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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52)화 (5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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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님, 카르안 형님이 오신다고 하십니다.”

    “지금?”

    마법사 길드에서의 연락. 소식을 들은 러슬라이는 얼른 사이프카르에게 달려갔다. 긴 시간동안 자리를 비웠던 카르안이 돌아온다. 몇몇 조직원들은 나가서 카르안의 귀환을 환영해야 한다.

    “생각보다 빨리 오네. 다친 곳은 없고?”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조금 있다가 도착하신다고 밖에는........ 그리고 마법사가 3명치 마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뭘 잔득 챙겨왔나 보지.”

    사이프카르가 들고 있던 펜을 놓았다. 이상할 것은 없다. 장거리 텔레포트. 거기에 소모되는 마나는 단순히 사람 수대로 계산되는 게 아니니까. 이동하는 물체의 질량, 부피 등을 전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계산식에 따라 텔레포트가 진행된다. 즉 2명이 텔로포트를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이동할 때 짐이 많거나 사람 자체의 체격이 크면 마나량이 달라진다.

    지금 3명치 마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카르안과 카라나리가 짐을 잔득 챙겨왔으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할일 없는 애들 전부 모아놔.”

    “알겠습니다.”

    넘버 투의 귀환이다. 가뜩이나 산과 강 할것없이 구르고 왔을 텐데. 환영해주는 사람이 몇 명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직속 부하인 러슬라이와 제이크가 부하 몇 명을 이끌고 나서려했다. 한 다섯 명 정도면 적당하겠지. 러슬라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누님은 어디 가십니까?”

    “마법사 길드. 나도 가야지.”

    “누님이 직접 말씀이십니까?”

    “당연하지. 사랑스러운 부하인데, 그 정도는 챙겨줘야 하지 않겠어? 내가 또 한 부하사랑 하잖아.”

    사이프카르가 화사하게 웃으며 말하자, 러슬라이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못볼걸 본듯한 얼굴. 그 표정을 귀신같이 포착한 사이프카르가 인상을 팍 썼다.

    “안 움직이냐? 아니, 좀 맞으면 빨리 움직이려나?”

    ‘부하 사랑은 얼어 죽을........’

    러슬라이는 사이프카르의 차별에 몸을 떨면서도 빠르게 뛰어나갔다. 더 늦으면 정말로 얻어맞기 때문이다. 지금은 빨리 뛰쳐나가는 게 정답이었다.

    2.

    30분 후, 마법사 길드. 그 안쪽은 흑룡회 조직원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길드를 이용하려고 온 손님이나 마법사들은 그들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형님이 오실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나저나 뭘 잔득 얻어오셨을까.”

    제이크가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이번 일에 가장 열심히 뛴 것은 카르안이고,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것도 카르안이다.

    하지만 조직의 창고가 넉넉해지면 사이프카르도 너그러워지기 마련. 그 까다로운 누님이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는다면, 조직원들도 편해진다. 게다가 그들에게도 뭔가 떨어지는 물건이 있으니까.

    “그런데 형님이 어디로 가셨더라.”

    “르네키르다. 거기로 가셨다. 멍청한 놈아.”

    제이크의 질문에 러슬라이가 핀잔을 줬다. 제이크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냐고.”

    “엘프, 엘프들 나라!”

    “왜 화를 내고 그래?”

    “네 무식한 소리를 듣고 있으면 없던 화도 자꾸 생기거든.”

    한가한 소리를 하는 제이크. 그와 정 반대로, 마법사 길드 안은 온통 긴장으로 가득했다. 갑자기 흑룡회 사람들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사이프카르가 스무 명도 넘는 장정들을 이끌고 도착하자, 길드 안은 초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그들이 장거리 텔레포트를 두 번이나 이용하는 VIP고객이라는 것. 마법사들은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끙끙거렸다.

    “조용히 좀 해라. 사람들한테 민폐야.”

    사이프카르가 진한 커피를 마시며 중얼거렸다. 전 조직원이 빳빳하게 서 있는 가운데, 그녀 혼자만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누님.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제이크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존경하는 형님을 환영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화관은 너무하지 않은가.

    지금 제이크의 손에는 정성들여 만들어진 화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때 러슬라이가 소리쳤다. 그는 꽃다발 담당. 덕분에 스킨헤드 근육질 남자와 꽃다발이라는 기묘한 조합을 완성하고 있었다.

