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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72)화 (72/124)

<-- 골렘 깎는 노인 -->

“그런데 갑자기 중앙 광장은 왜요?”

“볼거리가 잔득 있거든요. 골렘끼리 싸운다던지.”

이번에 들린 곳은 연금술사 정기모임. 중앙 광장이다. 카르안이 수도에 왔던 첫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확실히, 볼만한 것들이 잔득 있었다. 특히 골렘과 골렘의 싸움은 박력 있지 않은가.

분명 카르안의 눈에는 하수들의 싸움이지만, 직접 싸우는 것과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렇게 즐길 거리도 있고, 혹시나 쓸 만한 연금술사에게 전수받을만한 게 없나, 그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카르안은 4미터 크기의 골렘과 작지만 강했던 스톤골렘을 떠올렸다. 그런 골렘들의 전투나 신박한 물건 등을 상상하며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생각이 틀렸다는 덧을 알 수 있었다. 실력 있는 연금술사들은 있지만, 그보다 삼류 연금술사들이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깜빡했기 때문이다.

도착하자 마자 본 것. 연금술사 둘이 서로 골렘을 소환하여 싸우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 연금술사들은 자존심 등을 이유로 허구한 날 치고 박고 싸웠다.

“잘 좀 움직이라고!”

“이, 이게 왜 이러지?”

1미터 정도 크기의 골렘. 스톤골렘 두기가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양쪽 골렘 모두 다 묘하게 힘이 없다.

한눈에 봐도 초보적인 실력의 연금술사들. 골렘 둘은 투닥거리면서 서로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맥이 빠질 정도로 약한 주먹질을.

무슨 어린애 둘이 티격대는 것 같지 않은가. 카르안을 슬쩍 뮬리펜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귀여워요. 이건 무슨 곡예인가요?”

처음 보는 사람은 싸움인줄도 모를 정도다. 골렘 둘이 엉키는 것을 흥미롭게 보는 뮬리펜. 주변 사람들은 그녀만큼 이 싸움이 재미있지 않은것 같았다.

이곳에 모인 군중들. 싸움이라기에 처음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곧 흥미를 잃고 갈 길을 찾아 가 버렸다.

두 연금술사들도 처음에는 시비가 붙어서 싸움을 했는데, 골렘이고 상대방이고 뭐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없으니까 머리에 열만 올랐다.

얼마 안가 마나가 바닥났는지, 둘의 골렘은 돌덩이로 변했다. 싸움은 끝났는데 두 연금술사는 여전히 티격태격했다.

“내가 이겼다!”

“개소리! 내가 이긴 거지!”

“네놈의 골렘이 먼저 박살났으니까!”

“이 새끼가 사기를 쳐?”

이제 골렘 대신 둘이 주먹질을 했다. 그러자 지루한 골렘 싸움에 떠나갔던 군중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골렘보다 사람 싸움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뒤늦게 이게 싸움이라는 것을 눈치 챈 뮬리펜. 그녀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태생적으로 싸움이란 것을 싫어했으니까. 반면 주변 사람들은 격렬해지는 전투에 팝콘이라도 먹을 기세였다.

“그래도 어지간한 서커스보다는 낫지 않나. 원숭이 둘이 싸우는 것은 진귀한 관경이니까.”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안의 것이 아니었다. 둘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4급 연금술사 리젝트. 그가 카르안의 뒤에 서 있었다. 여전히 (더워보이는)망토까지 근엄하게 걸치고. 그는 뮬리펜과 비슷한 표정으로 연금술사들을 보고 있다.

짜증스러운 표정. 다만 이유가 조금 달랐다. 뮬리펜은 싸움을 싫어해서 얼굴을 찌푸렸지만, 리젝트는 그냥 그 둘이 한심해서 표정이 안좋은 것이다.

“저딴 놈들이 연금술사라고 까불어대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도 덩달아 욕을 먹지.”

모멸적인 말투였지만, 연금술사들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리젝트의 말을 듣지도 못하고 서로 목을 조르고 있다. 카르안이 그를 향해 말했다.

“여긴 무슨 일이지?”

“지금 연금술사가 있을 곳이 여기밖에 더 있나.”

리젝트도 연금술사. 더 나은 포션 전문가를 찾아 둘러보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직접 찾아왔는데, 한심한 싸움질이라니. 머리가 아파온다.

“그나저나 옆의 성녀님. 물어볼게 있는데.”

이번에는 리젝트의 시선이 뮬리펜을 향했다. 평소에 알던 사이도 아니다, 예상외의 부름에 뮬리펜은 눈을 크게 떴다.

