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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54)화 (54/124)

<-- 악투루스의 자식들 -->

“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타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작게 웅얼거릴 뿐이었다.

“내 연인. 아아아...... 잊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그래도 나를 받아주는 것은. 그녀밖에.”

맥락 없는 중얼거림. 집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완전히 망가진 도련님의 모습. 마약 중독자의 독백이었다.

마약의 부작용. 그가 마약에 빠진지 한 달이 지났다. 타브는 가끔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했다. 독한 마약은 기사인 그의 몸 뿐 아니라 정신까지 산산조각 내었다.

타브는 멍한 표정으로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렸다. 흡사 맨땅에서 수영을 하는 것 같은 모양. 무지개의 끝에 다다른 소년처럼, 멍한 미소를 띤 채였다.

그의 눈앞에는 웃고 있는 카라나리가 있었다. 비록 뒤틀렸지만, 잠깐이라도 사랑한 여자였으니까. 그의 망가진 심장에도, 그녀의 흔적은 남아있었다.

집사는 눈물을 닦고, 뒤로 물러났다.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집사는 타브에게 고개를 숙이고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아마 저렇게 한동안 헤매다가 잠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게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절망할 것이다.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 또다시 술과 마약을 찾고. 지옥 같은 수레바퀴. 약에 취하고, 그 약에 취한 자신을 잊기 위해 또 약을 찾는다.

악순환. 그것은 타브를 더욱 망쳐버리겠지. 하지만 그를 말릴 수가 없었다.

“하하하........”

흐릿한 웃음소리만 어두운 방을 채웠다. 그의 환상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집사는 방을 나갔고, 방 안의 어둠은 그 혼자만의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방을 비추던 촛불도 전부 녹아내려 빛을 잃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타브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헉!”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리고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온 몸이 저리다.

달콤한 환상이 끝나고, 떫은 현실의 냄새가 났다.

“시도 때도 없이 헛것이 보이나.”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나마 지금 이게 환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 가겠지.

지금처럼 술과 약을 하다가는, 이렇게 현실이라는 것을 영원히 인지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는 세수를 하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타브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어두운 방 안에 유령처럼 서 있는 무언가. 타브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이 방에 있다.

“쯧쯧쯧.”

어두운 탓에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히 기형적인 몸을 가졌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괴한. 그가 혀를 찼다.

“고작 한번 패배했다고 꼬리를 내리다니. 한심한 꼴이군.”

괴한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멍하니 있던 타브의 눈이 번쩍였다.

“넌 뭐야.”

“우리는 너 같은 놈을 패배자라고 부른다. 이 패배자야.”

“뭐라는 거야!”

정신을 차리고 나니 웬 놈이 자신의 방에 있는 게 아닌가. 그는 눈을 몇 번 끔뻑였다. 하지만 흐릿해진 시야는, 괴한을 인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알수 있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타브가 이를 갈았다.

“당장 꺼져. 죽고 싶지 않으면.”

“그럴 수는 없지.”

타브가 눈을 찌푸렸다.

‘저놈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 들어보는 언어. 엘프나 오크, 심지어 마족의 언어도 아니었다.

저놈이 나를 놀리는 것인가, 타브가 고개를 갸웃하자, 괴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신 좀 차리라는 말이다.”

그제야 남자는 제국어로 말했다. 타브는 무슨 말인지 이해했고,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족의 방에 몰래 들어오다니. 죽어도 할 말은 없겠지?”

처음 보는 놈이 난데없이 방에 들어와서 정신이나 차리라고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얼빠진 도적놈인가.’

도적치고는 뭔가 조금 이상했지만, 타브의 머리는 이미 굳어있었다. 그가 입가를 뒤틀었다.

“하필 기사단장의 방을 털다니. 운이 없는 놈이로군.”

한쪽 팔밖에 움직이지 않지만, 그의 검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어둠 속에서 검이 달빛에 번쩍였다. 베기. 기본기지만 그만큼 빠르다! 날카로운 칼날이 괴한의 옆구리를 향했다.

“읏!”

하지만 그의 검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괴한의 몸이 흐려지더니, 그의 검을 흘려낸 것.

아무런 저항도 없었다. 덕분에 타브는 휘두른 검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했고, 중심을 잃은채 넘어졌다. 먼지가 쌓인 책상을 향해서.

와장창!

타브의 몸에 부딪힌 책상이 박살나 버렸다. 괴한이 한심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 본다.

