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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7화 (17/300)

17화. 4급

“허어.”

“이야…….”

“저게 닭이라고?”

닭의 사진을 보고 놀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그들의 반응 때문에 회의실이 조금 시끄러워졌다.

발표자는 잠시 입을 다물고 주변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이 개체는 현재 영웅부 연구소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전 세계 최초 발견으로서 돌연변이 도감에 코드네임 MU-1302로 등록될 예정입니다.”

“어디 보자…….”

양손을 앞으로 뻗어서 화면 속 닭의 크기를 대충 가늠해 보던 누군가가 말했다.

“머리는 물론이고 몸집도 사람보다 크군. 브라질 닭도 전혀 상대가 안 되겠어.”

“몸집도 크지만, 가장 무서운 건 이놈의 부리입니다. 연구원의 말로는 강도가 강철보다 훨씬 더 단단한 것 같다고…….”

“뭐라고?”

“……그러면 5급을 벗어난 거 아니야?”

한 여성이 책상 위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거기에는 괴아리를 비롯한 다른 몬스터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가장 무난한 몬스터 중 하나였던 괴아리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다니……! 너무 무섭네요.”

“이른 시일 내로 괴아리의 등급 조정을 검토해야겠어.”

“엇, 저는 반대입니다! 갑자기 괴아리의 등급이 조정되면 많은 길드에서 반발이 일어날 겁니다.”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괴아리는 5급 MA에서 비중도 높고 해외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몬스터인 만큼, 등급 변경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과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돌연변이가 다시 나타나면 어떡해? 미숙한 파티에서는 사망자가 나올지도 몰라.”

괴아리의 등급 조정이라는 주제가 떨어지자 또다시 시끄러워진 회의실.

등급 조정에 강하게 반대하는 남자가 발표자를 바라봤다.

“현재 저 MU-1302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어떤가요?”

“중상 1명, 가벼운 부상 1명입니다. 사망자는 없고 병원에서 치료받은 중상자도 의식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어느 길드에서 처리했지?”

“그건…….”

발표자는 자기 앞에 놓인 하얀색 서류를 빠르게 훑었다.

그에게 자료를 넘겨준 부하 직원의 실수인지 길드명이 적혀 있지 않았다.

“당시 상황이 워낙 급박했던 탓인지 정보가 없습니다만, 회의 후에 제가 따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어차피 그쪽에서 돌연변이를 회수하러 올 것 아닌가?”

“구태여 확인하지 않아도 5급 파티들의 합공이었을 테니, 길드 간 기여도를 정리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릴 테지.”

워낙 긴급한 현장이었기에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달되지 않았다.

영웅부에서는 괴물 닭과의 싸움에서 못해도 3개 이상의 파티가 협력했을 거로 추측했다.

어느 누구도 MA에 처음 입장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파티가 녀석을 제압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쪽에서 정리가 될 즈음 적당한 보상금이나 안겨 주면 돼.”

“알겠습니다.”

“다음 주제는 뭐지?”

“두 번째 안건은 며칠 전 일본 교토에서 벌어진 국제 크리처 보호 연맹과 일본 길드와의 충돌로…….”

*****

꿀잼의 사무실.

의자 끝에 걸터앉은 유지한은 휴대폰으로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곳의 홈페이지 메뉴에서 버튼을 클릭하여 영웅 전용 화면에 진입했다.

몬스터의 시체나 장비 따위를 싣는 일이 많은 영웅의 차량은 관련 법으로 인해 일반 중고차와는 별도로 분리되어 거래된다.

몬스터 중에는 죽어서도 독을 뿜어내는 것이 있고, 마력이 담긴 장비가 차량에 오랫동안 실리면 탑승한 일반인의 신체에도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런데 중고차 거래 사이트는 유지한의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연식, 주행거리, 가격, 보험 이력, 연료…….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시트, 독이나 화염 내성 추가, 차량 내부와 외부의 마력 코팅 등 특수 옵션들까지.

거의 장롱 면허에 가까운 그에게 적당한 차량을 선택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좋을지 몰라 결정 장애가 온 그는 목록에서 자동차 사진을 구경하기만 했다.

