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73)화 (73/124)

<-- 골렘 깎는 노인 -->

‘폴룩스 교주님!’

두 경호원 사이에 있는 노인. 알샤인 교단의 교주 폴룩스였다. 그는 흥미로운 눈으로 뮬리펜을 쳐다봤다.

뮬리펜이 섬기는 교단의 지도자. 그가 직접 찾아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손님에, 그녀는 딱딱하게 굳었다.

“왜 그러세요?”

카르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설명을 하던 뮬리펜이 갑자기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아뇨. 잠시.”

뮬리펜은 서둘러 시선을 술잔으로 돌렸다. 하지만 손끝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알샤인 교단의 교주. 폴룩스가 직접 찾아왔다. 사복의 기사들까지 데리고. 과연 뮬리펜 한명을 위해 그렇게까지 준비한 것일까.

“계속 이야기해 주세요.”

“그게........”

어떻게 해야 하나. 성기사는 뮬리펜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아무래도 카르안이 목표인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사복으로 몰래 잠입할 것도 없었겠지.

뮬리펜은 생각에 빠졌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카르안씨.”

“네?”

“잠시, 나가고 싶어요. 머리가 아파서.”

뮬리펜이 작게 속삭였다. 이게 교단을 배신하는 일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르안을 위험하게 만들수는 없었다. 일단 밖으로 향해야했다.

그런 숨은 뜻을 모르는 카르안.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단숨에 술을 삼킨 카르안과 다르게, 뮬리펜의 잔은 반 정도 남아있었다.

‘역시 술에 약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잠깐 공기정도는 쐬고 와야겠지. 카르안은 먼저 술값을 계산한 후, 술집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런 카르안을 향해 교주가 다가왔다. 그는 바의 입구, 술집의 입구쪽을 막아섰다. 뜬금없이 웬 노인이 나가는 길을 막자 카르안의 눈썹이 구겨졌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교주, 폴룩스는 카르안을 무시했다. 그는 오직 뮬리펜을 향해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었다.

“뮬리펜,  즐거운 산책이었나.”

“교주.......님.”

뮬리펜의 한마디에 카르안이 움직임을 멈췄다. 느낌이 싸했다.

교주. 세상에 교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여기까지 뮬리펜을 찾아올 사람은 그 중 한명밖에 없었다.

“.......”

카르안은 말없이 알샤인 교단의 수장을 노려봤다. 당연하지만, 둘의 사이가 좋을리 없다. 알샤인 교단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사도를, 전부 몰살시킨게 카르안에 강신한 무르짐이기 때문.

노려보는 카르안에게, 교주도 눈을 맞췄다. 서로의 시선이 교차했다.

두 사람 사이로, 느릿한 음색이 흘렀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노랫소리다. 카르안은 교주를 직접 만나게 되자, 목 뒤로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먼저 인사를 건낸것은 교주였다.

“자네가 카르안인가? 이야기는 잘 들었네.”

“알샤인 교단의 교주가 알아봐 주다니, 나도 나름대로 성공한 건가?”

카르안은 가볍게 대꾸하려 했지만, 긴장만은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노인 한명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최면을 걸어봐도, 저 노인의 안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 증거로, 카르안은 잔득 긴장한 반면 교주는 능글맞게 웃음을 짓고 있다. 여유가 넘치는 표정. 마치 긴장한 어린 아이를 보는 듯한 표정이다. 카르안이 빈정거렸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나?”

“가출한 아이를 찾으려고 왔지.”

대형 교단의 교주라면, 일국의 왕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왕이 성녀 한명을 찾으려고 직접 행차하는 일이 있을까.

카르안은 얼른 주변을 훑었다. 주변에는 술에 취한 취객들. 그런 주정뱅이들에게 끝없이 술을 공급하는 바텐더뿐이다. 무장한 기사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지.’

카르안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교주의 경호원은 얼마든지 숨어있을 수 있다. 애초부터 카르안은 숙련된 전사가 아니었다. 기사급 실력자가 마음먹고 숨는다면, 영 찾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음.”

교주가 한 곳을 슬쩍 쳐다봤다. 거기에는 손님으로 위장한 사복의 기사가 있었다.

카르안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이미 이 안에는 5명의 기사가 있다. 처음 들어온 3명의 사내, 그 뒤에 따라온 경호원 2명.

알샤인 교단의 교주. 그는 항상 여유로워 보였지만, 그 여유에는 이유가 있었다. 폴룩스는 뭐든 설렁설렁 하는 것 같았어도, 속으로는 항상 철두철미한 준비를 하고 다녔으니까.

카르안이 뮬리펜과 수도를 돌아다닌다고 듣자마자, 부하들을 거미줄 펼치듯 곳곳에 풀어놨다. 그리고 이 술집에 들어오자, 주변의 부하들을 적당히 투입시켰다.

