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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추방된 영웅이 너무 뛰어남-6화 (6/300)

6화. 필요없어

유지한은 약 3분 동안 날아오는 모든 표창을 성공적으로 피했다.

다음은 조금 전의 남자가 도전에 실패했던 화살 패턴이었다.

슈우욱!

나무 화살이 1발 날아왔다.

곧 화살 2발, 그리고 3발이 동시에 그에게 날아들었다.

팔과 다리 등, 몸 이곳저곳을 노리며 날아오는 화살들.

이제껏 하체를 고정하고 있던 유지한도 발을 뗄 수밖에 없었다.

꿀꺽!

밖에서 그를 구경하던 남성은 침을 삼켰다.

그는 어느 5급 파티에 소속된 5급 영웅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회피하는 솜씨 하나만큼은 3급 영웅 이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도전에 실패했던 지옥 난이도.

그중에서도 화살 패턴이 등장하는 곳은 그가 매번 실패하는 단계였다.

‘어차피 여기서 실패할 거야.’

공용 훈련소에 오는 건 보통 소규모 길드의 영웅들이다.

그저 그런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유지한이 설마 이 단계까지 와 버릴 줄 몰랐다.

그래도 여기까지다.

길이가 길고 얇은 화살은 날아오는 숫자가 많아지면 좀처럼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실전이었다면 평범한 화살 따위는 갑옷 따위로 튕겨 내거나 화살에 맞기 전에 부숴 버리는 것이 가능했겠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회피에 집중한 훈련인 만큼 그런 행위는 불가능하다.

“형, 화이팅!”

김시후는 멀리서 유지한을 응원했다.

그저 단순한 훈련이지만, 유지한이 공격을 피할 때마다 김시후가 가졌던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길드장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길드의 지분을 나눠 준 것이 헛짓거리는 아니어야 하리라.

“후우!”

화살을 피하는 유지한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고개를 들어 하늘에 올려다보면 그의 머리 위쪽으로 화살이 무려 수십 발 이상 떨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화살비였다.

‘훈련장 크기가 좀 작으니까 조심해서…….’

고글을 쓴 유지한은 AR 훈련장의 크기를 고려하며 초원을 뛰어다녔다.

당장 눈에 보이는 초원은 아주 넓어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으로 만들어진 배경인 만큼 특정 영역 밖으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후우웅—!

화살비 사이를 오가는 도중 초원에서 바람이 부는 효과가 발생하자 훈련장의 기계를 통해 실제로 바람이 불었다.

덕분에 날아오는 화살이 바람에 흔들리며 궤도가 변했다.

‘……!’

화살 하나가 그의 옷깃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몸에 직접 닿지 않았기 때문에 통과로 처리되었다.

그렇게 5분 정도가 흐르고.

“허억!”

결국, 화살 패턴도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유지한을 도발했던 남자는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불안하긴 했는데 진짜로 통과해 버릴 줄이야.

[이제 다음 패턴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화살 속도 2배]

[화살 속도 4배]

[총알]

[파이어볼]

…….

…….

[이제 지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초원]

[바닷가]

[절벽]

…….

…….

“훈련을 종료한다.”

난이도에 상관없이 화살 패턴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훈련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유지한은 다음 패턴을 선택하지 않고 훈련을 종료했다.

이 이상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돈을 내고 사용하는 훈련소인 만큼 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AR 훈련장을 빠져나오자 김시후가 다가왔다.

“형! 진짜 장난 아니네. 왜 이리 잘 해요?”

“사실은 내가 이거 랭커거든.”

“네?”

영웅 훈련에 사용되는 AR 프로그램은 어느 개발사에서 독점으로 제작하여 여러 길드에 납품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경쟁심을 부추기기 위해 순위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유지한은 회피 훈련에 도전한 영웅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가는 랭커였다.

단지 이름을 익명으로 등록해 뒀기에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김시후는 무척 놀라며 물었다.

“이름을 공개했으면 경력에도 넣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힘들걸? 순위 같은 건 자주 바뀔 수 있잖아. 경력으로는 못 쓰지.”

“그래도…….”

유지한은 AR 훈련장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를 도발하고 차례를 기다리던 남성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방금 그 사람 어디 갔어?”

“화살 패턴 끝나자마자 헐레벌떡 도망가던데요.”

