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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121)화 (1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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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나리는 방 한구석으로 걸어갔다. 빛을 내던 라이프베슬까지 사라져서, 횃불 하나에 의존해야 했다. 상당히 어두운 방. 하지만 카라나리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날짐승처럼 민감했다. 약간의 불빛만 있다면, 이정도 어두운 방은 대낮의 거리와 차이가 없었다. 그런 소녀의 눈에, 한 자루의 검이 들어왔다.

“리치가 무술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래 보이더군.”

카르안은 대낫을 들고 돌격하던 리치를 떠올렸다. 보통 리치는 가능하면 거리를 벌리려고 할 텐데, 그놈은 지가 광전사라도 되는 것 마냥 다짜고짜 돌진부터 했다.

“과연 자락투스를 섬기는 신도다워요. 이런 무구까지 구한 것을 보니.”

카라나리가 멈춰 섰다. 그리고 찾아낸 검을 꺼내들었다. 방구석에 놓여 있던 물건. 얼음 같은 냉기가 흐르는 검이었다.

“데스나이트의 검과 비슷해요. 아니, 그보다 훨씬........”

카라나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흑마법사인 리치가 무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 검이 대단히 귀한 마법검이었다.

데스나이트의 검과 비슷한 기운. 그 힘을 몇 배로 증폭시켜놓은 듯한 검이다. 보통 주인이 죽으면 힘을 잃는 데스나이트의 검과 다르게, 이 검은 여전히 고고한 냉기를 뿜고 있다.

“그게 대단한 검인가?”

카라나리 옆까지 다가온 카르안. 그도 카라나리가 들고 있는 검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검에 대한 지식은 영 부족해서, 사실 이게 좋은 검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시원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게, 여름에 곁에 두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상당한 수준의 마법검입니다. 아마 유능한 대장장이가 만들고, 마법은 리치가 직접 걸은 것 같습니다. 상당히 공들여 만든 검 같아요.”

카라나리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은빛의 서늘한 칼날. 그 검신을 보는 순간, 카라나리의 눈이 커졌다.

검의 재료. 철이나 합금이 아니었다. 악마가 사는 곳, 지옥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금속.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검이다.

“이 금속은 오리하르콘........”

“귀한 금속인가본데.”

카르안은 검에 대한 지식은 없다. 하지만 카라나리가 저렇게 감탄하는데, 그게 평범한 물건일 리가 없었다.

“예. 오리하르콘은 악마들이 거주하는 지옥에서도, 소량씩밖에 채굴되지 않는 금속입니다. 열에 너무 강해서 지옥불이 아니면 제련할 수 없다고들 합니다만.”

지옥. 악마들의 거주지는 이곳과 다른 차원에 있다. 특별한 마법사가 아니면 그곳까지 넘어갈 수도 없고, 넘어간다 해도 곧장 악마들의 사냥감이 될 것이다.

그것은 리치 같은 대마법사도 마찬가지. 몰래 숨어들어가서 강탈해 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리하르콘은 오직 악마들의 금속.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악마의 허가가 필요하다.

“뭐, 흑마법사답게 영혼이라도 바쳤나보지.”

“그럴 것 같기도 하네요.”

카라나리도 시원하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악마를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데, 오리하르콘을 얻는 방법을 알 길이 없었다.

“아무튼 좋은 검이라는 거지? 네가 쓰면 되겠네.”

카르안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분명 귀한 검이고, 팔아도 그 가치를 상상하기 힘든 물건이다. 하지만 카르안은 카라나리에게 별일 아닌 것처럼 줄 수 있었다.

그만큼 카라나리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 검으로 그녀의 힘이 늘어난다면, 그건 곧 자신의 힘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 그 뜻을 이해한 카라나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누군가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준다. 용병으로 살던 소녀가 격어보기 힘든 감정이었다. 그들은 항상 카라나리를 이용하기 쉬운 도구로만 바라봤으니까.

“아, 그건.......”

카라나리는 검신을 들어 올려보았다. 묵직한 검과 두터운 검신. 평소 그녀가 사용하던 검과 다르다. 카라나리는 날렵하고 긴 검을 사용했다.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쾌검. 빠른 속도의 검술을 펼치기 위함이다. 묵직한 검을 사용한다면 검술의 힘을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속도를 희생해야 한다.

