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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122)화 (12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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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와보는 뮤프리드 대신전. 카르안은 곧바로 예드프리어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수염 대신 긴 머리를 늘어뜨린 노기사는, 예전의 우울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 머리가 자란 게 그렇게 행복한 것일까.

    “그나저나 귀족이 되었다더군! 뭐 그 정도 그릇은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네.”

    “과찬이십니다. 운 좋게 자리에 오른 것뿐인데요.”

    카르안은 겸손하게 말했다. 실제로는 카르안이 계산대로 된 것이었지만, 그걸 굳이 예드프리어가 알 이유는 없다. 교주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죽은 생명도 살리는데, 귀족이 된 것 정도는 놀랍지도 않지. 그 검도 백작가에 있건 것인가?”

    예드프리어의 시선이 카르안의 허리춤으로 움직였다. 정확히 말하면 허리에 있는 검을 향해. 카르안의 허리에는 리치의 마법검이 빛나고 있었다.

    리치 토벌 이후, 카르안은 그 검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 실전에서 사용한 적은 없지만, 연무장에서 시험해 봤을 때는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예드프리어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백작 정도의 귀족이 가지기에는 상당히 귀한 검이군.......실례. 이정도 검은 알펜 왕국에서 본적이 없어서 말이야.”

    예드프리어는 알펜 왕국의 국왕과도 대면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때론 국왕이 여기로 왔고, 예드프리어가 직접 왕궁으로 가기도 했다. 그 중 한번은 알펜 왕국의 국왕이 나라의 보물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순수한 오리하르콘의 검은 보지 못했다.

    “우연히 리치와 싸우게 돼서 말입니다. 그때 얻은 것이죠.”

    “하긴 이정도 빙결 마법은 리치밖에 다루지 못하겠지.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몸을 가진 놈들이니.”

    예드프리어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데스나이트의 검을 본떠서 만든 것 같은데, 제법 훌륭한 완성도 아닌가. 지금까지 수많은 마법검을 봐온 예드프리어의 눈은, 순식간에 리치의 검의 특성까지 잡아내었다.

    최상급의 재료에 정성들인 빙결 마법이 각인되어있다. 마나만 흘리면 즉석에서 발동되도록.

    잠시 고민하던 예드프리어는, 카르안이 깜짝 놀랄 제안을 했다.

    “자네만 괜찮다면, 그 검으로 보석의 값을 대신하고 싶은데.”

    “예?”

    카르안은 눈을 크게 떴다. 악마의 보석, 그 가격을 알아본 결과 거의 성 한 채 값과 비슷했다. 그만큼 얻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바다의 지배자 레비아탄. 일단 잡으려 해도 보기가 힘들었고, 나타난다면 재앙을 흩뿌린다. 군함 수십 척에 정상급 기사, 1급과 그 이상의 대 마법사들을 동원해야 싸움이 될 만할 정도로. 그마저도 레비아탄이 바다 속으로 도망가면 잡지 못한다.

    그의 심장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 그렇기에 값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알샤인 교단 습격 때는 카르안의 공도 제법 컸기에, 그의 몫만큼은 가격에서 제외된다.

    그래도 여전히 비싸다. 백작령이 크게 휘청일 만큼. 그런데 예드프리어는 고작 검 한 자루에 그런 보물을 교환하자고 한다.

    ‘이게 그 만큼 대단한 검인가?’

    리치의 마법검. 굉장히 유용하기는 했지만, 악마의 진주가 주는 권능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무한의 마나를 뿌려주는 보석. 부러지지 않고 마법을 부리게 해주는 검. 연금술사인 카르안에게는 무조건 전자가 유용하다.

    무엇보다 지금 예드프리어에게 이 검은 큰 쓸모가 없다. 오리하르콘의 힘 덕분에 부러지지는 않지만, 이 검에 걸린 마법보다 예드프리어의 검기가 더욱 강력하다.

    그는 이미 신성력으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고, 검에 두른 신성력은 리치의 검에 걸린 빙결 마법에 뒤지지 않는다. 카르안처럼 오러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빛을 바라는 무기지만, 정점에 다다른 성기사에게는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

    “오해는 하지 말게. 어디까지나 한번 물어본 것이야.”

    예드프리어가 손을 저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욕심이네. 무구만 보면 흥분하는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아, 예. 그냥 금화로 지불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나도 그 편이 편하네.”

    카르안이 예드프리어에게 가방을 건넸다. 큰 가방은 아니었지만, 예드프리어는 망설임 없이 받았다. 가방 안을 열자, 황금으로 가득 찬 공간이 나타났다. 아공간으로 물건을 전송해주는 마법도구다.

    “사람을 불러서 확인해 보시지요.”

