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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51)화 (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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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안은 빠르게 포션을 완성했다. 마시는 약부터 부어서 치료하는 물건까지.

“으으.......”

레이아라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체력이 회복되자, 그녀가 가느다랗게 눈을 떴다.

“카르안.......씨.”

그리고 자신을 치료해주고 있는 게 카르안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배신한 상대가 자신을 치료해주고 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왜죠?”

레이아라는 카르안을 배신했다. 결국 그녀도 자신이 휘두른 배신의 칼날에 쓰러지기는 했지만.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카르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배신했다고 해도, 동료는 동료니까.”

레이아라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노, 농담은 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내가 그렇게 냉혈한으로 보이나? 죽어가는 사람 살려줘도 이런 소리나 듣다니.”

카르안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보통 이러면 감동해야 하지 않나. 다짜고짜 의심부터 하다니.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물론 레이아라 말대로, 그런 선한 마음으로 살려준 게 아니기는 했지만. 옆에 서 있던 카라나리가 말했다.

“레이아라씨. 아는 것을 전부 말해주세요. 연금술사 연합의 괴물은 무엇이었는지. 그 외에도 당신이 아는 것에 대해.”

“하, 하하.........그래요. 보통 이게 정답이죠.”

배신자를 이유 없이 살려줄리 없다. 레이아라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꽈악-

“아아악!”

“일어나지 마십시오.”

카라나리가 발로 레이아라의 복부를 밟았다. 레이아라가 고통에 신음을 흘렸지만, 카라나리는 그런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 보고 있었다.

카라나리가 밟은 곳, 거기는 그녀가 부상당한 부위다. 힘을 잔득 줘서 차지는 않았지만, 레이아라에게 충분한 고통을 줄 만큼은 되었다.

“저는 한번 배신한 사람은 잘 믿지 않습니다. 그대로 앉아서 이야기해 주십시오. 양 손은 전부 보이게 앞으로 하고.”

“어차피 다쳐서 도망치지도....... 으윽.”

카라나리가 발에 다시 힘을 주었다. 레이아라는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세요.”

서릿발이 휘날리는 것만 같은 냉정한 태도. 레이아라는 포기하고 양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으려나.”

카르안이 중얼거렸다. 그가 보기에도 레이아라가 도망칠 확률은 거의 없었다. 일단 텔레포트 스크롤도 빼앗아놨고, 달려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지금도 응급처치를 했을 뿐, 상처가 완벽하게 낫지는 않았으니까.

굳이 이렇게 압박감을 줄 필요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지금 카라나리는, 무언가 다른 이유로 분노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레이아라가 순순히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나.”

별로 기죽지 않은 표정.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했다.

“이것부터 말해야겠네요. 전투 생명체를 만드는 것. 그 실험을 한 것은, 알샤인 교단만이 아니에요.”

“그렇겠지.”

카르안도 그 정도는 예상했다. 엘프의 연금술사 연합, 그곳에 있던 괴물들. 도저히 일반적인 형태로 탄생한 생명체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알샤인 교단의 괴생명체와도 비슷하게 생겼고.

“그리고 연금술사였던 저희 부모님도, 그 실험에 참여할 뻔했어요.”

“그래서? 그 일에 참여하셨나?”

“거절하셨죠. 그런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일에는 관여할 수 없다면서. 그 일을 거절한 날 저에게 말씀해 주셨거든요.”

“좋은 분이셨군.”

좋은 사람. 본 적은 없어도, 그런 실험을 거절했다는 것을 봐서 적어도 악인은 아니리라. 카르안의 말에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살짝 눈을 감았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

“맞아요. 그날 이렇게 말씀해 주셨거든요. 연금술은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라고. 사람을 죽이는 검이 아니라, 사람의 썩은 상처를 도려내는 칼날이라고.”

레이아라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괴로운 기억이 떠오른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 돌아가셨어요.”

“하.......”

“연금술사 연합 사람들이, 실험 중 사고라고 알려 주더군요. 하지만 믿을 수가 없었죠. 두 분 모두 안전에 신경을 엄청나게 쓰셨는데. 다른날도 아니고 같은날 사고로 돌아가시다니.”

냄새가 났다. 무언가 썩고 있는 고약한 악취가. 바로 탐욕의 냄새였다. 카르안이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 냄새. 그는 대충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

“저도 의심스러워서, 직접 알아보려 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엘프들은 저에게 낙인을 찍고, 르네키르다 밖으로 추방시켜 버리더라고요.”

