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110)화 (110/124)

<-- 길들일 수 없는 짐승 -->

“이제 보석 값도 걱정없겠어.”

카르안은 품속에서 ‘악마의 진주’를 꺼냈다. 이제 골렘의 동력역할을 하고 있는 보석. 이제 값을 치를 시간이다.

카르안은 백작의 재산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평소에 시민들을 쥐어짠 덕분에, 그의 창고는 금화로 가득했다. 뭐 때문에 이렇게 돈을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르안에게 좋은 일만 한 셈이다.

악마의 진주는 여전히 비쌌지만, 백작의 재산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 카르안은 예드프리어에게 전해줄 금화를 따로 준비했다.

“아. 그리고 광산 개발.”

카르안은 잊고 있던 광산을 떠올렸다. 이너리움 골렘을 만들 때 필요한 이너리움 광산. 어차피 이너리움을 파 봐야 혼자 사용할 것이다. 광산을 새로 개발한 만큼의 양은 필요 없었지만, 유통되는 이너리움 자체가 없다시피 해서 하나라도 얻으려면 새로 광산을 파야했다.

카르안은 알페라츠 백작령에 질 좋은 이너리움을 만드는 광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덕에 카라나리와 약속도 했었지. 여동생인 아르나를 도와주는 대가로, 폐광 앞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을 제거해달라고.

카라나리 혼자만 보낼 생각은 없다. 기왕 할 일은 확실하게. 카라나리뿐 아니라, 기사들과 사병들까지 보내서 완벽하게 처리할 생각이다.

‘또 문제가 하나 있지.’

카르안의 전투회로. 거기에 카라나리의 검술 입력을 실패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아마 치프가 사용했던 기계, ‘복사기’를 처음 만드는 것이기에 예측 못한 변수가 있던 것 같다.

“뭐, 그거야 시간만 들이면 되는 문제고.”

급하게 만드느라 그랬을 뿐이다. 어차피 직접 시간만 투자한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

그 외에 남은 일은 백작의 장례식. 그리고 혼란스러운 백작가를 진정시키는 일이다. 백작령의 주인이 바뀐 이상,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 백작가 안과 밖.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민심을 잡아야했다.

그리고 카르안은 그들을 다루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정규 교육 같은 것은 받지 못했다. 거기에 인터넷은커녕 신문 같은 소식지도 없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굉장히 좁다. 즉, 좋게 말하면 순박하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했다.

그들을 선동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창고에 저장된 밀가루를 빵으로 바꾸고, 금화를 술로 바꾼다. 그리고 며칠 정도만 백성들에게 퍼 주는 것이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카르안에게 좋은 소문이 퍼진다. 백작님은 아주 자비로우신 분이더라. 평민들을 위해 술과 빵을 베풀어 드린다. 거기에 흑룡회와 힘을 합쳐, 유흥에 대한 규제도 완전히 풀어버린다.

그러면 백성들은 카르안이 던져주는 싸구려 쾌락을 받아먹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저항 따위는 하지 않는 순종적인 노동자가 되겠지.

단, 사람들을 선동할 수 있는 소설과 연극 등은 규제한다. 전형적인 우민정책. 시민들은 깊은 사고를 하지 않게 된다.

그것으로 좋다. 카르안은 충실하게 일한 노예를 원했지, 저항의 불씨를 키우는 철학자가 필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멍청한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도, 쌀알은 똑같이 나온다.

“슬슬 움직여볼까.”

카르안은 길게 기지개를 폈다. 이제부터 관리는 가능하면 아랫사람들에게 맡길 생각이다.

백작이 되었지만, 거기에 묶일 생각은 없다. 백작이란 자리조차도, 어차피 이용해야 할 도구에 불과하다.......

2.

“이너리움 광산을 새로 파신다고요?”

“이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다고 들었다.”

백작가의 응접실.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머리를 긁고 있다. 한평생 거친 일을 하며 살아온 듯,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로 가득했다.

카르안이 돌아온 회계사 커로스에게 명령했던 것이다. 백작령에서 경험 많은 광부를 데려오라고. 커로스는 헐레벌떡 광부를 찾아 돌아다녔고, 결국 한 시간도 안 돼서 백작령의 최고참 광부를 불러냈다.

