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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33화 (33/300)

33화. 영입 제안 (2)

유지한은 민유리가 보여 주고 싶다는 것이 무엇인지 굳이 먼저 물어보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우선 식사부터 할까요?”

두 사람은 각자 음식을 주문했다.

그녀가 대접해 준다고는 했지만, 오늘 만남의 목적이 식사가 아니라 다른 것에 있었기에 유지한은 간단한 덮밥 메뉴 하나만 주문했다.

“…….”

“…….”

그런데 그는 식사가 도착하기까지 민유리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녀가 불과 몇 초전과는 달리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는 민유리.

식탁의 바로 맞은편에서 말을 걸면 안 될 것 같은 오오라가 뿜어지고 있었다.

‘밥 먹고 말할 걸 그랬나.’

경험상 저런 부류의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가 한 번도 좋은 꼴을 본 적이 없었던 유지한이었다.

그는 밥 먹기 전에 영입 이야기부터 꺼낸 것을 살짝 후회했다.

“식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주문한 식사가 곧 프라이빗 룸에 도착했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계속 정적이 이어졌다.

룸 안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렸다.

음식의 맛은 꽤 좋았지만 다소 불편한 식사 자리였다.

“이쪽이에요.”

대화 없는 조용한 식사는 약 30분 만에 빠르게 종료되었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빠져나온 민유리는 앞장서서 걸었다.

“…….”

“…….”

걸어가는 동안에도 두 사람 간에 소통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향한 곳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형 병원이었다.

“병원이에요?”

“네. 여기에 제 동생이 입원해 있어요.”

그곳은 민유리의 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다.

병원의 접수대로 향한 그녀가 안내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서로 얼굴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외부인도 함께 들어가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민유리가 유지한을 이끌고 병원의 16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1인 병실로 들어갔다.

“제 동생이에요.”

침대 위에 곤히 잠들어 있는 작고 야윈 체구의 여성.

민유리의 동생인 민소연이었다.

혹시라도 폐를 끼칠까, 병실 침대와 조금 거리를 둔 유지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건가요?”

“소연이는 4년 전에 이 병원에 입원했어요.”

“……4년? 4년 전이요?”

“네.”

목격자에 따르면 민소연은 평화롭게 길을 지나가던 중 몬스터의 공격을 받고서 그만 기절했다고 알려진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병원에서 급하게 치료를 받았는데, 큰 외상은 입은 건 아니었기에 치료 자체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몸의 상처가 회복된 뒤에도 정신이 깨어나질 못했다.

그리고 그 일이 발생한 건 벌써 4년 전.

일수로는 1500일 이상이 흘렀다.

민소연은 그 길고 긴 시간을 이 침대 위에서만 보냈다.

동생을 내려다보는 민유리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이가 벌써 성인이 되어 버렸어요.”

“…….”

“20대 초반,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이 황금 같은 시기. 남들은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거나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순간에, 소연이는 이렇게 침대 위에 누워만 있네요. 공부도 무척 잘하던 애였는데.”

“깨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아직 몰라요.”

민소연이 오랫동안 잠에 빠진 이유는 병원의 의사들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 병원의 모든 의사를 비롯해 치유 마법을 사용하는 영웅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소연이에게 왔다 갔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어요. 그동안 알게 된 건 소연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 혼수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300명 정도가 더 있다는 것뿐이었죠.”

“어떤 증상이요?”

“피부에 타인의 마력이 닿으면 그 부위가 시꺼멓게 변해요. 몇 초 뒤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요.”

외부의 마력으로 인한 피부 변색 현상, 마력 변색 증후군.

그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300명 정도가 신고되고 있다.

환자의 보호자들은 SNS의 그룹 시스템을 통해 서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민유리를 포함해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그 보호자 그룹에 들어가 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 그룹에 가입한 보호자들에게서 환자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사례는 한 번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체 어떤 몬스터와 마주쳤길래 이렇게 된 거죠?”

“괴냥이요.”

“아.”

민소연을 공격한 몬스터는 괴냥이였다.

‘이것 때문이겠구나.’

유지한은 그녀가 4급 이상으로 승급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담아, 민유리에게 물었다.

“혹시 4급에 남아 계신 이유가 괴냥이 때문인가요?”

“맞아요. 계속 잡다 보면 뭐라도 나올까 봐요.”

그녀는 동생이 혼수상태에 빠진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 괴냥이를 사냥하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민유리는 ‘괴냥이만’ 사냥하는 영웅이었다.

다른 몬스터에게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괴냥이들만 노린다.

영웅부에서는 꿀잼에게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민유리에게도 승급을 요청했었다.

허나 그녀는 승급을 거부했다.

파티가 3급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얼마 전에 발생했던 상황처럼 특수한 때가 아니면 4급 MA에 입장이 제한되니까.

괴냥이를 잡지 못하게 되니까 거부한 것이다.

‘다른 파티에서 주목하던 건 이런 이유도 있었군.’

4급 MA에서 영웅들이 민유리를 바라보던 시선은 같은 등급 영웅에게 보내는 것이라기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 시선에는 민유리가 몇 없는 테이머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매번 괴냥이만 노리는 영웅에 대한 의문도 섞여 있었다.

새로운 MA에서 괴냥이만 나타났다고 하면 그녀가 등장하니까 그럴 수밖에.

“그런데 이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마주쳤던 몬스터는 전부 다 달랐대요. 모두가 괴냥이의 소행은 아니었죠.”

유지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의 상황과 그녀의 생각을 이해했다.

왜 민유리가 그동안 다른 길드에 들어가지 않았는지.

오늘 건넨 영입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지 않고, 자신을 왜 병원까지 데려왔는지.

그것은 모두 아픈 동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능성이 보였다.’

