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94)화 (9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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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기는 한데 말이야. 과연 그게 쉽게 될까?”

미인계.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원래 모든 남자의 약점은 미녀 아닌가. 특히나 백작을 보면 미인계가 특효약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문제는 루베아이라. 그녀만한 미녀가 흔하지는 않았다. 또한 백작을 쉽게 구워삶은 것을 보아, 외모 외에도 나름대로의 유혹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라는 무기를 잘 사용할 줄 안다. 어려운 상대다. 검사로 치면 좋은 무기와 실력까지 갖춘 셈.

단순히 미인이라면 여러 명 있지만, 닳고 닳은 루베아이라를 상대하려면 외모나 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으흐흠~ 내가 직접 갈수도 없고 말이야.”

사이프카르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녀의 유연한 몸이 쭈욱 늘어났다. 어쩐지 유혹하는 듯한 모습에, 조직원들은 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여기서는 찾기 힘들겠지만, 마족 중에 남자를 홀리는 종족이 있다고 들었는데요.”“뭐? 마족?”

사이프카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이야기가 확 튀어 오른 것 같다.

“너 설마 서큐버스를 말하는 거냐.”

“예.”

“아니, 분명 효과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서큐버스. 인간이건 엘프건 전부 홀린다는 마성의 종족이다. 뱀파이어가 마법에 특화되고, 라이칸스로프가 전투에 특화되었다면, 서큐버스는 유혹에 특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서큐버스가 주는 쾌락은 도저히 잊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근데 그 서큐버스를 어디서 구해?”

알페라츠 백작령에는 서큐버스는커녕, 마족 자체가 없다. 카르안은 그 대답에 명쾌하게 답했다.

“마족이면 마족들이 사는 곳에 있지 않겠습니까?”

카르안은 태연하게 말했다. 반면 주변 조직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암흑가에서 일한다 해도, 마족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카르안이 갑자기 서큐버스를 부르자고 한 것이다. 사이프카르가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뭐, 네 의견도 나쁘지는 않아. 그런데, 혹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 알고 있니?”

효과는 확실한데, 가격이 문제다. 서큐버스를 고용하는 비용, 장거리 텔레포트의 값. 그 두 가지가 어마어마할 것이 뻔했다.

고작 노인 한명에게 주는 선물치고는, 너무 값이 많이 나간다. 물론 특급 고객에게 어느 정도 선물은 줄 수 있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부담이 안 될 정도만. 쓸 만한 서큐버스를 고용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지출이 예상된다.

“지출이라. 원래 많이 얻으려면 많이 투자해야하는 법입니다. 백작은 그럴 가치가 있어요.”

“뭔 소리야. 이제 갈 날도 얼마 안남은 노인인데.”

“그러니까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조직원들은 전부 카르안을 외계인 보듯 쳐다봤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사이프카르는 그 의미를 이해했다.

백작의 환심을 사봐야 큰 의미가 없다. 이제 얼마 안가 죽을지도 모르는 노인이니까. 하지만 그의 유산은, 백작이 죽어갈수록 가까이 다가온다.

“그러니까, 서큐버스한테 백작을 홀딱 반하게 해서 유산을 뜯어내라?”

“바로 그겁니다.”

“그게 말이 되냐.”

“그런데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사이프카르가 살짝 입을 벌렸다.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랬다.......

“하, 그래. 그걸로 푼돈이라도 떨어진다면 좋겠네.”

백작이 시민들에게 뜯어낸 돈이 워낙 많아서, 유산으로 일부만 받더라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 거기에 일한 서큐버스와 또 나눈다고 계산해도 말이다.

루베아이라에게 한방 먹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그녀는 시원하게 찬성했다.

“좋아. 한번 해보자고. 근데 제국에는 누가 가나?”

사이프카르가 말하자 조직원들은 서로의 눈치만 봤다. 그때 누군가 수줍게 손을 올렸다. 러슬라이였다.

2.

“그럼 잘 다녀와라.”

“예! 카르안님 충성충성!”

러슬라이가 신나서 소리쳤다. 사이프카르와 카르안에게 직접 지시받았다. 그 덕분에 마족의 제국, 오펜바흐에서 일주일간 지낼 권리가 생긴 것이다.

오펜바흐. 마족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제국이다. 뱀파이어와 라이칸스로프 뿐 아니라, 서큐버스, 다크엘프등 여러 가지 종족의 왕국이 합쳐진 집합체다.

그리고 그들의 황제는,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던 거대한 다크 드래곤(Dark dragon). 드래곤이라는 초월적인 힘에 굴복한 각 종족의 군주들은, 그를 중심으로 하나의 제국을 완성했다.