“성질머리 하고는.”

“이놈이!”

타브의 검에 오러가 실렸다. 누가 뭐라 해도 아직 그는 기사단장! 약에 망가졌다 하더라도, 오러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순식간에 푸른 오러가 방을 밝혔다.

놈이 검을 피할때, 잠시 유체로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오러는 그 유체마저 가를 수 있다! 타브는 괴한을 향해 돌격했다.

“어리석은 놈.”

괴한의 눈이 빛났다. 그를 향해 달려가려던 타브는, 순식간에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전신이 단단한 돌이 된 것 같았다. 타브는 몸에 마나를 끌어올려봤지만, 술과 약에 찌든탓에 잘 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비겁한 짓거리냐!”

“비겁할 것도 없지.”

그가 점점 다가왔다. 타브는 미친 듯이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여전히 오러는 끊어지지 않았다만, 몸이 굳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인가.

“겁먹은 강아지 같은 표정은 짓지 말라고. 너한테 악의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니까.”

“그럼 왜........”

“너를 도와주러 온 것이다. 이 천치같은놈.”

괴한이 그의 눈앞까지 걸어왔다. 그와 동시에 오러의 불빛이 괴한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흐흡!”

타브는 숨을 삼켰다.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괴물도 아니다.

곤충의 얼굴이었다. 저런 종족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타브는 서둘러 괴한을 훑어봤다.

사람과 비슷한 실루엣을 가졌을 뿐, 전혀 다른 생물이다. 마치 거대한 곤충과 같은 생김새.

그 곤충이 입을 열었다. 유창한 제국어가 흘러나온다.

“자. 한 가지 거래를 하지.”

“거래?”

“간단한 이야기다. 네가 잃었던 모든 것을 돌려주지. 잃어버린 팔과 힘. 외모까지. 그 모든 것을 말이야.”

“........그게 정말인가.”

타브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조건이 너무 좋다. 마치 사기꾼 같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타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태.

게다가 타브를 순식간에 멈추다니. 요상한 힘까지 쓰고있다. 적어도 보통 놈은 아니었다. 그 거대한 곤충은. 기괴하게 얼굴을 비틀었다.

“나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지. 다만 내가 주는 힘에는 댓가가 필요하다. 몇 가지 일을 해줘야겠어..........”

2.

카르안이 S급 포션을 얻은 후,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일이 끝나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골렘을 연구했다.

무르짐의 제자 벨트리. 그의 서적을 이용해서 말이다. 카르안은 그 외에도 몇몇 연금술 서적을 구했으나, 수준이 너무 낮거나, 엉터리 이론들로 가득했다.

“그때 이것을 못 얻었으면 큰일 날 뻔 했군.”

뛰어난 재능덕분에 그의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깊어졌다. 그리고 틈틈이 실전을 반복하니 실력 또한 일취월장.

결국 골렘을 사용하는 연금술사 중에도 소수만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언 골렘을 다룰 수준까지 왔다.

“만드는 것은 별개지만.”

카르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한 대장장이의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갈 시간, 그가 집 대신 간 곳은 대장간이었다. 이 백작령 안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는 대장간.

거기에 커다란 창고까지 빌렸다. 전부 아이언 골렘을 위해서였다.

“형, 형님. 이건 어디로......”

“이쪽에 놔둬.”

뒤에서 제이크가 커다란 쇳덩이를 들고 왔다. 거대한 주먹의 형태. 육중한 풀 플레이트 아머에서 손 부분만 때온 것 같았다.

차이점 이라면 엄청난 크기와 무게.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제이크지만, 그도 들고 오기 힘들 정도였다.

“웃샤!”

제이크가 땀을 훔쳤다. 뒤에 대장장이가 씨익 웃었다.

“허허, 젊은 친구라 그런지 힘이 넘치는구먼.”

“그런데 이거 원래 노인장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면 큰 사람이 될 수 없네.”

대장장이는 어물쩍 넘어가며 카르안에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나으리. 정말 이런 거대한 놈을 다룰 수 있으십니까?”

대장장이가 손을 싹싹 비볐다. 간만에 큰 손이다. 이 골렘을 의뢰했을때, 그의 호칭은 '씨' 에서 '나으리'로 바뀌었다. 카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다룰 수 있으니까 만들었죠.”

카르안이 강철의 거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족히 4미터는 넘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산이다.

