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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12화 (12/300)

12화. 괴아리 (3)

유지한과 김시후가 괴아리 사냥을 시작한 지 4일째.

다시금 부천에 도착한 두 사람이 MA 안으로 들어섰다.

“……쟤네 또 왔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주변의 시선이 입구로 쏠렸다.

“진짜다.”

“누군데?”

“너 쟤들 몰라? 여기서 며칠째 괴아리 크게 털어먹고 있는 파티잖아.”

“아~ 그게 저 사람들이구나. 그런데 겨우 2명으로? 대체 어디 길드야?”

“몰라. 되게 큰 곳에서 나온 걸지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유지한을 곁눈질로 흘끔거리는 사람.

멀리서 살짝 분한 표정으로 김시후를 노려보는 사람.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놨을 때 외견만으로 꿀잼을 낮잡아보던 시선과는 달랐다.

주변 파티는 이제 그 2인 파티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것도 현장에서 큰 경쟁자로서 말이다.

‘너무 눈에 띄는 것 같네.’

유지한은 자신들을 향한 부러움이나 경쟁심이 섞인 시선들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 시선이 과거 길드 내외의 부진한 파티가 김현태 파티를 바라보던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MA의 등급이 달라져도 사람들의 행동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비록 과거의 시선은 유지한이 아니라 주로 김현태와 다른 파티원을 향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나쁘지 않아.’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나, 이 정도의 관심을 받는 건 그리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그만큼 지금 잘 하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

유지한은 김시후에게 말했다.

“길드장. 기분이 어때.”

“뭐가요?”

“뭐가 안 느껴져?”

유지한이 중갑옷을 두른 영웅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자, 그들은 시선을 의식하고 고개를 반대로 홱 돌려 버렸다.

며칠째 같은 시간대에 만나는 파티 중 하나였다.

“……아. 저거요.”

김시후는 유지한이 언급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했다.

“저한테는 꽤 익숙한 상황이네요.”

“그래?”

“영웅 학원에서도 저렇게 바라보던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김시후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영웅 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에게 지금 같은 시선은 꽤 일상적인 것이었다.

높은 성적을 거둔 마법사는 다른 영웅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으니까.

게다가 인간이 아닌 하프엘프였으니, 다른 종족을 향한 감정은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파지지직—

두 사람이 주변의 시선을 무시하고 결계 안쪽으로 진입했다.

김시후는 이제 결계에 닿는 감각에 익숙해진 듯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 작은 빌딩 사이로 들어온 뒤, 김시후가 말했다.

“오늘도 그거 하신다고 했죠?”

“응. 정령 사용에도 익숙해져야 하니까.”

뾰롱!

유지한은 실프를 소환했다.

“주머니에 들어가 있어.”

드르르르!

명령을 내리자 투덜거리듯 진동한 실프가 구체의 크기를 작게 줄였다.

덕분에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다.

“형. 실프는 언제 공개하시려고요?”

“때가 되면. 당장은 영웅 활동에만 집중하고 싶어.”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정령사는 약 20명 정도.

그중에 1급 파티에 속한 1급 영웅은 2명이나 존재하고, 나머지는 못 해도 2급과 3급에 해당한다.

정령사는 그만큼 적은 숫자로, 이번에 유지한이 실프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어쩌면 꿀잼이라는 길드가 단숨에 주목받는 길드로 올라설 만큼 말이다.

‘마냥 좋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그게 과연 좋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유지한은 겨우 5급 파티에 속한 5급 영웅.

김현태 파티에 있었다는 경력이라면 2급이라는 인정을 받고도 남았겠지만, 당시의 경력을 이용할 수 없는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정령이 공개되면 5급 파티에서 정령사가 나왔다는 기사로 도배될 것인데…….

그때 낮은 등급인 그를 쉽게 보고 정령을 이용하고자 하는 누군가가 접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생에 아무런 도움 따위 되지 않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 말이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정령과의 계약을 해제하는 일도 있다고 하죠.”

김시후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큰 부담감을 느껴서 정령사를 포기한 사람의 이야기는 유명했다.

물론 유지한은 그런 부담감이나 사람들에게 휘둘릴 걱정 따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서 접촉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무척 성가시고 피곤하게 느껴질 것은 분명했다.

‘공개는 최대한 미룬다.’

7년 차 영웅이지만, 신입과도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지금의 위치.

유지한은 자신과 길드의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령으로 얻는 유명세와 길드의 활약으로 얻는 유명세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취급하는 것과 달리, 후자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길드가 성장하다 보면 실프가 알려지더라도 덜 피곤한 시기가 올 것이다.

그 전에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고 보니……. 너희 어머니가 정령사였다는 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인 거야?”

“네. 지구로 들여온 플로른을 관리하던 인원 중 한 분이셨거든요.”

김시후의 어머니인 에르나 하스는 플로른의 관리자였다.

그녀는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플로른의 가지를 치거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수목원의 경계를 서는 일을 맡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플로른을 관리하는 인원은 지금까지 한 명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영웅이셨던 아버지와 결혼하시고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신 뒤에도 계속 비슷한 일을 하셨다고 해요. 딱 저를 낳을 때만 일을 쉬셨다고 들었네요.”

“2급 영웅과 비슷한 정도였다면 영웅으로 편하게 살아도 괜찮았을 텐데.”

“그 당시에는 이종족만 보면 칼을 꺼내 들던 시기였으니까 어려웠을걸요.”

“그건 그렇지……. 하여튼.”

유지한은 김시후의 지팡이를 바라봤다.

“바로 시작할게.”

“네!”

“실프. 저 지팡이에 힘을 보태 줘.”

화아악!

유지한의 요청에 김시후의 지팡이가 연한 초록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이전에 훈련소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플로른 소재의 지팡이에 정령의 힘을 덧씌우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어제 유지 기록이 20초였지?”

