이를 찾아서 길가를 헤맸다.

적어도 싸움에 몰두하는 동안에는 다른 잡념이 생기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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