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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60)화 (60/124)

<-- 악투루스의 자식들 -->

카르안과 줄락. 둘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줄락이 머리를 굴렸다.

‘골렘은 무시해야하나.’

아이언 골렘 2기. 정면으로 싸워봐야 얻을게 없다. 해법은 하나. 카르안을 직접 공격한다.

‘저 놈의 힘은 모르겠지만.’

카르안의 힘은 미지수. 하지만 지금 골렘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아마 본인의 힘 자체는 강하지 않겠지.

줄락은 몸을 다시 한 번 유체로 변형시켰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젠장.”

카라나리에게 당한 상처가 욱신거린다. 비록 그녀를 무력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크게 한방 먹었다.

“안 오냐?”

카르안이 그를 도발했다. 줄락은 주변을 살펴봤다. 도망치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에 몰려드는 병사들이 자꾸 늘어간다.

좋지 않았다.

“네 목숨. 당장 끝내주지.”

줄락은 마법을 준비했다. 카르안은 이미 2기의 골렘을 소환했다. 아마 더 이상 골렘을 소환하지는 못할 것이다.

줄락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카르안이 몇 기의 골렘을 제작했는지, 자세한 상황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카르안이 골렘을 제작할 때는 항상 창고 안에 있었기 때문.

줄락의 손에 구체가 모였다. 카라나리를 쓰러뜨린, 바로 그 구체였다. 그가 손을 뻗자 수십 개의 구체가 카르안을 향해 날아갔다.

쿠우웅-

카르안은 골렘을 살짝 움직였다. 골렘이 방패가 되어 구체를 막는다. 그것만으로 모든 마법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골렘은 별 타격이 없었다.

광폭화된 타브의 주먹질도 막아낸 골렘들이다.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타격을 줄 수 없다.

줄락은 기죽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공격은 실험삼아 던져본 것이다. 그는 빠르게 몸을 움직여 카르안에게 돌격했다.

“막아.”

짧은 명령. 골렘 두기가 줄락의 앞을 막아섰다.

“마나엔진. 활성화.”

다음 명령에 골렘의 주먹이 푸르게 빛났다. 마력 덩어리가 손에 뭉쳐진다. 유체화를 상대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

단단한 고체의 적들만 있는 게 아니다. 유령이나 영체등. 물리적 타격으로는 피해를 줄 수 없는 적들이 있다.

그런 적들은, 마법이나 마법검. 아니면 오러 같은 타격으로밖에 피해를 줄 수 없다.

그것에 대비한 장치. 골렘의 주먹에도 마나가 흐르게 한다. 일종의 오러를 인공적으로 생성하는 것이다.

마나소모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줄락 같은 놈을 상대하기에는 제격이다.

골렘들이 돌격하는 줄락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저것에 맞으면 큰 피해를 입겠지. 하지만 줄락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것은 맞았을 때 이야기다. 느리다! 줄락은 첫 번째 골렘이 휘두르는 주먹을 낮게 숙여 피했고, 두 번째 골렘의 주먹은 뛰어올라 회피했다.

위잉-

골렘의 몸이 다시 돌아갔다. 180도 회전. 타브의 기습을 막았을 때처럼, 뒤로 돌아간 줄락을 치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뻔하군!”

줄락은 이미 그것도 예상했다. 이미 타브가 한 몸 바쳐 보여준 패턴. 그는 카르안의 앞이 아닌, 등 뒤를 노렸다.

두 기의 골렘은 모두 카르안 앞에 위치했다. 즉, 카르안의 등은 무방비. 줄락의 칼날이 날카롭게 빛났다. 카르안이 말했다.

“너무 뻔하다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줄락이 그의 등 뒤로 간 순간, 그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카르안 등. 거기에는 마법진이 빛나고 있었다. 골렘을 소환할 때 떠오르던 마법진.

“........!”

방금 생성된 것은 아니다. 마법진을 만드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언제부터 준비된 것일까.

거대한 골렘의 손이 마법진으로부터 튀어나왔다. 그 손은 카르안을 덮치려는 줄락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커어억!”

그가 비명을 질렀다. 폐부가 전부 쪼그라드는 느낌. 온 몸이 박살 날 것 같은 충격이다.

공격을 하는 순간만큼은 유체화의 일부를 풀어야 한다. 지금 카르안의 뒤에 섰을 때처럼 말이다.