“정확히는 21초요.”

현재 실프가 탈진하거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지팡이를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0초 정도.

김시후가 ‘정령 강화’라고 명명한 것은 아직 1분도 유지하지 못할 만큼 짧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정령을 지켜봐 온 김시후는 꾸준히 훈련하면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선언했다.

‘1분도 모자라.’

지팡이를 강화했을 때 김시후의 마법 효율은 최소 10% 이상 증가한다.

마법사의 화력이 강해지는 것은 곧 파티의 성장!

유지한은 언젠가 이것이 상시 유지가 가능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음…….”

주머니 속에서 약하게 빛을 내는 실프.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실프를 만지며 정령의 상태에 집중하던 유지한이 말했다.

“여기까지!”

“22초. 어제보다 1초 늘었네요.”

“확실해?”

“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정령 강화를 시도한 것이 22초.

이후 다시 사용이 가능해지려면 적어도 3분은 기다려야 했다.

현장감을 살려본다며 결계 안쪽에서 시도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짧은 유지 시간에 유지한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실전에서 쓰기에는 부족해.”

“너무 욕심내시네요. 당장 정령의 힘을 빌려 쓸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놀라운데…….”

“그래도 아쉽잖아.”

“앞으로 더 늘어날 거예요.”

간단한 테스트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주변을 훑으며 이동했다.

골목 여기저기, 그리고 건물 안에 진입한 괴아리까지.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괴아리를 찾아다녔다.

“주변에 마법 쏠 때마다 자꾸 여기 사는 사람들한테 미안해져요.”

“집주인은 보상금 두둑하게 나올걸.”

김시후는 자신의 마법으로 인해 구멍이 뚫린 벽을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전투 도중 길이나 건물에 상처를 입히는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익숙해졌네.’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며칠간 사냥에 익숙해진 덕분에 주변을 살필 여유까지 생긴 김시후였다.

*****

“뺘악……!”

마지막으로 저항하던 괴아리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오늘도 많이 잡겠네요.”

“몽땅에서 좋아하겠어.”

전투 끝에 바닥에 축 늘어진 괴아리들.

잠시 벽에 세워 둔 보따리 2개는 이미 다른 괴아리로 꽉 찬 상태다.

두 사람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새로운 녀석들을 주워 담았다.

그런데 그때.

“……끄아아!”

어디선가 작게 들려오는 남성의 비명.

그 비명에 담긴 것은 공포와 두려움!

김시후는 표정을 굳히며 외쳤다.

“형!”

유지한은 곧바로 비명이 들린 방향으로 달렸다.

골목 안쪽이지만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뺘아아악!”

“뺙! 뺙!”

소란이 발생하는 곳에 도착하자, 보기 드물게 11마리나 되는 괴아리와 대치 중인 파티를 발견했다.

“젠장!”

“막아! 막으라고!”

조금씩 밀려나며 상당히 버거워하는 영웅들.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가려던 유지한은 맞은 편에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닭?”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든 커다란 덩치의 몬스터가 영웅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뒤에 서 있었다.

밝은 밤색의 깃털과 머리 위쪽에 톱니 모양으로 길게 자라난 붉은 볏.

사람 피로 추정되는 붉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노란색 부리까지.

병아리가 아니라 닭이 분명했다.

“꼬끼오!!!”

엔간한 성인 남자보다 더 몸집이 커 보이는 닭이 크게 울부짖었다.

순간 움찔한 유지한은 저도 모르게 손으로 귀를 틀어막을 뻔했다.

귀가 얼얼할 정도로 큰 울음소리였다.

“쿨럭!”

“윤섭아! 정신 차려봐! 제발……!”

대치 중인 파티에는 한 남자가 여성에게 안긴 채 입에서 분수처럼 피를 뿜어 댔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의 갑옷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저 괴물 닭의 부리에 쪼인 상처였다.

“형. 저거…….”

“……돌연변이.”

돌연변이, 혹은 뮤턴트(Mutant).

지구에 등장한 몬스터 중에서도 다른 개체로 진화하거나 특별히 더 강력한 개체를 일컫는 말이다.

병아리가 성장해서 닭이 된다는 건 아주 당연한 상식이지만, 괴아리가 성장해서 괴물 닭이 탄생하다니.

김시후뿐만 아니라 유지한조차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꽈악!

“싸울까요?”

김시후가 지팡이를 세게 쥐며 말했다.

모든 판단을 유지한에게 맡긴 것이다.

‘이곳에서 입구까지의 거리는 최소 6분.’

유지한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입구에서 현장까지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2분.

그 정도면 저 파티가 전멸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지원군을 불러오기에는 너무 급박한 상황!

‘여기서 도망치더라도 꿀잼을 비난할 파티는 없겠지.'

지금껏 유지한이 MA를 다니며 돌연변이를 만나본 건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저 닭은 적어도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몬스터와 싸우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이대로 저 파티를 두고 도망치더라도, 도망자들에게는 책임이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 돌연변이와 맞서 싸우는 것이 가능할까?

‘움직일 수 있는 건 6명.’

지금 대치 중인 파티에는 부상자를 제외하면 4명의 영웅이 있다.

꿀잼까지 합하면 총 6명의 5급 영웅이 전투에 나설 수 있는 상황.

그리고 경험이 많은 유지한 본인이 거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딜러 역할을 맡은 기간은 다른 초보 영웅과 다르지 않다.

눈앞의 파티도 영웅 4명이 괴아리들을 뚫지 못하는 걸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젠장.’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가 고민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내가 큰 부상 없이 눈앞의 괴물 닭을 사냥할 확률>

<73%>

그는 조금 더 높은 가능성에 베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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