결국 카르안의 호의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카르안님이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검에 걸린 마법은 훌륭하다. 스치기만 해도 몸속을 얼어붙게 만드는 칼날. 거기에 사용자가 마나를 주입하면 높은 등급의 빙결 마법도 사용할 수 있다. 원거리 마법을 사용하게 만들어주는 마법검. 과연 리치가 공들여 만든 작품다웠다.

일반적인 금속으로는 이런 완성도를 내기 힘들다. 검을 만드는 합금에는 이정도 수준의 마법을 걸 수도 없고, 몇 개의 마법만 걸더라도 내구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검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다른 무구와 부딪히면서 싸우는 것인데, 마법진은 충격에 약하기 때문이다.

오리하르콘은 다르다. 강철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단단함. 충격을 유연하게 흡수하는 탄성까지 전부 갖추었다. 게다가 오리하르콘 위에 한번 새겨진 마법진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마법검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금속이라고 해도 될 정도.

유일한 단점이라면 무게가 더럽게 무겁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검은, 카라나리가 사용하는 것보다 몇 배는 무거웠다.

‘호의는 감사하지만.......’

묵직한 마법검보다는 지금 손에 익은 검이 더욱 유용했다. 그녀의 오러는 갑옷도 벨만큼 예리했고, 조금 더 수행한다면 그 오러를 원거리에서 날려버리는 경지까지 오를 것이다.

차라리 검술에 미숙하고 마나를 사용하는 카르안이 사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원래 이 검은 리치의 검. 검사가 아닌 마법사를 위한 검이었으니까.

“조만간 카르안님은 제 검술을 사용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때를 준비하세요. 분명 이 검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카라나리는 카르안에게 검을 넘겼다. 카르안이 검을 쥐자, 무거운 무게가 느껴졌다. 검을 배워본적이 없어서 영 어색했지만, 그는 허공에 칼을 휘둘러보았다.

부웅 소리와 함께 차가운 냉기가 퍼졌다. 무게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기에, 문외한인 카르안이 봐도 훌륭해 보이는 검이다.

훌륭한 전리품을 얻었다. 카르안과 카라나리는 검을 챙기고 다른 곳도 뒤져보았다.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검은 큰 수확이었다. 그만한 물건이 잔득 나올 거라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뒤에 카르안이 발견한 것은 흑마법 관련 마법서 몇 개, 금괴가 잔뜩 들어간 상자 하나였다. 번쩍거리는 금덩이들의 가치는 쉽게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지만, 리치의 것이라기에는 약간 부족했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연금술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 리치는 골렘에게 함정이 전부 해제될 정도로 연금술에 무지했다. 만약 연금술까지 익혀 두었다면, 골렘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공부했으면, 이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겠지.

‘마법서는 뮬리펜씨에게 주면 좋을 것 같고....... 카라나리와 레이아라에게는 금괴를 적당히 나눠주면 되겠군.’

흑마법에 관련된 서적. 전부 팔아도 되지만, 그것은 뮬리펜이 마법을 습득한 후에 해도 될 일이다. 당장에 돈이 궁하지는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공부할 마법서가 부족한 뮬리펜이다. 마법서는 돈이 있다고 해도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카르안과 카라나리는 광산 밖으로 나갔다. 안에서 제법 시간을 끌었기에, 레이아라와 뮬리펜은 보이지 않았다. 함께 왔던 사병들도, 그녀들과 돌아간 것 같았다.

당연히 전부 가버리지는 않았다. 그들을 기다린 것은 7명의 기사들. 나머지 3명의 기사들은 병사들을 지휘해야 했기에 빠진 것이다. 기사들은 카르안을 보자 고개를 숙였다.

“말을 준비했습니다.”

기사들은 집을 실을 말까지 준비해 두었다. 안에서 부피가 많이 나가는 보물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괴는 제법 무겁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말까지 필요하지는 않았다. 카르안이 준비해온 가방이 있기 때문. 일반적인 가방은 아니고, 마법이 걸린 도구다. 백작가에 고이 보관되던 마법도구였다. 다른 공간과 연결된 가방은, 안에 창고 하나 정도의 물건을 넣을 수 있다.

카르안은 챙겨온 보물을 그 안에 전부 넣어버렸다. 무게는 가방의 무게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기사들과 카르안, 카라나리는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다.

“근데 이 검. 잘못해서 손가락이라도 베이면 어쩌지?”