눈앞에 있는 사내. 그는 지금 인력소의 소장으로 지내는데, 일손이 부족할 때는 직접 뛰기도 하였다. 그 광부가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작님. 광산을 개발하는 데에는 큰돈이 들어갑니다.”

망해버린 광산을 새로 판다는 것. 당연히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력이란 곧 금화. 결국 돈이 엄청 깨진다.

광부는 카르안을 슬쩍 올려봤다. 흑룡회 출신으로, 알페라츠의 이름을 이을 새로운 백작. 그런데 젊어서 그런가, 너무 도전적인 행동을 한다. 뜬금없이 폐광을 개발하라는데,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너리움같이 돈 안 되는 물건을 뭐하러 캐냅니까.”

“백작님 앞이오. 무례한 말은 삼가주시오.”

옆에 서 있던 백작가의 지휘자, 커로스가 눈치를 줬다. 카르안은 지금 백작이지만, 그 전에는 흑룡회 부 지부장이었다. 잠깐 지내본 결과 그렇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흑룡회가 괜히 흑룡회인가.

성질을 건드리면 사람하나 담그는 것은 한 끼 식사하듯 할 수도 있다. 카르안에게서는, 지금까지 모셔온 귀족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광부는 소신 있게 대답했다. 평생을 광산에서 지낸 몸이다. 터프함 하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이게 다 백작님을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이너리움은 한물 간 금속!”

광부는 카르안과 눈을 마주쳤다. 카르안은 평소와 같은 표정. 광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연금술사였던가? 이너리움을 캐서 연구를 하려나본데.’

하긴, 한때는 둘도 없는 신비의 금속이라고 떠들어 댔다. 그러니 한번 보고 싶었겠지. 하지만 광부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최고위 골렘술사가 아니면 다룰 수 없는, 꿈과 같은 금속이라는 것을.

“거기에 큰돈을 투자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판단은 백작님이 할 것이네. 자네는.......”

“아니, 이 분야는 제가 전문가 아닙니까! 이너리움에 투자했다가 망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에요.”

광부가 소리치자, 커로스는 카르안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화가 나지는 않은 표정. 오히려 카르안은 광부에게 더 이야기해보라는 듯, 눈짓을 했다.

“이건 저희 광부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이너리움의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을 때, 그 소식을 접한 젊은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상인의 밑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살았는데, 우연히 그 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죠. 상인과 동료들의 대화를 엿들은 것입니다.”

광부가 예언가처럼 속삭였다.

“그 청년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 모아온 돈을 전부 처박자고. 원래 그는 돈을 모아 상인이 될 생각이었습니다만, 그 돈으로 이너리움을 산 것이죠.”

“어허, 어리석은 선택을......”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든 커로스. 그가 한탄했다. 회계사인 그가 보기에는, 가격이 한창 치고 올라갈 때 투자하는 것은 위험했다. 언제 고점을 찍고 떨어질지 모르니까. 작은 돈 정도라면 도박하듯 투자해볼만 하지만, 전 재산을 다 거는 것은 미친놈이나 할 것이었다.

“물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일 년을 죽도록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 하루아침에 생기는데 혹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 욕심의 대가는 엄청났습니다. 그가 이너리움을 사자마자, 그 금속의 가격이 기적같이 떨어졌으니까요. 하루 사이에 반 토막. 또 그 다음날 반토막........”

“끔찍하군.”

카르안도 혀를 찼다. 그가 궁금한 듯이 말했다.

“결국 그는 지금까지 벌어둔 금화와 은화 대신, 녹슨 철조 각만도 못한 이너리움만 잔득 끌어안게 된 거죠.”

한때는 골렘의 성능을 극대화 시켜줄 수 있다면서 환영받던 금속이었다. 하지만 하필 그 금속을 처음 발견한 게 왕국의 수석 연금술사. 그것도 골렘의 장인이었다. 그쯤 되는 사람이니까 이너리움을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너리움을 그 수석 연금술사 급 실력자만 다룰 수 있다는게 드러났다. 결국 그 허울이 벗겨지자, 이너리움은 그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그 청년은 어떻게 되었나.”

“폭풍우 치는 밤에, 강으로 몸을 던졌다더군요. 그것도 고철이 된 이너리움을 품에 잔득 안고서.”

광부가 침을 삼켰다.

