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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57)화 (5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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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눈웃음부터 풀고 말하지?”

    “헤헤.”

    레이아라는 귀엽게 볼을 부풀렸다.

    “보통 이러면 알면서도 속아주지 않으시나요.”

    “아니, 안 그래.”

    카르안은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 레이아라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연인 관계도 아닌데, 갑자기 몸을 섞자는 게 말이 되는가. 쉬다 가자는 게, 설마 손만 잡고 자자는 뜻은 아니리라.

    “흐으음.”

    하지만 레이아라는 농담으로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카르안의 앞으로 간 레이아라. 그녀는 카르안을 벽 뒤로 밀쳤다.

    “여관 안이 싫다면, 밖도 나쁘지 않아요.”

    그녀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사람도 없고.”

    정말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길거리에는 아무도 없다. 러슬라이도 없다. 오직 두 남녀만 서 있을 뿐. 자꾸 달라붙는 레이아라에게, 카르안이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뭘까. 물어봐도 되겠지?”

    “그야, 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취향이라?”

    “그런 남자는 나 말고도 있을 텐데.”

    “제대로 된 남자는 없어요.”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카르안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냥 잡아먹어 버릴까.’

    딱히 고민할 것도 없었다. 생전에도 여자들이랑 즐거운 관계를 맺기도 했으니까. 카르안이 혼전 순결 주의자도 아니고, 서로 가볍게 즐기는 관계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대체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딱히 흉계를 품고 이러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호의로 하는 행동치고는 너무 대담하지 않은가. 카르안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 모습을 카르안이 당황한 것이라 착각한 레이아라. 그녀는 살짝 웃었다.

    ‘귀여워라.’

    불법 조직의 이인자라고 해서 여자 다루는 것에 능숙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레이아라가 몇 번 도발하자 굳어버린다. 레이아라는 카르안에게 조금 더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그것을 보고, 카르안은 고민을 마쳤다. 단순한 결론.

    ‘나중에 생각하자.’

    숨결이 닿을 정도로 미묘한 거리. 그 틈을 좁힌 것은 카르안이었다. 한순간이었다. 그는 레이아라의 어깨를 잡고 입을 맞추었다.

    “음?!”

    레이아라의 눈이 커졌다. 먼저 접근해 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단순히 굿나잇 키스 같은 귀여운 입맞춤이 아니었다.

    딥 키스. 이름 그대로 상당히 깊고 진득한 키스였다.

    카르안의 혀가 엘프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그녀의 혀를 휘감았다.

    “하읍.”

    느릿하게, 급하지 않게 그녀의 말랑한 혀를 감싸 안는다. 혀뿐만 아니라, 그녀의 이부터, 입천장까지 천천히, 음미하듯 훑고 지나간다. 레이아라는 전신에 힘이 풀려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카르안이 단단한 팔로 지탱했다. 어느새, 어깨에 있던 왼손은 레이아라의 잘록한 허리로, 오른손은 머리 뒤로 이동했다. 그 두 팔은 부드럽고 신사적이지만, 단단하게 레이아라를 고정하고 있다.

    “흐응.”

    잠시 뒤로 물러나려던 레이아라. 하지만 카르안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그는 레이아라를 조금 더 끌어당겼다. 그녀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몸에 솜털이 바싹 섰다.

    ‘후아아........’

    레이아라는 카르안의 몸에 자신을 맡겨버렸다.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다. 온 몸이 지배당하는 것 같은 배덕적인 쾌감.

    카르안은 그녀의 허리를 조금 더 끌어당겼다. 뭉클한 가슴, 탄력 있는 복부. 부드러운 소녀의 몸이 느껴졌다. 레이아라는 옅은 콧소리를 흘릴 뿐.

    카르안은 눈을 꼭 감고 있는 그녀를 쳐다봤다. 키스를 하고 있는 도중이지만. 카르안의 눈썹이 좁아졌다.

    ‘의외로 별로.’

    생각보다 너무 간단하다. 온 몸에서 색기를 흘리기에 뭔가 능숙한 키스를 상상했는데, 레이아라의 혀는 영 어설프게 느껴진다.

    긴 키스가 끝나고,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레이아라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는지,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카르안씨?”

    “호랑이를 잔득 약 올렸으니, 이제 잡아먹힐 일만 남았지.”

    “하지만 여기는 밖이고!”

    “무슨 소리야.”

    카르안이 슬쩍 눈짓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으아, 잠시만.......”

