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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51화 (51/300)

51화. 재회 (3)

“흐, 흐아아악!!”

“꺄아아아악!!”

“미친! 미친!!”

커다란 외침을 신호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유지한이 너무 놀란 나머지 그들을 멍청이라고 불렀으나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들을 지배하는 감정은 단 하나.

공포였다.

뚜둑!

결국, 손으로 여성의 목을 뚝 끊어 버린 남자가 몸을 돌려 유지한을 바라봤다.

이세계에서 온 침입자로 추정되는 그의 입가 전체에는 시뻘건 핏물과 여인의 살점이 묻어 있었다.

“너 지금 뭘 한 거야?”

“…….”

주변에는 도망가라고 외쳐 놓고 정작 자신은 가만히 있는 유지한에게, 남자는 호기심과 경계 어린 눈빛을 보였다.

그가 기다란 혀로 입술 위의 핏물을 날름 핥으며 말했다.

“날 방해하는 거지?”

“그렇다면?”

“죽어야지.”

그는 자신의 머리를 앞쪽으로 바짝 내밀며 유지한에게 달려들었다.

오이를 씹던 때와는 다르게 사람의 것이 아닌 듯 주둥아리가 길게 툭 튀어나온 얼굴이었다.

까앙—!

유지한은 얼굴 높이로 검을 들어 올려 날카로운 이빨을 막았다.

동시에 검을 앞으로 밀어내려고 시도했지만, 남자는 자신의 이빨로 검면을 물고 버텼다.

까득! 까드득!

세로로 기다랗고 매우 뾰족한 윗니와 아랫니가 유지한의 검을 잘근잘근 씹어 댔다.

하얀 이빨이 검면을 스칠 때마다 송곳으로 단단한 바위를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음이 발생했다.

검을 물어서 부숴 버리려는 것이었다.

“……으극?”

그러나 턱에 힘을 주어 검을 물던 남자의 표정이 이내 잔뜩 찌푸려졌다.

예상과는 달리 쉽게 부서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에 흠집 정도는 생기고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꾸욱!

유지한은 팔에 힘을 더 실어 앞으로 힘껏 밀었다.

멈춰있던 검날이 조금씩 상대의 입 안쪽으로 향했다.

“으그극?!”

휘릭!

그는 결국 검을 부수는 걸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옆으로 침을 뱉었다.

이빨로 검을 긁어서 나온 찌꺼기 때문이었다.

“아, 퉷퉷! 그거 되게 단단하네.”

유지한은 자신의 검을 확인했다.

이빨로 문 자리에 긁힌 흔적이 생겼으나 전체적으로 아주 멀쩡했다.

‘검이 생각보다 더 단단하다.’

앵그리 야크의 뿔은 평범한 금속과 섞여 내구도를 높게 상승시켜 주는 쓸 만한 재료 중 하나.

그리고 저 남자는 그것을 파괴할 만큼의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장비를 가져오지 않은 마음에 걸리지만.’

검을 제외하고는 사복을 입고 있는 유지한이었다.

적에게 단 한 차례라도 공격을 허용한다면 그 즉시 바로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내가 눈앞의 남성과 싸워서 승리할 확률>

<76%>

하지만 그는 눈앞의 적과 싸워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본능적으로 사용한 샘플링도 그에게 높은 가능성을 알려 주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상처 없이 승리한다든지, 추가적인 조건이 들어갔을 때는 그 가능성이 조금씩 낮아진다는 것인데.

어차피 자잘한 상처쯤은 영웅과 늘 함께하는 친구와도 같았다.

‘버티기만 해도 이긴다.’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면 한 명도 빠짐없이 몬스터와 침입자를 마주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니 조금 전 도망치던 사람 중에 한 명쯤은 신고를 한 사람이 있겠지.

“야, 야! 뭐하냐 너? 나 보는 거 맞아?”

생각에 잠겨 있던 걸 눈치챈 것인지, 상대는 손까지 흔들어 가며 유지한의 주의를 끌었다.

상당히 눈치가 빠른 이종족이었다.

‘수인 중에서도 강아지, 개과인가…….’

신체 일부를 동물의 것처럼 바꿀 수 있는 수인(獸人).

유명한 종족 중 하나인 웨어울프는 특유의 강력함으로 인해 별개의 취급을 받지만, 수인의 하위분류로 들어가는 이종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저 남자는 강아지나 늑대와 같은 부류일 터.