지금 당장이라도 명령만 내린다면, 카르안을 칠 기세였다. 하지만 교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흑룡회. 알샤인 교단이라도 흑룡회와 정면으로 마찰을 일으키긴 힘들다.

무엇보다 자신도 이렇게 경호원을 잔득 데리고 다닌다. 카르안도 아마 혼자 다니지는 않겠지. 혼자 설렁설렁 다닐까. 나름대로의 경호 병력이 있을 것이다.

폴룩스도 전사 출신은 아니어서, 단번에 숨어있는 고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카르안에게 경호원이 있나 없나, 성기사에게 확인을 맡긴 것이다.

교주와 눈이 마주친 기사. 그는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교주의 눈이 커진다.

‘경호원이 없다고?’

미리 맞춰둔 싸인이다. 기사가 살펴보고 카르안에게 경호원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인다. 반면 경호원이 없으면 고개를 젓는다. 교주는 당연히 그 기사가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은 반대. 정말 혼자서 왔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망설일게 없다. 폴룩스는 뮬리펜에게 손짓했다.

“이리로 오게. 뮬리펜 성녀.”

“네. 교주님.”

뮬리펜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교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느릿한 음악이 길게 늘어졌다. 여러 복잡한 관계들 사이로, 악사는 여유롭게 악기를 놀렸다.

친구든 연인이든, 이별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잠깐이지만 즐거웠네요.'

그녀는 카르안에게 속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폴룩스의 손을 잡으려했다. 앞으로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라지기 전 추억거리 하나쯤은 만드는데 성공했다.

'마시고 싶었던 술도 마시고. 후후.'

활기차고 즐거운 거리였다. 이런 술집이나 옷가게 같은 곳은, 영원히 밖에서 구경만 할 줄 알았는데.

하루의 시간. 만약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이번에는 평범한 소녀로 태어나고 싶다. 그녀는 짐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기다려.”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카르안. 그가 교주를 노려봤다. 폴룩스는 카르안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게 무슨 짓인가?”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남의 데이트를 훼방 놓고, 뻔뻔하기도 하군.”

“카르안씨!”

뮬리펜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카르안에게 말했다.

“이러시면 곤란해요, 교주님께 실례가 되는.........”

“글쎄요. 나는 원래 제멋대로 사는 놈이라서.”

카르안의 말에 교주가 웃음을 흘렸다. 카르안의 당돌하다고도 할 수 있는 도발. 폴룩스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르안. 내가 자네 같은 위험인물을 살려둔 게, 네가 무서워서 그런 줄 아나?”

“내가 무서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이유라도 있었어?”

“자네를 죽이지 못한 것은, 자네를 지키는 경호원들 때문이지. 어설프게 자네를 죽이려다 실패라도 하면, 괜한 마찰이 생기니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셈이다. 물론 알샤인 교단의 세력은 막강했지만, 흑룡회의 간부들, 무엇보다 흑룡회의 보스는 교주도 상대하기 힘든 괴물이다. 전면전을 한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폴룩스는 생각에 빠졌다. 주변에 카르안을 지키는 경호원은 없다. 그러면 지금 카르안을 죽이는 게 이득인가, 아니면 살려둬서 마찰을 최소화 해야 하나.

정답은 하나였다.

카르안의 몸에 무르짐이 강신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위험하다. 만약 무르짐이 자신의 힘을 모두 사용한다면, 교단 전체가 초토화된다.

“원래 나는 뮬리펜 성녀를 데리러 온 것일세. 하지만, 이렇게 되면 조금 다른 일도 해야겠군.”

“뭐?”

“기회가 많지 않을 테니까.”

카르안을 지킬 경호원은 아무도 없다. 반대로 여기에는 교주인 폴룩스와, 성기사들까지 있다. 이 상황 자체가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폴룩스의 손에 신성력이 모였다. 번뜩이는 빛을 본 카르안, 그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콰아앙!

카르안 뒤의 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일격. 일격에 등 뒤의 벽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으아아악!”

손님들이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뭐가 펑하고 터졌다. 그 공격에, 몇몇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돼서 쓰러졌다.

폴룩스의 공격에 자비는 없었다. 단숨에 카르안을 해치워야 하는데, 일반인들을 피해서 쏠 여유는 없었으니까.

“크윽!”

카르안은 빛의 폭발을 몸을 던져 피했다. 그리고 다친 곳이 없음을 확인한 순간, 그의 몸이 붕 떠올랐다.

염동력이다. 카르안은 저항할 틈도 찾지 못하고, 술집 구석을 향해 던져졌다.

쾅 소리와 함께, 카르안의 몸이 테이블에 처박혔다. 뮬리펜이 비명을 질렀다.

“카르안씨!”

크게 한방 맞았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 뮬리펜이 폴룩스의 팔을 붙잡았다.

“카르안씨는 상관없잖아요! 제가 가면!”

