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23화 (23/300)

23화. 괴냥이

김시후는 마우스를 잡은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눈만 껌벅이던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승급……. 됐네요.”

“다시 새로 고침 해 봐.”

유지한은 거두절미하고 새로 고침을 요청했다.

홈페이지에 잠깐 오류가 발생한 게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다.

김시후가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공지사항의 조회수가 1만큼 증가하고 똑같은 글자가 적혀 있는 게시물이 나왔다.

‘오류가 아니야……?’

진짜로 승급에 성공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내가 면접에서 그 난리를 피웠는데 승급시켰다고.’

그는 자신이 면접장에서 한 행동이 어느 정도 선을 넘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하프 엘프인 김시후가 워리어즈의 이동호로부터 종족을 이유로 차별적인 질문을 받은 것을 도저히 참지 못했다.

그의 말을 그냥 넘겼다면 대련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승급에 꽤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동호에게 바락바락 대든 후의 상황이었다.

처음 승급을 제안했었던 양지철조차 유지한을 크게 질타했었고.

이 반전 결과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누가 잘못 적은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죠.”

승급에 성공한 길드가 적혀야 하는데, 탈락 명단이 대신 적혔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공지사항을 적는 직원이 실수했거나 영웅부 내부에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었을지도.

유지한은 결국 의심을 풀기 위해 휴대폰을 들었다.

곧바로 영웅부에서 공개한 민원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거기 영웅부죠? 조금 전에 올라온 승급 심사 결과 말인데요…….”

유지한은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승급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자 자신이 담당자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두어 번 다른 직원에게 연결되었다.

마지막 전화를 받은 사람은 어제 면접에도 직접 참여했던 양지철이었다.

—4급으로 승급하신 게 맞습니다.

“왜요?”

—왜라뇨? 싫으세요?

“다 좋은데 이해가 안 돼서요. 제가 물어볼 것도 없이 지철 씨도 어제 면접 상황 다 아시잖아요.”

—알죠. 잘 알죠! 유지한 씨와 이동호 씨가 화려하게 날뛰신 거.

“…….”

—아주 서로 손에 칼만 안 쥐었지, 분위기 살벌해가지고 혼났죠.

어제 일을 비꼬는 듯한 말에 유지한은 조금 머쓱해졌다.

—그럼에도 승급하신 게 맞습니다. 승급 축하드려요.

“얼떨떨하긴 하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지한 씨랑 다퉜던 이동호 씨도 꿀잼의 승급에 동의했어요.

“예? 그 인간이요?”

—네. 이례적으로 길드명을 직접 언급하시기도 했고요.

이동호가 승급에 동의했다니!

게다가 그냥 동의한 것도 아니고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통과시켰단다.

유지한은 도저히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그가 괜히 저번 일로 앙심을 품고 다음번 승급 심사에도 관여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성격만 보면 그러고도 남을 위인인데 말이다.

‘혹시 츤데레?’

그게 아니라면 혹시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겉과 속마음이 다른 츤데레인가?

잠깐 그것을 상상한 유지한의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온몸이 근육질인 남자의 관심은 별로 받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승급 파티에게 수여하는 크리스탈 상패는 며칠 내로 사무실에 배송될 겁니다.

“오……. 그거 작년부터 바뀌었다고 했나요?”

—저번 연도부터 유리가 아니라 서아프리카 수정 전갈의 외피를 깎아 만들어서 단가가 꽤 비싸요. 그것도 모르고 상패를 그냥 버리는 파티도 많죠. 그러니 제발 잘 좀 보관해 주세요.

*****

영웅부의 공지를 시작으로 꿀잼의 하나뿐인 파티가 4급으로 승급했다는 소식이 외부로 퍼져 나갔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길드장 김시후의 영웅 학원 동기들이었다.

“시후야,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소식 들었다. 4급으로 승급했다며?”

“그 특이한 길드명 보니까 생각나더라.”

“잘됐네. 다음에 만나서 술 한잔하자!”

…….

…….

김시후는 약 10분 간격으로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모두 승급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석 졸업에다가 교우 관계가 원만했던 만큼, 김시후가 졸업 후에 만든 꿀잼이라는 길드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은 승급을 반겨 주었다.

뚜루루!

또다시 걸려온 전화에 김시후가 진절머리를 치며 휴대폰을 뒤집었다.