레이아라가 슬쩍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검은 낙인이 흉터처럼 피부에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살짝 웃었다. 공허한 자조였다.

“입막음 시킨 것 같군. 그 실험이 밖에 알려진다면 큰 파장이 생길 테니까 말이야.”

카르안이 턱을 쓰다듬었다. 비밀스러운 실험은 아는 사람만 알아야 한다. 어느 나라나 권력자들이 원하는 것은 심지 굳은 학자가 아니라, 말 잘 듣는 노예니까.

인간이나 엘프나. 똑같았다.

“그래도 너에게는 다행이군. 만약 네가 부모에게 실험에 대해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너도.......”

“다행이었을까요. 다만, 이 위선자들이 전부 죽은 것을 보니까 살아남은 게 나쁜 것만도 아닌 것 같긴 해요.”

“음.”

레이아라가 말했다. 그 위선자라는 게 알샤인 교단의 기사들만은 아니리라. 레이아라가 엘프들의 시체를 보며 짓던 어두운 웃음. 그것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 뒤로 레이아라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떠돌이가 된 그녀에게 알샤인 교단이 접촉한 일. 죽은 부모를 살려줄 수 있다며 하늘의 문을 가져오라고 시킨 일. 그리고 배신당해 쓰러진 일까지.

“너도 참 복잡한 삶을 살았군.”

카르안이 한탄했다. 확실히 알샤인 교단 입장에서는, 추방당한 엘프만큼 유혹하기 쉬운 상대가 없었으리라.

르네키르다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부모를 잃은 슬픔에 잠겨있다. 게다가 레이아라는 동족에 대한 배신감에 깊게 빠져있었다.

“제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레이아라가 말했다. 이미 아는 것은 전부 토해내었다. 카르안이 손짓 한번만 한다면, 그녀는 죽은 목숨일 것이다. 하지만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치료는 받게 해줘야지.”

“고맙다고........해야겠죠.”

결국 카르안은 그녀를 살려 주었다. 카라나리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것 뿐.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카르안이 레이아라를 부축하려 하자, 카라나리가 못 하게끔 막았다. 대신 그녀가 레이아라를 부축해주었다. 아무리 부상당했다 해도, 카르안이 레이아라에게 틈을 보이면 위험했다.

그때 카르안이 말했다.

“아 맞다. 잊고 있었는데, 혹시 숲의 심장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죄송합니다. 사실 저도 잘........”

레이아라가 작게 말했다. 그녀도 숲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그냥 카르안과 메이론의 대화를 듣고, 그를 꼬셔내기 위해 아는 척을 한 것이다.

만약에 있다고 해도 이 도시의 연금술사 연합에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주변은 전부 초토화가 되었다. 연금술 재료 같은 게 무사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곳에도 숲의 심장 같은, 연금술의 위한 물건은 많이 부족할 것 같아요. 전투 생명체를 만드는 실험에 대부분을 소모해서.”

“그런 거였군.”

어쩐지 각 연금술사 연합마다 쓸 만한 물건이 많이 없었다. 전부 그 실험 하나에 올인한 것이다.

‘쓸데없이 꼴아박은 것으로 밖에 안 보이지만.’

그리고 그 실험이 성공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알샤인 교단의 사도에 비해, 그들이 상대했던 괴물들은 너무나도 약했으니까.

“그러면 슬슬 가보자. 여기 오래 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어.”

“더 안쪽까지는 안 가보실 겁니까?”

“너무 위험하다.”

카라나리의 질문에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알샤인이 갑작스럽게 소환한 덕분에, 괴생명체는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진짜 위험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놈들과 싸우던 엘프들. 갑자기 싸우던 괴물이 사라진 것을 눈치 챈 엘프들이 넋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잃어버린 영토를 복구하러 달려오겠지. 그런데 거기서 약탈을 하고 한다?

분노에 찬 엘프들의 사냥감이 될 것이다. 적어도 알샤인의 사도들에게 죽을 때처럼, 빠르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

엘프산 고문을 풀코스로 체험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겠지. 아무리 이 세계 문화체험이 좋더라도, 그런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카르안이 가방을 챙겨들었다. 물건을 잔득 담을 수 있었던 마법도구. 비록 숲의 심장은 얻지 못했지만, 그것 말고도 상당한 가치의 물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욕심은 화를 부를 것이다.