“도망갈 것까지는 없는데.”

유지한은 피식하고 웃었다.

분수도 모르고 지적한 것이 민망해서 도망간 거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2급 MA.

그곳에서 김현태 파티는 사냥의 핵심인 메인 파티로서 사냥을 진행하고 있었다.

“뀌에에에에엑!!”

“뀌에에엑—!!”

콰과과과광!!!

거대한 지렁이 같은 몬스터, 자이언트 웜.

녀석들이 사정없이 몸을 비틀며 날뛰자 주변 모든 것들이 쓸려나가고,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주변의 밭과 나무는 엉망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근처에 있던 커다란 트랙터와 전봇대까지도 부서져 내렸다.

하나같이 가죽이 두꺼운 녀석들이 자기 몸에 상처가 생기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날뛰었기 때문에 좀처럼 통제가 불가능했다.

“젠장……!”

검을 땅에 꽂은 채 몸을 지탱하던 김현태는 무너진 전봇대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저 전봇대가 무너졌기 때문에 이 근처 일대는 정전되었을 것이다.

이건 예상하던 전투의 흐름이 아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없는 지역에서 전투를 시작했는데, 자이언트 웜이 생각 이상으로 날뛰는 탓에 몬스터를 가두기 위한 결계의 근처까지 와 버렸다.

김현태는 미리 전화를 연결해 둔 무선 이어폰에 대고 말했다.

“이봐! 그쪽은 괜찮아?!”

—크윽! 슬슬 한계입니다!

무전을 나눈 건 조금 떨어진 거리의 다른 파티들.

그들은 결계 밖에서 민간인에게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충격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슬슬 한계였다.

자이언트 웜들이 더 날뛰기 시작하면 결계가 부서져 버릴지도 모른다.

“근처에 남은 사람은 없겠지?”

—주변에 사람 없는 거 확인했습니다!

“결계 밖에서 대기해!”

“얘들아!”

단단한 중갑을 두른 황준호가 파티원을 호출했다.

김현태와 마법사 임시연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황준호가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스킬을 사용했다.

“여길 봐라!!”

[도발]

“뀌에에에엑!”

“걸렸다!”

적의 이목을 끄는 도발 스킬.

그 스킬에 걸려든 자이언트 웜들이 바닥에 핏자국을 만들며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공격을 가할 찬스였다.

“이 개새끼들!!”

공중으로 높게 뛰어오른 김현태가 아래로 떨어지며 양손검을 휘둘렀다.

[메테오 스매시]

강력한 힘이 담긴 공격.

그것이 정확히 그가 직전에 공격했던 상처 부위로 깊게 파고들었다.

마법사 임시연은 그를 보조하며 주변의 다른 자이언트 웜을 향해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뀌에에에엑!!”

쿠웅!

몇 분 동안 이어진 치열한 전투 끝에, 무리에서 가장 커다란 자이언트 웜이 마침내 힘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대장급으로 추측되는 녀석이 쓰러지자 남은 녀석들은 겁에 질린 듯 몸을 움츠렸다.

덕분에 상황을 정리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허억, 허억!”

“다 해치웠나?”

“나 너무 지쳤어…….”

자이언트 웜의 무덤이 된 현장.

얼추 상황이 마무리되자 자기 키만 한 나무 스태프를 든 임시연이 갈라진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창백한 얼굴이 된 그녀는 마력을 한계까지 소모한 탓에 서 있을 힘이 없었다.

황준호도 마찬가지로 무거운 방패를 땅에다 내려놓았다.

“하……. 오늘따라 전투가 힘든 것 같아.”

“여기 이놈. 대장 자이언트 웜이 생각보다 강했어.”

“역시 그거 때문이겠지?”

“당연하지. 그게 아님 뭐겠어?”

“어, 음.”

황준호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파티에서 한 명이 빠져서 그런 건…….”

“그럴 리가.”

김현태가 중간에 그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

‘빠져봤자 유지한일 뿐이야.’

김현태의 불만을 시작으로 다른 파티원까지 동조하여 결국 파티에서 쫓겨난 유지한.

그의 역할을 비유하자면, 게임에서 적당한 아이템을 넣고 다니는 인벤토리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겨우 그가 파티에서 빠졌다고 해서 파티의 전투가 힘들어질 리가 없었다.

“저기 미아 온다.”

