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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8화 (18/300)

18화. 4급 (2)

“승급…….”

유지한은 적잖게 놀랐다.

설마 영웅부에서 직접 파티 승급을 부추길 줄이야!

적절한 때가 되면 승급이 필요하겠지, 생각은 했었다.

5급을 초과하는 MA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등급으로의 승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작 MA 입장 2주 만에 외부에서 이런 요청이 들어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양지철은 급하게 덧붙이듯 말했다.

“다만, 이건 영웅부의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현장을 관리하던 저와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모은 거로서…….”

“기본 승급 절차는 다 밟아야 하는 거죠?”

“네, 네. 죄송스럽게도.”

그는 정말로 미안한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다른 5급 파티에서 항의를 걸 정도로 활약하는 파티가 4급으로 승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직원들 개인의 의견이었다.

일반적으로 파티가 승급하는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 절차를 무시하면서 승급시켜 줄 수는 없었다.

“어떤 말인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사냥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요. 과연 승급을 할 수 있을지…….”

“돌연변이를 사냥하셨으니 승급 심사는 충분히 통과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번 연도에 영웅부에서 진행되는 4급부터 2급까지의 파티 승급 심사에 면접관이자 최종 심사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

“와.”

유지한과 김시후가 눈을 크게 떴다.

그 반응에 양지철이 조금 부끄러운 듯 볼을 긁적였다.

‘이 사람이 심사관이라고.’

무려 파티 승급 심사를 맡는 영웅부의 심사관 중 한 사람.

상당한 요직에 있는 인물이 5급 파티에 승급을 요청했다.

아무리 봐도 이 사람이 머리를 심하게 다친 게 아닌 것 같고.

정말 진심이라고 봐야 했다.

‘이러면 진짜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유지한은 고민에 빠졌다.

세계적으로 MA는 3급과 4급이 가장 많이 선언되고 5급과 2급, 1급이 그 뒤를 잇는다.

영웅의 등급은 소속 파티의 등급과 같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위험도 증가하지만, 그만큼 보상도 같이 늘어난다.

따라서 많은 길드는 소속 파티가 높은 등급으로 올라서기를 원한다.

꿀잼도 예외는 아니었다.

‘승급이 빠른 편이었던 김현태 파티도 1달 이상 걸렸는데.’

케로즈의 김현태 파티는 4급으로 승급하기까지 1달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

그것도 다른 파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빠른 편에 속했다.

유지한은 단 2주 만에 승급 제안을 받아 버렸지만 말이다.

“절대로 강요는 아닙니다. 영웅부는 어디까지나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현장에 있던 분들의 의견이 다 비슷하다고 하니, 저희 쪽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할 말을 마친 양지철은 주변에 다른 일정이 있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문밖까지 그를 배웅한 유지한과 김시후가 다시 탁자로 돌아왔다.

“…….”

“…….”

의자에 앉아서 말없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

갑자기 던져진 승급이란 주제로 인해 모두가 생각에 빠졌다.

그러던 중 유지한의 시야에 선물 받은 박스가 들어왔다.

‘맛이나 볼까.’

박스 포장을 뜯어낸 그가 안에서 검은색 즙을 2팩 꺼냈다.

그중 하나를 김시후에게 건넸다.

김시후는 그걸 받으며 말했다.

“이거 먹어 보셨어요?”

“소문만 들어봤어.”

김시후가 가위로 팩의 가장자리를 잘라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한 모금 들이켜는 순간.

“우웁—”

맛이 생각보다 역한지 헛구역질을 하는 김시후였다.

입술에 즙이 묻어 있는 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남은 즙을 바라봤다.

똑같이 팩의 가장자리를 잘라 낸 유지한이 중얼거렸다.

“메이버 쇼핑에서 최저가 기준으로 1팩당 10만 원.”

“10만 원?! 이딴 게요? 말도 안 돼!”

“진짜야. 게다가 정력에도 좋고 영웅의 마력에도 좋대.”

“과장 광고겠죠. 이 사기꾼들.”

“선물 받은 거니까 버릴 수도 없잖아. 일단 먹어 둬.”

김시후는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남은 즙을 입에 털어 넣었다.

손을 놓은 뒤에는 속에서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가 빈 팩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형. 그래서 승급 건은 어떡하실 거예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

“길드의 대표는 내가 아니라 너야. 적어도 승급에 관한 결정은 네가 내려야지.”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2급까지 올랐던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우리가 지금 승급에 도전해도 되는 건지…….”

비공식이긴 하나, 유지한은 무려 2급까지 오른 김현태 파티의 파티원이었다.

김시후는 그런 영웅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게다가 형이 있던 김현태 파티는 거의 준 1급 취급이던데요?”

“그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간혹 파티의 서열을 나열하는 글을 작성하기도 한다.

영웅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따르지 않고 반쯤은 농담이 섞인 서열이었다.

그리고 그 서열에서 김현태 파티는 1급과 2급 사이에 걸쳐 있었다.

공식적으로 1급 파티가 아니지만, 네티즌들은 김현태 파티를 1급에 가까운 파티로 인정하는 것이다.

‘김현태 파티가 1급이라고.’

1급.

영웅으로서는 최고 영예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1급 영웅은 단 10명뿐이다.

파티에 1급 영웅이 단 1명만 속해 있어도 해당 파티를 1급으로 불러 주는 탓에, 여러 길드에서는 호시탐탐 그들의 영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1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로 인해 멀쩡한 파티가 갈가리 찢어진 일도 있었다.

‘과한 평가인 것 같은데.’

1급 파티로의 승급은 일반적인 승급과는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체적으로 정해진 승급 기준이 없었다.

그나마 알려진 건 해당 파티가 속한 국가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국가의 인정도 필수적이라는 정도뿐.