    “자네가 이런 걸로 장난칠 사람은 아니겠지.”

    예드프리어는 대충 금덩이를 훑어보고 가방을 닫았다. 거래는 끝났다. 예드프리어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자네의 검을 탐낸 게 이상한 모양이군.”

    “아, 그건.......”

    “사실 검보다는 그 검을 이루고 있는 금속. 오리하르콘이 필요했거든. 아무래도 악마의 진주보다는, 그게 중요했단 말이야.”

    “오리하르콘 말씀이십니까?”

    “그래. 나에게 빙결 마법은 쓸모가 없지만, 그 오리하르콘을 녹여 다른 금속과 섞으면 굉장한 무구가 되지. 마법진은 파괴될 테니, 다시 각인시켜야겠지만.”

    대부분의 마법검은 오리하르콘 같은 희귀한 금속을 소량만 섞는다. 그리고 섞는 오리하르콘이 늘어날수록 걸 수 있는 마법의 수준도 올라간다.

    대부분은 약간의 마법만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이었기에, 리치의 검처럼 전신을 오리하르콘으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결국 예드프리어가 원했던 것은 개인의 무력이 아닌, 마법검을 사용하는 강력한 군대.

    “숨길 생각은 없었네. 솔직히 그 정도의 오리하르콘과 악마의 진주는 비슷한 가격이기도 했어. 자네가 손해 볼 것은 없었네.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매물이 없다는 것이겠군요.”

    “맞아.”

    뮤프리드 교단의 교주조차 오리하르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매물이 많다면 그냥 돈 주고 사면 그만이겠지만. 그게 안 되니까 그런 것이다.

    “기왕 말한 거, 더 말해주지. 그 둘의 공통점은 그것만이 아니네.”

    “다른 것도 있나요?”

    “둘 다 지옥의 화염이 있어야 진가가 발휘된다는 점.”

    카르안은 눈을 찌푸렸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오리하르콘을 변형시키려면 지옥불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악마의 진주는 금속이 아니다.

    열심히 태워봐야 재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예드프리어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표정을 보니 이해 못한 것 같군. 악마의 진주는 일반적인 보석이 아니야.”

    “그건 알고 있습니다.”

    평범한 보석이 이런 막대한 마나를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예드프리어는 뻔한 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야. 자네는 진정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어. 이건 보석의 형태를 취했을 뿐, 실제로 보석이 아니라는 뜻일세. 레비아탄의 마나가 응축되어 있는 덩어리야.”

    “........”

    “잠깐 보석을 볼 수 있겠나.”

    카르안은 망설임 없이 악마의 진주를 건네주었다. 예드프리어가 보여준 신뢰만큼, 카르안도 같은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드프리어가 악마의 진주를 들어올렸다. 아름답지만 불길한 빛을 흘리는 보석. 마치 밤의 숲에 나타난 불여우의 눈알 같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홀려버릴 것 같은.

    “레비아탄의 진정한 힘은 해일을 일으키고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게 아니야. 가장 위험한 공격. 바로 마계의 불꽃이라네. 이 세상에서 나올 수 없는 궁극의 고온이지. 단순히 불을 뿜어내는 것만으로도 방어 마법이 박살나고, 기사의 오러가 조각나지.”

    “하지만 레비아탄은 바다에 살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카르안은 이곳에 봐서 바다를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레비아탄은 바다 속에 살지만, 그게 끝이 아니지. 바다의 끝. 심해의 한중간에는 마계와 연결된 통로가 있다고들 하지. 실제로 본 사람은 없지만.”

    “마계의 통로.”

    카르안이 말을 곱씹었다.

    “레비아탄은 평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조용히 지내지. 사냥도 전혀 하지 않고. 이상하지 않은가? 모든 생명체는 먹고 싸야 움직이는 법인데.”

    예드프리어는 털털하게 말했다. 응접실 안에는 둘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그 때문일까. 교주의 언행은 조금 경박해져 있다.

    “이건 전부 학설에 불과하지만, 레비아탄은 그 지옥에서 화염을 들이마신다고 하네. 그 불의 힘. 엄청난 에너지를 몸 안에 저장해 두는 거야. 그 열을 이용해 생존하다가, 급박한 상황이 되면 직접 뿜기도 한다는 거지. 여기서 중요한 게 있는데, 바로 악마의 진주라네.”

    “이것과 연관이 있습니까?”

    “물론. 레비아탄이 품고 다니는 이 진주는, 그 불꽃에 의해서 녹으며 힘을 뿜어낸다네. 그게 레비아탄이 무지막지한 마법을 사용하는 힘의 원천이지. 그에 비해 지금의 악마의 진주. 식어버린 그 보석은 그냥......... 힘의 일부분에 불과하네. 그러니까 빙산의........빙산의.......”