    “어허. 위대한 형님이 우리를 위해 힘쓰셨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그리고 이런 봄날에 화관에 꽃이라니, 계절까지 완벽하게 파악한 사이프카르 누님의 미적 감각은 실로 예술가의 경지에 오르셨지.”

    “솔직히 이래봐야 형님은 부담스러워 하실 것 같은데.”

    제이크가 계속 불만을 토했다. 그가 알기에 카르안은 이런 화려한 뭔가를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 환영 인파로는 부하 한두 명 정도로 충분. 그 편을 더 편안해 할 거 같았다.

    하지만 사이프카르는 알 듯 말듯한 미소만 지었다. 그 사실을 그녀도 모를 리 없었으니까.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편이 좋을 거야.’

    이렇게 잔득 부하들이 몰려왔는데, 정작 얻은 것은 별로 없다. 그러면 카르안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진다. 그리고 사이프카르가 원한것도 그것이었다.

    ‘누님이 형님을 견제하시려고.’

    러슬라이가 생각했다. 아부도 머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도 지금 상황이 조금 과하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사이프카르가 이런 눈치 없는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녀의 행동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녀의 뜻을 파악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카르안이 너무 잘나간다. 토저보화의 수호령 사냥부터 공장처럼 약 찍어내기. S급 포션 제조 등으로 조직에 막대한 수입을 얻게 해 주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처럼, 조금 과할정도로 잘해주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그런 카르안을 약간 기 죽이는 것도 필요했다. 러슬라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누님. 만약 카르안 형님이 정말 잘 해 주신다면.”

    “그때는 정말로 칭찬해 줘야지.”

    사이프카르는 러슬리이의 맥락 없는 말을 바로 받아들였다.

    “잘해줘도 좋고, 못해줘도 좋지. 어느 쪽이든 나는 그 녀석을 내칠 생각이 없으니까.”

    못해 준다면, 약간 기를 죽여 가며 부하로 계속 이용한다. 세상에 완벽한 부하같은게 어디 있는가. 조금 실수나 부족한 결과를 가져와도, 그녀는 충분히 감싸줄 생각이 있다. 아무튼 카르안 만한 인재는 찾기 힘드니까.

    그리고 만약 잘해준다면.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지.’

    그녀는 유능하다고 부하를 내칠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좀 더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녀와 동등한 위치까지 오게 된다면, 부하가 아닌 협력자로써 함께 발을 맞춰야겠지.

    그렇게 되면, 사이프카르는 지부장이 아닌 조금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흑룡회에서 지부장 위의 위치는 하나뿐이다.

    “나 참, 누님이나 저놈이나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둘의 대화를 이해 못한 제이크만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연금술 길드의 한쪽이 번쩍거렸다. 텔레포트 존(teleport zone). 장거리 텔레포트를 위해 있는 장소다. 그곳을 보던 부하 한명이 소리쳤다.

    “형님이 오시는 것 같습니다.”

    “그럼 슬슬 준비할까.”

    그들은 열렬히 환호할 준비를 했다. 제이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나저나 엘프의 도시라니, 귀여운 엘프 소녀라도 한명 업어오시는 게 아닐지 몰라.”

    “쯧쯧.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형님이 너처럼 사리분별도 못하시는 분이신 줄 알아?”

    잠깐 텔레포트 존이 빛나고, 그 안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한명의 남자, 그리고 한명의 소녀. 카르안과 카라나리였다. 그런데 카르안이 뭔가 이상한 것을 들고 있었다.

    “형님. 그런데 지금 그것은?”

    박수를 치려던 제이크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긴 금발. 새하얀 피부, 그리고 금발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귀. 누가 봐도 엘프였다. 그가 웅얼거렸다.

    “저, 정말 엘프 소녀를 납치해 오셨어........”

    “납치는 무슨.”

    카르안이 억울하게 외쳤다. 반면 박수를 치려던 조직원들은, 카르안의 엉뚱한 전리품에 손을 멈췄다. 사이프카르가 어이없다는 듯 다가왔다.

    “네가 뭔 백마 탄 왕자님이야? 어디 가서 엘프 공주님이라도 구하고 오셨나. 엘프 나라에 특산품을 구해오라고 했더니, 정말로 엘프를 들고오냐?”

    물건을 구하라고 보냈더니, 뜬금없이 엘프를 들고 왔다. 설마 저 소녀를 약탈품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조금 사정이 있어서........”

    카르안이 머쓱하게 말했다. 새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카르안. 그는 공주님을 안은 기사처럼 레이아라를 안아들고 있었다. 속칭 공주님 안기. 그리고 그 옆에는 카라나리가 냉기를 살살 흘리고 있었고.