“출발한다.”

카르안과 카라나리, 레이아라 세 명은 서로 몸을 밀착했다. 카르안이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했다. 잠깐 시야가 흐릿해지더니, 눈을 뜨자 마을의 마법사 길드 안쪽이었다. 처음 도착했던 엘프 근처의 마을. 무사히 텔레포트에 성공했다.

“하아.”

카라나리도 긴장이 풀렸는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카르안은 얼른 주변부터 둘러보았다.

“사람이 많이 없군.”

“전부 르네키르다 안쪽으로 떠났을 테니까요.”

소식이 퍼진지 한참. 지금쯤이면 큰 조직이 아니라, 동네 꼬맹이들도 르네키르다의 상황을 알 것이다.

미련을 못 버리고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늦었다는 것을 알고 포기할 시간이다.

남은 사람들은 초기에 와서 르네키르다에 들어간 사람들뿐. 이제 곧 괴생명체가 아닌 엘프들의 사냥감이 되겠지만.

“바로 장거리 텔레포트로 돌아가지.”

그들은 마법사들에게 바로 텔레포트 신청을 했다. 큰 규모의 마법인 만큼 당장은 불가능하고,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별로 할 것도 없었기에, 셋은 마법사 길드 한켠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카르안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아무튼 이번 일도 잘 해결되었군.”

“하아........”

카라나리는 여전히 어두운 얼굴이었다. 레이아라를 살려온 것이 영 마음에 안 드는 것 같다. 레이아라도 카라나리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 것 같다. 카르안이 말했다.

“카라나리. 너도 레이아라를 너무 싫어하지는 마라. 물론 배신당한 것도 있지만. 다 지난 일이야.”

“그런 것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왜 그러는데.”

카라나리는 입을 열지 않았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 그때 레이아라가 작게 말했다.

“그야, 저 때문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위험했으니까?”

순간, 카라나리의 표정이 돌덩이처럼 굳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레이아라를 보았다. 얼마나 굳어있던지, 목에서 끼기긱소리가 날것만 같다.

“의식이.......없던 게......아니었나요.......?”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을 때, 의식까지 잃으면 죽는다고 들었거든요. 몸은 꼼짝도 못하겠는데, 간신히 정신만 붙잡고 있었죠.”

레이아라가 피식 웃었다.

“참고로 엘프의 귀는 밝답니다?”

“하하, 하........”

카르안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레이아라는 그녀에게 밟힌 게 어지간히 억울했는지, 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모, 몸이. 불타.....푸흡! 사라진다면. 영혼까지.....푸흐흐흡! 다 바치겠답니다~ 아하하하하하!”

레이아라의 말이 이어졌다. 카라나리의 얼굴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무르짐에게 말한 것은 상관없었다. 애초에 사람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였으니까. 카르안도 괜찮았다. 하지만, 저 여자한테 놀림 당하는 것은........

카라나리는 얼굴을 붉히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리고 그게 결코 좋은 징조라는 게 아닌 것도, 카르안은 알고 있었다.

“자, 이제 갈 시간인데 그만하고.”

“아하하! 그런데 그런 말 하면 안 부끄러워요? 난 엄청 부끄러울 것 같은데! 잘 때 이불을 뻥~뻥~ 찰 것 같은데!”

레이아라가 끝까지 그녀의 약을 올렸고

그녀의 온도가 절대영도까지 떨어졌다.

동시에 카라나리의 검집에서 검이 뽑혔다. 그녀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여기서 죽어라.”

그날 마법사 길드의 사람들은 카라나리의 절묘한 검술,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엘프. 그 둘을 말리려고 뛰어다니는 남자까지 세트로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회상에 따르면 서커스가 따로 없었다고 한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급체에 시달려서...... 하루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1일 2연재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흐흑ㅜㅜ

억지로 쓴 분량이 있기는 한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 상태로 써서 그런지 독자님들께 보여드리기 부끄러울 정도더군요. 전부 지우고 다시 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최대한 오전 12시~ 12시 10분 사이로 2작품을 타닥! 올리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2작품이 힘들면 1작품이라도 먼저 올리는 식으로. 지금까지는 연재 시간이 너무 들쑥날쑥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도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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