<—내가 오늘 중고차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구매할 확률>

<23%>

‘답이 없군.’

그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김시후가 그에게 말했다.

“좋은 물건 찾았어요?”

“뭐가 좋은 물건인지……. 네 주변에는 자동차 잘 아는 사람 없어?”

“면허 가진 사람조차 드물걸요.”

“그러면 그냥 나중에 사자.”

“네. 당장 몬스터는 몽땅에서 처리해 주니까 급하게 살 필요 없겠죠.”

최근 꿀잼은 몬스터 처리 업체 ‘몽땅’의 대표 장사임과 자주 연락을 나눴다.

MA에서 사냥을 진행하기 전 그쪽에 미리 연락을 넣으면 몽땅은 그들이 빠져나오는 시간에 맞춰서 몬스터를 가져가고, 그것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한다.

그렇게 반복한 것이 벌써 2주째였다.

‘계속 이런 식으로 활동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이 방식은 현재 꿀잼이 몽땅의 유일한 거래처인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몽땅의 거래처 규모가 커질 경우, 지금 같이 신속하고 친절한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그리고 꿀잼도 향후 인원수가 늘어나면 차량은 필수적이다.

어디 가서 차도 못타고 다니는 거지 길드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장사임 씨가 정말로 수완이 좋나 봐. 이제는 시장에 내놓을 때마다 바로바로 팔린다잖아.”

“우리가 사냥을 잘 한 것도 있겠죠.”

“지금까지 총 정산 금액이 얼마지?”

“3천만 원 조금 넘을걸요?”

매일 MA에 들어간 것도 아닌 꿀잼이 2주 동안 벌어들인 금액은 3천만 원.

거기서 몬스터 처리 수수료와 각종 세금을 제하면 순수익은 2천만 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지금처럼 사냥을 진행한다면 꿀잼의 한 달 매출은 그 2배 이상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나름 선방하는 거지.’

비록 중고차 사이트에서 마력 코팅된 어느 트럭의 가격은 최소 5천만 원부터 시작했지만!

5급 파티 단 1개에 불과한 길드의 수입치고는 훌륭하다.

꿀잼은 어디까지나 신생 길드였으니까 말이다.

요즘 같이 거대 길드로 인력이 몰리는 영웅계에서 이런 소규모 길드가 살아남기란 절대 쉽지 않다.

똑똑.

누군가 밖에서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손님이 온 것 같았다.

“오셨나 보네.”

“제가 갈게요.”

“그냥 앉아 있어.”

유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김시후를 손짓으로 다시 앉혔다.

그리고 직접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끼익—

배지가 달린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부천의 MA에서 몇 번 마주쳤던 영웅부 관계자 중 한 사람이었다.

“영웅부에서 나온 양지철입니다!”

“우리 구면이죠?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양지철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것이, 유지한은 그가 작은 사무실을 보고 조금 놀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내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약소하지만 선물입니다.”

“아니, 뭘 이런 걸 다…….”

귀엽게 그려진 몬스터가 윙크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펼쳐 따봉을 하는 그림이 그려진 포장 박스.

박스 안에 든 것은 거대한 착즙기에 몬스터 몇 마리를 통째로 넣어 짜낸 진액으로, 몬스터 식품 사업이 진행된 이후 인기리에 판매되는 건강 제품 중 하나였다.

박스 한쪽에는 이것이 남자에게 참 좋다고 적혀 있었다.

‘저놈이 저렇게 귀여운 놈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현실의 것보다 100배는 더 귀엽게 미화된 몬스터 그림.

녀석과 과거에 마주친 적 있는 유지한은 마음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탁자 앞에 앉은 양지철에게 캔 음료수를 하나 건네며 말했다.

“대접해드릴 게 없어서 죄송하네요.”

“아뇨! 이미 저희 쪽에서 큰 빚을 졌는걸요.”

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듦과 동시에 손까지 흔들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유지한과 김시후는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자칫하면 사망자까지 나올 수 있던 상황에 다른 파티의 목숨을 구해낸 이들이었다.