    대체 뭘 했는지 감도 안 잡히는 모양새다. 카르안은 한숨을 쉬었다.

    분노한 카라나리와 레이아라. 그 둘이 벌인 즉석 서커스의 결말은 영 좋지 않았다. 아무리 엘프가 날렵하고 치유력도 인간보다 좋다하지만, 격한 움직임 자체가 잘못되었다.

    다시 상처가 벌어지고, 레이아라는 푹 기절해 버렸다. 결국 의식을 잃은 레이아라를 카르안이 안고 오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아무튼 이 아가씨는, 여기서 치료를 좀 받아야합니다. 백마법사에게 치료를.”

    카르안이 조직원 한명에게 레이아라를 건넸다. 조직원은 얼른 엘프를 받아서 뛰어갔다. 사이프카르가 헛기침을 했다.

    “그래,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그런데 그건 아무래도 좋아. 여행 선물은 잘 들고 왔겠지.”

    “물론입니다. 카라나리.”

    카라나리가 사이프카르에게 가방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카라나리를 슬쩍 보더니, 가방을 받아들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지는 않아 보이는데.”

    “글쎄요. 열어 보시면 아시겠죠.”

    사이프카르가 가방을 흔들었다. 별로 무겁지 않았다. 게다가 크지도 않고. 혹시 엄청나게 값나가는 물건을 구해온 것인가.

    사이프카르는 가방을 열어 안쪽을 살폈다. 분명 가방인데, 뭔가 상당히 깊어 보인다. 게다가 물건들이 미니어처처럼 작게 변해 진열되어 있다.

    고개를 갸웃한 사이프카르. 그녀는 그중 지팡이 한 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새끼손가락 한마디 길이였던 지팡이가, 가방 밖으로 나오는 순간 쑤욱 자라나는 게 아닌가.

    제이크와 러슬라이 모두 깜짝 놀랐다. 작은 가방에서 기다란 지팡이가 튀어나온 것이다. 도저히 저 가방안에 들어갈 크기가 아니다. 사이프카르가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실전 압축 지팡이냐.”

    그녀는 가방을 몇 번 더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이해한 듯 눈을 반짝였다.

    “이 가방. 마법 도구로군.”

    “그렇습니다. 쓸 만한 것은 싹 다 긁어왔어요.”

    카르안이 대답했다. 사이프카르는 몇 번 더 안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용물은 자세히 봐야겠지만, 이 가방만 해도 상당한 귀중품. 그런 것을 구해왔으니, 내용물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구나.”

    “그게 마법도구 입니까?”

    “신기하구만........”

    주변에서 조직원들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원래 마법도구라는게 값이 나가기 마련. 일반적인 조직원들은 보기 힘든 물건이다. 특히나 저 가방처럼 특이한 능력을 가진 도구는.

    그제야 조직원들이 뒤늦게 박수를 쳤다. 참 묘한 타이밍. 카르안은 러슬라이가 건네주는 꽃다발, 제이크가 건네준 화관까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받았다.

    “이건........”

    “그냥 사소한 이벤트야. 그리고 고생한 카르안을 위해서 오늘 하루는 휴가를 주지.”

    사이프카르가 대답했다. 카르안에게 무안을 주려던 그녀의 계획은, 기분좋게 빗나갔다. 어차피 이것도 나쁘지 않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치밀하게 생각했던 계획도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며칠쯤 더 쉬게 해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조직에서 카르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또 신나게 포션제조를 해야 하기 때문. 카르안도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비싼 월급 받으면서 하는 일이다. 그만한 돈을 받으면 이정도 노동은 감수해야 했다. 오늘 하루 쉬게 해준다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감사합니다.”

    “돈도 많이 있을 텐데. 술이라도 마시라고. 요정 몽로에 예약이라도 해줄까? 직원 할인도 되는데.”

    사이프카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하긴, 지금까지 계속 야영을 했을 테니.”

    사이프카르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이 정도 물건을 약탈하려면, 있는 고생 없는 고생 전부 다 했을 것이다. 한동안 앓아누워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카르안은 쉴 생각이 없었다. 오늘 저녁, 조금 다른 곳에 들려야했으니까.

    ‘내가 지식을 얻은 곳.’

    무르짐이 남긴 말. 그곳으로 가야했다. 카르안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카라나리와 함께 길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조직원 들도 모두 따라 나왔다.

    그 가운데에서, 카르안이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밤. 혼자 그곳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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