    레이아라는 말을 멈췄다. 카르안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평소에 널널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위압적인 모습.

    그 공포에 레이아라는 굴복했다. 그 순간 몸에 저릿한 쾌감이 번졌다. 이 남자에게 무슨짓을 당해도 반항할 수 없다. 그 생각을 한 순간 몸이 살짝 떨려왔다.

    카르안이 그녀의 몸에 파고들었다. 마치 사슴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맹수처럼, 그는 레이아라의 가느다란 목에 키스했다.

    “하윽!”

    한번이 아니다. 목 한가운데부터, 가느다란 쇄골까지. 전부 음미하듯 키스했다. 레이아라는 가끔 신음을 흘릴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진하지 않은 향수냄새, 그 사이로 소녀의 향기가 확 올라온다. 카르안은 엘프의 몸내음을 즐기며, 레이아라의 옷을 풀어헤쳤다.

    “아, 아아? 잠깐만, 그거 비싼 옷인데.......”

    “몇 벌 새로 사주지.”

    그녀의 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동시에 속옷만 남은 소녀의 몸이 드러났다. 카르안은 잠시 애무를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레이아라가 물기 가득한 눈동자로 올려보고 있다. 거칠게 달아오른 숨. 귓가에 들릴 것 같은 심장소리.

    카르안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왜.”

    단 한 글자. 문장조차 이루지 못한 그 말. 뜻은 하나였다.

    왜 몸을 허락했냐. 그 질문이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궁금증이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레이아라가 작게 속삭였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생명을 구해준 값이랄까요.”

    “흐음.”

    생명을 구해준 값. 그러고 보니 카르안이 레이아라를 구해준 것이다. 배신자를 살려두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는데. 카르안은 구해준 것도 모자라, 치료까지 자비로 처리했다.

    카르안이 잠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한걸음 떨어졌다.

    “왜, 왜요?”

    “그런 이유 때문에 몸을 섞기는 싫거든.”

    카르안이 덧붙였다.

    “특히, 처음을 가져가기는. 죄책감이 든단 말이야.”

    “네에?”

    레이아라의 얼굴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흥분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그녀가 작게 말했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긴장해서 정신도 없어 보이던데.”

    레이아라의 움직임은, 긴장한 정도를 넘어서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양 손은 버둥거렸고, 대체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듯한 시선과 어색하게 꼬인 혀.

    레이아라가 눈을 흘겼다.

    “다 당신 때문이거든요?”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으윽!”

    뭔가 카르안도 쑥맥같아 보이다보니, 없던 자신감도 쑥쑥 생겼다. 비록 내가 초보자지만, 상대가 더한 초보자라면 아무래도 근거 없는 뭔가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카르안이 입을 맞춘 순간부터,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혀를 섞다보니 힘이 다 풀리고, 품에 안기는가 싶더니 옷이 전부 사라진다. 무슨 마술쇼도 아니고, 넋을 놓을 수밖에.

    레이아라는 땅에 떨어진 옷을 주우려했다. 뭔가 궁상맞지만, 그래도 옷은 입고 집에 들어가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뭔가 따뜻한 것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카르안의 코트였다.

    “이거 입고, 내일 돌려줘.”

    “고, 고마워요.”

    레이아라는 잠시 코트를 끌어안더니, 그대로 여관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카르안은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뒤, 발걸음을 옮겼다.

    2.

    그 뒤로도 시간은 한가롭게 지나갔다. 카르안은 골렘의 몸에 마법진과, 마나회로를 새겨 넣는데 여념이 없었고, 레이아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듯 점점 높아져만 갔다.

    다만, 레이아라는 카르안을 볼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눈을 피했다. 주변에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유는 그 둘만 알고 있었으니까.

    그 동안 카라나리는.

    “언니야. 이것 좀 먹어봐.”

    “나는 괜찮아.”

    “빨리! 자꾸 그러면 정말로 안준다?”

    여동생 아르나와 산책길을 걷고 있었다. 노을이 지는 시간. 주황색 물감으로 칠해진 하늘은 어쩐지 따스해 보였다.

    지금은 카르안에게 아르나의 약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전에는 카라나리가 헐레벌떡 다녀왔지만, 이제는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아르나와 산책하듯 갈 수 있다.

    아르나는 자기 머리만한 솜사탕을 카라나리에게 건냈다. 카라나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얀색 덩어리를 한입 베어 먹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 안을 적셔준다.