“그를 말리던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유언이 아주 유명합니다. 끝이다. 이상을 안고 익사한다.......라고.”

“어휴.”

커로스는 알 수 없는 답답함에 가슴을 두드렸다. 자신도 이리저리 투자를 해 봤기 때문에, 남일 같지가 않았다.

“쯧쯧. 멍청한 놈이군. 그런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에 전 재산을 걸다니.”

“그건 그렇죠.”

커로스가 중얼거렸다. 순박한 청년의 생각 없는 투자가, 꽤나 한심한 결말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카르안은 광부에게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멍청한 청년처럼 불확실한 투자를 하지 않아. 그 이너리움은 내가 쓸 거니까.”

“직접 말씀이십니까?”

광부가 못들을 소리를 들은 것처럼 말했다. 직접 이너리움 골렘을 만든다는 것인가.

평생을 골렘 하나에 바쳐온 장인들도 쉽게 다루지 못하는 게 이너리움 골렘이다. 재능과 노력, 두 개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절대 이너리움 골렘을 조종할 수 없다.

‘소문으로 골렘을 다룬다고는 들었는데........’

분명 소문에 따르면, 카르안은 무시무시한 아이언 골렘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포션 제조 능력도 타고나서, 그 힘을 기반으로 흑룡회의 부 지부장이 되었다고.

분명 재능을 타고나기는 했다. 하지만 아이언 골렘과 이너리움 골렘은, 그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 과연 재능이 있다고, 벌써부터 이너리움 골렘을 다룰 수 있을까.

“백작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제가 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잘 부탁하네. 백작님이 자네를 신뢰하기 때문에 부른 것이니까.”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 일만 몇 년, 아니 몇 십 년을 했습니다.”

결국 광부는 손을 들었다. 카르안 백작이 허언증 환자인지, 정말 전설적인 연금술사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어느 쪽인지 알 필요도 없고.

중요한 것은, 백작을 도와주면 분명 자기에게도 뭔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작을 거역하면, 백작이 곧 왕이나 다름없는 영지에서 무슨 수로 살 수 있겠는가.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다.

“허나 지금 이너리움광산에는 몬스터들이 몰려 있습니다. 고블린이나 오크부터, 공포스러운 오우거까지 있다고 하는데. 저 혼자서는 광산까지 가지도 못할 것입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어차피 그곳은 한번 정리할 생각이었으니까.”

카르안이 대답했다. 석궁으로 사병을 무장시키고, 기사단을 운용한다면 손쉽게 몬스터들을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오우거가 굉장히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소수. 사병들의 화살 세례에는 이겨낼 수 없겠지.

“자네가 할 일은 안전해진 광산을 한번 확인해주는 것이야. 안의 상황은 어떤지. 대충 얼마만큼의 이너리움을 채굴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

“그건 맡겨만 주십시오! 그건 제가 전문가입니다.”

광부는 위험한 일을 맡지 않게 되어 안심한 듯 했다. 그는 이 일은 자기가 맡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후, 사무실로 돌아가 버렸다.

“요란한 사람이군.”

“하지만 실력은 확실합니다.”

커로스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광부의 언행이 거칠어서 카르안이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별 마찰 없이 끝났다. 과연 흑룡회 출신답다고 해야할까. 귀족 특유의 허례허식이 없다.

“그러면 카라나리를 불러와줘.”

폐광 근처의 몬스터를 정리하는데 카라나리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 여동생을 도와줄 때부터 그런 조건을 달기도 했고. 하지만 커로스는 고개를 저었다.

“마침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카라나리님을 만났는데, 오늘은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한다더군요. 백작님께 죄송하다 전해달라고.......”

“그래?”

그렇다면 왜 직접 말하지 않은 거지? 카르안은 잠시 의문이 들었으나, 커로스나 카라나리나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광산 개발이야, 어차피 급한 일도 아니다.

“무슨 일인지는 말하지 않았고.”

“예. 그것까지는 못 들었습니다.”

카르안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평소에 누구보다 성실한 그녀였기에, 직접 말할 새도 없이 사라졌다면 분명 급한 일이리라.

'무슨 일일까.'

카르안은 잠시 고민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저 상인 밑에서 일하던 청년은 저와 아무 관련도 없습니다...... 어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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