    “빙산의 일각.”

    “그래! 빙산의 일각. 자네. 여러 가지 아는 게 많군.”

    허허 웃는 예드프리어. 하지만 카르안은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대단한 정보기는 했지만, 쓸 데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지옥의 불에 의해 보석이 녹으면서, 폭발적인 마나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카르안은 지금 악마의 보석이 주는 마나조차 전부 소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사용법도 문제다. 카르안은 레비아탄같은 신적인 생명체가 아니다. 그처럼 지옥 불을 삼키기는커녕 들고 다닐 수조차 없다. 그런 무지막지한 고온의 불을 계속 들고 다녔다간, 한 시간도 못 가 탈진할 것이다.

    “하지만 그 불을 어떻게 들고 다닙니까.”

    “보석을 지옥불에 계속 달구면, 완전한 액체로 변한다네. 그리고 그걸 마시면 무한한 마나를 가지게 된다더군.”

    “........!”

    카르안이 말을 멈췄다. 무한대의 마나.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직접 그걸 마셔본 놈이 있으니까.”

    “그게 누구죠?”

    “자네의 우두머리.”

    예드프리어가 침을 꿀꺽 삼켰다. 뮤프리드 교단의 수장조차 긴장시킬만한 존재는 몇 없었다.

    “이름은 없고 보스.......라고 불리더군. 흑룡회의 왕. 그놈이 악마의 진주를 삼켰다. 지옥불로 녹여서.”

    계속해서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흑룡회의 보스라면 노인. 그가 악마의 진주를 삼켰단 말인가.

    “자네는 몰랐나보군.”

    “확실히 위화감이 있다고는 생각했습니다만. 그런 비밀이 있을 줄은 몰랐군요.”

    “당연히 위화감이 있을 수밖에. 그놈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니까. 비유가 아니라 정말 악마야.”

    “그게 정말입니까?”

    “나도 알고 있는 걸 자네가 모른다는 게 더 이상해. 흠. 하긴. 그 음흉한 놈이 지 카드를 다 보여줄 리는 없겠군.”

    예드프리어가 턱을 쓰다듬으려다, 수염을 깎았다는 것을 깨닫고 손을 멈추었다.

    “그 노인은 마계에서 레비아탄이 복귀하는 것을 기다리다가, 단숨에 그 바다괴물의 숨통을 끊었지. 그리고 그대로 용암에 악마의 진주를 녹여서 삼켜 버렸다네.”

    “아니, 그런 미친........”

    욕두문자가 절로 튀어나온다. 카르안도 레비아탄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 군대가 동원되어야 싸울만한 괴물을, 그 노인이 혼자 잡았단 말인가.

    카르안은 머리를 긁적였다. 계속해서 믿기 힘든 정보가 나오고 있다.

    “솔직히 저는 아직 신뢰가 안 갑니다. 물론 예드프리어님은 누구보다 믿고 있지만, 정보가 정보다 보니.”

    아무리 대단한 정보통을 가졌다 하더라도, 대체 보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어떻게 안다는 건가.

    “자네가 믿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가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말한 건 거짓이 아니야. 이걸 알려준 분은 내가 섬기는 신이니까.”

    “뮤프리드님이 말씀해 주셨군요.”

    “그래.”

    순간 카르안은 다른 질문도 할까 했지만, 뮤프리드도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가 직접 뮤프리드의 의식과 만났을 때, 뮤프리드는 무르짐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군. 뮤프리드님을 직접 부르기는 좀 그렇지만, 의식정도는 불러줄 수 있는데. 한번 궁금증을 풀어보겠나?”

    “아니, 괜찮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정보는 듣지 못할 것이다. 카르안은 저번에 중요한 질문을 했다가 답을 듣지 못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예드프리어는 재밌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아. 하긴. 우리 신님이 좀 무능하기는 해. 원숭이같이 생긴 게 암컷 오우거를 미녀라며 제물로 바치라 하지를 않나. 내 머리털은 치료해줄 생각도 안하고……. 하긴, 그놈 얼굴에는 오우거가 퍽 어울리긴 해.”

    “그런 말 해도 괜찮습니까?”

    “당연하지. 꼬우면 쫓아 내라고 해. 나만한 인재도 없는데. 내가 없으면 교단은 누가 운영하나? 돈만 밝히는 망할 원숭이놈.”

    예드프리어는 그동안 쌓인게 많았는지, 끊없이 불평을 쏟았다. 세상에서 신앙심이 가장 바닥을 치는 교주는 이인간이 아닐까. 카르안이 진지하게 고민할 때였다.

    갑자기 응접실 한 중간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 작품 후기 ==========

    호옥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연중은 절대 안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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