    볼에 설탕을 잔득 묻히고 먹는 아르나를 바라보며, 카라나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카르안이 준 약 덕분인지, 아르나의 몸 상태는 상당히 호전되었다.

    아직까지 완치가 되지는 않았지만,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어지간하면 집 밖에도 내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산책을 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행복한 시간.

    카라나리의 사정도 좋아졌다. 그러니까 경제적인 사정. 타브가 모습을 감춘 뒤로, 그녀의 몸값도 점점 올라갔다. 결국 3급 용병에 맞는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그 외에도 카르안과 르네키르다를 여행하며 올린 수익이 아주 컸다.

    주머니가 든든해지니, 시간도 넉넉해진다. 덕분에 검술을 연습할 시간도 생겼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동생과 산책을 즐길 여유도 생겨났다.

    “앗, 토끼다!”

    백작령의 산책로. 가끔씩 산에서 내려온 동물들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아르나는 작은 토끼를 보며 꺄르르 웃었다.

    “언니! 저거 잡아줘!”

    카라나리는 반사적으로 허리에 손을 뻗었다. 항시 휴대하고 다니는 단검의 딱딱한 손잡이가 잡혔다. 그러다가 뭔가에 데인 것처럼, 손을 때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여동생이 바라는 것은, 귀여운 토끼의 머리에 공기구멍이 나는 게 아니리라. 항상 죽이고 살리는 일만 하다 보니, 반사적인 행동이다. 입맛이 썼다.

    “안 돼. 토끼가 슬퍼할 거야.”

    “칫, 만져보고 싶은데.”

    “저 토끼도 우리처럼 산책을 나온 거야.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낚아채면, 놀라지 않겠니?”

    당장 달려가면 잡을 수는 있지만, 기분 좋은 산책길에서 그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옛날에 읽은 육아 책에 의하면, 끝도 없이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버릇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했다.

    “그러면 내가 잡으면 되지!”

    아르나가 후다닥 발을 놀렸다. 카라나리는 잠깐 말리려 했지만, 별 일이야 있겠는가. 여기 위험한 낭떠러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카라나리는 아르나가 달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거기 서라! 토끼야!”

    난데없는 소녀의 돌격에, 토끼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더니 후다닥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앗!”

    잠깐의 추격전. 아르나는 힘차게 토끼를 따라갔다. 하지만 흰 토끼와 아르나의 사이는 벌어져만 갔다.

    “음?”

    산책로 반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큰 키의 남자였다. 하얀색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 그는 아르나와 토끼를 번갈아 보더니, 상황을 이해했다.

    “웃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토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토끼도 만만치 않다. 야생동물의 날렵한 움직임으로, 토끼는 몸을 틀어버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반응하지 못할 빠르기.

    “귀여운 것.”

    남자는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토끼가 움직일 진로를 예상한 듯. 당황한 토끼는 울음소리를 냈지만, 곧 남자의 손에 잡혀버렸다.

    “우아아.”

    뒤따라오던 아르나도 감탄했다. 뭔가 손이 쑥 하고 움직이더니, 토끼가 손 안에 쏙 들어와있다. 무슨 마법 같았다.

    “우와아! 어떻게 한 거예요?”

    남자는 말없이 토끼를 쓰다듬었다. 작은 초식동물은 달아나려 이리저리 버둥거렸지만, 그의 손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아르나가 다시 말했다.

    “저도 만져봐도 돼요?”

    “그럼.”

    남자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르나는 환하게 웃으며 토끼를 쓰다듬었다.

    “아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카라나리도 그들 앞에 도착했다. 아르나는 쪼그려 앉아 토끼를 쓰다듬고 있었고, 백색 로브의 남자는 그런 아르나를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언니! 이 아저씨가 토끼 잡아줬어!”

    “줬어가 아니라 주셨어겠지.”

    카라나리가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아르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카라나리는 한숨을 쉬며, 로브의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로브에 얼굴이 반쯤 가려져있다. 하지만 그러난 입가에는 선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카라나리는 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뭘요. 이 정도 쯤이야.”

    순간 카라나리의 표정이 구겨졌다.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녀에게 있어서 결코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당신은.........”

    “오랜만입니다.”

    로브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카라나라씨. 한번 뵙고 싶었어요.”

    타브 알페라츠.

    그가 서 있었다. 사이프카르에게 패한 기사단장은, 토끼를 쓰다듬었다, 새하얀 토끼는 여전히 그의 손 안에 잡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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