“미안하지만 뮬리펜성녀. 상관없지는 일이 아니네.”

폴룩스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도들 앞에서는 인상 좋은 할아버지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누구보다 냉정해지는 게 그의 특징이었다. 폴룩스가 차갑게 말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기회에 저 남자는 죽여야 된다.”

“알샤인을 위해!”

쓰러진 카르안을 향해,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위기의 상황.

그 기사들 앞에, 마법진 3개가 펼쳐졌다.

“음?”

한 기사의 멍청해 보이는 소리를 냈다. 그 기사는 음? 이라는 외침이 자신의 유언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까. 순식간에 땅 속에서 강철 주먹이 튀어나왔고, 그의 몸이 풍선처럼 터졌다.

“산개해!”

나머지 기사들은 제법 실력이 있는지, 각자 몸을 던져 골렘의 일격을 피했다. 그들은 검을 뽑고 카르안과 거리를 벌렸다.

“개 같은 놈들!”

카르안이 욕을 뱉으며 골렘을 완전히 소환했다. 3기의 아이언 골렘은, 확실히 소수의 기사들로 상대할 적이 아니었다.

“물러서지 마라!”

기사들은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며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골렘이 눈을 빛냈다. 그에게 달려오는 골렘을 비웃듯이, 강철의 주먹을 휘둘렀다.

"크악!"

기사들이 나가 떨어진다. 차라리 넓은 곳에서 싸우면 카르안을 노렸겠지만, 술집은 전투를 하기에 너무 좁았다.

그리고 좁은 곳에서는 골렘의 공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의자부터 테이블, 각종 장애물까지 주변에 가득했으니까.

성기사들의 용기. 그 결과는 비참했다. 아이언 골렘에게 흠집 한번 못 내보고, 그대로 박살난 성기사들.

“어휴. 쓸 만한 놈들이 없군.”

자기 수하들이 죽었는데, 폴룩스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쓸만한 기사는 최근에 전부 죽어버렸다. 아쉽지만 과거를 바꿀 수도 없지. 그는 무심하게 다음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둘 것 같나!”

카르안은 폴룩스의 신성 주문이 완성되기 전을 노렸다. 마법은 준비할 때가 가장 취약하다는 것은, 교주나 어제 마법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나 똑같았다.

그가 간과한 것이라면, 교주가 사용하는 신성 마법의 속도다. 눈 깜짝할 사이에 7개의 공격 마법이 완성되었다. 카르안이 몇 걸을 때기도 전에, 빛의 화살이 되어 카르안에게 날아왔다.

“크윽!”

카르안은 서둘러 골렘으로 막아내었지만, 7개의 공격을 모두 막은 아이언 골렘이 고철덩어리로 변했다.

“젠장, 저게 얼마짜린데!”

교주의 공격은 정말 강력했다. 그를 막아선 아이언 골렘은, 장갑에 구멍이 뚫리고 안쪽의 핵이 파괴당했다.

하지만 그 골렘 1기의 희생으로, 카르안은 교주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근접전! 카르안의 압도적인 근력을 사용하면, 저런 노인은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거나.......”

투웅-

카르안의 혼신의 일격. 주먹이 교주를 강타했다. 아니, 강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젠장!”

주먹이 막혔다. 투명한 구체가 교주를 방어하고 있었다. 폴룩스가 씩 웃었다.

“그런 주먹이 정말 먹힐 거라 생각했나?”

쨍그랑!

다음 순간, 방어막이 폭발하며 카르안의 몸을 때렸다. 거대한 충격파에 정면으로 당했다. 카르안의 몸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흠. 시시하군.”

폴룩스가 눈을 찌푸리고 카르안에게 다가왔다. 카르안은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 안돼요. 교주님. 제발!”

“뮬리펜 성녀. 당장 비키게.”

폴룩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뮬리펜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교주님. 카르안씨를 그냥 보내주세요.”

“나도 어지간하면 성녀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네. 하지만 이건 아니지.”

폴룩스도 아주 냉혈한은 아니었다. 적어도 충실한 신도들에게는. 그는 뮬리펜의 '순교'을 고귀하다고 생각했고, 죽기전 어지간한 부탁은 들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 선을 넘었다. 교단에게 위협이 되는, 무르짐의 위협을 끊어내야 한다......

폴룩스는 쓰러진 카르안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손 끝에 신성력이 모인다. 그때였다.

꽈찍!

“........!”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폴룩스의 방어막에 금이갔다.  당황한 교주는 뒤를 돌아보았다.

허공에 커다란 마법진,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것은, 쓰러져 버린 아이언 골렘보다 배는 클 법한 주먹이었다. 그 주먹이 방어막을 강타한 것이다.

'골렘이 또 있었나!'

당황으로 잔득 일그러진 얼굴의 폴룩스를 향해, 합금 주먹이 다시 한번 폴룩스의 몸을 찍기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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