“어우! 진짜 전화 더럽게 많이도 오네.”

“원하던 게 이런 거 아니었어?”

“어느 정도껏 해야죠. 그리고 축하한다면서 돈 빌려 달라는 소리는 왜 하는 건지…….”

김시후가 팍 인상을 썼다.

오늘 그에게 반가운 소식만 들려오는 건 아니었다.

축하 메시지와 함께 돈을 꿔 달라는 전화도 같이 오고 있었다.

5급보다 4급 파티가 대체로 돈을 더 많이 버니까, 과거의 알량한 인연을 강조하며 돈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쿵쿵.

김시후가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말했다.

“이 책상들, 자기 사무실 정리하는 사람한테 중고로 싸게 구했거든요? 거래할 때 제가 영웅이라는 걸 알려 주긴 했는데, 그 사람도 아까 저한테 연락 와서 제발 부탁이니까 돈 좀 꿔 달래요.”

“뭐야, 그건……. 평소에 잘 알던 사람이야?”

“전혀요! 몇 달 전에 책상 거래할 때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 염치도 없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중고 거래로 딱 한 번 만났던 사람도 연락을 해 오기까지!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불쌍한 척 다가와도 김시후가 그런 무리한 요청들을 받아 줄 리 없었다.

몸 아픈 부모님 병원비가 모자라다, 집 월세가 몇 개월이나 밀려서 쫓겨날 판이다, 등…….

어떤 사정이 있든지 받아 주지 않고 모든 구걸을 거절했다.

‘앞으로 더 심해질 텐데.’

4급으로 승급한 게 이 정도인데 그보다 높은 3급, 2급은 지금보다 더 심할 테지.

강력한 힘을 가진 영웅들에게 감히 누가 그런 소리를 할까 싶지만, 돈에 눈이 멀어 버린 사람들은 그것에 쉽게 겁먹지 않는다.

직접 김시후의 마법을 눈으로 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지겠으나, 그들을 일일이 만날 수는 없는 처지.

유지한은 한숨을 내쉬는 김시후에게 말했다.

“이렇게 된 김에 주변 인간관계 한번 싹 정리해 놔.”

“인간관계를요?”

“평소에 괜찮다 싶은 사람들만 연락처에 남기고, 오랜만에 연락해서 돈 얘기 꺼내는 것들은 다 번호 날려 버려. 다음에 지워버린 번호로 전화가 오거든 상대를 알고 있어도 먼저 누구시냐고 묻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굳이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유지한이 2급 파티까지 올라가며 얻어낸 작은 지혜 중 하나였다.

“형도 예전에 그랬었어요?”

“나는 조금 다르긴 한데……. 보고 배운 건 있지.”

파티장이 아닌 파티원은 관심을 받는 정도가 비교적 낮다.

그리고 3급, 2급 승급을 겪었던 김현태 파티는 다른 파티원들도 주목을 받았었지만, 유지한은 정식 파티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의 김시후와 직접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적은 없었다.

그 대신 김현태와 황준호, 임시연, 이미아를 옆에서 지켜보며 느낀 것은 많았다.

‘김현태도 쌍욕을 했었어.’

특히 3급에 오른 김현태가 케로즈의 사무실에서 돈 빌려 달라는 지인의 전화에 쌍욕을 퍼부었던 건 유지한에게 꽤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미지를 매우 중요시하는 김현태도 스트레스가 크게 쌓였을 때 터져 버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 앱도 쓸 수 있네요.”

김시후가 자기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화면에서 영웅부 로고가 그려진 앱을 클릭했다.

[MA MAP]

MA 맵.

마맵이라고도 부르는 그것은 과거에 열렸던 MA 내역 조회와 새로 선언되는 MA 등, 관련 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영웅부 제공 서비스였다.

파티 등급과 자신의 위치를 기반으로 참여 가능한 MA 추천을 해주기 때문에 많은 파티에서 애용하고 있다.

김시후는 MA 맵이 실행된 휴대폰을 유지한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승급에 성공한 꿀잼은 지도 위에 5급이 아닌 4급 MA가 표시되고 있었다.

“5급 파티는 이거 쓰려면 컴퓨터나 웹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야 하잖아요.”