“쯧. 호들갑 떨어대는 꼴을 보니, 얼마 안가 뒈질 것 같군.”

“너 같은 겁쟁이는 이 즐거움을 모르겠지.”

제이크의 투덜거림에, 러슬라이가 당당히 대꾸했다. 제이크의 말도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마족을 좋아하는 인간이 많지 않듯이, 인간을 좋아하는 마족도 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러슬라이가 자진해서 오펜바흐에 가겠다고 한 이유. 거기에는 인간들은 평생 느껴보지 못할 온갖 쾌락이 있기 때문이다. 오크나 고블린같은 일부 마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마족들은 긴 삶을 살았고, 그들의 지루함을 달래줄 여러 문화가 발달했다.

게다가 아주 말이 안 통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마족 외에는 전부 적대하는 오만한 군주들이 있는 반면,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들과 교류를 하며 친분을 나누는 마족들도 있었다. 비교적 사고가 유연한 마족들이다.

러슬라이가 생각하는 것도 그것이다. 카르안은 확실한 서큐버스를 구하라며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그 정도면 아주 넉넉한 시간. 여자를 구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러니까, 적당히 그곳의 문화체험을 할 여유가 생길정도로.

위험하기도 했지만, 러슬라이도 흑룡회의 작은 기둥이었다. 그 정도 스릴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정도 위험도는 쾌락을 증폭시켜줄 짜릿한 향신료에 불과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카르안의 말에 러슬라이가 가슴을 쾅쾅 쳤다. 아마 카르안이 원하는 것은 쓸 만한 연금술 재료일 것이다. 그 정도는 시장을 몇 번 돌면 찾을 수 있다.

카르안도 자신만만한 부하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카르안이 손짓하자, 그의 뒤에서 백발이 치렁거리는 여자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어? 저분은?”

“같이 가라.”

“엥?”

“뮬리펜씨는 마족의 언어를 익히셨으니까.”

놀랍게도 이 맹한 성녀는 마족어를 어느정도 할수 있었다. 성녀로 지내면서 익혀둔 것이다. 대부분 마족들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고 한다.

뮬리펜을 함께 보내는 이유는 그것 뿐이 아니었다. 황당해하는 러슬라이를 위해 카르안이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가능하면 일석이조가 좋지 않은가. 어차피 카르안은 당분간 움직이지 못한다. 조직에서 자리를 비운만큼, 내부에 집중해야 한다. 뮬리펜과 함께 오펜바흐에 갈수는 없다.

나중에 휴가를 잡으면 그만이지만, 뮬리펜의 몸은 지금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남은 수명이 1년이라고 해서 1년 뒤에 죽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 온갖 잔병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몸에 영구적인 손상이라도 온다면 뱀파이어가 되고 나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꼼수를 쓴 게, 서큐버스를 찾는 김에 뮬리펜의 일까지 처리하는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백작령 안에 뱀파이어는 없다. 왕국 안에서는 작은 땅이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알페라츠 백작령은 촌구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종족이라고 해도 엘프인 레이아라 밖에 없지 않은가. 수도쯤 가면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좋은 곳에서 뮬리펜을 강력한 뱀파이어로 만들고 싶다.

단순히 치프에 대한 빚만 갚으려는 게 아니다. 이제 곧 뮬리펜은 그의 수하가 되어 일해 줘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 되리라. 자고로 세상은 많이 투자할수록 돌아오는 금액도 커지는 법이다…….

카르안은 이것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 단지 뮬리펜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해결법은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뿐이라고만 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예? 이 아가씨를 뱀파이어로?”

러슬라이뿐 아니라, 옆에 있던 제이크도 깜짝 놀랐다. 그는 주황색으로 물들인 머리를 벅벅 긁었다.

“형님. 형님 마음이 약해서 이 성녀님을 뱀파이어로 만들 수는 있지만, 마족의 삶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사회에서도 배척당하고, 마족들 사이에서도 힘 약한 뱀파이어는 그저 보기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다른 대부분의 종족들과 다르게, 뱀파이어는 다른 뱀파이어를 죽여서 힘을 강화시킬 수 있으니까.

제이크가 뮬리펜을 찬찬히 살폈다. 이 아가씨가 용병으로 활약할 것 같지는 않으니,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남자의 품에 안기고 돈을 받는 것.

지금은 건강 문제로 약간 수척해졌지만, 그마저도 가녀린 아름다움을 더할 뿐이었다. 만약 유흥업에 몸을 던진다면 손님이 궁하지는 않으리라.

다만 그 손님의 돈이 뮬리펜이 돈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세상에는 악독한 놈들이 너무 많았다. 그것은 제이크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운이 없다면 몸과 마음 모두 녹슬다가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럴 것 같냐? 일자리는 다 주선해 줄 거다.”

