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115)화 (115/124)

<-- 이너리움 광산 -->

“저놈들 정말로 저러고 있네.”

카르안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기사에게 들은 그대로다. 저놈들은 정말로 히죽거리며 카르안의 병사들을 반기고 있었다.

수는 약 40명 정도. 그리고 노예처럼 붙잡혀 있는 고블린은 10명 정도 되어 보인다.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다짜고짜 칼질부터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카르안 옆의 기사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래도 좀 꺼림칙한 게 사실이다. 저렇게 노골적인 환대는, 그 뒤에 숨은 칼날을 숨기기기 위한 포장이 아닐까.

소리장도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카르안이 우두머리를 향해 소리쳤다.

“너희 대장과 할 말이 있다!”

“좋다!”

오크들은 별 말 없이 받아들였다. 호의적인 대답. 카르안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모여 있는 오크들에게 다가갔다. 그의 경호를 맡은 기사가 눈을 크게 떴다.

“위험합니다!”

“아니. 위험하지 않아.”

카르안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자신이 홀로 걸어간다면, 저 오크 대장도 알아서 나오겠지.

과연 제국어를 할 만큼의 지능이 있는 오크. 그는 카르안의 뜻을 알아차리고 혼자 걸어 나왔다. 그는 인간과 1:1로 싸워서 질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저 오크는 카르안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했으니까.

카르안을 고작 해봐야 평범한 인간. 고상하게 자란 귀족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무력 싸움으로 번진다면, 한주먹에 박살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인질로 쓸 수 있겠어.’

오크 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인간과 길게 말을 섞고 싶지는 않았지만, 만약 기사들이 덮친다 하더라도 카르안만 제압하면 된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오크대장이 카르안의 얼굴을 확인했다. 다른 인간보다 약간 날카로운 인상. 검술을 배운 듯 다부진 체격. 예상보다 거칠게 생겼지만, 딱히 위험할 것은 없어보였다.

오크대장이 팔짱을 꼈다. 일부러 과장스럽게 움직이며,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

“뭐가 불만인가. 인간들을 대장.”

“너희들이 이런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

카르안이 입을 열었다. 이 오크들이 무슨 놀이공원 마스코트도 아니고, 쇠몽둥이를 든 채 환영한다 해봐야 누가 믿겠는가. 지나가던 원숭이도 코웃음 칠 것이다.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너희들도 저 광산에 볼 일이 있는 거겠지.”

“아니, 우리는 이 곳 근처에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 가능하면 너희 인간들과 마찰 없이 지내려하고.”

“여기서?”

“그래. 가능하면 피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오크의 것이든, 인간의 것이든.”

오크가 거대한 이를 드러냈다. 시체 썩는 냄새,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카르안은 손을 부채질하듯 흔들어 냄새를 밀어냈다.

“피를 보고 싶지 않다라.”

카르안은 그런 오크를 노려봤다. 그 날카로운 눈빛에, 오크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카르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거짓말이다.’

너무 뻔한 거짓말. 여기가 강 근처에 사냥감이 풍부한 곳이라면, 정말 정착하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은 오크가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이제 곧 이너리움 광산도 개발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광부들도 여기 자리를 잡을 텐데, 광산 앞에 서서 ‘어서 와라 인간들!’하고 끝도 없이 소리칠 셈인가.

“그냥 솔직하게 말해. 너희는 이 광산에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 그래서 여기 모인 것이고.”

“상상력이 풍부하군. 멋대로 생각해라.”

“너희는 이너리움과 아무 관계도 없지. 그러면 왜 여기 있는 것일까.”

카르안이 무시하고 이야기를 하자, 오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종족이 다르지만, 카르안은 저 오크가 상당히 난처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국어를 배울 만큼 지능이 있어봐야, 그는 오크에 불과하다. 생각이 너무 직선적. 카르안이 오크대장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혹시 돈 되는 물건이라도 숨겨두었나?”

“취익- 이, 인간!”

어설픈 제국어가 들렸다. 카르안의 도발에 뒤에 서 있던 오크 한명이 튀어나온 것. 오크 조직의 부대장이었다. 거대한 덩치의 오크. 우두머리가 모욕당하자 참지 못하고 달려왔다.

쿠웅!

카르안의 위협하기 위한 어설픈 제국어로 소리친 부대장. 다만 발놀림은 어설프지 않았다.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도, 순식간의 카르안과의 거리를 좁혔으니까. 그가 거대한 덩치로 오크 대장과 카르안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 한번, 죽인다!”