영웅부로서는 크게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흠흠, 바쁘신 분들을 계속 잡아둘 수 없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양치철은 검은색 서류 가방을 뒤적거리다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먼저 알려드릴 소식은 다른 길드에서 그 돌연변이에 대한 기여도를 포기했다는 겁니다.”

“그럼 100% 꿀잼 소유가 되는 거죠?”

“네, 맞습니다.”

그는 탁자에 올린 하얀 서류를 유지한 쪽으로 밀었다.

MU-1302 라는 돌연변이가 꿀잼의 소유라고 적힌 형식적인 문서였다.

‘그래. 양심이 있으면 이래야지.’

유지한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여도를 포기한 곳은 꿀잼이 목숨을 구해 준 파티가 소속된 길드였다.

만약 주제도 모르고 기여도를 주장했다면, 그쪽 길드에 방문해서 아주 난장판을 벌였으리라.

“그리고 소유권을 포기한 길드에서 꿀잼으로 사례금을 보내고 싶다고 하셨어요.”

“사례금이요?”

“네! 구해 주신 보답을 하고 싶다며 꼭 좀 받아 달라고…….”

생각보다 더 양심이 있는 곳이었구나!

유지한이 김시후를 바라봤다.

사례금을 받느냐 마느냐는 길드장의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음…….”

손으로 턱을 괸 김시후가 양지철에게 말했다.

“얼마요?”

“그, 금액까지는 따로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

곧바로 금액을 묻자 조금 당황해하는 양지철이었다.

“굳이 주신다면 거절하지는 않겠다고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김시후는 사례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 전투의 여파로 유지한의 검이 부서졌으니까.

남호열의 공방에서 검을 공짜로 얻어 낸 것과는 별개로, 사례금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돌연변이는 며칠 내로 조사가 끝나면 돌려드리겠습니다.”

“그거 저희가 아니라 몬스터 처리 업체로 바로 넘길 수도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나중에 연락드릴 때 따로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양지철은 입을 다물고 잠시 뜸을 들였다.

아직 꿀잼에게 할 말이 더 남아 있었다.

“오늘 또 아주 중요하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어떤 거죠?”

“부천의 5급 MA, 그러니까 꿀잼이 현재 활동하시는 괴아리 출몰지. 거기서 최근 며칠간 영웅부 쪽으로 비슷한 내용의 항의가 여러 건 들어오고 있는데 말이죠…….”

톡, 톡, 톡.

양지철이 손가락으로 서류 가방을 두드렸다.

다소 생소한 소식에 유지한은 궁금한 듯 물었다.

“무슨 항의요?”

“그곳에서 활동하는 어느 파티가 5급이 아닌 것 같다는 내용입니다.”

“예?”

“도저히 5급으로 생각되지 않는 파티가 괴아리를 너무 많이 사냥하는 탓에, 다른 길드의 기회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항의가 계속 들어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파티의 인원은 단 2명뿐이라고 하죠.”

“……?”

거기서 2명으로 활동하는 파티가 우리 말고도 있던가?

그게 아니라면 혹시…….

김시후가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그거 설마, 저희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역시나.

양지철이 언급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지한과 김시후였다.

‘그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유지한은 아무리 생각해도 2명뿐인 파티가 다른 길드의 기회까지 빼앗았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게 만약 사실이더라도 과연 문제가 될까?

“양지철씨도 아시다시피 저희는 5급 파티가 맞는데요.”

“다른 길드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게다가 지한 씨는 기록이 없어도 케로즈에 7년이나 계셨으니까…….”

“…….”

유지한의 케로즈 시절을 언급하는 양지철.

하지만 비공식 파티원인 유지한은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5급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정식으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흠.”

유지한은 표정을 살짝 굳혔다.

이럴 때는 조금 강경하게 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뭘 어떡하라는 건가요?”

“…….”

“다른 길드의 생각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죄송하지만 저희가 거기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지한이 형 말이 맞아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만큼 못 하는 게 우리 탓은 아니잖아요.”

“전부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제가 꿀잼 측에 요청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양지철이 탁자 위에서 양손으로 깍지를 끼며 말했다.

“부디 빠른 시일 내, 4급 파티로 승급을 신청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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