“솔직히 왜 그런 제한을 걸었는지 모르겠어.”

“저도요.”

특이하게도 MA 맵의 모바일 버전은 4급 파티부터 이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려 있었다.

따라서 5급 파티는 일반인에게도 제공되는 평범한 지도 서비스나 PC를 통해서만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등급 제한을 건 이유에 관해 영웅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영웅들은 그것에 승급을 위해서 더 노력하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다.

‘나도 설치를 못 했었지.’

정식으로 등급을 인정받지 못한 유지한은 지금까지 MA 맵을 휴대폰에 설치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파티가 4급으로 승급했으니 그도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누릴 수 있던 것들을, 그는 이제야 하나씩 되찾고 있었다.

“잠깐 살펴보니까 지방 쪽에도 MA가 꽤 있더라고요.”

“그쪽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영웅부에서도 지방 출장 장려하고 있을 거야.”

인구가 거의 소멸하기 직전인 지방 지역에도 MA는 선언된다.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데, 수도권 위주로 활동하는 영웅부가 지방에 MA를 선언할 정도면 이미 그쪽에서 발생한 몬스터는 결계가 생성되는 범위 밖으로 빠져나갔을 확률이 높다.

행방불명된 몬스터는 하나하나 찾아내기가 매우 힘들다.

그것 때문인지 모습을 숨긴 녀석들이 MA 밖에서 인간을 습격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곤 한다.

“당장은 여유가 있는 거대 길드에서 지방으로 인력을 파견해서 해결하는 중이지. 그래도 사람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우리가 지방으로 가면 어때요?”

“공방이든 몬스터 처리든 각종 인프라가 부족해서 안 돼. 너도 알잖아.”

“하긴…….”

“거대 길드처럼 뒤에서 받쳐주는 배경이라도 있지 않으면 지방 활동은 많이 어려워.”

소규모 파티가 지방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파티가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든다.

그래서 사람이 부족한 지방에서 발생한 몬스터는 한국의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MA 밖으로 빠져나와 무리 지은 녀석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승급 기념으로 주변에서 갈 만한 곳이나 한번 찾아보자.”

“네!”

토도도독!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김시후가 독수리 타법으로 화면을 빠르게 두드렸다.

검색 버튼을 누르자마자 쏟아지는 결과들.

4급이 된 덕분에 5급이었을 때보다 활동 가능한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그렇게 김시후가 나름 고민하며 여러 MA를 비교해 보던 때였다.

삐이익—!

앱에서 경고음과 함께 신규 MA를 알리는 메시지가 나왔다.

[주변 3km 내 4급 MA가 선언되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몬스터 : 괴냥이(괴물 고양이)]

[현 위치로부터 MA까지의 거리 : 721m]

[신속한 지역 안정화를 위해 많은 영웅들의 협조 부탁드립니다.]

*****

경기도 파주시에서 열린 2급 MA의 입구.

대포처럼 커다란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그 앞에서 대기하는 가운데.

주변 주차장 근처로 거대한 버스처럼 생긴 차량이 다가왔다.

[KEROSE]

차량의 옆면에는 멋들어진 폰트로 케로즈의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그걸 본 기자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카메라의 위치를 옮겼다.

곧 차량의 자동문이 양쪽으로 벌어지며 그 안에서 김현태 파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

“김현태 씨! 잠깐 이쪽 좀 봐주세요!”

“꺄아악! 준호 오빠!!”

“너무 안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기자분들! 한 걸음만 뒤로 가겠습니다!”

김현태 파티를 향해서 쏟아지는 관심들.

영웅부 관계자들은 혹시라도 일반인이 MA로 들어가는 걸 걱정하며 사람들을 막아섰다.

“하하, 오늘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에 커다란 검을 짊어진 김현태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타이밍에 맞춰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몇몇 여성 팬들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김현태 파티가 MA 안으로 입장한 후.

결계를 넘어 기자들과 팬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즈음.

입가에서 미소를 지운 김현태는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댔다.

“진짜 존나 시끄럽네.”

“오늘은 어제보다 사람이 많더라.”

“준호! 방금 분홍색 치마 입은 여자 봤어? 기자들 사이에서 꽥꽥 소리 질러 대는 년.”

“못 봤어.”

“토 나올 정도로 못생겼어. 네가 직접 봤어야 했는데.”