‘뭐라는지 잘 모르겠지만, 죽이겠다는 뜻인가?’

카르안이 그 거대한 근육의 벽을 올려다봤다. 한눈에 봐도 다른 오크의 2배는 될 듯한 덩치. 주먹은 어지간한 오크의 머리통만 했고, 팔뚝에는 단단한 근육이 꿈틀거린다.

“.......”

오크대장이 부대장에게 오크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거대한 오크는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대장의 한걸음 뒤. 그 곳에 서서도 카르안을 노려본다.

다시 오크대장에게 무례한 짓을 한다면, 한 대 치기라도 할 기세였다. 카르안은 저 근육덩어리를 도발할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 해봐야 얻을 것도 없었다.

오크대장이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협력을 약속했고, 너희는 그냥 편하게 안을 탐사하면 된다. 우리가 여기서 있는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할 자격은, 너에게 없다!”

“그러면.”

카르안이 중얼거렸다.

“탄광 안에 비석. 거기에는 뭐라고 적혀있는 거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오크대장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카르안은 머리를 긁적였다. 방금 대답으로, 한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저 오크들도 탄광 안을 조사해 봤다는 것. 그리고 정체불명의 비석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었다는 것도. 그렇지 않다면, 방금 질문에 ‘무슨 비석?’이라는 대답이 나와야했다.

카르안은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종합했다.

오크들은 저 탄광 안을 조사했었다. 오크들은 이너리움이 필요 없으니, 아마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돈이 되거나 귀중한 물건일 것이다.

카르안은 뒤쪽을 돌아봤다.

병사들이 긴장한 채 대기하고 있다. 기사들은 당장이라도 돌격할 것 같았고, 카라나리 또한 말에서 내려 발끝에 힘을 주고 있다. 그녀의 순간적인 추진력은 말 이상으로 빠르다.

카르안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단숨에 오크들을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가까이’있는 카르안의 수하가 한명 더 있었다.

카르안은 어둠 한 가운데, 광산 위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끝내자.”

“뭐?”

오크대장이 이상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뜬금없는 한마디. 그 의미를, 카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곧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게 될 테니까.

투욱-

“윽?”

오크 대장 바로 뒤에 서있던 거대 오크. 그의 목에 긴 화살이 박혔다. 척추를 정확히 관통했는지, 그는 몸을 잠시 경련하다가 푹 쓰러져 버렸다.

쿵!

얼마나 덩치가 큰지,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나자, 오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오른팔. 무식하지한 힘 하나는 강력한 부대장이 죽어있다. 더 무서운 것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뒤늦게 부대장의 목에 박힌 화살을 확인했다.

‘화살? 어디서?’

인간보다 밤눈이 좋은 오크인데도 불구하고,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크대장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얼른 허리로 손을 뻗었다. 그가 애용하는 장검이 거기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검을 뽑지 못했다. 카르안은 당황한 오크대장의 빈틈을 노린 것. 그가 허리에 찬 검을 뽑기도 전에, 카르안이 주먹으로 오크의 턱을 강타했다.

“크억!”

오크대장은 몸에 힘이 풀려 쓰러져 버렸다. 눈이 핑 돌아가는 게, 주먹이 빈틈없이 들어갔다. 과연 힘은 쓰는 행동대장 역할은 부대장이었는지, 이놈은 기습에 쉽게 쓰러졌다.

“지금이다!”

기사들이 우렁찬 외침과 함께 돌격했다. 한 박자 늦게 돌격한 것은 병사들. 그들은 기사들을 따라 검을 뽑고 달려들었다.

“취익!”

오크들도 각자 무기를 뽑아들었다. 하지만 그 대열이 어수선한 게, 지금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아보였다.

그들을 지휘해야할 대장과 부대장이 전부 당했다. 만약 야생의 오크들이었다면, 그래도 용기 있게 달려들었을 텐데, 평소 대장의 명령을 받고 지내던 오크들은 검을 뽑고 소리만 지를 뿐이다.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

“간다!”

일차적으로 기사단의 돌격. 딱히 거칠 것 없는 평지였기에, 기사들의 기마 돌격은 정면으로 오크들을 헤집고 지나갔다. 창이고 뭐고 그냥 싸구려 철검이나 몽둥이로 무장한 오크들이다. 대놓고 돌격해도 막을 수가 없다.