줄락은 등 뒤로 이동함과 동시에 유체화를 풀었고, 그 순간 주먹에 몸이 쥐여 짜였다.

게다가 그 골렘의 손에는, 옅은 마력이 흐르고 있다. 유체화를 한 부분도 무사하지는 않다.

“아아악.........”

줄락이 기어서 뒷걸음질 쳤다. 몸이 반쯤 아작 났다.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그는 잘 움직이지 않는 발 대신, 팔로 기어갔다.

상처가 너무 심하다. 카라나리에게 당한 부상부터, 골렘에 산채로 쥐여 짜인 것이다. 저런 공격에 당한다면 생명력 강한 오우거도 온 몸이 터져버린다!

줄락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 덕분에 뒤에 또 하나의 마법진이 생성된 것을 보지 못했다. 거기서 다른 하나의 골렘이 튀어나왔다.

“어어?”

갑자기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 줄락은 놀라 위를 올려봤다. 주먹이 그의 얼굴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퍼억.

줄락의 얼굴이 짓뭉개졌다. 한번이 끝이 아니었다. 그 골렘은, 기계적으로 줄락의 몸을 파괴했다. 한번, 두 번. 수십번의 주먹질이 절구 찍듯 그의 전신을 내려찍었다.

“끄윽.”

줄락은 다시 한 번 몸을 움직여보려 했다. 하지만 유체로 변할 수가 없다.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

“너 같은 놈들은 많이 상대해 봤거든.”

카르안이 느릿하게 걸어왔다. 그는 한심한 표정으로 줄락은 내려 보고 있었다.

“너무 뻔해.”

카르안은 처음부터 계산적으로 싸웠다. 저놈은 타브 같은 저능아가 아니다. 분명 카르안의 틈을 노릴 것이다.

평범하게 싸운다면, 골렘 3기를 소환해 빈틈없이 방어한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빠른 줄락이라도 카르안을 공격하기는 힘들다.

그러가다 흑룡회의 지원이 온다. 줄락은 도망치겠지. 서로 비기는 싸움. 카르안이 원하는 모양은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로 등 뒤를 비운 것처럼 움직였다. 소환을 하려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 미리 등에 마법진을 그려 놨다.

역시 줄락은 그의 미끼에 낚여주었다. 그는 골렘 두기의 주먹을 피하고, 그들의 몸이 회전하는 것까지 예상해 카르안의 등 뒤로 왔다.

그리고 보기 좋게 한방. 미리 제작해둔 거대 골렘의 손아귀에 붙잡혀 버렸다. 거기서 온 몸이 으스러졌고, 뒷걸음치다가 다른 골렘에게 치명상을 입었다.

토저보화의 수호령 사냥 때도 비슷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그 스케일이 커졌다는 점.

카르안은 몸을 떨고 있는 줄락의 몸을 짓밟았다.

“이제 조금 이야기할 생각이 드나.”

“웃기지 마라. 나는........”

우득.

카르안은 말없이 발에 힘을 주었다. 줄락은 괴로운 숨을 내뱉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알고있는 것을 전부 말한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지.”

“웃기는 놈....... 크흐흐.”

줄락은 돌연 비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내가 죽어도, 얼마 안가서 다른 놈들이 올 것이다. 너의 위치는 완전히 노출되었으니까.”

“흠.”

카르안은 발의 힘을 살짝 풀었다. 줄락이 쿨럭 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가 비웃음을 지우지 않고 소리쳤다.

“네놈이 고통스럽게 죽는 모습이 보이는구나. 나의 형제들에 의해서!”

“그래. 계속 떠들어봐. 전부 들어주지.”

“너에게 정보를 줄 수는 없다.”

순간이었다. 그의 온 몸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카르안을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줄락이 중얼거렸다.

“악투루스여. 당신의 어리석은 아들은 먼저 떠납니다.........”

줄락의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마치 발광하는 것처럼. 그러더니 곧 움직임이 잠잠해졌다. 카르안이 한숨을 쉬었다.

“자살한 건가.”

갑자기 피가 흐르기에 자폭이라도 할 줄 알았다. 싱거운 놈. 카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카르안은 줄락을 몇 번 발로 차 보았으나, 역시 그의 생명활동은 정지했다.

“정보를 줄 수 없기는 개뿔이.”

이미 줄락은 중요한 정보를 잔득 남겼다.