그래서 지금 1급이라 불리는 영웅들이 대단한 것이다.

그들은 대륙 너머의 사람들도 기억하는 위기에서 평화를 지켜낸 진짜 ‘영웅’이니까.

‘기회가 생기면 또 모르겠지만.’

김현태 파티는 1급에 오르지 못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커다란 사건 없이 평화로워서 1급에 도전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

김현태는 장기 해외 출장까지 고려할 정도로 그것에 많은 짜증을 냈고, 유지한은 되레 안도했었다.

파티가 1급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나라에 큰 위기가 벌어지지 않는 게 훨씬 더 좋았으니까.

유지한은 팩에 남은 즙을 쪽쪽 빨아 먹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해. 우리는 겨우 2명이고, 제대로 활동을 시작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일반적으로 이런 조건에서 승급하는 일은 드물지.”

“그렇겠죠…….”

“하지만 방금 사무실에 왔던 양지철 씨가 승급 심사관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오늘 그 심사관이 꿀잼에게 직접 승급을 요청한 거고.”

승급 심사관이 직접 요청하는 승급이라…….

그런 요청을 받는 파티가 대체 얼마나 될까?

분명 그리 많지는 않을 터였다.

<—나와 김시후가 다음 승급 심사에서 4급으로 승급할 확률.>

샘플링은 확률을 알려 주지 않았지만.

김시후의 얼굴을 살피던 유지한이 확신하듯 말했다.

“너는 해보고 싶지?”

“……어떻게 아셨어요?”

“뭘 어떻게 알긴. 얼굴에 다 적혀 있구만.”

유지한의 말처럼 김시후는 파티가 4급으로 승급하길 원했다.

길드장으로서는 더 높은 자리를 원하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제 영웅 학원 동기 중에는 4급에 올라간 사람들이 적지 않더라고요.”

MA 입장 심사에 떨어져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김시후.

학원 수석 졸업이라는 좋은 타이틀도 아무런 활동을 펼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옆에서 함께 교육받은 영웅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는 거기서 조바심을 느낀 것이다.

“…….”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케로즈에서의 모든 경력이 날아가 버린 유지한.

보통 영웅 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동기들은 각자 서로의 길드와 파티를 주제로 여러 대화를 나누곤 한다.

그러나 소속 파티에 관해 함부로 언급할 수 없었던 그는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동기들과 대부분 연락이 끊어졌다.

그럼에도 뉴스나 소셜 미디어 따위를 통해서 그들의 소식이 들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따라서 김시후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 한 번 해볼까?”

“네!”

“대답 참 빠르네.”

힘차게 대답하는 김시후의 눈이 반짝반짝 빛을 냈다.

그 눈을 마주한 유지한은 피식하고 웃었다.

*****

케로즈의 박중섭은 여느 때처럼 책상에 앉아 서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약 30분 동안 각종 서류에 사인을 하던 그는 들고 있던 볼펜을 내려놓았다.

올려다본 벽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오후 4시 58분.

이제 곧 중요한 보고가 들어올 시간이었다.

똑똑.

오후 5시가 되기가 무섭게 누군가 사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허락을 받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매니지먼트 부서의 직원.

그중에서도 김현태 파티의 여러 담당자 중 한 명이었다.

“오늘 자 김현태 파티 현황 보고드립니다.”

“핵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간략하게.”

“…….”

박중섭의 요청에 잠시 경직돼있던 남직원이 말했다.

“파티원 변화에 따른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와 비슷한 내용이네.”

“임시연 씨의 말을 빌리자면, 전투 중에 서로 엇박자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고 합니다.”

“파티에 변화를 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나저나 우리 강우는 어때?”

박중섭이 말을 끝낼 때쯤 말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김현태 파티에서 유지한을 대신하여 새롭게 정식 파티원으로 합류한 김강우.

그는 박중섭과 가까운 지인의 아들이었다.

“김강우 씨는 파티에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고…….”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이미아 씨입니다.”

“쯧.”

박중섭은 혀를 찼다.

역시 유지한과 가깝게 지냈던 그녀가 한 말일 줄 알았다.

“미아에게는 말로 따끔하게 경고를 해. 사심을 담아서 길드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좋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 외 다른 내용은?”

“중요한 내용은 이 정도입니다. 더 자세하게 말씀드릴까요?”

“아니. 보고서는 메일로 보내 주고 그만 나가 봐.”

박중섭은 다시 사장실에 홀로 남았다.

깍지 낀 양손을 뒤통수로 가져간 그가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현태 파티는 얼마 뒤면 다시 안정화되겠고……. 어서 다른 파티 육성에 집중해야겠어.’

케로즈는 지금껏 세력을 크게 키우기는 했지만, 길드의 중심인 김현태 파티를 제외하면 다른 파티의 육성이 조금 더딘 편이었다.

김현태 파티를 포함해 2급에 오른 파티는 총 3개.

그리고 100여 개가 넘는 나머지 파티는 대부분 3급, 4급에 몰려 있다.

이것은 질적 성장보다는 양적 팽창을 추구해 온 결과로, 길드의 내부 구조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크게 아쉽다고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길드가 김현태 파티의 활약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케로즈의 최근 과제 중 하나였다.

띠리링!

책상에 올려 둔 그의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인은 영웅부였다.

“전화 받았습니다.”

—박중섭 길드장님, 건강하시죠?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이전에 직접 만나 본 적 있는 영웅부 관계자의 전화.

상대방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던 박중섭이 말했다.

“어쩐 일로 연락을 주셨는지.”

—케로즈에 몇 가지 여쭤 볼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바로 몇 주 전까지 케로즈에 소속되어 있던 영웅 ‘유지한’ 씨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유지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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