사정은 알았으니, 지금부터는 그녀를 설득할 시간이었다.

“유리 씨가 괴냥이를 사냥하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셨죠?”

“곧 있으면 4년에 가까워지네요. 오래됐죠.”

“그 긴 시간 동안 동생을 깨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신 거고요.”

“……네.”

그의 물음에 민유리는 힘없이 대답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타인인 제가 말하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이제껏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어떤 방법이요?”

그렇게 대답한 민유리가 고개를 돌려 유지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이야기를 하나 해보죠.”

“……?”

“보통 손이나 팔 같은 부위에 작은 상처를 입으면 그 부위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주로 바르는 연고의 성분이 뭔지 아세요?”

“잘 몰라요.”

“자주 사용되는 주성분 중 하나가 센텔라아시아티카(Centella asiatica). 한국어로는 병풀이에요. 아시다시피 산이나 들에도 흔히 자라나는 초록색 풀이죠. 거기에 항균과 항염 등 되게 좋은 효과가 많거든요. 아직 몬스터로 변한 적이 없지만, 은근히 변하는 걸 기대하는 연구자가 많은 식물이죠.”

병풀은 전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식물 중 하나다.

호랑이 풀이라고도 부르는데, 과거부터 내려오는 일화 중에는 다친 호랑이가 병풀 밭에 뒹굴어서 상처를 회복시켰다는 일화가 있다.

그만큼 누군가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부를 정도로 상처 치료에 뛰어난 효과를 자랑한다.

“사실 우리가 날카로운 물체에 찔렸든, 베였든, 어딘가에 부딪혔든 간에 병풀은 그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 그런데 그 풀에서 추출한 성분이 상처 치유를 도와준대요. 신기하죠. 우리가 상처를 입은 ‘원인’과 그 작은 풀떼기는 완전히 별개인데.”

“…….”

“뭘 말하고 싶은 거냐면, 동생분도 마찬가지로 괴냥이 때문에 이렇게 되셨지만, 괴냥이와는 전혀 다른 것에서 의식을 깨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치료하기 어려웠던 몇 가지 불치병이 몬스터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된 경우가 있다.

그리고 2급처럼 상위 등급의 영웅이 되면 지금보다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어쩌면 민소연의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나도 알고는 있지만…….’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정보.

하지만 민유리는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녀가 계속 괴냥이를 잡는 이유는 동생을 이렇게 만든 놈들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것이기도 했으니까.

잠시 말없이 침대 위의 민소연을 바라보던 유지한이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아까 유리 씨에게 드린 영입 제안에서 제가 한 가지 특별한 조건을 추가하겠습니다.”

“어떤걸요?”

“유리 씨가 꿀잼에 들어온다면, 길드 전체가 민소연 씨를 회복시킬 방법을 찾는 것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요. 계약서에 별도로 명시해 달라고 요청하셔도 좋습니다. 저희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민유리가 눈을 아주 크게 떴다.

유지한이 설마 저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민소연이 잠에서 깨어날 확률>

<—민유리가 민소연을 잠에서 깨어나게 할 확률>

<—민유리가 꿀잼에 합류하면 민소연이 잠에서 깨어날 확률>

…….

…….

유지한이 조건을 여러 번 변경해가며 샘플링을 사용했음에도.

민소연의 몸이 회복될 확률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민유리를 꿀잼으로 데려가고자 했다.

‘놓치고 싶지 않아.’

4급에서 단독으로 두각으로 드러낼 정도의 인재.

무엇보다 별도의 훈련 없이도 꿀잼과 호흡이 잘 맞았던 영웅.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펫인 칠라도 유지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유지한의 생각으로는 2개의 파티가 당장 하나로 합쳐지더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그…….”

민유리는 예전에 이와 비슷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그녀가 다시금 동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답변은 조금 나중에 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천천히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유지한은 작게 미소 지었다.

지금은 한 발자국 물러나 주는 것이 더 맞는 선택이리라.

*****

“불편하실 텐데,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니에요. 괜히 끌고 와서 죄송합니다.”

유지한은 병실을 빠져나왔다.

이후 동생의 병실에 남는 민유리는 그를 따라 나와서 배웅했다.

이내 그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던 찰나, 문득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맞다, 유리 씨. 혹시 교류회는 참석하시나요?”

“교류회? 무슨 교류회요?”

“얼마 전에 영웅부에서 4급 파티끼리 어울릴 수 있는 교류회를 열겠다고 말해 주던데요.”

“앗, 그거 새로 승급한 파티에만 가는 제안일 거예요.”

“아…….”

유지한은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며칠 전, 꿀잼은 영웅부에게서 4급 파티만 참석할 수 있는 교류회에 초대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은 비교적 최근에 승급한 4급 파티만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행사였다.

4급에 오른 지 이미 몇 년이 지난 눈송이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 자리에 정식으로 초대를 받은 적이 없었던 유지한은 구체적인 참석 조건을 모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알았네요.”

“아니에요. 살펴 가세요.”

유지한은 그렇게 병원을 떠났다.

자리에 남은 민유리는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다시 동생이 잠든 병실로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교류회?’

그런데 병실의 문고리를 잡은 순간.

유지한이 언급한 교류회가 떠올랐다.

‘그때는 참석을 거부했었지.’

그녀는 몇 년 전에 열린 4급 교류회에 참석을 제안받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당시 교류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파티를 4급으로 올린 이유는 오로지 괴냥이를 사냥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다른 길드와 친목을 도모하는 건 그녀의 관심 밖에 있었다.

“…….”

평소라면 그리 흥미를 느끼지 않았겠지만…….

이번 교류회는 꿀잼이 포함된 교류회.

민유리는 갑자기 그 교류회에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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