“와아아아아아!”

그 뒤로 돌격한 병사들.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진 오크들을 사냥했다. 비록 오크의 힘이 강력하다고 하지만, 중무장한 병사 두세 명이 짝을 지어 덤비자 속수무책. 병사들은 피해 없이 오크들을 학살했다.

푹-

“크에에엑!”

게다가 어디선가, 자꾸 화살이 날아온다. 어두운 저녁, 미지의 공간에서 날아오는 화살. 저격수의 위치는 보이지도 않는다.

고블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주인인 오크들이 정신을 못 차리자, 자기들끼리 도망가 버렸다. 오크들은 점점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크아아악!”

5분도 되지 않았다. 오크들이 도주를 시작한다. 오크들에게는 행운이겠지만, 병사들의 포위가 견고하지는 않다. 풀숲으로 도망친다면 살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조차 헛된 기대였다. 오크들을 한번 쓸고 갔던 기사단. 그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손에 묵직한 무언가를 들고.

그물이었다. 거대한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만든 그물. 도망치던 오크들은 그 그물을 보자마자 공포에 질렸다.

그들은 오크들을 한번 휘젓자마자, 말머리를 돌려 마차로 향했다. 마차 안에 있던 물건은 포박용 그물이었다. 크기도 크고, 그만큼 무겁기도 한 물건이다. 하지만 기사들은 강력한 근력으로 그 그물들을 쉽게 들어올렸다.

“이랴!”

기사들이 도망치는 오크들을 향해 그물을 던졌다. 허겁지겁 달아나던 오크들. 그들은 그물에 몸이 엉킨 채로 버둥거렸다.

“저항한다면 전부 죽여 버리겠다.”

기사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오크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적극적으로 그물을 벗어던지던 오크의 머리를 잘라버리자,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파악한 것 같았다.

카르안의 병력은 별다른 희생자 한명 없었다. 일방적인 학살. 카르안은 열 마리도 넘는 오크를 포획할 수 있었다.

“보기 좋은 광경이군.”

“혹시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닌가요?”

뮬리펜이 질렸다는 듯 말했다. 아무리 오크라지만, 이런 광경이 보기 좋을 리 없다. 여전히 말랑말랑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

“그보다 화살은 어디서?”

“오크들보다 밤눈 좋은 사람이 있거든. 아, 마침 저기 오는구나.”

어디선가 울리는 말발굽소리. 말을 탄 엘프가 먼 곳에서 다가오고 있다. 거대한 활을 들고 있는 레이아라였다.

“정말....... 갑자기 불러내서 시키는 일이라는 게.......”

그녀는 오랜만에 입어보는 용병복장이 어색한지, 연신 투덜거렸다. 하지만 카르안은 어깨를 한번 으쓱한 뿐.

“잘 어울리는데 뭐.”

처음부터 레이아라는 카르안이 준비한 저격수. 생각 외로 너무 시시하게 끝났지만, 혹시라도 강력한 적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한 카드다.

그보다 레이아라의 원거리 저격은, 카르안의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마력이 깃든 저 장궁의 최대 사정거리는 2km 이상. 그리고 레이아라는 그 사정거리 내에서 100%에 가까운 명중률을 낼 수 있다.

무슨 저격총 수준의 위력이다. 물론 단순히 힘으로 쏘는 게 아니라, 레이아라의 마법이 들어간 결과물.

“이 오크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카라나리가 카르안의 주먹에 쓰러진 오크대장을 가리켰다. 거품을 물고 쓰러진 오크. 카르안은 놈의 얼굴을 발로 쿡쿡 찍었다. 그러자 오크는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쿠욱...... 취이익......”

“일단 포박부터 하는 게......”

뮬리펜이 걱정스럽게 말했으나, 카르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카르안 바로 옆에는 카라나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 주먹에도 맞고 쓰러진 녀석이야. 걱정할 필요 없어.”

그 순간 오크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잠시 상황파악이 안 되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카르안을 보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퍼억-

물론 붙기도 전에 카라나리의 발에 짓밟혔지만.

“내가 널 왜 살려뒀는지는 알고 있겠지?”

카르안이 오크대장에게 얼굴을 붙였다. 그러자 그 오크대장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아는 것만 말해주면 죽이지는 않는다.”

카르안이 친절하게 말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