김현태 파티에서 혼자 떨어져서 다른 영웅들을 지원하던 이미아가 그들에게 걸어왔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녀의 몸은 발끝부터 머리칼까지 온통 괴물의 피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가 조용조용한 성격과는 별개로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매우 저돌적인 전투 스타일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김현태는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아! 그렇게 무식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했잖아.”

“뭐가.”

“이제 이 파티에 널 돌봐주는 사람은 없어.”

유지한은 전투에 나섰던 이미아가 엉망이 될 때마다 가방에서 깨끗한 수건을 꺼내어 그녀에게 묻은 오물을 닦아 주었다.

매번 그런 행동을 반복한 탓에 전투를 마쳤을 때 그것은 일련의 의식 같은 일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가 파티에서 빠진 이상 그녀를 친절하게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나도 알고 있어.”

“알고 있으면 행동으로 보여. 피 냄새가 여기까지 나니까.”

“…….”

이미아는 투덜거리는 그를 가볍게 무시하고 몸에 묻은 피를 조금씩 털어 냈다.

김현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아무튼 다음 주 정도에 파티에 1명이 더 합류할 거야.”

“누구?”

“길드장님이 추천해 주신 서브 딜러. 원래는 우리 길드 11위 파티에 있던 영웅이야. 유지한하고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잘 할 거래.”

“진짜로? 잘됐네.”

“그러니까 파티 떠난 쓰레기는 이제 생각하지도 마.”

조만간 파티에 합류할 예정인 서브 딜러는 길드장의 추천을 받은 길드의 유망주였다.

이제서야 비로소 안정적인 파티가 완성되는 것이다.

“길드장님이 보장하는 거면 믿을 수 있지.”

현업에서 활동하는 영웅이 아니라 길드의 사무적인 업무에 집중하는 길드장 박중섭이지만, 김현태에게만큼은 항상 친절하고 믿음직했다.

케로즈에서 가장 많은 인지도를 가지고 큰 돈을 벌어다 주는 핵심이 김현태였기 때문이다.

‘지금쯤 집에서 울고 있겠군.’

김현태는 집에서 슬피 울고 있는 유지한의 모습을 상상했다.

유지한은 그의 파티에 필요가 없다.

반드시 그래야 했다.

*****

“웃기고 있네!”

꿀잼의 두 사람은 공용 훈련소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훈련을 즐겼다.

길드에 합류하여 처음으로 맞이하는 활동인 만큼 유지한은 크게 무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시후는 달랐다.

훈련의 결과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자 분통을 터트렸다.

“형! 저거 분명히 맞았거든요? 그런데 자꾸 빗나갔다고 나와요!”

“그렇겠지. 빗나갔으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한번 해봐.”

넓은 공간에 마련된 마법 훈련장.

마력에 반응하는 작은 표적을 맞히는 훈련이었다.

마법 스킬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제어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기 때문에, 아주 먼 거리에서 작은 표적을 맞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윈드 애로우]

김시후가 지팡이를 흔들자 허공에 바람의 화살이 등장했다.

정령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은 그는 물과 불 따위의 기본 원소 마법 중에서도 바람 계열 마법에 아주 능통했다.

손으로 볼펜을 돌리듯이 허공에 떠오른 화살을 360도로 빙글빙글 회전시키던 그가 짧은 마법 지팡이로 표적을 가리켰다.

슈우욱!

말 그대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바람의 화살이 정확히 표적의 정중앙에 직격했다.

하지만…….

[실패]

또다시 발생하는 실패 메시지였다.

“아, 진짜!”

“푸핫!”

유지한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김시후의 화살은 몇 번이나 표적을 맞혔지만, 훈련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표적이 고장 났으니까.

‘수석 졸업이라더니, 진짜 잘하네.’

표적의 문제를 알고도 가만히 내버려 둔 이유는 길드장이자 파티장인 김시후의 실력을 더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시후는 생각 이상으로 잘해 주었다.

규모가 큰 마법을 사용하는 건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마법을 제어하는 능력만큼은 이전 파티의 마법사 임시연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였다.

5급 영웅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다.

‘좋은 길드, 그리고 좋은 파티가 될 거야.’

유지한은 꿀잼이 휼륭한 길드로 성장할 것에 이견이 없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가 메인 딜러로서 완성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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