“네?”

“혹시 알샤인 교단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야.”

카르안이 대신 답했다, 리젝트가 지도 한 장을 꺼냈다.

“지금 우리 알펜 왕국에서 지내던, 알샤인 교단 소속의 연금술사들 말이야. 그놈들이 전부 알샤인 대신전 쪽으로 이동한다더군. 소문에 따르면 마법사들도 같이 간다던데.”

“흠.”

“보통일은 아니지. 아가씨도 알샤인 교단의 성녀 아닌가. 혹시 나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싶어서.”

“.........”

뮬리펜은 침묵했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불편한 침묵이다. 잠시 후, 뮬리펜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거짓말이로군.’

리젝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사실 저 정도로 티나게 침묵하면,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했다.

차라리 알고 있는데 보안상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다. 저렇게 거짓말을 해버리면, 무슨 일이 있다는 것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말하기 싫다는 정보까지 함께 넘기는 것이다.

사람을 속이는 일에 능숙하지 못한 뮬리펜이다. 눈치가 빠른 카르안도, 그 상황을 바로 파악했다.

“뭐, 말하기 싫다는데 더 물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앗.”

“됐어. 성녀님도 사정이 있겠지.”

카르안이 뮬리펜을 감싸고 들었다. 리젝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 냉정해 보이는 카르안이

여자를 감싸다니.

“흐음. 자네의 연금술을 캐내려면, 미녀를 이용해야 하나.”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그래 뭐. 나도 깊게 관여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번일은 상당히 냄새가 안 좋아. 이래봬도 내가 후각 하나는 끝내주거든.”

진지한 표정으로, 리젝트가 작게 속삭였다.

“이번 일은 피 냄새, 전쟁의 냄새가 난다.”

“........!”

카르안은 별 말이 없는 반면, 뮬리펜은 몸을 움찔했다. 눈에 띌 정도로 말이다.

‘정말 큰일이 일어나겠군.’

뮬리펜의 반응을 보며, 리젝트는 확신했다. 저 정도로 솔직하게 반응해주다니, 기대 이상이다.

후각은 무슨 후각인가. 강아지도 아니고. 그냥 뮬리펜에게 한번 찔러본 것이다.

그런데 뮬리펜은 정직하게 반응해 주었다. 리젝트는 뮬리펜을 만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은 것이다.

눈치 없는 뮬리펜은 그것도 모르고 맹하게 서 있다. 저런 아가씨가 신성력을 타고나서, 성녀의 자리까지 오르다니.

‘알샤인 놈의 취향이 독특한 거겠지.’

그는 불경한 생각을 하며 한걸음 물러났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정보를 얻었으니, 어떤 방향으로든 이용해야 한다.

요리와 비슷하다. 재료를 잔득 얻었으면, 맛있게 요리해서 결과물을 내야한다. 그 재료란 정보와 비슷해서, 가만히 놔두면 썩어서 그 가치를 잃는다.........

“성녀님. 전부 농담이었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그나저나 나는 슬슬 가봐야겠군.”

“아, 네.”

뮬리펜이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리젝트는 카르안에게도 간단하게 인사하고, 인사들 사이로 사라졌다.

“결국 저놈은 뭐 하러 온 거지.”

카르안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정답은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카르안에게 인사하러 온 것이고, 두 번째는 뮬리펜에게 정보를 얻을 셈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리젝트 덕분에, 카르안도 그가 얻은 것과 동일한 정보를 얻었다.

‘위험해.’

카르안은 알샤인 교단이 얼마나 정신 나간 곳인지 잘 알고 있다. 선과 빛을 상징하지만, 그 정체는 위선과 그림자.

그들은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엘프들의 숲을 반쯤 초토화시켰다. 도저히 종교 집단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하긴 그 수장이라는 놈부터 제정신이 아니니까.’

영광스럽게도 알샤인을 직접 영접한 경험이 있는 카르안은, 그가 얼마나 광기에 찬 남자인지 알고 있었다.

그놈이 연금술사란 연금술사는 죄다 집결시킨다. 그리고 전쟁에 준하는 뭔가를 계획 중. 그게 적어도 고아원 아이들에게 꿈을 나눠주는 행사는 아닐 것이다.

"음."

카르안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제 슬슬 주변도 정리가 되었다. 치고 박고 싸우던 두 연금술사는 탈진해 쓰러졌고, 사람들도 흩어진지 오래. 다만 몇몇 남자들이 뮬리펜의 다리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카페에서 조금 쉴까요. 계속 걸어 다녔더니 다리가 아프네요.”