생각을 마친 유지한이 그에게 말했다.

“목적이 뭐냐.”

“목적?”

“방금 사람을 죽였잖아.”

“목적이란 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가?”

“뭐?”

“왜 무언가를 죽이는 일에 목적이 필요하지?”

“…….”

틀렸다.

저건 틀려먹었다.

도저히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저 남자가 인간에게 강한 악의를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저 저놈에게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찮은 모기나 개미를 죽이거나, 먹기 위해 돼지를 잡는 것과 전혀 다름없는 행동인 것이다.

‘대화를 시도한 내가 바보지.’

이상하게도 이종족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국가의 언어를 내국인처럼 유창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 언어능력이 주어지지 않았더라면, 저런 짐승 같은 놈은 10년이 걸려도 지구의 언어를 배울 수는 없었으리라.

유지한은 그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헛소리 할 거면 계속 덤벼.”

“캬하하! 그렇게 나오셔야지!”

캉!!

하얀 이와 검이 부딪혔다.

또다시 유지한의 검을 물어 버린 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면이 가로로 눕혀지지 않고 세로로 세워진 상태였다.

끼기긱!

유지한은 검을 아래로 내려치듯 힘을 주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검날이 세로로 길게 자라난 이빨의 비좁은 틈을 따라서 조금씩 내려갔다.

하얀 이빨과 이빨 사이에 날이 들어갈 만한 공간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으극!”

탁!

위기를 느낀 남자가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손으로 검을 쳐냈다.

그 과정에서 입술과 손바닥을 살짝 베였지만, 턱이 두 쪽으로 잘리는 것보다야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다.

“이 새끼가……!”

입술과 손바닥의 얕은 상처에서 붉은 피를 흘리는 그가 유지한을 쏘아봤다.

상당히 기분이 나빠 보이는 표정이었다.

유지한은 그에게 코웃음을 쳤다.

“사람을 죽여 놓고 자기가 다친 건 아프다, 이거냐?”

“입 닥쳐! 크르르릉—!!”

남자의 입에서 사나운 개가 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노한 그는 상체를 아주 낮게 숙이더니 양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달리기 경주를 하는 선수, 혹은 네 발로 걷는 동물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

그가 이내 스프링처럼 앞으로 튀어 올랐다.

처음보다 훨씬 더 빠른 돌진!

유지한은 남자의 얼굴이 향하는 방향으로 검을 들었다.

까앙—!

세 번째 충돌.

이번에는 어깨 부근을 노리는 공격이었다.

끝까지 상대를 주시했던 유지한은 그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방금 공격, 막지 못했으면 위험했겠어.’

이빨을 흘려보낸 검에서 무시 못 할 충격이 느껴졌다.

확신컨대 이런 공격을 한 번이라도 허용한다면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것이었다.

“퉷!”

순식간에 앞에서 뒤로 이동한 남자는 입에서 무언가를 뱉었다.

유지한이 입고 있는 옷에서 뜯어낸 천 조각이었다.

그는 마치 승기를 잡은 듯이 씩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안 놓쳐.”

“이미 놓쳐 놓고 허세는.”

“……너 말하는 거 되게 마음에 안 든다.”

“칭찬 고맙다.”

“칭찬 아니야!”

장소가 장소인 만큼 다른 사람이 다가올까 봐 주변에 과하게 신경을 쓰게 되지만.

옷 정도야 얼마든지 찢어져도 상관없었다.

‘공격이 다 보인다.’

분명 눈앞의 적은 매우 날쌔고 빨랐다.

아마 예전이라면 조금 더 어려운 전투가 됐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유지한이 실프와의 계약 이후 이뤄진 성장이, 지금 이 자리에서 빛을 발했다.

‘수준은 대충 알겠군.’

유지한은 몇 번의 충돌로 적의 수준을 파악했다.

당장 가진 능력을 끌어와 쓴다면 상대를 압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그러나 바로 얼마 전까지 2급 MA에서 활동했지만, 그보다 위험도가 훨씬 낮은 5급 MA에 들어가서도 아주 신중하게 행동했던 유지한이었다.