이제 반쯤 완성되었다. 지금 몸과 팔이 완성되었고, 이제 다리와 머리. 나머지 자잘한 부위가 남았다.

“앞으로 한 달은 더 걸릴 겁니다.”

“시간은 상관없습니다. 대신 실수 없이 만들어주세요.”

“혼과 열정을 다 쏟아 부었습니다. 걱정 붙들어 매시라요.”

대장장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말뿐 아니라, 정말 대장장이는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그도 그럴게, 카르안의 한 달 수입도 넘는 돈을 모조리 투자했으니까.

100골드가 넘게 들어간 것. 보기 드문 거금이었기에, 대장장이는 제자들까지 전부 동원해 아이언 골렘을 만들었다.

합금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갑옷은, 어지간한 화살이나 검같은 것으로 흠집조차 낼 수 없어 보인다.

“그것 말고 다른 것들은........”

“아아, 진작 끝냈습죠.”

카르안의 말에 이번에는 러슬라이가 수레를 끌고 왔다. 그 안에는 흰 천으로 덮인 무언가가 실려 있었다.

“그나저나 이 영감탱이는 왜 우리한테 시키는 거야?”

그가 투덜거렸다. 대장장이는 어깨를 쫙 폈다.

“내가 다치면, 작업은 누가 하나. 다 카르안님을 위한 일이라네.”

그는 얼른 하얀색 천을 치웠다. 그 안에는 갑옷 3개가 눕혀져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물건이었다.

카르안은 갑옷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것은 약 2미터 정도의 크기. 저 거인에 비해 날렵한 몸체를 자랑했다.

관절 부분도 유연하고, 갑옷은 충분히 단단하다. 카르안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주문대로 만들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허허, 어차피 다 돈 받고 하는......... 아니, 장인의 열정으로 하는 일인데 뭐.”

카르안이 따로 주문한 물건, 소형화 시킨 아이언 골렘들.

이제 이 골렘들에 카르안이 마법진을 새겨 넣는다면, 곧 충실한 손과 발이 되어 그의 적을 찢어버릴 것이다.

벨트리의 연금술 서적을 연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골렘의 핵을 이용해 즉석 골렘만 사용했지만, 이제는 완성된 아이언 골렘을 그 자리에서 소환한다.

마나량도 예상 이상으로 늘어났고, 더욱 효율적인 골렘 운용법도 익혔다. 3기 정도는 문제없이 다룰 수 있다.

“그런데 형님, 어디서 전쟁이라도 났습니까? 이놈들은 전부 어디다 쓰시려고.”

“그냥....... 남자의 로망이야.”

“제가 보기에는 돈지랄.......”

“무슨 소리냐. 역시 저도 형님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거대한 골렘이야말로 사나이의 로망이죠.”

러슬라이가 얼른 끼어들었다. 표정이 심란한 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물론 카르안도 장난으로 이것을 만든게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지만. 앞으로는 힘들어질 거야. 악투루스의 자식들이 올 것이니까.

무르짐이 남긴 말이었다. 악투루스의 자식들.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그놈들이 자신에게 호의적 일리는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견딜 만하다. 흑룡회의 힘은 강대했고, 카르안이 위험에 처한다면 사이프카르의 커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감당할 수 없는 강자가 공격해온다면, 누구에게 몸을 맡기겠는가. 스스로 강해져야했다.

그는 대 연금술사 무르짐의 유산을 모두 얻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연금술사의 가장 공격적인 수단. 골렘을 다뤄야 한다.

‘그나저나 무르짐의 그 힘은 뭐였지.’

연금술도 뭣도 아닌 괴상한 힘. 땅에서 가시가 솟아나고, 스스로의 육체를 강화시킨다.

게다가 마지막에 보여준 엔트로피 버스트. 강신한 신조차 일격에 파괴하는 기술. 도저히 일반적인 연금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카르안이 고민에 빠진 사이, 대장장이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나으리. 그러면 오늘은 여기서 계속 작업하실 것입니까.”

“그래야지. 완성된 골렘을 손봐야 하니.”

2미터 크기의 골렘 3기. 안쪽에 마법진을 세기고, 여러 섬세한 공정을 해야 했다.

그 거대한 것을 집에 들고 가기도 힘들었으니, 이곳에서 작업하는 수밖에. 그때 대장장이의 제자 한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약간 붉어진 얼굴. 그가 카르안에게 말했다.

“카르안 나으리. 찾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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