하나는 카르안의 위치가 저놈들에게 노출되었다는 것. 이제 카르안을 향해 저 귀찮은 벌레들이 기어온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줄락. 그가 악투루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무르짐이 한 말과 연결해 봤을 때. 아마 악투루스의 수하, 그런 존재일 것이다.

“젠장. 예상 외였어.”

카르안이 혀를 찼다. 그가 죽었을때 들은, 유예기간이 10년 남았다는 그 이야기.

카르안은 그 10년 후만 생각하고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10년 뒤에 안식과 평온의 신이 아케르나라를 공격한다. 그리고 이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그것을 대비해 힘을 키운다. 하지만 10년 후 문제가 아니다. 악투루스의 자식들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계속해서 그를 견제한다.

“무르짐과 관련이 있겠군.”

저놈들이 카르안을 노리는 이유. 그가 무르짐의 힘을 일부 얻었기 때문이리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다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흥분해서 흘릴 뻔했는데, 줄락은 다른 이야기도 했었다.

무르짐의 그릇.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긍정적으로 들리는 단어는 아니었다.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지만. 이미 물어볼 사람은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카르안은 카라나리가 쓰러진 자리로 갔다. 그녀는 한 쪽 무릎을 꿇고 검에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괜찮아?”

“괜찮습니다.”

카라나리가 대답했다. 기분탓일까. 평소보다 조금 더 딱딱하게 느껴졌다.

카르안은 그녀를 부축해주려 했다. 카라나리는 몇 번 괜찮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비틀거리며 쓰러지려 하는 그녀를 두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마법사 길드로 가지.”

그쪽 백마법사가 치료마법은 가장 뛰어나다. 카르안은 카라나리를 등에 업었다. 그녀는 포기한 듯 카르안의 등에 업혔다.

잠시 후, 카라나리가 입술을 열었다.

“카르안씨.”

“응?”

“바로 집에 가서, 아르나를 돌봐주세요. 오늘 저녁 까지만. 제 걱정을 많이 할 거예요.”

“알겠어.”

카라나리의 여동생. 아르나는 집에서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아무래도 그녀 혼자 두는 것은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그리고 제가 다쳤다는 말은, 가능하면 하지 말아주세요.”

“나도 눈치는 있어.”

카르안이 피식 웃었다. 집에 가서 떨고 있는 아르나에게, 네 언니는 죽기 직전까지 맞았단다~ 내가 일분만 늦었어도 죽었을지도 몰라. 라고 약이라도 올리겠는가.

둘은 말없이 길드로 향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었다. 그들은 방해 없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별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다. 봄의 하늘은, 그 나름대로의 풋풋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카르안씨.”

“응.”

“당신에게, 저는 어떤 존재입니까.”

카라나리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어쩐지 힘없고, 자신 없는 목소리. 조금 위태롭고, 또 가녀린 목소리였다.

“음. 글쎄다.”

카르안이 말을 흐렸다. 어떤 존재라. 카르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혹시라도. 오늘 저 괴물놈 앞에서 말한 것 때문이라면. 그건 신경 쓰지 마.”

카라나리가 힘없는 이유. 그건 부상 때문만은 아니리라. 줄락 앞에서 보여준 냉정한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만약 그놈이 너를 인질로라도 잡았으면.”

“.........”

카라나리가 잠깐 숨을 멈췄다. 그의 다음말. 카라나리는 그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도 그놈을 공격하지 못했을 테니까.”

“아.”

카르안은 멋쩍게 웃었다. 그 상황에서 카라나리에게 냉정하게 한 말. 그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라도 카라나리가 인질이 되는 것을 예방한 것. 아무리 생각해도, 카라나리는 그에게 큰 약점이 될수 있다.

다시 끊어진 대화. 카르안은 묵묵히 카라나리를 업고 걸었다.

어두운 길. 해는 졌지만, 마법사 길드는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설령 치료를 담당하는 백마법사들이 전부 떠났더라도, 카르안의 힘이라면 당장 그들을 불러올 수 있다.

길드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거리. 이번에 입을 연 것은 카르안이었다.

“그러면 카라나리.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아?”

카라나리가 당황했다. 이런 질문을 예상하지 못한것처럼.

“저는.......”

카라나리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침묵. 그것은 카르안이 길드 앞에 도착했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길드에 도착했다. 카르안은 길드의 문을 두드리려 했다. 그때 카라나리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카르안 씨는, 제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여동생 때문에?”

카라나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녀는 카르안의 몸을 조금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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