김현태는 입구에 있던 자신의 팬을 조롱하며 비웃었다.

탱커 황준호는 그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치며 대화를 이어갔다.

입구에서 밝게 인사를 할 때와는 전혀 달라진 분위기.

그때 김현태의 바로 뒤에 있던 김강우가 말했다.

“현태 형님! 형님은 어떤 여자가 취향이십니까?”

“무조건 얼굴이 예뻐야지. 그리고 몸무게가 55kg 넘어가는 여자는 절대로 싫어.”

“이번 주말에 그 조건에 맞춰서 아는 여자 영웅들 불러 모을 테니, 저랑 같이 클럽에 가시죠.”

“그거 좋지! 역시 네가 뭘 좀 아는구나.”

“형님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애들이 저한테 줄을 쫙 섰다니까요.”

김현태는 호들갑을 떠는 김강우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유지한이 파티에서 추방되고 새롭게 들어온 정식 파티원 김강우.

그는 융통성 없는 유지한과 다르게 대화 코드나 궁합이 김현태와 아주 잘 맞았다.

옆에서 함께 걷고 있던 마법사 임시연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말했다.

“나랑 미아도 여기 있는데, 우리 앞에서 그런 대화는 그만하지?”

“아, 시연 누님도 다음에 저랑 같이 가시죠.”

“내가 거길 왜 가?”

“시연 누님을 보고 싶다는 남자 모델들도 이만큼 대기 중입니다.”

“어……. 그래?”

“아주 잘 생긴 친구들만 따로 부르겠습니다!”

임시연까지 말로 구워삶는 김강우였다.

이 대화에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건 입을 다물고 있는 이미아뿐.

김강우는 그녀를 힐끔거렸지만, 아직 이미아의 성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기에 섣불리 다가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야, 김현태!”

“뭐야. 너도 여기 있었냐.”

그때 MA에 먼저 들어와 있던 파티가 김현태 파티에게 다가왔다.

현장에서도 가끔 마주치는 그곳의 파티장은 김현태의 영웅 학원 동기였다.

“이야, MA에서는 얼마 만에 만나는 거지?”

“2주 전에 술집에서 봤잖아.”

“그건 바깥이고.”

“현장에서 만난 건 몇 달쯤 됐지.”

김현태와 대화를 나누던 남성은 그의 파티원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음? 그 사람은 어디 갔어?”

“누구?”

“그 왜, 얼굴에 가면 쓰고 등에는 가방 짊어지고, 아무 말도 없이 너네랑 자주 붙어 다니던 그 사람.”

“걔? 걘 얼마 전에 그만뒀어. 이쪽은 그 대신 새로 합류한 친구.”

“처음 뵙겠습니다! 김강우입니다!”

김강우의 인사를 받아 준 남성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그 사람은 왜나갔대?”

“나갈 만하니까 나갔겠지.”

“그래? 안타깝네.”

“……왜 네가 그걸 안타까워해?”

유지한이 언급되자 김현태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남성은 그에 크게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너 모르나? 한 1년 전쯤 너네랑 근처에 있을 때 그 사람한테 크게 도움받았거든.”

“뭐?”

“몬스터가 갑자기 몰려서 하마터면 딜러들이 다칠 뻔했는데, 그 사람이 우리 쪽에 합류하더니 꼬인 상황을 전부 풀어주고는 말도 없이 가더라.”

“…….”

“와, 다시 떠올려봐도 그때 그 사람 몸놀림 장난 아니었어. 어떻게 큰 가방까지 메고 그렇게 움직였는지.”

자신의 파티를 위기에서 도와줬던 유지한을 연신 칭찬하는 남성이었다.

그러자 김현태가 그에게 말했다.

“……할 말 다 끝났냐?”

“어?”

“끝났으면 간다.”

김현태가 남성을 자리에 남겨두고 앞으로 걸어갔다.

남에게 유지한의 칭찬을 듣고 있자니 기분이 불편해진 탓이었다.

그때 남성이 뒤에서 소리쳤다.

“그 나갔다는 사람, 아직 소속 없으면 나한테 연락해! 우리 길드에서 데려갈 테니까!”

“……!”

김현태는 순간 자리에 멈춰 섰다.

이내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의 표정은 몬스터를 마주치기 전까지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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