“아, 예!”

카르안은 민망해하는 뮬리펜의 손을 잡아주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지금 당장은 눈앞의 여자에 신경을 써야 한다.

꽃잎 한 장이 카르안의 뺨에 달라붙었다. 분홍색 꽃. 카르안은 그 꽃잎을 때어내며, 한적해 보이는 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2.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이건 이미 산책이 아니었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카르안의 에스코트에, 뮬리펜은 어색함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카르안이 딱히 밤의 황제, 카사노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순진한 아가씨 한명쯤 홀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카르안은 어둑해진 하늘을 올려보며, 뮬리펜에게 말했다.

“이제 어디 갈까요?”

“그, 수, 술집이요.”

“아.”

카르안이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설마 뮬리펜이 말하는 술집이 유흥업소는 아니리라.

그러고 보니 그녀를 다시 만난 곳도 술집이었다. 거기서 뮬리펜은 어색하게 주문을 했고, 병사들이 그녀를 잡으려했다.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그 둘이 찾아간 곳은, 구석진 바(Bar)였다. 아무래도 술꾼들이 난동을 부리는 술집보다는 이쪽이 좋아 보였으니까.

게다가 맥주와 닭다리만 파는 술집과 다르게, 여러 가지 달콤한 술들도 있다. 그러니까 뮬리펜이 좋아할 만한 것들. 뮬리펜은 바 입구 쪽에 가자마자 겁부터 먹은 것 같았지만.

“으으. 뭔가 어두워 보이는데요.”

하지만 안에 들어가자 곧 풀어져 버렸다. 바 치고는 제법 커다란 곳이었지만,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가 있었다. 카르안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뭐부터 시켜야.......”

“음.”

카르안도 여러 칵테일이 적힌 표를 봤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곳 칵테일이나 술은 잘 몰랐으니까. 카르안은 적당히 주문하자고 생각했다.

“여기, 달콤한 거 한잔이랑, 쓴거 한잔.”

바텐더는 그들을 한번 보더니,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진해 보이는 아가씨와 거칠어 보이는 남자. 그 바텐더는 경력이 길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메뉴를 골라낼 능력 정도는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쁜 잔에 칵테일 두 잔이 나왔다. 뮬리펜은 에메랄드색 칵테일이 마음에 드는지 입을 대고 홀짝거렸다.

“우와, 이거 엄청 달아요. 음료수 같아.”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카르안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잔을 기울였다. 쌉쌀하면서도 톡 튀는 향이 입 안을 채운다. 제법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며, 카르안은 눈을 감았다.

미녀와 데이트는 즐거웠다. 하지만 뮬리펜이 워낙 이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말 잘 듣는 어린애와 다닌 듯한 기분도 들었다.

카르안은 단숨에 잔을 비웠다. 빨리 비워야 하는 숏 드링크 칵테일이다. 쓰디쓴 술이 노곤해진 정신을 확 깨워버린다.

“그런데 성녀님. 혹시 강신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십니까.”

“강신이요?”

당연히 잘 알고 있다. 뮬리펜이 맹해 보이긴 해도, 성녀는 성녀인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이기도 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간단해요. 신께서 인간이나 다른 종족의 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거예요. 빙의하는 것과 비슷한데, 누구에게, 무엇을 통해 강신하느냐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에 차이가 나요.”

“거기까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더 깊게 알아야 했다. 어떻게 무르짐이 카르안의 몸에 강신했으며, 왜 엘프의 보물 ‘하늘의 문’이 있음에도 불완전하게 끝나야 했는지.

뮬리펜은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하려 했다. 그때 술집 문이 열리고, 3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몸 쓰는 일을 하는지, 편한 복장으로 술집에 들어왔다. 그들은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창가쪽 자리를 향했다.

별 생각 없이 시선을 돌리던 뮬리펜이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그녀의 눈이 커졌다.

“당신들은.......”

뮬리펜을 확인한 남자들. 그들은 성녀와 카르안을 곁눈질로 확인하더니, 입 앞에 검지를 살짝 올렸다.

'쉿.'

뮬리펜이 입술을 깨물었다. 예쁜 입술이 살짝 일그러졌다. 저 남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교단에 오래 몸담아온 뮬리펜이기에 알 수 있었다.

알샤인 교단의 성기사들. 성기사 3명이 평상복 차림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술집의 문이 열리며, 늙은 노인과 경호원 두 명이 동시에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다음 화는 새벽 4시쯤에 올라옵니다..... 만 아침에 보시는 게 좋을것 같네요.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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