자신의 수하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러슬라이가 아 하며 감탄했다.

“그러면 저희 술집에서......”

“조용히 좀 해 주실래요?”

뮬리펜이 러슬라이를 찌릿하고 노려봤다. 몸에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본인 앞에서 저렇게 말하니 화가 안날수가 없었다. 그녀는 작은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살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앞길이 막막하다. 다행히 카르안이 적당한 일자리를 잡아준다고 했지만, 대체 그게 뭐가 될지 감도 안 잡힌다.

“아무튼 그런 일은 아니고.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제이크는 쿨하게 대답했다. 아마 비서나 조수 정도가 적당하겠지. 이 상황에서 저런 여자를 부하로 둬 봐야 득보다 싫이 많지만, 거기까지 참견할 수는 없다.

‘미인 비서라도 두고 싶으신가.’

잘나가는 암흑가의 부 지부장. 그러니 그 정도 사치는 별것 아니다. 제이크는 카르안이 저 여자를 조수로 두건 몸 데우기 비서로 두건 신경 끄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러슬라이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의 눈이 의문에서 확신. 확신에서 질투로 변했다. 그는 갑자기 카르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형님! 저런 여자는 내 치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뭔 짓이야 미친놈아!”

카르안이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하지만 러슬라이는 끝까지 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카르안의 오른팔은 항상 자신이었다. 그런데 웬 도둑고양이 같은 여자가 뜬금없이 난입한 것이다.

저 여자를 술집에 일을 시킬 것도 아니고, 싸움을 시킬 것도 아니라면 남은 것은 옆에서 보좌할 역할 정도다. 바로 지금 자신이 하는 일.

물론 지금 저 여자는 햇병아리고, 당장은 자신의 끝자락에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남자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미녀에게 끌리기 마련. 언제 그의 자리를 위협할지 모른다. 그는 새로 들어온 젊은 첩을 보는 본처마냥 몸을 떨었다.

“어흐흑. 형님은 제 출셋길....... 아니, 그러니까 존경하는 제 우상.......”

“알겠으니까 바지 좀 놔! 벗겨지겠어.......”

카르안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낮에 길거리에서 스크립쇼를 하게 생겼다. 주변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게 느껴진다. 그는 서둘러 러슬라이의 빡빡머리를 걷어차 버렸다.

러슬라이에게는 다행이겠지만, 카르안의 계획은 지금 그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카르안은 옷을 추스른 다음, 뮬리펜에게 말했다.

“아무튼 잘 다녀와요. 이 친구가 이래봬도 믿음직한.......”

“아이고! 몸도 마음도 다 바쳤는데에!”

“아, 그냥 다른 놈 보낼까.”

그 말을 듣자 러슬라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 카르안은 잠시 두통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말한 것, 꼭 해드려야 합니다.”

“.......알겠어요.”

뮬리펜은 러슬라이를 불안한 눈으로 봤지만, 지금 자신이 투정부릴 처지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카르안을 보더니 러슬라이에게 걸어갔다. 카르안이 러슬라이에게 명령했다.

“지금 바로 마법사 길드로 가라.”

“예에.”

“짐도 좀 들어드려.”

러슬라이는 투덜거리며 뮬리펜의 짐을 들었다. 몸이 안 좋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어휴. 놀기는 글렀네.’

즐거운 (밤)문화체험은 물 건너 간지 오래. 옆에 뮬리펜이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있는데 유흥을 즐길 만큼 대담하지는 않다.

거기에 몸도 안 좋은 것 같은데, 그녀를 여관에 두고 혼자 돌아다니기도 위험한 것이다. 한순간 밤을 즐길 카사노바에서 뮬리펜의 경호원으로 전락해 버렸다.

러슬라이는 카르안에게 뮬리펜을 위한 금화를 받았다. 텔레포트와 뱀파이어화에 드는 비용이다. 러슬라이는 카르안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참. 요란도 하군요.”

제이크가 러슬라이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런데 뱀파이어가 필요하시면, 그냥 형님이 뱀파이어가 되시면 좋은거 아닙니까?”

뱀파이어가 인간에게 배척당한다 해도, 어차피 흑룡회 알페라츠 지부는 대장부터 반인만마(半人半魔)아닌가. 밤에 일하며 태양빛도 피할수 있고, 처음부터 태양빛을 이길 만큼 강한 뱀파이어가 되면 그만이다.

하지만 카르안은 애매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아무튼 먼저 돌아가 봐.”

“어디 가실곳 있으십니까? 제가 같이가겠습니다.”

카르안은 제이크의 제안을 거절했다. 조금 시간이 걸릴 일이다. 카르안은 제이크를 보내고 나서, 대장간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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