갑자기 저 수인보다 훨씬 강력한 동료 침입자가 튀어나온다든지, 이 뒤에 무슨 일이 더 벌어질지 모르니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드드드—

어느새 품속에 소환된 실프는 작게 떨었다.

계약자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번에 끝낼 셈인가.’

네 발로 땅을 짚은 남자는 다시 앞으로 뛰어들 자세를 잡았다.

속도를 중시하는 적과의 전투는 의외로 싱겁게, 그리고 빠르게 끝날 때가 많았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충돌이 될지도 모른다.

유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어?”

앞쪽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유지한이 눈을 크게 떴다.

자세를 잡던 남자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잔뜩 인상을 썼다.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

유지한의 말과 시선은 바로 직전까지 대치하던 남자가 아니라 그보다 더 뒤쪽을 향해 있었다.

“그게 무슨…….”

남자는 뒤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냥 무시하기에는 유지한의 반응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이것이 속임수일 것을 고려하고,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렸다.

“우아악!”

그러자 자신의 바로 뒤쪽에 검은 장발의 여성이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깜짝 놀란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억!”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여성은 남자의 왼쪽 발목을 손으로 낚아챘다.

네발 자세로 힘껏 뛰어올랐으나 상체만 위로 떠 오른 그는, 앞쪽으로 1cm도 이동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다시 가라앉았다.

“감히 날 방해하다니……!”

발목이 붙잡힌 남자는 엄청난 치욕감을 느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가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며 여성에게 달려들었다.

쾅!

그러나 무표정의 여성은 붙잡은 발목을 들고 남자를 바닥으로 패대기쳤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남자는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쾅! 쾅! 쾅! 쾅! 쾅! 쾅—!!

그녀는 발목을 마치 물건의 손잡이처럼 사용하며 그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처음에는 왼쪽. 그다음은 오른쪽. 각도를 바꿔서 한 번 더.

딱지치기라도 하는 것 마냥 계속 패대기쳤다.

“컥! 커어억!”

연이은 공격으로 남자의 살이 찢겨나가고, 두개골은 세차게 흔들렸다.

주변에 커다란 진동이 울리며 아스팔트 바닥에 조금씩 균열이 벌어졌다.

정말이지 무식한 힘이었다.

그쯤 되니 붙잡힌 남자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주, 죽는다!’

그를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면서도 아무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한 차가운 얼굴이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느껴본 적 없는 공포에 짓눌린 그가 말했다.

“항복! 항복! 제발 그만……!”

멈칫.

항복이라는 단어에 여성이 행동을 멈췄다.

힘이 빠진 남자의 몸은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던 유지한이 말했다.

“이미아.”

“응.”

갑자기 자리에 등장한 여성의 이름은 이미아.

그녀는 김현태 파티에 소속된 영웅이자 유지한의 이전 동료였다.

유지한은 정말로 궁금한 듯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

그녀는 물음에 답하는 대신에 가만히 유지한을 바라봤다.

“그거.”

“어?”

“팔에 그거 뭐야?”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유지한의 팔소매.

조금 전 남자와의 충돌로 옷이 찢어진 부분이었다.

“얘가 그랬어?”

“그렇긴 한데…….”

눈을 가늘게 좁힌 이미아의 시선이 다시 바닥에 누운 남자로 향했다.

남자는 흠칫 놀라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왜, 왜 그러십니까?”

“저거 옷, 네가 그랬어?”

“……그런데요?”

“뭐로 그랬어?”

“이빨로…….”

그녀는 남자 앞에서 무릎을 쪼그려 앉았다.

“어느 이빨.”

“그, 그건 왜요?”

“죽기 싫으면 말해.”

“아, 진짜! 이거요 이거!”

남자가 세로로 길게 자라난 자신의 이빨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입 벌려.”

“아니……!”

“벌려.”

입을 벌리지 않으면 입을 찢어버릴 기세인 이미아.

몇 초 뒤의 미래가 예상되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는 그였다.

“물면 바로 죽일 거야.”

이미아는 그가 가리킨 이빨 하나를 손으로 잡아당겼다.

빠드드득!

“카아아악—!”

남자의 침 섞인 비명과 함께 뿌리째 뽑혀 나오는 하얀 이.

평범과는 거리가 먼 그 일련의 행동에는 단 한 치의 망설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성격 참…….’

고문에 가까운 행동을 하면서도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는 이미아였다.

그녀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유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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