저택으로 가는 중, 카르안이 진지하게 물었다. 베이기만 해도 온 몸이 얼어붙는다고 하지 않았나. 검을 잘못 휘둘러서 팔이라도 다치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자살이 될 것이다. 아마 죽고 나서도 몇 십 년은 비웃음거리가 되겠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 마검은 마나를 주입한 주인을 해치지 않으니까.”

“그런가.”

격렬한 전투를 벌이다보면, 자기 검에 살짝 베이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자기무기에 심각하게 베이는 놈은 멍청이지만, 어느 정도 베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마법검이라.”

지금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지만, 카라나리의 검술을 익힌다면 쓸모 있어질 것이다. 카르안은 말을 빠르게 몰았다. 긴 숲이 끝나고, 알페라츠 백작령이 보이기 시작했다.

2.

이너리움 광산 토벌이 끝났다. 큰 일을 마쳤지만, 카르안은 더 바쁘게 움직였다. 새로 고용하게 된 부하들을 관리해야했고, 흑룡회와의 힘겨루기도 해야 했다.

명목상으로는 카르안이 흑룡회의 부 지부장이지만, 사이프카르는 이 영지를 전처럼 통제하고 싶어 했으니까. 카르안의 허락 없이 말이다. 당연히 카르안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세 달이 흘렀다. 알페라츠 백작령은 새로운 지배자에게 익숙해졌고, 카르안은 이제야 조그마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유능한 부하에게 전부 맡겨버리고 자신은 놀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과 현실은 상당히 달랐다. 부하들 사이를 조율하고, 공식적인 행사에 나가다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세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카르안은 그 기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려 했다. 그 결과, 나름대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첫번째로 만들지 못했던 검술 복제기를 완성했다. 다른 검사의 검을 그대로 복제하는 장치. 기계가 복사 대상의 움직임을 읽고, 그것을 구체 형태로 압축시켜 내뱉는다. 그리고 그 구체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전투회로라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다.

카르안의 척수에 새겨진 전투회로.

지금 카르안의 안에는 카라나리의 검술이 대부분 집약되어 있다. 예상대로 전부 복제하지는 못하고, 7할 정도의 움직임을 복사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카르안이 카라나리의 70퍼센트. 그 정도나 되는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움직임을 복사하는 기계의 한계 때문이다. 카르안은 그녀처럼 오러를 만들 수가 없다. 복사기의 원리가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었기에, 복사한 것은 효율적인 움직임뿐.

생각처럼 압도적으로 강해질 수는 없었지만, 어지간하면 근접전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카르안에게는 리치의 마법검이 있었다. 그의 넘치는 마나를 이용하면, 오러보다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카르안의 체력과 마나가 상승했다. 강화포션의 재료를 사들인 다음, 직접 포션제조를 해서 몸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당연히 강화 포션을 직접 사는 것보다 몇 배 이상의 가성비를 누릴 수 있었다.

근력: 57

체력: 40

물리저항력: 22

마법저항력: 12

마나: 294

익숙해진 능력치. 마나가 압도적일만큼 강하게 상승했다. 악마의 진주는 무한대의 마나를 제공해 주지만, 마나량이 증가할수록 한 번에 많은 마나를 소비할 수 있다. 전처럼 100조차 안되는 마나 량으로는 한번에 100 이상의 마나를 소비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마나량은 300에 가깝다. 더욱 많은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부담도 확실히 줄어든다.

그의 측근들도 성장했다. 뮬리펜은 리치의 마법책 덕분이다. 그녀는 세달 만에 초보적인 마법책을 졸업하고, 이제 흑마법에 입문하기 시작했다. 한때 빛의 성녀였던 소녀가 이제는 흑마법의 뱀파이어라니. 세상일이라는 게 어떻게 돌아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닐까.

카라나리는 검술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 카르안은 일부러 그녀를 기사단에 넣지 않았는데, 그게 수련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단 생활을 하다보면 개인적인 수련시간이 줄어든다.

가장 신기한 것은 그녀가 딱히 다른 스승이나 검법서 같은 것을 구하려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녀는 필요한 게 없냐는 카르안의 부탁에,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뿐이라도 답했다.

카르안은 과거 생각을 멈추었다. 지금은 눈앞의 사내를 상대하는게 먼저.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몇 달만인가. 하도 오랜만이라 얼굴도 잊을 뻔했군.”

“교주님의 머리는 더욱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자네가 봐도 그렇지?”

뮤프리드 대신전 앞. 카르안은 교주 예드프리어를 보며 웃어주었다. 하지만 속은 영 불편했다.

악마의 진주. 그 값을 지불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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